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2016. 9. 12. 08:00



작은 빌니우스에서 얼마나 다양한 IPA 를 접할 수 있을지 사실 의문이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있는것이라도 차근차근 다 마셔보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시험범위가 역사책 한권이었다가 일제강점기 부분으로 확 줄어들면 사실 범위가 줄어들어 기뻐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얼마나 시험문제를 자세하게 낼까 버럭 겁이나는것도 사실이다.  을사조약만 알아도 될 것을 을사5적의 이름을 하나하나 외워야 하는 상황이 되는것이다.  술을 좋아하지도 맥주가 맛있다는 생각도 맥주 마시기에 별다른 애정도 없었던 나인데 뜬금없이 IPA 라는 이 쓴 맥주들을 좋아하고 말겠다는 생각에 이르자 그 한 모금 한 모금의 씁쓸함과 빛깔에 나만의 라벨을 부착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우선 집 앞 마트에 있는 두세 종류의 IPA와 페일 에일 종류를 전부 마셔봤는데 신기하게도 맥주를 한 모금 머금기 직전 목젖 아래까지 차오르던 습관적인 긴장감에서 어느정도 해방되었음을 느낀다.  혀끝으로 쇄도하는 단단한 거품 속 홉의 자취에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짧은 시간에 적응이 된것 같아 놀라웠다. 맨 처음 마셨던 IPA 의 맛이 워낙에 강렬했고 녹슨 맥주캔을 입에 댄듯 저돌적이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맥주를 마시면  함께 마시는 사람들과 보통 한 모금씩 나눠 마시기 마련인데 일부 사람들이 그냥 쓰기만 한 맥주라는 반응을 보여서 오히려 더 신이 난다.  여느 맥주들은 기본적인 맥주의 맛이고 IPA 들은 마치 어떤 음식의 맛을 가진 맥주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인위적인 윤기와 찰기가 흐르는 시판 된장말고  꾸덕꾸덕하니 균열이 생긴 집된장 같다.  



 이 맥주는 우선 355ml 라서 마음에 들었고 라벨도 귀여웠다.  보드카 브랜드 stoli (stolichnaya) 로고의 폰트와 약간 유사해서 눈에 확 들어오기도 했다. 이  'B' 마크가 부착된 맥주가 마트에 두병 파는데 하나는 이스트 IPA 이고 다른 하나는 브라운 에일인데 개인적으로 이스트 IPA 가 나은것 같다.  그런데 이 맥주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맥주 종류가 어마어마 하다.  

http://brooklynbrewery.com/brooklyn-beers/perennial-brews#seasonals-link

유사한 틀안에서 형형색색 변주되는 아기자기한 라벨들이 마음에 든다.  같은듯하지만 저마다 개성있고 왠지 맥주의 맛을 반영하려 애쓴것 같아서 더 궁금해지는 맛이다. 예를들어 블랙 초콜릿 스타우트라고 적인 10%짜리 러시안 스타우트는 검정색 라벨인데 라트비아의 전통주 블랙 발잠 느낌이 난다.  맥주에 구애하는 방식은 의외로 다채로운것 같다.  어떤 이는 라벨을 모으고, 어떤 이들은 잔을 모으고, 코스터를 모은다.  우리나라 맥주들이 라벨도 좀 예쁘게 만들고 탄산수 좀 자제하고 묵직하게 만들면 좋을텐데  하긴 그런 맥주조차도 마셔본지 너무 오래되서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맥주의 맛은 나에게는 여전히 순간적이다.  마시는 그 순간에는 영원히 기억할것처럼 강렬하지만 그 맛을 입체적으로 기억하기 힘들다.  어떤 구체적인 맛으로 표현할 수 있고 항상 기억할 수 있는 맛의 맥주가 나에게도 생겼으면 좋겠다.  맥주 거품은 이왕이면 진중하고 단단했으면 좋겠다.  맥주가 쓰거나 부드럽거나의 첫 인상은 금빛 액체가 맥주 거품을 뚫고 흘러 나오는 순간에 결정되는것 같다.  거품이 많이 생기는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천천히 따르더라도 그 속도와 상관없이 두꺼운 띠를 형성하는 맥주들이 있다.  그런 찰진 거품을 뚫고 나오는 맥주들은 빛깔이 아주 진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맛으로 다가온다. 이 맥주는 알콜 도수가 6.9도 씩이나 됐지만 그렇게 쓰진 않았고 라벨에 카라멜 맥아가 들어있다고 써있는것에 혹해서 그 맛을 느껴보려 애쓰면서 마신 이유에서인지 약간의 달콤함이 느껴지기도 했고 보리 맥아 뿐만아니라 밀 맥아도 들어있어서 비교적 마시기 편했다.   1.5편의 영화를 보는내내 천천히 마셔서 다행히 취기도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맥주를 마시는 중간중간 달디단 벤앤제리스 아이스크림도 퍼 먹어서 중화된것도 같다.  아주 톡쏘는 밝은 계열의 맥주면 모를까 맥주에는 짠 음식보다는 오히려 단 안주가 더 어울리는것도 같다.  공식 홈페이지의 맥주 설명에는 타이, 인도, 말레이시아, 사천, 멕시코 음식같은 매운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쓰여져 있다.  들어가는 홉의 종류도 6가지나 된다.  많은 맥주에서 cascade 라는 홉이 자주 쓰이는것 같다.  홉의 종류에 따른 맛의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해진다. 


