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old town'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8.09.07 이별한 카페 (2)
  2. 2018.06.01 Vilnius 72_Very layered
  3. 2018.02.21 Vilnius 66_어떤 건물 (2)
  4. 2016.05.20 Vilnius 27_지금은 근무중 (4)
  5. 2015.08.25 Vilnius Restaurant 04_Sofa de Pancho
Cafe2018.09.07 07:00

오래 전에 이곳에서 커피 마신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http://ashland.tistory.com/385). 이곳은 나에게 겨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곳이었다. 이곳의 계절은 겨울과 겨울이 아닌 것 둘이다. 그것은 어쩌면 모두가 다 싫어해도 나는 좋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유치한 과장인지도 모른다. 리투아니아의 겨울은 지나간다기 보다는 잠깐 움츠러들었고 나머지 계절들은 제 스스로 찾아온다기 보다는 간곡히 초청을 해야만 겨우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 부츠와 여름 샌들이 오래된 모래알을 교환하며 좁은 신발장에서 자리를 바꾸듯, 카페의 테이블도 창고 밖으로 빠져나오고 다시 돌아가는 시기를 맞이한다. 결국 오고야마는 겨울을 싫은 척 하면서도 가슴 깊이 안게 되지만 이 카페에 겨울이 찾아오면 늘 조금은 우울해졌다. 이 거리를 걸을때면 이 정도면 충분히 따뜻해진거겠지 라는 조급한 생각과 함께 늘 저 깊숙한 마당을 훔쳐보곤 했다. 이곳에 테이블이 놓이면 비로소 겨울도 잠깐 비껴난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테이블이 자취를 감추면 오히려 그제서야 여름을 체념할 수 있었다. 이곳의 탁자들은 습관적으로 시즌을 맞는 다른 카페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스스로 걸어나와 자신의 앞마당에서 온 몸을 늘어뜨려 햇볕을 즐기고선 더 이상 필요 없다 생각되면 미련없이 사라지던 것. 난 이곳의 커피나 음식이 좋았다기보단 신발 아래를 스치는 바닥 타일 사이의 이끼, 함께 오르자고 눈길을 잡아끌던 담쟁이 덩굴, 울룩불룩한 돌마당을 조심스레 운전해서 빠져나가던 차량들, 호기심에 들어와서는 머뭇거리다 되돌아가는 사람들, 익숙하게 들어와 담뱃불을 붙이고 천장 가득 연기를 풀어놓고 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탁자 위의 찻잔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좋았다. 아이는 오래된 건물의 더 깊숙한 마당까지 들어가 한참을 뛰어다니다 다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탁자들은 또 다른 여름을 즐기려는지 매년 긴 휴가를 떠나곤 했다. 그림자만 고스란히 남겨두고 탁자가 없다. 내게 주어진 도시의 여름은 턱없이 짧은데 이들은 겨우내 쌓인 먼지를 다 털어내버리자마자 야속하게 한 달 가까이 문을 닫고 휴가를 즐기러갔다. 그들이 느지막히 돌아오고 나면 아침은 서서히 겨울의 냄새를 흘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또 다음해를 기약하며 그들은 또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고 새학기, 9월이 다가와도 어쩐지 등장하지 않던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이 카페는 그렇게 문을 닫았다. 왜일까. 이 날 나는 근처의 새로 연 카페들을 기계적으로 서성거리며 커피 세 잔을 언거푸 마셨다. 오랜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홧김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드라마 속 풍경은 어쩌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조차 들었던 날. 저 마당의 햇살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곳에 무엇이 생기든 계속 기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찻 잔과 스푼 따위가 바뀔뿐이겠지. 

이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이곳의 내부는 겨울 그 자체였다. 찻잔과 커피가 가구 같은 곳. 커피콩과 초콜릿, 생강쿠키상자가 먼지처럼 쌓여 있는 곳. 목재가구는 오히려 카펫 같고 커튼 같고 벽난로 같다. 어깨를 부딪히며 대화에 열중하던 여행자들로 빼곡했던 다르질링의 호스텔 카페처럼. 이곳에 들어서면 왠지 한참동안 서서 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돌아볼 정도의 큰 소리를 내며 신발에 묻은 눈을 털어내야 할 것 같다.  곧 이어 코트를 걸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그렇게 다 털어냈다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도 조금 후면 마룻바닥에는 녹은 눈이 만들어낸 신발 자국이 남겠지. 겨울은 다 녹아버리는데 난 왜 끝끝내 남는것은 겨울뿐이라고 고집을 부리는 걸까.  

이곳엔 궁륭이 남아 있다. 이곳에 생기는 가게들이 몇번 바뀌어도 아마 내부 구조가 바뀌는 일은 없을거다. 

갈때마다 한 장 두 장 찍어 놓은 사진들. 남는게 사진이라는 것은 사람을 찍을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뭔가 리빙스턴 경이나 제임스 힐튼 같은 사람적 사람들이 수집한 찻잎을 모셔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공간.

