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2015.08.25 05:36



대부분의 약국과 서점이 체인 형식으로 운영되는 리투아니아. 헌책방이나 북카페가 아니라면 개인이 운영하는 순수 개념의 동네 서점을 찾기 힘든데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꼿꼿하게 허리를 세우고 자리잡고 있는 서점이 있으니 바로 루디닌쿠 서점이다. 카페나 음식점이 자리 잡기에는 너무 아담한 거리이지만 서점 바로 근처에 카페 체인이 하나 들어서면서 서점은 왠지 더 서점다워졌고 카페는 더욱 카페스러워졌다. 서점 안에 들어선 미니 카페 컨셉은 너무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전략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아 쉽사리 들어가지지 않는다. 그저 책을 읽고 싶은 이들도 그저 커피를 사이에두고 마냥 수다를 떨고 싶은 이들, 아무도 편치 않은 넉넉하지 않은 아우라를 주기 때문인데 이렇게 약간의 거리를 두고 위치해 있는 서점과 카페를 보니 언젠가 이 서점에서 얇은 책을 한권 사서 근처 카페에서 진한 커피 한잔 들이킬 날을 꿈꿀뿐이다.



비오는 날 우산으로 찌익 긁고 지나가면 우두두 떨어질듯 간신히 벽을 붙잡고 서있는 벗겨진 칠.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고 따뜻한 날보다 추운날이 훨씬 빈번한 이곳에서 커피 한잔과 아름다운 글귀만큼  찬 가슴을 녹여줄만한것이 있을까. 커피 한잔이 69년산 와인만큼 비싸지 않아서 다행이다. 멋진 글귀들이 부자들만 볼 수 있는 은행 금고 따위에 꽁꽁 숨어있지 않아 다행이다. 하지만 구시가지에서 좋고 마음에 드는 장소들은 그 존폐여부때문에 늘상 불안하다. 인구가 적은 이곳, 식당이든 무엇이든 항상 적은 수요에 시달리고 타산이 맞지 않아 좋은 장소들도 쉽게 문을 닫는다. 이쯤되면 아름다운 장소들을 살리려고 단골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가게를 사들인다는 신문 한켠의 작은 기사들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리투아니아어 서적뿐만아니라 외국 잡지나 서적,희귀 음반이나 관광 엽서등도 판매하는 서점. 좁은 장소에 들어서면 시선이 집중되어 마음 편히 구경할 수 없을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직원들과 한마디라도 주고받을 수 있는 따스함이 있다.



책을 자주 사지는 않지만 빌니우스의 건축과 조각에 관련된 사진이 많이 들어간 책 몇권을 이 서점에서 구입했다. 표지가 예쁘거나 관심을 끌만한 주제의 책들은 보기좋게 저 창문 너머로 진열해 놓는 경우가 많다. 구입한 책 전부 오며가며 창문 너머를 흘끔거리며 혹해서 샀더랬다.



한두번인가를 이 서점에 음식을 배달해 준 적이 있다. 식당의 배달원이 개인 사정으로 일을 못했거나 차가 고장나서 정비소에 들어가 있었거나 아마 그랬을거다. 서점 문을 잠시 닫는다고해도 이 서점 근처에는 빨리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식당도 없고 직원이 혼자 일하고 있는데 배고파서 어디 나갈 수도 없다고 호소했던적이 몇번있다. 왠지 이 골목 한켠에 외롭게 자리잡은 서점 생각이 나서 원래 식당 원칙상 한그릇은 배달을 하지 않지만 어차피 집에 가는 길이어서 흔쾌히 그러겠다고 한적이 있다.



http://www.rudninkuknygynas.lt/


 

가끔 모든것이 장난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 도시. 기억할 수 있을까. 8월의 금요일 오후 7시쯤 이곳을 내리쬐고 있는 이 태양의 각도를.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이이지만 왠지 노인과 바다를 읽어주고 싶어서 샀다. 사실은 내가 다시 읽어보고 싶어서.

텅빈 배에 뼈를 드러낸 물고기를 묶고 돌아오던 안소니 퀸의 얼굴이 생각나는 오늘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8.25 04:35





이렇게 여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겨울이라는 아이에 좀 더 목을 매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이다.

