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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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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19_풍선 Balionai 빌니우스 구시가지의 타운홀 계단은 앉아서 사람 구경하기 참 좋은 곳이다. 우리는 지나가는 사람들과 벤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 관해서, 세그웨이 같은것을 타고 익숙하지 않은 몸짓으로 위태롭게 지나가는 그룹 여행자들과 잠시 여유가 생겨 정차를 해놓고 담배를 피우는 택시 기사들에 관해서 이야기 하곤했다. 그들과 우리 사이에 확보된 넉넉한 공간을 텅 빈 도화지 삼아 그들이 어디에서 이곳까지 흘러들어 어떤 기분으로 현재를 만끽하고 어디로 가고있는지에 대해 멋대로 상상하며 잡담하곤 하는것이다. 성수기에도 이곳은 생각만큼 붐비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마음에 드는 점이라면 이곳에 앉아서 사람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개학을 하루 앞둔 8월 31일, 잠시 계단에 앉아서 커피를 홀짝이고 있는 사이 하얀차 한대가..
리투아니아어 17_수선점 Taisykla 얼마전에 신발을 고치려 갔는데 주인 아저씨가 어쿠쿠 하셨다. 이 신발을 고쳐 신느니 그냥 하나 사라는 소리셨다. 고치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가 이런 말도 안되는 신발도 한 번 잘 고쳐보겠어' 라는 도전정신이 생길법도 한데 보자마자 그런 소릴 하셨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거다. 신발창 군데 군데 구멍난곳이 있어서 그것만 갈면 새것처럼 신을 수 있겠다 생각했었는데 아저씨 말을 빌리자면 '이 신발에는 아무것도 없어' 였다. 고쳐서 신을 만한 아무런 건덕지도 없다는 소리였다. 35유로를 내면 한번 고쳐보겠다고 하셨는데 50유로도 안주고 산 신발을 그 돈을 내고 고치려고 하니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물건이라는것에 정이 들면 돈을 떠나서 어떤 원칙이란것이 생기게 되는 법, 손해보는 장사라고해서 쓰레기통에..
리투아니아어 16_영화 Kinas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Kino 라는 영화잡지가 있었다. 그 영화 잡지를 사 본적은 없다. 뭔가 가르치려드는 느낌, 너무 현학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내게는 강했던 탓이다. 영화를 막 좋아하기 시작하던 그 시절에 서점에서 쉽게 살 수 있던 잡지들이 몇종류 있었다. 우선 '스크린'이나 '로드쇼'처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크리스챤 슐레이터 같은 당시의 헐리우드 스타들의 브로마이드를 부록으로 주곤하던 인기 스타의 신변 잡기나 헐리우드 흥행 영화들에 관한 기사 위주의 잡지가 있었다. 그리고 잡지 커버가 마음에 들면 종종 사곤했던것이 매주 발간되던 씨네 21이었고 창간때부터 한동안 매월 내가 구입했던것은 공평동에 본사가 있던 프리미어라는 월간 잡지였다. 씨네21과 프리미어를 내가 좋아했던 이유는 씨네필..
리투아니아어 15_물 Vanduo 리투아니아어의 명사는 -as,-is,-us 와 같이 자음으로 끝나는 남성명사들과 -a , -e 와 같은 모음으로 끝나는 여성 명사로 주로 나뉘지만 이들말고도 -uo 로 끝나는 명사들도 종종 만날 수 있다. 이들 명사의 개수는 상대적으로 적다. 물을 뜻하는 Vanduo 도 그런 명사들중 하나로 '반두아'로 발음함. 반두오 아님. Akmuo (돌) 아크무아, Dubuo (사발,대야) 두부아 Ruduo(가을) 루두아. 이들 명사의 격변화도 일반적인 격변화는 약간 다르다. 그래서 식당에서 물이 마시고 싶다면 2격을 써서 galima vandens? (갈리마 반덴스?) 라고 말하면 된다. 그런데 이렇게 물어보면 예쁜 유리병에 담긴 비싼 생수를 가져올 확률이 높으니 물 한잔에 돈을 지불하고 싶지 않다면 탭워터를 뜻..
리투아니아어 14_Švyturys 등대 리투아니아 최대의 맥주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Švyturys 슈비투리스 (Š는 쉐로 발음해야 되는데.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할지 항상 난감하다). 슈의 소리를 계속 내면서 모음을 ㅠ에서 ㅡ 로 바꿔주는 듯한 느낌으로 발음하면 된다. 등대라는 뜻이다. 이즈음이 완전 성수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거리 곳곳에 이 로고가 그려진 파라솔 세워놓고 맥주 파는곳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리투아니아의 맥주값은 싸다. 0.5리터에 1유로도 안하는 맥주가 수두룩하고 맥주를 1.5리터짜리 병에 따로 담아주는 맥주바들도 아주 많다. 이렇게 노천에서 마시는 경우도 3유로 정도면 리투아니아의 일반 맥주는 마실 수 있다. 리투아니아에서 길거리 음주는 불법이고 오후 10시 부터 아침 8시까지는 상점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되어 있다..
리투아니아어 13_Dobilas 클로버 집에서 멀지 않은곳에 우유 공장이 있다. 대부분의 유럽나라들이 그렇겠지만 역시나 유제품을 빼고 리투아니아의 식생활을 논하기란 불가능하다. 칼슘 함유량은 그렇다치고 유제품은 사실 지방 덩어리이다. 리투아니아에서도 우유 대체 식품인 두유나 곡물 음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1리터 우유를 80센트 정도면 살 수 있는것에 비해 그런 음료들은 거의 3배나 비싸다. 나이드신분들이 검은빵에 버터를 발라 드시는것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그런 어른들이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다 '소련 시절에는 버터가 진짜 버터였지. 요즘 버터는 가짜야.' 불순물이 많으니 왠만큼 두껍게 버터를 바르지 않으면 바른 느낌이 안나시는 모양이다. 도빌라스는 이 우유 공장에서 밀고 있는 브랜드 중의 하나인데. o 자 위에 보면 세잎 클로버가 ..
리투아니아어 12_너와 나, 나와 너 tu ir aš, aš ir tu 설마 누텔라가 가장 맛있을리 없어 하고 눈에 보이는 초코크림은 다 먹어본다. 어떤 강력한 브랜드의 힘은 아마 그런것일거다. 리투아니아어로 '나'는 Aš, '너'는 Tu 이다. ir 는 가장 널리쓰이는 접속사. š 는 sh 로 발음됨. 아쉬 이르 뚜.
리투아니아어 11_내가 좋아하는 단어 '배 Kriaušė' 지난 달에 친한 친구 한명이 부다페스트로 떠났다. 3개월간 임시직으로 일하고 아무 문제 없으면 계속 남게 되는 모양이다. 떠나기 전 날 친구들 전부 모여서 언덕에 앉아 새벽까지 이야기했다. 이 친구와는 평소에도 자질구레하게 이것저것 얘기할것이 참 많았다. 그래서 당분간 못보게 된다 생각하니 섭섭했다. 이 날 친구가 참 마음에 드는 질문을 던졌다. '리투아니아 단어중에 특별히 좋아하는 단어가 있어?' 였다. 리투아니아 생활 8년째이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많은 질문을 던져온다. 어떤 경로로 여기까지 오게 됐는지. 춥지는 않은지. 말을 배우는것은 어렵지 않은지가 가장 빈번한 질문이다.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들은 만날때마다 같은 질문을 두번 세번 던지는 경우도 있다. 뻔한 질문이라도 이야기를 하다보면 화제가 번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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