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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4 Vilnius Restaurant 01_ Blusynė
Vilnius Chronicle2015.06.14 04:45





여행중이든 일상속에서든 기분 좋은 한끼를 위해 헤매다가 이렇게 밖에서 두리번 두리번거리게라도 하는 식당이 있다면 일단 들어가보는것이 좋다. 들어갔는데 지금 땡기지도 않는 음식만 메뉴에 잔뜩 있으면 어쩌지, 직원이 영어를 못하면 어쩌지라는 고민은 개에게나 줘버리고 우선은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는게 낫다. 특히 빌니우스 구시가지에 인적이 드문 이런 거리에서 빛바랜 건물 외벽에 군데군데 페인트 칠이 벗겨진 레스토랑을 발견했다면, 예쁘게 꾸미려 노력한 흔적도, 옥외 메뉴판에 공들인 흔적도 없는 그런 식당을 발견했다면 말이다. 그것은 비단 여행자에게만 국한된것은 아닌것 같다. 매일매일 도시를 걸으면서도 거리 이름도 모른채 지나다니는 현지인들에게도 해당사항이다. 이런 한적한 거리속의 좁은 입구를 가진 뭔가 폐쇄적이고 어딘지 모르게 배타적으로 보이는 식당들은 내부에 야외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도만 넘어도 밖으로 나가지못해 안달나는 리투아니아 사람들에게 에어컨 설비가 일반적이지 않은 식당속에서 맥주를 마시라는것같은 고문도 없다.  이웃 프렌치 식당인 발자크 (Balzac)와 함께 길지 않은 사비치어스 거리를 (Savičiaus gatvė) 지키고 있는 블루씨네 (Blusynė)도 그런 장소중 하나이다.








빌니우스 시는 상업적 목적의 건물의 인테리어나 간판 인테리어에 관련해서 꽤나 엄격한 규정을 가지고 있다. 조명이 들어가는 옥외 광고나 간판 설치도 엄격하게 제한되며 식당 컨셉에 맞춘다고 주인이 임의로 도색을 할 수 있는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삼층에 가정집이 있는 식당이 굳이 도색을 해야한다면 건물에 지정된 색으로 건물 전체를 도색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어설프지만 어찌보면 요식업 종사자로써 이런저런 문제로 시청에 불려다닐일이 많았는데,  어찌보면 이러한 빌니우스 시의 엄격한 정책들이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는 빌니우스의 정체성을 지키는데 일조하고 있는것은 확실하다.  대중적으로 맛있는 식당이든 없는 식당이든가와는 상관없이 내가 사는 도시, 내가 여행하는 도시에서 추억이 담긴 허름한 어떤 장소를 가진다는것은 유쾌하다.  말끔하고 세련되게 칠해진 건물에 휘황찬란 번쩍거리는 그저 그런 장소에서 지갑을 가진 소비자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을 지닐바에야 말이다.









식당 주인의 개한테 벼룩이 있는데에서 착안했다는 식당 이름 블루씨네 Blusynė. 벼룩이라는 명사 Blusas 를 장소화 시킨 '벼룩이 있는 곳'이라는 뜻의 장소명사이다. 현재 식당 주인이 여전히 그 주인인지 아니면 주인의 개가 여전히 벼룩을 업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협소하고 어두컴컴한 식당 속에서 어깨를 맞대고 맥주를 들이키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면 풍성한 개털속에서 이리저리 유랑했을 벼룩들조차 정겹게 느껴진다. 여름철 많은 유럽의 관광지들이 그렇듯, 빌니우스 구시가지에도 사람들이 몰리는 광장이나 거리에서  유명 맥주 회사의 로고가 박힌 커다란 파라솔을 설치해서 운영하는 노천 식당을 발견하기란 어렵지 않다. 입구에 친절한 영어 메뉴는 말할것도 없고 관광객에게 익숙한 직원들의 환영인사에 실패할 확률이 적은 보편적인 메뉴 구성까지  그리고 노천 식당에 앉아 들이키는 시원한 맥주만큼 휴가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것은 아마 없을것이다.  







그래서 가이드북에 특별히 추천 장소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면 외진곳의 식당은 관광객의 입장에선 망설일법 하지만 한번쯤 들어가 보는것도 정신 건강에 좋다. 우리도 밖에 나가 한번 밥을 먹으려면 두세번씩 식당에 들어가서 앉았다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음식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서, 직원들이 주는 아우라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아서,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렇게 두세번 실패한 후에 들어가서 음식을 주문하고 눌러 앉게 되는 식당들은 보통은 깊은 인상을 남기고 단골집이라는 지위를 얻는다.







블루씨네는 빌니우스 현지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캐쥬얼한 타파스 바이다. 좁은 식당 내부를 지나 홀보다 더 좁은 부엌이 위치한 복도를 지나면 이렇게 야외 공간으로 이어진다.  별로 가진것없지만 뭔가 있어보이는 강한 아우라의 사람들이 그렇듯 장소 역시도 자존감이란것을 가질때가 있다.  일부러라도 신경쓰지 않은듯한 무심한 인테리어, 결점을 숨기지 않는 자신감, 손님을 자유롭게 하는 아우라.