덥고 푹푹찐다고 짜증을 내기엔 그럼에도 마냥 따사롭고 그저 천연덕스러운 아이같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갈까 조바심을 내는 요즘

한편으로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기다리던 겨울이 왠지 내 눈밖에 난것같아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삼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깨닫기 시작한 이 찬란한 여름에 대한 찬양이 겨울을 향한 비난은 절대 아닐것이다.

단지 쉬지 않고 지난날이 되어가는 붙잡을 수 없는 일분 일초의 찰나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질투라고 하는편이 낫겠다.



8월을 10일여 남겨둔 화창한 금요일 오후.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활기 그 자체였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노천 카페와 식당, 직원들은 쉼없이 맥주를 나르고 퇴근 후 혹은 휴가중의 금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사람들의 웃음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짧은 순간을 영원 불멸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적어도 내 머릿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제 곧 시작될 9월의 새 학기, 여행객에게도 리투아니아인들에게도 끝을 향하는 8월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것.



빌니우스의 타운홀 (Rotušė) 을 살짝 벗어나서 구시가지의 유일한 재래시장, 할레 시장 (Halės turgus) 을 향하는 긴 거리 Visų šventųjų gatvė. 

직역하자면 '모든 성자들의 거리' 라는 뜻으로 거리의 초입에 동명의 분홍 빛깔의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그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빌니우스의 멕시칸 식당. Sofa de Pancho.



 빌니우스에는 냉방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식당이 많아서 바깥 공간이 있다면 더운 여름 식당 내부는 보통 텅텅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의 식당 내부는 발디딜틈 없이 손님으로 꽉 찼을뿐 아니라 야외에도 빈 테이블이 없었다.



리투아니아에서 테이블을 야외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천 식당 허가를 내주는 기간은 공식적으로 4월초부터 10월말까지이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큰 대로라던가 광장을 낀 식당이 아니라면 보통은 좁은 보도 블럭에 몇개의 테이블을 내어 놓는데 그치지만 

작은 의자를 놓기에도 버겁게 너무 협소한 보도블럭 위의 이 식당 건너편에는 몇개의 벤치를 지닌 나무가 우거진 아주 작은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부터 그 공원에 테이블을 설치해서 그 어떤 빌니우스내의 식당보다 여름에 방문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종업원들은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차와 자전거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항상 가로질러 다니며 서빙을 해야하는 수고를 누려야하지만 말이다.

일방통행의 일차선 차도를 사이에 두고 식당과 야외 테이블이 나란히. 

대여섯개의 테이블이 있었을뿐이지만 어디선가 매콤한 해산물 스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일하게 남은 테이블이었지만 테이블보가 준비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메뉴를 달라고 하고서는 앉으려고 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별로 큰 돈 들이지않고 뚝딱 만든 테이블 같지만 그냥 아무 나무나 사용한것 같진 않다. 



식전에 가져다 준 물병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멕시코에 가면 이런 물병 살 수 있는건가. 뭘 담아놔도 맛있게 홀짝 거릴 수 있을것 같은 물병이다.



이 휘황찬란한 테이블 보는 왠지 멕시코 시장에 가면 5장에 2달러면 살 수 있는 목욕타올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물병에 비친 색깔은 예쁘다. 멕시코에 꼭 가보고 싶다. 


이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길고 긴 건물은 거의 이 거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을정도로 긴데

식당뿐만아니라 화방과 약국 미용실이 자리잡고 있다.

보통 이렇게 넓은 면적의 높은 지붕을 가진 건물의 경우 다락방과 같은 구조로 이층집을 설계하는 추세인데 이 옛 건물은 주황색 옛 벽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딜가든 식당의 수프부터 먹고 보는 나.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맛있는 메뉴일 가능성이 높다. 

수프로 어찌 배를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수프인지 설명이 없어 더욱더 호기심을 가지고 주문했다.

내가 먹어본 중 가장 매웠던 고추가 하바네로였는데 할라피뇨와 하바네로를 2유로에 판다. 절인 고추였을까? 아님 그냥 생고추를 자른 안주인가.

