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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3.06 <헌터>
Film2012.03.06 07:49
중학교때는 영화를 보고나면 조그만 수첩에 영화제목과 감독, 배우 이름을 빼곡히 적곤 했었다.
마음에 드는 무명배우라도 있으면 크레딧속에서 이름을 찾아내 적었고
수첩 채우는 재미에 이름없는 티비영화도 가리지 않고 보고는 했었다.
엔딩 크레딧 글자가 전부 똑같은 크기라지만 사실 아는 배우 이름은 이해하기 쉬워도 모르는 이름은 정말 알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올라가는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으니 테잎을 일시정지시켜야만 제대로된 이름을 적을 수 있다. 
시간이 흘러서 유명한 배우가 되길 바라는 개인적인 바람을 가지고 말이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영화를 고를때의 선입견따위는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좋은 영화를 볼 기회도 많아졌고 선택의 폭도 넓어졌지만 
아무리 많은 영화를 보아도 기록을 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보지 않는 것만 못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내가 선택한 영화들이 아닌 누군가가 무작위로 다운로드한 영화들을 심심풀이로 보다보니 그렇게 된다.
어 이 영화 괜찮을것 같아, 재밌겠다 해서 찾아보면 이미 본 영화일때도 있다. 
리투아니아어와 한국어로 제각각 번역된 영화제목들에 익숙해지다보면
원제를 알아도 내가 본 영화를 기억하는데 애를 먹는 경우가 있다.
영어발음 표기가 가능한 한국어는 그래도 낫다. 
예를 들어 영화 <hunter>를 한국어로는 사냥꾼이 아닌 <헌터>로 그대로 표기하지만
리투아니아에서는 리투아니아어의 사냥꾼인 <medžioklis>를 쓴다.
원제를 의역하는 경우는 더 복잡해진다.
수만년이 지나도 길이길이 회자될 외화제목, <high fidelity>를 의역한 <사랑도 리콜되나요?>
번역자의 영혼이 살아숨쉬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리투아니아어 제목은 더 재밌다. <visos jos tokios!> .번역하면 <그녀들은 다 똑같아> . 
과연 이 세 영화가 같은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헌터>다니엘 네드임 2011

그나마 예전에 한창 영화를 많이 볼때의 주연배우들이 아직까지 왕성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는것은 다행이다.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말은 우리자신이 배우들과 같이 늙어가고 있기때문일까?
어떤 배우들은 마치 이사를 다니고 차를 바꿔타듯 그들이 연기했던 하나의 등장인물로 단지 여러 영화를 옮겨다니며 
나이가 들어가는것같은 느낌조차 준다.  
그것이 실제로 배우들이 비슷한 성격의 등장인물을 연기해서 그런것인지
아니면 그들이 어떤 배역을 연기하느냐와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그들에게서 찾으려 하는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윌리엄데포를 보면서 든 생각들이다. 그는 아마 전자에 가까운 경우가 아닐까. 
 
영화 <hunter>의 윌리엄데포는 인간의 뇌기능을 마비시키는 독성분을 몸에 지닌
타즈마니안 호랑이를 찾기 위해 고용된 용병이다.
광할한 호주의 대자연속에서 멸종위기의 이 동물을 찾기위해서 그가 이겨내야하는것이 기상악화나 배고픔따위라면  
아마 스펙터클 무비가 되었겠지만,
그를 옭아매는것은 오히려 삼림보호의 명목아래 일자리를 잃은 박탈감에 시달리는 지역주민들, 
아빠이자 남편을 잃은 한 가족의 상실감,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첩첩산중에서 동물 하나를 차지하기위해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는데서 오는 회의감이다.
안개 낀 숲속과 얽히고 섫힌 나무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안티 크라이스트>를 여러모로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많다.
윌리엄데포도 아마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자신의 전작을 떠올렸을거야 라고 내멋대로 짐작해본다.  
지상의 낙원이란 무엇일까.
모두가 보호하려함과 동시에 모두가 차지하려는것,
치유와 발견이라는 미명아래 끊임없이 인간에 의해 도전받는곳이다.
사람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것들은 오히려 그런 이유로 지켜내기 어렵고, 아름다운것들은 쉽게 파괴된다. 
인간은 원하는것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할 수 있고 그 희생을 어떤식으로든 정당화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낙원은 영원히 존재할것이다.
인간이 멸종위기에 처할 때까지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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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