야외 테라스에 앉으면 이렇게 양옆으로 리모델링을 하지 않은 구시가지의 옛 건물들이 보인다. 이런 건물들을 복원할때에 보면 일부 벽돌 부위를 일부러 시멘트칠하지 않고 남겨두면서 문화 유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지탱하고 있는것 같은 건물인데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듯 보이니 식당으로서는 잘된일일지도. 구시가지에서는 식당 허가를 받는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점포 주인의 허락만으로 되는것이 아니고 건물 전체 입주자의 동의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어설프지만 직업병이라고 식당에 가면 이런것들을 우선 보게 된다. 이렇게 벽전체를 뒤덮고 있는 환기구들, 환기구 시스템이 잘못되서 이웃이 진동이라도 느낀다면 연기 냄새라도 느낀다면  게다가 밤새 맥주 마시며 떠드는 손님이 있다면 식당도 이웃도 정말 쉽지 않을거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식당 설비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놔둘 수 있는것도 어찌보면 자신감이다. 한편으로는 위험 설비를 이렇게 야외에 노출해 놓으면 안전 규정이라도 어기는것은 아닐까 오지랖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부가가치세 21%가 명시된 정식 영수증을 주지 않는것은 약간 아쉬웠다. 정직하게 모든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식당의 직원으로써 이렇게 장사하는 식당을 보면 약간 얄미운게 사실이다.  직원이 메뉴와 가격이 적힌 임시 계산서를 먼저 가져오고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가져오면서 정식 영수증을 가져다주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계산서를 받으면 팁을 포함한 음식비를 내고 그냥 나와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 대부분의 식당은 아마도 굳이 정식 영수증을 만들진 않을것이다. 만약에 비용 처리 문제로 정식 영수증이 필요하다면 Fiskalinis kvitas를 요구하면 되고 영수증 아래에 부가가치세 21% (PVM 21%)가 적혀 있으면 그것이 제대로 된 영수증이다.








다 마신 와인병 데코는 이미 흔한 인테리어지만 바로 옆에 치열하게 꽂혀 있길래 어쨌든 찰칵.









이곳에 모이는 사람들은 보통 든든하게 배를 채우겠다는 사람보다는 맥주에 안주를 먹겠다는 사람이 많다. 일반 프랜차이즈 피자집이나 맥주집의 구태의연한 안주를 생각하면 나름 정갈하게 만든다.  빌니우스의 어떤 식당을 가도 발견할 수 있는 메뉴 칠리. 심지어 칠리 맛을 맛집의 기준으로 해도 되겠단 생각이 든다. 2015년부터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리투아니아이기에 6월까지는 모든 가격을 유로화와 공식 화폐였던 리타스 두가지로 표기 해야 한다.  파에야 가격이 15유로로 다른 음식보다 비싼데 두세명이 먹을 수 있는 큼지막한 파에야 팬에 나오므로 다른 메뉴는 시키지 않아도 된다.







맥주를 마실 수 없는 나이기에 오늘은 밥으로 배를 채우려고 파에야를 주문했다. 나오는데 50분이 걸린다기에 흑맥주를 시킨 남편을 위해 감자칲을 주문했는데 필요 이상으로 듬뿍 뿌려진 캐러웨이 씨를 골라내느라 애먹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양배추를 절일때 첨가하거나 빵을 굽거나 때로는 그냥 씨채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이런저런 허브와 함께 갈아 고기를 절이기도 하는 맛있는 허브인데 저렇게 많으니 난감했다.








파에야 팬은 언제봐도 정겹다. 즉석 떡볶이나 닭갈비를 먹고나면 부스러기 김과 빨간 양념과 함께 비벼주는 그런 비빔밥을 먹는것처럼 밥이 약간 바닥에 눌러 붙었어도 싹싹 즐겁게 긁어 먹을 수 있었는데 밥을 지나치게 잘한 나머지 긁어 먹을 밥 한톨 없었다. 해산물이 귀한 리투아니아에서 이 파에야에 들어간 해산물들은 냉동 해산물일 확률이 백프로이지만

해산물 천지인 베네치아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중국인들이 팔아먹던 허접한 해산물 리조토 속 해산물보다 훨씬 맛있었다.

어쩄든 파에야는 귀하디 귀한 샤프란과 국물이 스며든 탱탱한 밥맛으로 먹는것이니 상관없다.








어느 식당엘 가든 파에야가 메뉴에 있으면 일단 시키고 보는데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파에야를 먹기 이전까지 절대 파에야 팬을 사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금까지 꾸역꾸역 잘 지켜왔지만  빠른 시일내에 구입해서 내가 원하는만큼 쵸리죠를 듬뿍 넣고 볶아먹고 지져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