그외이 다른 고추라니 어떤 매운 고추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지나치게 매운것을 먹고 있지 않은 요즘이라 주문할 수 없었다. 



빨리 멕시코 가보고 싶다. 언제 저 멕시코 모자쓰고 나쵸에 코로나 마실 수 있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끝도 없는 테낄라 페이지였다. 이런 페이지가 세 이지 정도. 

심지어 마트에서 자주 보던 두세종류의 유명한 테낄라는 이 사이에 없었다는것. 



이것이 내가 주문한 수프였다.

쥐포같이 생겨서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것은 나쵸였다. 옥수수 알이 가득했고 잘게 찢어진 닭가슴살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육계장 비슷한 맛이었다. 빌니우스에 오래된 멕시칸 식당이 한군데 더 있는데 그곳보다 훨씬 정통한 느낌이 들었다.

정통하다니. 멕시코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이 음식이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식당의 비주얼이나 인테리어 같은것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반증한다. 

하지만 제발 이 수프가 실제 멕시코인이 정성스럽게 끓인 정말 멕시코적인 수프이기를 바란다. 



늘상 시키고보는 파히타이지만,한번도 멕시코산 파히타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어떤 파히타도 파히타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우습게도

20년전에 중학교때 친구가 데리고 간 별천지처럼 느껴졌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의 파히타의 맛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기때문.

그냥 야채와 고기를 볶다가 마트에 파는 파히타 믹스를 쏟아 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직접 구은 또띠야는 또띠야만 집어 먹어도 행복할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는 난과 식빵을 아무 양념 없이도 그냥 먹을 수 있는것처럼.


https://www.facebook.com/sofadepancho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8.10 02:47



빌니우스 구시가지를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바로 녹색 그물망으로 아랫부분이 꽁꽁 싸매어진 발코니이다.

겨우내 쌓인 눈이 녹기 시작하면 건물 처마 밑의 거대한 고드름이 무서워서 인도로 걷더라도 긴장하게 되는 구시가지인데 

고드름말고도 또 다른 골칫거리가 바로 이 오래된 발코니에서 떨어지는 콘크리트 부속물들. 



땅아래에 이미 떨어져서 산산조각난 일부 콘크리트 조각을 보면 그 순간에 지나가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예전에 우리집 베란다를 떠올리면 그곳엔 계절이 지나 더이상 필요없게 된 물건들을 넣어 놓을 수 있는 선반 같은것이 있었고

물 빠질 배수구가 있으니 호스를 끌어와 화초들에 흠뻑 물을 줄 수도 있었고 빨래를 널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첫번째로 중요한 기능이었을테고

하지만 베란다에 의자와 테이블이 있어서 앉아서 커피를 마신다던가 책을 읽는다던가 했던 한가진 기억은 없다.



요새 빌니우스에 새롭게 지어지는 대단위 주거단지들을 보면 베란다 면적이 훨씬 넓은 한국의 아파트 형태와 비슷한 건물들이 많다.

하지만 구시가지의 몇십년 혹은 백년이 넘었을지도 모르는 이런 건물들의 발코니는 한두사람이 겨우 앉을 수 있는 좁은 공간이고

그 기능도 봄부터 여름까지 화분으로 치장하거나 자전거를 놓거나 자그마한 테이블을 마주하고 앉아서 담배를 피우기 위한 공간에 가깝다.

한마디로 날씨 화창하고 따뜻한 봄과 여름을 위한 공간.



심지어 대부분은 샷시도 없어서 겨울이 길고 추운 이곳에선 그 기본적인 기능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할때가 많다.

그러니 자연스레 커다란 발코니가 무용지물인것이다.



나라 전체가 한날 한시에 난방을 시작하고 끝내는 난방 시스템을 갖춘 이곳에서

오래된 건물과 샷시 없는 발코니는 단열 효과를 떨어뜨리니 비싼 난방비의 주요 원인인데.

그래서 국가의 지원을 받아 건물 전체를 단열하는 리노베이션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신축 건물들이나 오래된 건물이라고 해도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한 경우 난방 조절 장치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난방 리노베이션이 안된 대부분의 오래된 건물이라면 집이 춥고 따뜻하고와 상관없이 한달동안 집을 비우고 말고와는 상관없이

주택 면적에 해당하는 난방비를 의무적으로 지불해야한다.




