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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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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의 텅빈 거리 가 너무 생소했다. 왜 이렇게 차가 한대도 없지. 오전 9시인데 다들 벌써 출근해서 일을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하며 한참을 걷다가 공휴일인 것을 깨달았다. 일년 중 낮이 제일 긴 날. 한국의 절기로 따지면 하지였던 금요일은 리투아니아인들에게는 작은 축제의 날이다. 섬머 하우스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아마 집을 비웠을것이다. 들꽃을 꺽어 화관을 만들어 쓰고 작은 초를 강물에 띄워 멀리 흘려보낸다. 은행을 가려고 나왔던것인데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커피와 함께 물을 내어오는 카페만큼 기분 좋아지는 곳은 이런 작은 쿠키를 곁들여주는 곳이다. 쿠키는 달지. 그래서 설탕도 한개만 준다. 리투아니아의 티샵 체인점인 skonis ir kvapas 가 운영하는 카페가 구시가지에 딱 한곳있다. 차..
Vilnius 26_인생의 분위기 메이커 (Vilnius_2016) 늦잠을 자고 일어나거나 한 여름 밤 뒤에 바짝 달라붙어 몰려오는 이른 아침의 얇은 빛줄기 혹은 부지런한 새소리에 자연스럽게 깨어나서는 대충 눈꼽을 떼고 커다란 남방 따위를 걸치고 신발을 구겨신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방금 막 문을 연 카페가 있는 건물에 사는것도 나쁘지 않겠다 가끔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렇게 햇살이 스며드는 발코니에 저런 의자가 놓여져있다면 오히려 왠지 아래층 카페에는 가게 되지 않을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저런 의자를 놓아둘 발코니가 없더라도 아슬아슬하게라도 잠시 햇살이 머물다가는 그런 부엌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할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런 부엌이 없어서 커피가 맛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카페에 가면 되는것이다.
Vilnius Cafe_Taste map 우연히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멀리서 이렇게 놓여져 있는 테이블을 보고 몹시 놀라고 기뻤더랬다. 버스가 지나다니는 큰 길에서 카페를 보기 힘든 빌니우스인데 드디어 골목골목 가정집 사이에 카페가 생기는 문화가 시작된것일까. 10월의 암스테르담 날씨는 빌니우스의 10월날씨와 놀랍도록 비슷한데, 10월에 비라도 내리면 거짓말처럼 거리에서 암스테르담의 향기가 난다. 어둑어둑한 아침에 골목 어귀마다 카페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에 온몸이 따스해지곤 했던 그 10월의 아침. 기온도 하늘의 빛깔도 공기의 냄새도 너무 비슷한데 빌니우스에는 암스테르담 만큼의 카페가 없다. 그만큼의 인구밀도가 높지도 않고 아침마다 출근전에 카페에서 커피를 들이킬만큼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 한잔의 가격이 소득대비 저렴한것도 아니니깐.결정적으로 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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