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안 굴라쉬'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07.08 <천국보다 낯선> 헝가리안 굴라쉬
  2. 2014.01.30 Red Amazon Peppers in Vinegar
Food2014.07.08 04:40




내가 정말 잘하고 싶은 요리가 있다면 헝가리안 굴라쉬.

단순한 요리 그 이상의 실험 대상이고 남의 나라 음식인데 나의 소울 푸드였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 못보던 레시피를 발견할때마다 거의 적용해보는 편인데

헝가리에서 일주일을 싸돌아 다녔음에도 굴라쉬를 먹어보지 않은것은 아쉽다.

언젠가 헝가리에 다시 가서 굴라쉬를 맛보게 됐을때에 예상되는 결과는 두가지이다.

내가 만들어 먹은 수십그릇의 굴라쉬와는 너무나 다른 오리지널 굴라쉬의 신세계에 뒤통수를 맞거나 

그냥 마트의 굴라쉬 페이스트를 짜 넣어 만든것 같은 스탠다드한 관광객용 굴라쉬에 실망을 하거나이다.

굴라쉬가 왠지 헝가리의 지독히도 평범한 가정식 같아서 식당에선 오히려 제대로 된 굴라쉬는 먹을 수 없을것 같은 노파심.

하지만 오리지널이든 스탠다드든 그 기준은 내가 만들어 먹던 굴라쉬가 될테니 사실은 엄청난 모순이다.

반년의 유럽 여행을 계획했지만 유럽 여러 개국이 추려진 론니 대신 일주일 예정의 헝가리 론니를 샀던것은 

게다가 아마존에서 테잎이 딸린 헝가리어 교본까지 주문했던 이유는 

그만큼 <천국보다 낯선>의 헝가리 이민자인 윌리와 에바를 영화 주인공 이상으로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십년만에 만난 조카 윌리에게 롯데 숙모가 대접하는 롯데 숙모의 소울이 담긴 그런 굴라쉬를 먹어 보고 싶다. 

영어하는 윌리에게 '땡큐, 꿰쎄넴'  고집스럽게 영어와 헝가리어를 섞어쓰는 롯데 숙모도 너무 사랑스럽다.



날이 더워졌는데 뜨거운 스프가 먹고 싶어진다는것은 아이러니하다.

언젠가 소고기 손질하고 남은 찌꺼기에서 우려낸 진한 육수가 냉장고에 자리잡고 있었기때문이다.

덕분에 <천국보다 낯선>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롯데 숙모가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윌리와 에디를 위해 급하게 굴라쉬를 끓인것은 아닐꺼다.

굴라쉬 같은 미트 스튜를 그렇게 단 시간내에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니깐.

롯데 숙모는 에바와 함께 먹을 어제 오늘 내일 먹어도 질리 않는 국민 스튜 한 솥을 아주 넉넉하게 끓여놓고 

티비를 보고 있었던 거다. 누가 오더라도 바로 떠다 대접할 수 있는.



가만히 보면 굴라쉬는 한국 정서에 너무 잘 맞는 요리가 아닌가.

떠먹을 국물도 충분하고 얼큰하고 밥에도 잘 어울리니깐. 

굳이 퓨전이라는 이름을 달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아마 오히려 그런 이유로 한국에선 별로 인기가 없는것 같다.

전혜린의 수필에서 매운 굴라쉬를 언급하는 부분이 있다. 

떨어지는 나뭇잎과 절망과 스산한 바람 얘기만 할 것 같았던 아슬아슬한 그녀의 글에서 

갑작스런 음식 얘기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녀가 적어 놓은 굴라쉬의 얼큰함은 한국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니면 반대로 귀국후에 느낀 독일에 대한 향수였을까.

아 그러고보니 그녀가 독일에서 맛본 헝가리안 굴라쉬를 생각하니 갑자기 또 <글루미 선데이>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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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ood2014.01.30 00:57



어제는 가가멜 냄비에 헝가리안 굴라쉬를 잔뜩 끓였다.

실제로 부다페스트에 갔을때는 굴라쉬 먹을 생각을 못했다. 

<천국보다 낯선>에서 에바를 찾아 클리블랜드에 온 윌리와 에디에게 롯데 숙모가 끓여주는 헝가리인의 소울 푸드.

케이언 페퍼와 함께 볶은 파프리카와 감자가 소고기 국물을 머금고 진득하게 쫄아 들어가면 

언젠가 고모댁에서 먹었던 떡볶이가 항상 떠오른다.

감자의 전분과 케이언 페퍼가 만나서 고추장 비슷한 맛을 만들어 내나 보다.

고모는 사골이나 끓일 법한 혹은 빨래를 삶아도 넉넉 할 정도의 깊은 스뎅 솥에 감자를 넣고 떡볶이를 만드셨는데

감자를 넣은 떡볶이는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카레와 굴라쉬를 비롯해서 스튜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음식을 이 가가린 냄비에 끓이는데 

보통 남은 음식의 최종 처리는 국수를 넣어 비벼 먹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밥만 먹었으니 식재료에 관심을 가져 본 적도 없었지만

집 앞 시장까지만 나가도 청양 고추 사기가 누워서 떡 먹기인 서울에서 

굳이 다른 나라의 매운 고추를 찾아 사 먹을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호스텔 부엌에 홀로 앉아 간장밥 한 숟갈에 할라피뇨 피클을 하나씩 얹어 먹으며 되찾은 미각에 쾌감을 느끼던 때가 생각난다.

리투아니아 첫 해에 양념 가게에서 말린 페페론치노를 발견하고는 흡사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를 이해할 뻔 했는데

요새는 리투아니아에서도 한국 고추처럼 가늘고 긴 매운 고추를 사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몇몇 대형 마트에서는 통통한 후레쉬 할라피뇨와 심지어 하바네로 고추까지 취급하기 시작했다. 

고추 표면을 만지고 실수로 눈이라도 비볐다간 싱크대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야 하는 하바네로 고추.

매운맛을 측정하는 스코빌 지수란것이 있다는데 

하바네로의 스코빌 지수는 대략 300000 스코빌. 청양고추는 최대 7000 스코빌 정도라고 네이버에 써있음.

한때는 기네스 북에 등재된 가장 매운 고추였다고 하는데 이 하바네로를 밀어낸 다른 매운 고추가 있다고 하니

상상만해도 혓바닥 끝이 경기를 일으키고 목젖이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아주 가끔씩 마트에 등장하는 식초에 절인 이런 고추들. 

콜롬비아 산 '레드 아마존 페퍼 in 식초'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서 발견한 칠리 덕에 식도락의 세계가 변화했고

모든 매운 고추의 기원은 아마존 강 유역이라는 설명이 병에 붙어 있다.



그리고 나에게 허용된 단 한톨의 고추.

이 고추가 정말 매운것인지 내가 더 이상 매운것을 잘 먹을 수 없게 된것인지 모르겠다.

허용량 이상을 먹으면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속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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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