카페의 모든것들이 가지고 있던 자기 자리.

난 단 한 번 딱 저 끝까지 가봤다. 

시작은 늘 

때로는

가끔은

때로는

가끔은

때로는

가끔은

그리고 무수했던 커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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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06.01 07:00



Vilnius_2018


 모든 성자들의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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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8.02.21 08:00


Vilnius_2018


겨울 햇살이 따가운 추위를 뚫고 거리 거리 차올랐던 날, 고요했던 건물들의 마당 구석구석 햇살에 녹아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가득했다. 돌아오는 봄은 다음 겨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응축된 짧은 정거장, 의도한 만큼 마음껏 바닥으로 내달음질 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 아름다운 곳들은 늘상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누비고 싶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식 성당들이 즐비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의 성당에서도 두세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빌니우스이다. 화재로 불타 버린 목조 건물 터에 벽돌을 쌓고 전쟁, 전염병으로 그마저도 파괴되고나면 남은 벽돌 위에 다시 돌을 얹고 바르고 칠하고 새기며 어떤 시간들은 흘러갔고 그만큼 흘러 온 역사를 또 복개하고 걷어내면서 옛 흔적을 찾아내는 식이다. 타운홀 근처의 내셔널 필하모닉에서 새벽의 문까지 이르는 거리, 이제는 끝났다고 생각했던 성당들이 이 짧은 거리의 말미에 아직 끝이 아니라며 앞다투어 나타난다. 지금은 1층에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이 일반 건물은 다양한 건축 양식의 콜라주를 연상케하는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단면을 보여주는 미니어쳐이다. 여러개의 화덕에서 구워져 나온 듯한 균일하지 못한 빨간 벽돌들이 계단처럼 하늘로 치솟고 그 사이에서 겨우 발굴되어진 스그라피토, 사이사이를 메운 투박한 시멘트조차도 그저 20세기의 흔적일 뿐. 난 이곳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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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6.05.20 17:43



(Vilnius_2016)



영원한 휴가를 꿈꾸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다니 아이러니하다.  힘들수도 있는데. 아 하늘은 이렇게나 파랗고 바람이 이렇게나 싱그러운데 일을 해야하다니 불만 한가득일 수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셔터를 누른다. 무거운 호스를 내려 놓고 잠시만이라도 고개를 들어 머리위의 하늘을 보세요. 한껏 물 마시고 촉촉해진 화단 가장자리에 앉아서 담배라도 한대 태우세요. 그러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텐데. 그렇게 한참을 쳐다봤는데 기사석에 앉아있던 고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이러쿵저러쿵 물주는 방법에 대해 훈수를 두었다.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은 하루였기를. 돌아가면 그를 맞이하는 포근한 미소와 폭신한 한구석을 가진 삶이기를. 







Posted by 영원한 휴가
Vilnius Chronicle2015.08.25 04:35





이렇게 여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겨울이라는 아이에 좀 더 목을 매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이다.

덥고 푹푹찐다고 짜증을 내기엔 그럼에도 마냥 따사롭고 그저 천연덕스러운 아이같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갈까 조바심을 내는 요즘

한편으로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기다리던 겨울이 왠지 내 눈밖에 난것같아 애처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삼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깨닫기 시작한 이 찬란한 여름에 대한 찬양이 겨울을 향한 비난은 절대 아닐것이다.

단지 쉬지 않고 지난날이 되어가는 붙잡을 수 없는 일분 일초의 찰나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질투라고 하는편이 낫겠다.



8월을 10일여 남겨둔 화창한 금요일 오후.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활기 그 자체였다.

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노천 카페와 식당, 직원들은 쉼없이 맥주를 나르고 퇴근 후 혹은 휴가중의 금요일 오후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사람들의 웃음속에는 어떻게 하면 이 짧은 순간을 영원 불멸의 기억으로 남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적어도 내 머릿속은 그런 생각으로 가득했다.

이제 곧 시작될 9월의 새 학기, 여행객에게도 리투아니아인들에게도 끝을 향하는 8월이 아쉽지 않다면 거짓말일것.



빌니우스의 타운홀 (Rotušė) 을 살짝 벗어나서 구시가지의 유일한 재래시장, 할레 시장 (Halės turgus) 을 향하는 긴 거리 Visų šventųjų gatvė. 

직역하자면 '모든 성자들의 거리' 라는 뜻으로 거리의 초입에 동명의 분홍 빛깔의 교회가 자리잡고 있다.

그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나타나는 빌니우스의 멕시칸 식당. Sofa de Pancho.



 빌니우스에는 냉방시설이 되어있지 않은 식당이 많아서 바깥 공간이 있다면 더운 여름 식당 내부는 보통 텅텅비게 마련이다.

