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 2020. 12. 8. 07:00

 

 

오래전에 시어머니께서 주신 러시아어 회화집. 맨 앞장에 78년도에 샀다고 적어놓으셨다. 상황별 짧은 러시아어 문장들이 리투아니아어와 함께 적혀있는데 마지막 칸에 리투아니아어 발음을 키릴 문자로 적어놓은 부분도 있다. 가끔 들여다보면 재밌다. 특히 식당 카페나 여행부분. 겉모습은 너무 다르지만 언어 구조가 유사하기 때문에 잊어버린 단어들만 소환시키면 금방 익숙해지는 느낌이 들어 조금 안도한다. 요즘 틈틈이 러시아어를 소리 내서 읽곤 하는데 리투아니아에 뿌리를 내린 러시아인들의 러시아어가 본토 러시아인의 그것과 너무 다르듯이 내 러시아어 억양도 오히려 리투아니아어를 전혀 하지 못했을 때 그나마 더 나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결과적으로는 한국어 자음 발음에 리투아니아어 억양이 섞인 이상한 러시아어이긴 하지만 말이다. 테이프가 함께있었더라면 좋았겠다 싶다. 여행이든 음악이든 사람이든 무엇이든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이 진짜구나 라는 생각에 또 기분이 좋아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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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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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시어머님의 온기가 남아있는 정말 귀한 책이네요. 영원한 휴가님 오래 오래 간직하시길요. 진정으로 귀한 것이라 생각 들어요.
    제 영어 발음도 이탈리안 억양이 섞여 발음되어 여럿의 사람들을 웃게 만들곤 했답니다. 영어를 한 참 먼저 시작했건만..... 한국어 억양을 벗어난 영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고....이태리어와 영어 역시 서로의 다른 그들의 본토 억양으로 구사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발음을 하는게 창피하여 입을 떼는 것이 그저 어려운 한국어, 영어, 이탈리아어가 뒤죽 박죽 섞인 몹쓸 러시아어를 하며 살고 있네요.... 사는게 그런건가 봐요.

    2020.12.11 15: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결국에는 이러다 심지어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게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그렇게 되어가고 있는 것도 같아요. 장황해지기 시작했거든요.

      2020.12.12 05:12 신고 [ ADDR : EDIT/ DEL ]
  2. 윤레

    블로그를 이렇게 열심히 하니 한국어는 잃지 않을 테야 ㅋㅋ 회화는 좀..지금보다 필요할까나??

    2020.12.20 16:0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