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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ca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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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27_Berlin cafe 09_Zucker baby 베를린의 많은 유명하고 매력적인 카페가 있겠지만 베를린을 생각할 때 가장 눈에 밟히는 곳은 어쨌든 바로 이곳이다. 머물던 집에서 불과 5분 거리의 동네 카페. 직접 볶은 콩을 갈아서 만든 신선한 커피를 파는 것도 꽃잎 흩뿌리고 온갖 슈퍼푸드로 치장된 트렌디한 브런치를 파는 것도 아니지만 난 아마 다음번에도 베를린에 가자 마자 다음 날 아침이면 이 곳에 갈거다. 오래된 수도원을 개조한 코르토나의 호스텔에서 무료 아침을 먹기 위해 힘들게 일어나 식당에 내려왔을때 보온 물병에 담겨 있던 옅게 희석된 커피와 식빵을 상처내던 딱딱한 일회용 버터가 나를 기다리고 있던 그 아침을 생각하며 내가 다시 그 곳에 갈 것임과 마찬가지로. 이 카페에 세 번을 갔는데 두번 서있었던 어느 항해사의 캠핑차. 일찍 일어나서 여기서 ..
Berlin 26_Berlin cafe 08_Five Elephants 그날은 비가 내렸다. 갑작스럽고도 짧은 비로 하루 온종일 후덥지근함이 지속되었다. 왠지 모든 탓을 비로 돌려야만할 것 같은 날의 그런 가엾은 비들이 있다. 비 내리는 횡단 보도를 건너 현금 지급기가 여러 대 놓인 은행 건물로 들어섰을 때 손수 문을 열어주고는 자신의 동전통을 내미는 아저씨가 있었다. 섹스 피스톨즈의 시드 비셔스를 떠올리게 했던 차림의 그 아저씨, 하지만 시드 비셔스처럼 취해있지 않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는 모아진 동전으로 무얼 했을까. 빌니우스에는 꽤나 알려진 거리의 여자와 남자가 한 명씩 있다. 매우 화려한 화장과 옷차림으로 매일 빌니우스 근교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빌니우스로 출근을 해서 보통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동전을 부탁하거나 그녀를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과 포즈를 취하..
Berlin 25_Berlin cafe 07_THE BARN 지나고 나면 그리워질 만한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아침에 커피를 마시면서 그날 저녁 무렵에 아침에 마셨던 그 커피를 그리워하게 될거라 짐작하는것은 그날 저녁이 되어 다음날 아침에 마실 커피를 그리워 하는것과는 좀 다른것이다. 내일 마실 커피는 기다리면 된다. 오늘 아침에 마시고 있는 '그' 커피는 곧 세상에서 단 한잔이 되어버릴 커피이다. 그것은 내일이 되면 없는것이다. 그리움은 엄연히 과거를 향한 감정이기에. '네가 그리워질거야' 라고 말하는것은 그 과거에 대한 감정이 현재에도 미래에도 지속되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기에. 그것에 관련된 모든 시간을 그 영역안에 가둬버리는것이다. 그리워질 것들에 대한 생각들은 그렇게 그들과의 현재를 더 밀도있는 시간으로 만든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들도 마찬가지이다. ..
Berlin 24_Berlin cafe 06_Distrikt coffee 베를린의 카페씬은 미테와 크로이츠버그 두 동네가 양분한 상태에서 그 주변 동네들이 모두 동시다발적으로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노이쾰른이든 프리드리히샨이든 어딜 가든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좋은 카페들이 점점이 퍼져나가고 있는것이다. 한편으로는 베를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이제 막 새싹처럼 돋아나고 있는 빌니우스의 카페들에 더 많은 애정을 쏟고싶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그리고 쉐네버그의 더블아이 (http://ashland.tistory.com/603)는 오히려 베를린 카페씬의 성역으로 다가온다. 꼭 커피맛 때문만은 아니다. 다른 카페들이 조금씩 닮은 구석을 공유하는 동시에 차별화하면서 하나의 카페씬을 형성하고 있다면 이곳은 그냥 독자적인 노선을 걷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동네 카페 이..
Berlin 22_Berlin cafe 05_Double Eye 베를린은 생각보다 큰 도시가 아니었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도를 근거로 서울의 물리적 크기가 무의식 깊숙히 자리잡은 상태에서 베를린의 지하철 노선도를 보면서 여기서 여기까지가 이만큼 정도이겠지 예상하면 그 예상은 항상 보기좋게 빗나갔다. 잠실에서 종로쯤일거라 생각했던 거리는 그냥 잠실에서 건대 입구 정도. 종로에서 일산까지 라고 생각했던 거리는 그냥 종로에서 대학로 정도까지였다. 지하철에 오르고 내리는것이 너무나 편한 구조여서 잦은 이동으로도 피로감을 주지 않았던 작은 베를린, 그렇지만 구역마다의 느낌은 제각각이었다. 크로이츠버그 Kreuzberg 의 옆동네이지만 상당히 멀리 떨어져있을거라 생각했던 쉐네버그 Schoneberg 지역은 그냥 정말 가까운 옆동네였지만 그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좀 덜 상업적이..
Berlin 15_베를린 카페 02_Sociale Cafe bar 콘서트 표를 찾았고 커피도 마셨고 몇장의 엽서도 샀다. 이제 편안하게 앉아서 엽서를 쓰며 땀을 식힐 수 있는 카페만 찾으면 된다. 이날은 오후 8시 넘어서 엠비언트 콘서트를 볼 계획이 있었는데 같이 콘서트 장소가 있는 동네로 갔다가 친구가 볼일을 보고 콘서트 시작 후 합류하는것으로 일정을 짰다. 이 카페는 콘서트가 열린 클럽 Berghain 에서 멀지 않은곳에 위치해있다. 메르세데츠 벤츠 아레나가 보이고 따지고 보면 이스트 사이드 갤러리에서도 멀지 않은 장소인데 역에 내려서 걷다보면 꽤나 외진 동네라는 느낌을 준다. 콘서트 장소를 찾아내고서도 버려진 공장 같은 그 건물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댔다. 사나운 개 한마리가 잠들어있는 건물 1층에 온몸에 문신을 한 용접 마스크를 쓴 아저씨에게서 여기가 맞다는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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