이만하면 난방을 중단해도 상관없겠다 싶은 따뜻한 늦겨울에도 어쩔땐 난방이 지속될때가 있으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것도 당연.

특히나 구시가지의 이런 옛 건축물들은 창문 길이만 봐도 알 수 있지만 천장이 신축 건물보다 훨씬 높아서 난방비도 많이 든다.

하지만 빌니우스에 사는 동안 한번쯤은 이런 옛 건물에 살아볼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발코니 공사가 진행되기전까지는 안전상의 문제로 이렇게 그물로 싸매놓고는

콘크리트가 아닌 강화 플라스틱 재질로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무너져가는 발코니는 물론 행인 뿐만아니라 아래층 발코니에서 일광욕 하는 사람들에게도 위협적인 존재다.

부서지는 발코니위에 서있는것도 물론 안락한 느낌은 아닐거다. 



이런 건물은 보면 알겠지만 도색도 새로하고 아주 정성들여 리노베이션된 구시가지의 건물인데 왠일인지 발코니 공사는 하지 않은듯.



같은 건물에 으례 발코니가 있어야 할 자리인데도 아예 제거해버려서 없는 건물들도 많다.


아직까지 나무재질의 창틀인곳도 많다. 나도 살아봤지만 겨울엔 엄청 추울텐데.


 

요즘 같이 좋은 날씨의 빌니우스에서 평화롭게 앉아서 차가운 커피 한잔 마실 수 있는 발코니를 가졌다면

부서져가는 발코니여도 아마 사람들은 행복을 느낄거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기분좋은 미소를 흘릴 수 있는, 지나가는 나 역시도 그들의 망중한에 눈인사 할 수 있는 그런 아우라말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5.08.02 04:26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멀리서 이렇게 놓여져 있는 테이블을 보고 몹시 놀라고 기뻤더랬다. 버스가 지나다니는 큰 길에서 카페를 보기 힘든 빌니우스인데 드디어 골목골목 가정집 사이에 카페가 생기는 문화가 시작된것일까. 10월의 암스테르담 날씨는 빌니우스의 10월날씨와 놀랍도록 비슷한데, 10월에 비라도 내리면 거짓말처럼 거리에서 암스테르담의 향기가 난다. 어둑어둑한 아침에 골목 어귀마다 카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온몸이 따스해지곤 했던 그 10월의 아침. 기온도 하늘의 빛깔도 공기의 냄새도 너무 비슷한데 빌니우스에는 암스테르담 만큼의 카페가 없다. 그만큼의 인구밀도가 높지도 않고 아침마다 출근전에 카페에서 커피를 들이킬만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이 소득대비 저렴한것도 아니니깐.결정적으로 느리고 널럴하고 미니멀한 빌니우스에는 도시인의 문화라는것이 아직 보편적이지 않다.





이 로스팅 카페가 자리잡은 골목은 구시가지에서도 가장 가장자리에 속하는 M.K.CIURLIONIO 거리인데 외진 곳이어서 왠만해서는 찾기 힘들다고는 하지만 워낙 조용하고 좋은 이미지의 동네라 입소문을 타면 성업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들어 이런 로스터리 카페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하는것은 아마도 7,8년전부터 생겨나기 시작해 포화상태에 이른 리투아니아 토종 커피 체인들의 영향이 크다. 갈은 원두에 바로 물을 부어 거르지 않고 마시는 커피 문화가 깊숙히 자리잡은 이곳에서 테이크 아웃이 가능한 원두 커피 전문점이 생긴것은 근 10년새의 일이다. 내가 처음 여행을 했던 2006년만해도 '더블카페'라는 브랜드가 있었지만 테이크 아웃 붐을 일으키지는 못했고 그 이후에 생긴, 리투아니아 토종 브랜드 'Coffee inn'에 밀려 문을 닫았다. 반면 이 커피인이라는 체인점은 지나치게 독점한다 싶을 정도로 구시가지 곳곳에 분점을 내더니 결국엔 프랜차이즈화하여 리투아니아의 다른 도시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고 결국엔 라트비아와 벨라루시 등 근처 다른 나라에까지 영역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vero cafe, caif cafe, sviezi kava 등 다른 커피 전문점들이 하나 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카페 체인점들이 성업하니 사람들은 커피 맛을 비교하기 시작하고 초기 커피인에 열광하던 젊은층과 구시가지의 직장인들은 새로 생겨나는 다른 카페들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택권이 넓어진 고객들을 잃지 않으려 커피 체인점들도 에스프레소 머신 이외의 다양한 커피 추출 방법들을 선보이기 시작하는 요즘. 그렇게 커피인구의 저변이 확대되니 체인점과는 차별화를 시도하는 로스터리나 골목 카페들이 생겨나는것은 아마도 자연스런 현상이다.



