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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old 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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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09_어느 꽃집 아마도 빌니우스 구시가에 있는 가장 작은 꽃집. 항상 새어나오던 오렌지 불빛에 크리스마스 조명이 더해졌다. 이곳에서 늦은 봄 가장 작아 보이는 화분 두 개를 샀었다. 물을 아주 싫어하니 한 달에 한 번 정도 흠뻑 담갔다가 빨리 꺼내면 될 것이라는 여인의 설명과 함께. 하지만 물을 그렇게 조금만 먹는 것 치고는 작은 화분에서 그 식물들은 너무나 잘 자랐다. 필요한 것이 아주 적은 그들의 삶인데 어느새 집이 좁아진 것이다. 작은 화분 하나를 더 사서 셋을 큰 화분 하나에 모아 놓으면 예쁠 것 같다. 그리고는 길다란 크리스마스 전구가 지나가는 창가에 놔둬야겠다.
Vilnius 108_오후 4시의 하늘 뭔가를 기다리는 동안 푹 빠져들 수 있는 어떤 생각들과 풍경들이 있다면 그 기다림이란 것이 사실 그리 지겹고 버거운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내 차례가 거의 다가왔을 때 일부러 또다시 은행의 번호표를 뽑기도 했다. 그리고 마음이 바빴던 누군가는 몇 초간 머물다 그냥 넘어가는 전광판의 나의 옛 번호를 보고 잠시 행복해했겠지. 그리고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번호들을 보았을 땐 나와 비슷한 누군가가 있었을지 모른다 생각하며 속으로 웃곤 했다.
Vilnius 78_공사중 그냥 부수고 새로지을 수 없는 건물. 이런식으로 외벽을 그대로 놔두고 속을 채워나간다. 이리저리 휘어진 철근으로 가득한 공사장 대신 이렇게 해골 바가지처럼 뻥 뚫린 건물을 보면 아슬아슬한 동시에 스산한 기분이다. 날이 맑아서 파랗다면 다행이다. 저 빈틈이 온통 회색으로 채워질때도 더러 있다.
이별한 카페 오래 전에 이곳에서 커피 마신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http://ashland.tistory.com/385). 이곳은 나에게 겨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곳이었다. 이곳의 계절은 겨울과 겨울이 아닌 것 둘이다. 그것은 어쩌면 모두가 다 싫어해도 나는 좋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유치한 과장인지도 모른다. 리투아니아의 겨울은 지나간다기 보다는 잠깐 움츠러들었고 나머지 계절들은 제 스스로 찾아온다기 보다는 간곡히 초청을 해야만 겨우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 부츠와 여름 샌들이 오래된 모래알을 교환하며 좁은 신발장에서 자리를 바꾸듯, 카페의 테이블도 창고 밖으로 빠져나오고 다시 돌아가는 시기를 맞이한다. 결국 오고야마는 겨울을 싫은 척 하면서도 가슴 깊이 안게 되지만 이 카페에 겨울이 찾아오면 늘 조금은..
Vilnius 72_Very layered Vilnius_2018 모든 성자들의 교회.
Vilnius 66_어떤 건물 Vilnius_2018 겨울 햇살이 따가운 추위를 뚫고 거리 거리 차올랐던 날, 고요했던 건물들의 마당 구석구석 햇살에 녹아 내리는 물방울 소리가 가득했다. 돌아오는 봄은 다음 겨울을 위해 더 할 나위 없이 응축된 짧은 정거장, 의도한 만큼 마음껏 바닥으로 내달음질 칠 수 있는 사치스러운 감정, 아름다운 곳들은 늘상 조금은 우울한 마음으로 누비고 싶다. 구시가지 곳곳에 바로크식 성당들이 즐비하지만 잘 살펴보면 하나의 성당에서도 두세개의 건축 양식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빌니우스이다. 화재로 불타 버린 목조 건물 터에 벽돌을 쌓고 전쟁, 전염병으로 그마저도 파괴되고나면 남은 벽돌 위에 다시 돌을 얹고 바르고 칠하고 새기며 어떤 시간들은 흘러갔고 그만큼 흘러 온 역사를 또 복개하고 걷어내면서 옛 흔적을..
Vilnius 27_지금은 근무중 (Vilnius_2016) 영원한 휴가를 꿈꾸는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다니 아이러니하다. 힘들수도 있는데. 아 하늘은 이렇게나 파랗고 바람이 이렇게나 싱그러운데 일을 해야하다니 불만 한가득일 수 있는데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셔터를 누른다. 무거운 호스를 내려 놓고 잠시만이라도 고개를 들어 머리위의 하늘을 보세요. 한껏 물 마시고 촉촉해진 화단 가장자리에 앉아서 담배라도 한대 태우세요. 그러면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가벼워질텐데. 그렇게 한참을 쳐다봤는데 기사석에 앉아있던 고참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이러쿵저러쿵 물주는 방법에 대해 훈수를 두었다. 그래도 나쁘지만은 않은 하루였기를. 돌아가면 그를 맞이하는 포근한 미소와 폭신한 한구석을 가진 삶이기를.
Vilnius Restaurant 04_Sofa de Pancho 이렇게 여름을 사랑하게 될 줄 알았다면 겨울이라는 아이에 좀 더 목을 매었어야 되는게 아닐까 생각되는 요즘이다.덥고 푹푹찐다고 짜증을 내기엔 그럼에도 마냥 따사롭고 그저 천연덕스러운 아이같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이 조금이라도 빨리 지나갈까 조바심을 내는 요즘한편으로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고 기다리던 겨울이 왠지 내 눈밖에 난것같아 애처롭기까지 하다.하지만 삼십년이 훌쩍 지나서야 깨닫기 시작한 이 찬란한 여름에 대한 찬양이 겨울을 향한 비난은 절대 아닐것이다.단지 쉬지 않고 지난날이 되어가는 붙잡을 수 없는 일분 일초의 찰나에 대한 나약한 인간의 질투라고 하는편이 낫겠다. 8월을 10일여 남겨둔 화창한 금요일 오후. 빌니우스의 구시가지는 활기 그 자체였다.사람들로 꽉꽉 들어찬 노천 카페와 식당, 직원들은 쉼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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