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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st.dalfour 무화과잼

 

 

리투아니아에 살면서 잼이나 마멀레이드 같은 설탕에 절인 저장식품을 돈을 주고 사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번은 식당에서 아오리 같은 옅은 녹색 사과 한봉지를 주문해 놓고 하나씩 꺼내 먹고 있는데 주방 아줌마가 혼을 냈다.

집에서 가져다 줄테니 다음부터는 절대 돈주고 '사과' 사먹지 말라고.

그 집이 과수원을 해서가 아니다. 대부분의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섬머 하우스 개념으로

sodyba 라고 불리는 조그마한 시골집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하면 러시아의 다챠와 같은 여름 별장.

짧다고 말하기에도 너무 짧은 리투아니아의 여름을 만끽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이 섬머 하우스에서 주말을 보내는것이다.

이곳 저곳 아는 지인들의 섬머 하우스에만 초대 받아 돌아다녀도 여름은 금새 지나간다.

사과 나무 한 그루와 블랙 커런트 덤불이나 체리 혹은 앵두 나무 한 그루 정도는 마당에 그냥 자라나고 있는 소박한 여름 별장.

재배해서 판매 할 목적이 아니니 약을 치는 경우도 없어서 상품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말 못난이 사과들인 경우가 많은데 

말려서 먹거나 즙을 내서 주스로 저장하고 잼을 만들고 남은 일부는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

잼이라고 해서 전부 우리가 식빵에 발라먹는 딸기잼처럼 질퍽하고 부드러운 종류는 아니다.

체리나 앵두 딸기 같은것은 과일 본연의 형태를 유지해주면서 설탕물에 펄펄 끓여서 바로 통조림 화 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종류는 겨울에 끓는 물에 통째로 부어서 다시 쥬스처럼 끓여 마시거나

전분을 넣어서 걸쭉하게 만들어서 겨울 음료로 마시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밀가루 반죽을 질게 해서 팬케익을 만들고 그위에 발라 먹는 경우도 있다.

 시댁에 가면 돌아올 때 잼 한병은 꼭 가져오는데 보통 블랙 커런트나 앵두 쥬스 라즈베리 잼 같은 것이다.

식당 친구 중 한명에게 가끔 구운 김이나 김밥용 김을 선물 하면 집에서 답례로 딸기 잼이나 자두 잼을 가져다 준다.

이번에도 생일 선물로 뭐줄까 물어보길래 그냥 잼이나 한병 가져다 줘 했더니 정말 가져다 줬다.

그래서 잼을 사먹을 일은 거의 없는데,

마트에서 비싸게 팔던 st.dalfour라는 이 잼이 반값에 팔길래 그것도 무화과 잼이길래 한번 사와봤다.

비싸다고 해도 한국 돈으로 5000원 정도지만 보통 리투아니아 사람이면 오천원 주고 잼 안산다.

2500원이라면 그래도 살만하다. 

쓸데없이 비싸게 파는 물건을 보면 '와 좋은 물건인가봐'라는 생각 대신 본능적으로 반감을 느낀다.

결국 반값도 안되는 가격으로 할인해서 팔 수 있는 상품을

france 마크나 프랑스 철자로 범벅해놓고 돈 벌려는 속셈이 훤히 보인달까. 아 왜 이렇게 삐뚤어졌지.

아무튼 요즘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디자인이 경쟁력인가보다.

과일의 랩소디라니. 워워.

 

 

이물질이 많이 들어간 잼들은 빵에 바를때 보면 뻑뻑하게 뭉쳐서 식빵을 찢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

뭐 쓱쓱 부드럽게 잘 발리는것을 봐서는 우선 만족스럽다.

잼을 몇번 만들어봤는데 항상 설탕을 아끼다가 어정쩡하게 조금 넣어서

나중에 곰팡이가 생기고 썩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이 잼은 무화과 50퍼센트에 포도즙과 레몬즙에도 무가당이란다.

st.dalfour 는 도대체 어떻게 발음해야할지 몰라서 세인트달푸르 뭐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샹달프란다.

불어는 정말 눈에 익어서 알고 있는 단어들도 누가 얘기하거나 한글로 문자화되있는것을 봤을때의 이질감이 너무 크다.

불어 알파벳 읽는 방법만이라도 배워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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