그래서 관련된 커피용품을 팔기도 하는데 왠일인지 빌니우스에서는 전부 하리오 제품만을 판다. 




이런 카페들은 카페 체인점의 일률적인 실내 디자인에서 해방되어 있으니 인테리어 보는 재미도 있다. 직접 벽돌을 쌓아 만든 테이블은 인상적이다. 밀폐용기가 함께 붙어 있는 커피 그라인더, 탐나지만 한국가면 남대문이나 카페뮤제오에서 사는게 훨씬 쌀듯.




머신위에 가지런하게 놓여진 검은 커피 잔이 인상적이다. 

에스프레소도 라떼도 크기만 다르지 전부 검은잔에 내어 준다.



갈때마다 이런저런 원두를 제안하지만 우리는 보통 지나치게 산미가 강하지 않은 씁쓸한 맛의 원두를 부탁한다.



세번째줄의 UAB 는 법인명인데 의외로 재미있고 엉뚱한 회사 이름을 가진 레스토랑이나 가게들이 많아 매번 영수증을 받으면 회사 이름부터 확인해본다. 하지만 Agerosa 는 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크루아상 하나에 1유로. 뜨거운 커피에 말랑말랑 버터냄새나는 크루아상만큼 어울리는것이 있을까.




누군가가 마시고 남겨둔 커피 잔.  매번 에스프레소 두잔을 주문해서 함께 마시던 짐 자무쉬 영화의 <Limit of control> 의 그 흑인이 떠오른다. 




사실 따지고보면 이런 카페를 만들기 위해 아주 넓은 면적이 필요한것도 아닌데 그러니깐 이런 분위기의 부엌과 홈카페를 집에서 만든다면 말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만한 높이의 천장과 채광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블랙.메탈.우드



옷걸이.



가까이에서 보니 에스프레소 두 잔이 아니고 누군가가 아포가또를 먹은거다. 여기 아포가또는 단순히 아이스크림을 담은 잔에 저 플라스크 비슷한곳에 에스프레소를 담아 부어먹도록 서비스한다.



블랙.콘크리트.램프



근처가 공원이라 앉아있으면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다.  그래서인지 친절하게 자전거 거치대도 있다.




시큼하지 않은 원두의 에스프레소와



에스프레소 양을 반으로 줄여달라고 부탁한 라떼. 


 

화이트 초콜릿과 라즈베리가 들어간 케익과 크루아상.



먹을때 몰랐는데 지금보니 포크 모양이 신기하다.



꼭 성업하길.




'Ca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빌니우스카페] 아이스크림 칵테일  (5) 2016.07.23
[빌니우스카페] 달콤함의 왕  (4) 2016.07.20
빌니우스 카페_Holy Donut  (4) 2016.07.12
금요일 아침의 텅빈 거리  (2) 2016.06.27
버스를 놓치고  (6) 2016.06.18
Vilnius Cafe_Taste map  (0) 2015.08.02
피렌체의 에스프레소  (0) 2013.01.24
cafe baobab - 바르샤바의 커피숍 (2009)  (0) 2013.01.22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6.14 04:45