 

(출처_http://brooklynbrewery.com)


오늘 알게 된 용어. 오리지널 그래비티(Original Gravity).  Plato 라는 단위로 구분되고 맥주에서의 맥아의 비중. 맥즙의 정도를 가리키는 지수이다.  이 맥주의 오리지널 그래비티가 15.4이고 위의 10도짜리 러시안 스타우트가 24.5plato 였고 이 브룩클린 양조장에서 가장 알코올 도수가 높은 맥주의 오리지널 그래비티가 29plato 라고 나온다.  그렇다고해서 알콜 도수에 이 지수가 항상 비례하는것은 아닌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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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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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오오 매우 전문적인 느낌이...
    영원한 휴가님은 한가지에 집중하시면 깊이 들어가시는 스타일이신가봐요.
    저는 맥주는 잘 못 마셔서... 탄산이 적고 쓰지 않고 부드러운 맥주가 좋더라고요. 미켈럽이나 호가든 같은 쪽. 그리고 프라하의 흑맥주는 정말 맛있어요. 하지만 그외엔 맥주문맹!!!
    근데 맥주랑 아이스크림이 어울리는군요! 저는 둘다 차가운 거라 안어울릴줄 알았는데 신기신기!!!

    2016.09.13 0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한가지에 집중하면 깊이 들어가는 스타일....이멘나! 아니에요! ( 아 노어의 이멘나 그 단어에 상응하는 단어가 리투아니아어에서 butent 인데 이 단어를 이런 상황에서 사용하면 부정이 더 강조가 되는 느낌이라 혹시 러시아어에서도 비슷한 상황에서 사용하는지는 모르지만 그렇다면 느낌이 잘 전달될까 사용해봄...) 전 수박 겉핥기의 끝을 보는 스타일에 가까운데...이 맥주는 왠지 좀 알고 마셔보고 싶은 느낌이 생겼어요...제발 그 다짐이 오래가길요..저도 맥주는 잘못마셔요. 한병 겨우겨우 마시죠. 아 그리고 맥주랑 아이스크림은 의외로 잘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추천하긴 불편한 조합. 하지만 프라하 흑맥주 한병 사셔서 뭐죠 스트라치아텔라 라고 하셨나요 그 젤라또랑 함께 호텔방에서 드셔보시는것도 나쁘지 않을것 같아요. 나이트테이블 다시 끌어당겨서요..ㅋ

      2016.09.13 03:24 신고 [ ADDR : EDIT/ DEL ]
    • 제 짧은 지식으론 이멘나를 그렇게 쓰진 않는거 같은데 료샤에게 물어봐야겠어요(그렇게 쓴다 바보야 이럴거 같음 ㅋㅋ)
      전 찬걸 잘 못먹어서 스트라치아텔라랑 먹음 배탈날거 같아요 흑.. 실은 수퍼에서 미니 로제와인이랑 치즈 사다놨는데 망할 소공녀 다락방때매 아직 개시 안했어요 ㅋㅋㅋ

      2016.09.13 03:34 신고 [ ADDR : EDIT/ DEL ]
    • 혹시 그 상황에서 쓰는 다른 단어가 있음 꼭 알려주세요!

      2016.09.13 18:35 신고 [ ADDR : EDIT/ DEL ]
    • 아마 '사베르셴노'를 쓰지 않나 싶어요 그냥 제 생각 ㅋ
      근데 료샤에게 물어보니 제 질문을 이해를 잘 못해요 제가 노어작문이 안돼서 그런가봐요 잉잉 아님 아직 낮술에서 안깼나ㅠㅠ

      2016.09.16 04:37 신고 [ ADDR : EDIT/ DEL ]
    • 오 이 단어는 아직 접해보지 못한 단어에요. 이런 상황이라고해야하나. 그러니깐 '너 러시아에서 왔으면 보드카 엄청 잘마시겠다' '그게 그럴것 같지만 아니야!' 이럴때, '사베르센노 니엣.' 뭐 이렇게 쓰일수 있는거라면. 잉 왜 전 이단어에 집착하죠.ㅋ

      2016.09.16 05:35 신고 [ ADDR : EDIT/ DEL ]
  2. 맛이 써서 오히려 영원한휴가님의 입맛을 사로잡았군요! 그러고보면 전혀 의외의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의외로 색은 평범해보여요. 모르고 마셨다가 써서 혼나겠는데요? ㅋㅋ

    2016.09.13 06: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맞아요. 도대체 이런 맛의 근거는 무엇인가 생각하고 파고들고 싶을떄가 있죠. 그러고보니 좀좀이님 블로그에서 맥주 리뷰는 못본것 같아요. 혹시 기회가 된다면 기대할게요. ㅋㅋ

      2016.09.13 18:33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