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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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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 before sunset> 리차드 링클레이터, 2004 before sunset, 2004 다시 쌀쌀해진 날씨. 주말 오후 집에 틀어박혀 론니 플래닛을 뒤적여본다. 비행기표를 워낙에 일찍 사놓아서 여행까지 반년 정도면 기초 프랑스어를 배워도 남겠다고 생각했는데 밍그적거리는 사이에 여행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물론 살 방을 구해 놓은것 말고는 해놓은것도 없다. 지도위에 표시된 축척을 따라 손가락으로 아무리 에펠탑과 개선문 사이의 거리를 재어 보아도 쉽게 와닿지 않지만 이렇게 백지상태에서 내멋대로 상상할 수 있는것이 어쩌면 현재의 나의 특권인지도 모른다. 나중에 여행을 하고나면 지금 머릿속으로 그리는 파리의 모습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을테니깐. 부록으로 딸린 지하철 노선도를 뜯어서 펼쳐놓고 보니 그나마 방향 감각이 생긴다. 예를 들면 라데팡스는 우리나라로 치면..
Paris 01 목적지를 정하고 머릿속으로 나만의 여행을 상상하기 시작하면서 여행은 이미 시작된다. 집에서 식당까지 가는 동안에는 크고작은 대여섯개의 횡단보도가 있는데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며 멈춰서있는 짧은 시간들이나 마트 계산대 앞, 지루한 표정으로 하얀 센트를 세는 사람들 틈에서 내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 (리투아니아의 1센트 열개를 세면 40원정도로 그다지 화폐가치가 없는 이 센트를 보통은 '하얀색'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등등등의 짧고 짧은 시간들은 상상을 위한 최적화된 시간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잡생각말고는 그다지 생산적인 활동이 불가능한 짜투리시간에서도 쪼개지고 또 쪼개지고 남은 이 찰나의 순간들을 여행이라는 어느 미래의 한 순간에 투자할 수 있다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지나고보면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었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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