여행중이든 일상속에서든 기분 좋은 한끼를 위해 헤매다가 이렇게 밖에서 두리번 두리번거리게라도 하는 식당이 있다면 일단 들어가보는것이 좋다. 들어갔는데 지금 땡기지도 않는 음식만 메뉴에 잔뜩 있으면 어쩌지, 직원이 영어를 못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은 개에게나 줘버리고 우선은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는게 낫다. 특히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인적이 드문 이런 거리에서 빛바랜 건물 외벽에 군데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진 레스토랑을 발견했다면, 예쁘게 꾸미려 노력한 흔적도, 옥외 메뉴판에 공들인 흔적도 없는 그런 식당을 발견했다면 말이다. 그것은 비단 여행자에게만 국한된것은 아닌것 같다. 매일매일 도시를 걸으면서도 거리 이름도 모른채 지나다니는 현지인들에게도 해당사항이다. 이런 한적한 거리속의 좁은 입구를 가진 뭔가 폐쇄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배타적으로 보이는 식당들은 내부에 야외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도만 넘어도 밖으로 나가지못해 안달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에어컨 설비가 일반적이지 않은 식당속에서 맥주를 마시라는것같은 고문도 없다.  이웃 프렌치 식당인 발자크 (Balzac)와 함께 길지 않은 사비치어스 거리를 (Savičiaus gatvė) 지키고 있는 블루씨네 (Blusynė)도 그런 장소중 하나이다.








빌니우스 시는 상업적 목적의 건물의 인테리어나 간판 인테리어에 관련해서 꽤나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조명이 들어가는 옥외 광고나 간판 설치도 엄격하게 제한되며 식당 컨셉에 맞춘다고 주인이 임의로 도색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삼층에 가정집이 있는 식당이 굳이 도색을 해야한다면 건물에 지정된 색으로 건물 전체를 도색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어설프지만 어찌보면 요식업 종사자로써 이런저런 문제로 시청에 불려다닐일이 많았는데,  어찌보면 이러한 빌니우스 시의 엄격한 정책들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빌니우스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일조하고 있는것은 확실하다.  대중적으로 맛있는 식당이든 없는 식당이든가와는 상관없이 내가 사는 도시, 내가 여행하는 도시에서 추억이 담긴 허름한 어떤 장소를 가진다는것은 유쾌하다.  말끔하고 세련되게 칠해진 건물에 휘황찬란 번쩍거리는 그저 그런 장소에서 지갑을 가진 소비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을 지닐바에야 말이다.









식당 주인의 개한테 벼룩이 있는데에서 착안했다는 식당 이름 블루씨네 Blusynė. 벼룩이라는 명사 Blusas 를 장소화 시킨 '벼룩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장소명사이다. 현재 식당 주인이 여전히 그 주인인지 아니면 주인의 개가 여전히 벼룩을 업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협소하고 어두컴컴한 식당 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풍성한 개털속에서 이리저리 유랑했을 벼룩들조차 정겹게 느껴진다. 여름철 많은 유럽의 관광지들이 그렇듯, 빌니우스 구시가지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유명 맥주 회사의 로고가 박힌 커다란 파라솔을 설치해서 운영하는 노천 식당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입구에 친절한 영어 메뉴는 말할것도 없고 관광객에게 익숙한 직원들의 환영인사에 실패할 확률이 적은 보편적인 메뉴 구성까지  그리고 노천 식당에 앉아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만큼 휴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것은 아마 없을것이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특별히 추천 장소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외진곳의 식당은 관광객의 입장에선 망설일법 하지만 한번쯤 들어가 보는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우리도 밖에 나가 한번 밥을 먹으려면 두세번씩 식당에 들어가서 앉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음식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직원들이 주는 아우라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 두세번 실패한 후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눌러 앉게 되는 식당들은 보통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단골집이라는 지위를 얻는다.







