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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폴 바셋_ 룽고



꼭 커피를 마실 생각이 없어도 눈에 띄는 카페는 그냥 들어가서 메뉴판이라도 확인하고 나오게 된다. 이 카페는 얼마전 종각에서 교보문고 가는 도중에 발견하고 호기심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부산에서 가보게 되었다.  아직 분점 수도 적은것 같고 5년전에 왔을때는 아마도 없었던 카페였던것 같고 결정적으로 커피 메뉴에 내가 먹고 싶은 커피가 있을것 같은 기대때문이기도 했다. 대부분의 빌니우스의 카페 메뉴에 보면 보통 에스프레소에서 라떼로 넘어가는 사이에 juoda kava 라는 커피가 있다.  직역하면 블랙 커피 인데.  근데 그 블랙커피에 상응하는 커피를 파는곳을 서울에서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빌니우스에서 쉽게 마실 수 있는 그 특별할것 없는 '블랙 커피' 라는것은 에스프레소 두샷을 부운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메리카노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걸쭉하고 시고 고소한 그런 커피인데 





그것이 아마도 이 카페가 팔고 있는 룽고나 리스트레토의 변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카페들이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메뉴에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 콘파냐, 에스프레소 마끼아또 같은것을 집어 넣는데 이곳은 에스프레소 메뉴 구성이 좀 다르고 아메리카노 없이 룽고가 들어가있어서 좀 신선했다. 





사실 카페에 가면 주는 이런 기계도 까맣게 잊고 있던 물건중의 하나였다.  그냥 한발짝 물러서서 다른 사람들이 주문하는 목소리에 섞여 서성거리며 기다리는것이 좋은데 한 카페에서는 심지어 '앉아서 기다리시면 되거든요' 라는 소리를 들어서 한번 더 놀랐다. 이곳에는 커피를 준비하는 앞쪽에 의자없는 긴 원통형 탁자가 있어서 팔을 얹고 서서 커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날은 룽고를 주문해서 마셨다.  시간이 별로 없었던 관계로 양이 적을것을 감수하고 둘이서 커피 한잔을 시켰는데 룽고 한잔의 양은 의외로 많았다. 검은 잔속에 휘감겨 있는 커피의 끈적하고 기름진 끄레마는 빌니우스의 블랙 커피를 생각나게했지만 그리고 커피맛도 색다르고 맛있긴했만 결과적으로 이 커피는 그냥 좀 많이 진한, 에스프레소 세네잔 정도가 들어간 아메리카노에 가까웠다. 다음부터는 우유가 들어가지 않은 커피를 마실때는 커피 양을 꼭 확인하고 주문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룽고는 일반적으로 에스프레소 한샷을 좀 길게 추출해서 양이 좀 더 늘어나게 되는데 이 룽고는 아마 에스프레소 두샷을 길게 추출해서 추가로 또 물을 부운것인지도 모르겠다.  엄청 고소한 맛이 강한 신기한 맛의 커피였다. 이 커피를 마시다보니 빌니우스에서 철마다 길거리의 잔디를 깎는 지인의 말이 생각났다. 그는 여러 종류의 풀이 기계속에 섞여서 마구 갈리면 그속에서 나는 냄새가 엄청 역하다고 그랬다. 사실 잘 깎인 잔디 곁을 스치듯 지나가면서 숨을 들이쉴때는 신선하다는 생각만 들때가 많은데 막상 장시간 잔디를 깎는 사람은 코밑에서 섞여서 깎이고 날리는 풀찌꺼기들 한가운데 서서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추출시간이 긴 룽고는 깎여나가는 잔디가 심오한 향기를 풍기듯 추출시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에스프레소나 리스트레또보다 맛이나 향이 좀 다채로운것 같다. 양이 좀 적었으면 이 커피는 정말 맛있게 마실 수 있었을거다. 결국 매장내에서 다 못마시고 일회용 종이컵에 남은 커피를 부어서 밖으로 나왔다.  그나저나 빌니우스에서 널리 마시는 블랙 커피는 리스트레토 도피오 라는 커피일 확률이 높다. 도피오는 더블이라는 뜻인데  마트에 파는 조그마한 이탈리아 농축 토마토 깡통에 보면 아니나 다를까 저 단어가 적혀있다. 리스트레또는 룽고와는 달리 오히려 추출시간이 일반 에스프레소 보다 짧아서 그런지 빌니우스의 블랙 커피는 에스프레소 두샷보다는 좀 양이 적고 농도도 좀 연한듯하다. 다음에 이 곳에 갈기회가 있다면 룽고 물 양을 좀 줄여달라고 하던가 리스트레토 두잔을 따로 마셔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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