하지만 이날의 식당 내부는 발디딜틈 없이 손님으로 꽉 찼을뿐 아니라 야외에도 빈 테이블이 없었다.



리투아니아에서 테이블을 야외에 내놓을 수 있도록 노천 식당 허가를 내주는 기간은 공식적으로 4월초부터 10월말까지이다.

차량 통행이 금지된 큰 대로라던가 광장을 낀 식당이 아니라면 보통은 좁은 보도 블럭에 몇개의 테이블을 내어 놓는데 그치지만 

작은 의자를 놓기에도 버겁게 너무 협소한 보도블럭 위의 이 식당 건너편에는 몇개의 벤치를 지닌 나무가 우거진 아주 작은 공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이번 여름부터 그 공원에 테이블을 설치해서 그 어떤 빌니우스내의 식당보다 여름에 방문하기 좋은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물론 종업원들은 일방통행이긴 하지만 어쨌든 차와 자전거가 지나다니는 도로를 항상 가로질러 다니며 서빙을 해야하는 수고를 누려야하지만 말이다.

일방통행의 일차선 차도를 사이에 두고 식당과 야외 테이블이 나란히. 

대여섯개의 테이블이 있었을뿐이지만 어디선가 매콤한 해산물 스프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유일하게 남은 테이블이었지만 테이블보가 준비되어있지 않아서인지 주문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그래도 상관없으니 메뉴를 달라고 하고서는 앉으려고 하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손님들이 자리를 비켜주었다.

별로 큰 돈 들이지않고 뚝딱 만든 테이블 같지만 그냥 아무 나무나 사용한것 같진 않다. 



식전에 가져다 준 물병이 몹시 마음에 들었다. 

멕시코에 가면 이런 물병 살 수 있는건가. 뭘 담아놔도 맛있게 홀짝 거릴 수 있을것 같은 물병이다.



이 휘황찬란한 테이블 보는 왠지 멕시코 시장에 가면 5장에 2달러면 살 수 있는 목욕타올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물병에 비친 색깔은 예쁘다. 멕시코에 꼭 가보고 싶다. 


이 식당이 자리잡고 있는 길고 긴 건물은 거의 이 거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 있을정도로 긴데

식당뿐만아니라 화방과 약국 미용실이 자리잡고 있다.

보통 이렇게 넓은 면적의 높은 지붕을 가진 건물의 경우 다락방과 같은 구조로 이층집을 설계하는 추세인데 이 옛 건물은 주황색 옛 벽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어딜가든 식당의 수프부터 먹고 보는 나.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맛있는 메뉴일 가능성이 높다. 

수프로 어찌 배를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익숙해졌는지 한끼 식사로 충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무슨 수프인지 설명이 없어 더욱더 호기심을 가지고 주문했다.

내가 먹어본 중 가장 매웠던 고추가 하바네로였는데 할라피뇨와 하바네로를 2유로에 판다. 절인 고추였을까? 아님 그냥 생고추를 자른 안주인가.

그외이 다른 고추라니 어떤 매운 고추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지나치게 매운것을 먹고 있지 않은 요즘이라 주문할 수 없었다. 



빨리 멕시코 가보고 싶다. 언제 저 멕시코 모자쓰고 나쵸에 코로나 마실 수 있을까. 



가장 인상적이었던것은 끝도 없는 테낄라 페이지였다. 이런 페이지가 세 이지 정도. 

심지어 마트에서 자주 보던 두세종류의 유명한 테낄라는 이 사이에 없었다는것. 



이것이 내가 주문한 수프였다.

쥐포같이 생겨서 길게 늘어뜨려져 있는 것은 나쵸였다. 옥수수 알이 가득했고 잘게 찢어진 닭가슴살들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육계장 비슷한 맛이었다. 빌니우스에 오래된 멕시칸 식당이 한군데 더 있는데 그곳보다 훨씬 정통한 느낌이 들었다.

정통하다니. 멕시코에 가보지도 못했는데 내가 이 음식이 오리지널에 가깝다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식당의 비주얼이나 인테리어 같은것들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가를 반증한다. 

하지만 제발 이 수프가 실제 멕시코인이 정성스럽게 끓인 정말 멕시코적인 수프이기를 바란다. 



늘상 시키고보는 파히타이지만,한번도 멕시코산 파히타를 먹어본 적이 없지만 왠지 어떤 파히타도 파히타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것은 우습게도

20년전에 중학교때 친구가 데리고 간 별천지처럼 느껴졌던 티지아이 프라이데이의 파히타의 맛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기때문.

그냥 야채와 고기를 볶다가 마트에 파는 파히타 믹스를 쏟아 부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직접 구은 또띠야는 또띠야만 집어 먹어도 행복할 정도로 맛있었다.  맛있는 난과 식빵을 아무 양념 없이도 그냥 먹을 수 있는것처럼.


https://www.facebook.com/sofadepancho




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