블루씨네는 빌니우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쥬얼한 타파스 바이다. 좁은 식당 내부를 지나 홀보다 더 좁은 부엌이 위치한 복도를 지나면 이렇게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다.  별로 가진것없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강한 아우라의 사람들이 그렇듯 장소 역시도 자존감이란것을 가질때가 있다.  일부러라도 신경쓰지 않은듯한 무심한 인테리어, 결점을 숨기지 않는 자신감, 손님을 자유롭게 하는 아우라.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이렇게 양옆으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구시가지의 옛 건물들이 보인다. 이런 건물들을 복원할때에 보면 일부 벽돌 부위를 일부러 시멘트칠하지 않고 남겨두면서 문화 유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지탱하고 있는것 같은 건물인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듯 보이니 식당으로서는 잘된일일지도. 구시가지에서는 식당 허가를 받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점포 주인의 허락만으로 되는것이 아니고 건물 전체 입주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어설프지만 직업병이라고 식당에 가면 이런것들을 우선 보게 된다. 이렇게 벽전체를 뒤덮고 있는 환기구들, 환기구 시스템이 잘못되서 이웃이 진동이라도 느낀다면 연기 냄새라도 느낀다면  게다가 밤새 맥주 마시며 떠드는 손님이 있다면 식당도 이웃도 정말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식당 설비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놔둘 수 있는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다. 한편으로는 위험 설비를 이렇게 야외에 노출해 놓으면 안전 규정이라도 어기는것은 아닐까 오지랖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가가치세 21%가 명시된 정식 영수증을 주지 않는것은 약간 아쉬웠다. 정직하게 모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식당의 직원으로써 이렇게 장사하는 식당을 보면 약간 얄미운게 사실이다.  직원이 메뉴와 가격이 적힌 임시 계산서를 먼저 가져오고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가져오면서 정식 영수증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계산서를 받으면 팁을 포함한 음식비를 내고 그냥 나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대부분의 식당은 아마도 굳이 정식 영수증을 만들진 않을것이다. 만약에 비용 처리 문제로 정식 영수증이 필요하다면 Fiskalinis kvitas를 요구하면 되고 영수증 아래에 부가가치세 21% (PVM 21%)가 적혀 있으면 그것이 제대로 된 영수증이다.








다 마신 와인병 데코는 이미 흔한 인테리어지만 바로 옆에 치열하게 꽂혀 있길래 어쨌든 찰칵.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보통 든든하게 배를 채우겠다는 사람보다는 맥주에 안주를 먹겠다는 사람이 많다. 일반 프랜차이즈 피자집이나 맥주집의 구태의연한 안주를 생각하면 나름 정갈하게 만든다.  빌니우스의 어떤 식당을 가도 발견할 수 있는 메뉴 칠리. 심지어 칠리 맛을 맛집의 기준으로 해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2015년부터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리투아니아이기에 6월까지는 모든 가격을 유로화와 공식 화폐였던 리타스 두가지로 표기 해야 한다.  파에야 가격이 15유로로 다른 음식보다 비싼데 두세명이 먹을 수 있는 큼지막한 파에야 팬에 나오므로 다른 메뉴는 시키지 않아도 된다.







맥주를 마실 수 없는 나이기에 오늘은 밥으로 배를 채우려고 파에야를 주문했다. 나오는데 50분이 걸린다기에 흑맥주를 시킨 남편을 위해 감자칲을 주문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듬뿍 뿌려진 캐러웨이 씨를 골라내느라 애먹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양배추를 절일때 첨가하거나 빵을 굽거나 때로는 그냥 씨채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이런저런 허브와 함께 갈아 고기를 절이기도 하는 맛있는 허브인데 저렇게 많으니 난감했다.








파에야 팬은 언제봐도 정겹다. 즉석 떡볶이나 닭갈비를 먹고나면 부스러기 김과 빨간 양념과 함께 비벼주는 그런 비빔밥을 먹는것처럼 밥이 약간 바닥에 눌러 붙었어도 싹싹 즐겁게 긁어 먹을 수 있었는데 밥을 지나치게 잘한 나머지 긁어 먹을 밥 한톨 없었다. 해산물이 귀한 리투아니아에서 이 파에야에 들어간 해산물들은 냉동 해산물일 확률이 백프로이지만

해산물 천지인 베네치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중국인들이 팔아먹던 허접한 해산물 리조토 속 해산물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쩄든 파에야는 귀하디 귀한 샤프란과 국물이 스며든 탱탱한 밥맛으로 먹는것이니 상관없다.








어느 식당엘 가든 파에야가 메뉴에 있으면 일단 시키고 보는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파에야를 먹기 이전까지 절대 파에야 팬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금까지 꾸역꾸역 잘 지켜왔지만  빠른 시일내에 구입해서 내가 원하는만큼 쵸리죠를 듬뿍 넣고 볶아먹고 지져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