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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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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여인> 홍상수 (2006) 홍상수 우연찮게 비슷한 시기에 데뷔작을 내고 나름 다작을 하고 마치 경쟁하듯 국제영화제에 드나들던 홍상수와 김기덕. 다른 방식이지만 어쨌든 보고나면 찝찝한 기분 들게 만드는 그런 영화를 만드는 대표주자들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보는내내 불편하고 아슬아슬한 느낌을 준다면 홍상수의 영화는 볼때는 우선 산뜻하다. 배경이 워낙에 심플하니 배우들의 세세한 움직임에 집중해서 관찰할 수 있는 재미가 있고, 봐도봐도 상투적이지만 결코 누구도 저거 우리 얘기네 하고 시인 하기 힘든 술마시는 장면이 항상 있다. 그리고 보고나면 좀 찝찝하다. 자기자신에게는 유난히 관대해지는 우리들의 이야기. 그래서 오랜만에 홍상수의 영화를 봤는데 변한게 아무것도 없어서 놀랐더랬다. 시나리오 작업중인 영화 감독 중래. 후배로 추정되는 김태우에..
Vilnius 07_성 미콜라유스 교회 Šv. Mykolaujus bažnyčia 빌니우스에서 가장 고요하고 정적인곳이 이곳이 아닌가 싶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인 Šv, Mykolajus 교회 아무리 한적한 동네라도 사람들이 모이면 시끄럽게 마련인데, 떠들썩한 구시가지 한켠에 이렇게 조용한 장소가 있다는것이 정말 좋다. 오늘은 나름 의미있는 날이었다. 결혼하고 4년동안 정말 열심히 모은 돈으로 우리집을 장만한 것. 그래서 이 교회에 꼭 오고 싶었다. 이곳에는 여행자들의 수호성인이라고 하는 성 크리스토퍼의 동상도 있다. 지나가던 여행자였던 내가 이곳에 남게 된 것은 어쩌면 오래 전 부터 내 마음속에 오늘의 이 느낌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 절대 열리지 않을 것처럼 굳게 닫혀진 이런 문 키가 커진 걸리버는 절대 통과할 수 없는 이런 문. 사람으로 들끓는 모습을 상상하고 ..
Italy 01_Milan, italy 휴가를 가지 않기로 한 마당에 휴가의 대안은 바로 옛 여행을 돌이켜보는것이다. 그래서 2010년 대략 2주간 여행했던 이탈리아를 되새김질 해보도록한다. 리투아니아의 저가항공사인 스타원 에어라인에서 상품으로 밀라노행 왕복 티켓을 받았었다. 문제는 우리가 여행하는동안 황당하게도 항공사가 부도 난것. 다행히 출국 하루 전 밀라노의 친구 집에서 묵기로 약속을 해놨어서, 집에 가자마자 그 사실을 알았다. 그게 아니었으면 공항에나 가서야 우리 비행기가 없는걸 알게됐을거고, 패키지로 터키에 여행가서 호텔에서도 쫓겨나고 비행기는 없어서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굴렀던 다른 리투아니아인들처럼 난처한 상황에 처해야 했을것이다. 상품으로 받은 항공권이었기에 바로 담당 직원에 전화해서 다음날 출국하는 폴리쉬 에어라인으로 타고 정상..
[리투아니아생활] 부활절 4월 8일이 부활절. 일요일이 부활절이고, 통상 부활절 다음날도 법정 공휴일이라 주말을 끼고 거의 4일 연휴가 이어졌다. 토요일에 잠깐 일을 했어야 해서, 토요일 오후가 되서야 버스를 탔다. 터미널 주변에는 개인봉고로 약간 싼 가격으로 사람을 실어나르는 사람들이 포진하고 있는데, 불법이라서 경찰 눈치보느라 호객행위를 적극적으로 하진 않는사람들이다. 멀뚱멀뚱 서있는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혹시 "대구?" 하면 "아니 우린 대전가"라고 말하는 그런식. 혹시나해서 찾아봤는데, 2분전에 사람 둘만 태우고 사실상 빈차로 출발한 차가 있다고 동료(?)가 말한다. 그 사람들 입장에서도 더 많은 사람들을 태우는게 타산이 맞는지라, 전화를 하면 아마 돌아올거라 한다. 정말 다시 터미널로 되돌아오는 봉고차. 거의 집앞에 내려..
Vilnius 06_하우스메이트 주말 빌니우스의 날씨는 정말 좋았다. 덕분에 시내는 사람들로 미어터졌다. 노천카페시즌이 된것이다. 하지만 5월이 되면 조금씩 본격적인 도시로부터의 탈출이 시작될 것이다. 연속 3주째 주말마다 따뜻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겨울내내 방치되있던 가족별장을 정리하러 가는 사람들이 늘었다. 월요일부터 찌뿌둥하던 날씨가 금요일 오후를 시작으로 화창해진다. 일기예보상으로는 다음주 목요일오후까지 쭉 흐릴듯. 식당에 있어서는 주말 날씨가 관건이다. 손님이 많아서 도와줘야하는 상황이 발생해도 기분이 좋은것이다. 일요일은 오늘은 쉬는날이었다. 일손이 부족하지 않게 시간표를 짜놓긴 했는데 날씨가 좋으면 쉬는날이어도 조금 걱정이 된다. 좋아해야할지 싫어해야할지 모르지만 오늘은 날씨가 잔뜩 흐렸다. 창가에 잠시라도 앉아 볼 여유가 ..
<범죄와의 전쟁> 우선 먼 타국에서 드문드문이라도 좋은 한국영화를 볼 수 있게 해주 신 친구부부에게 땡큐. 과 을 보고나니 과 까지 보고 싶다. 이 영화는 포스터만 그냥 좀 보고 줄거리에 대해선 사전에 읽지 않았다. 사전에 줄거리를 읽지 않고 영화를 보려는 노력은 뭐랄까. 알바를 하긴 해야하는데 별로 하고 싶지는 않고 알바구함이라는 쪽지가 붙은 가게에 들어가보긴 하는데 이미 구했다는 소리를 듣길 바라는 그런 심정? 일맥상통하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천재다. 두가지 행위에 구체적으로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뭔가 있는거 같다. 나는 알파치노가 좋다. 그 어떤 영화에서도 그는 천하무적 완벽한 강자인적이 한번도 없었다. 요는 많은 이들이 그를 강한 주인공으로..
Vilnius 05_4월의 눈 한국에도 18년만에 눈이 왔다고 하니 리투아니아에 4월에 눈이 온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 모른다. 날씨가 따뜻해지길래 창문에 박아 놓은 못도 뽑고 창틈에 구겨넣은 신문지도 모두 뜯었는데 이렇게 슬쩍 다시 추워졌다. 그냥 장난처럼 내릴것 같더니 눈보라가 친다. 눈이 차곡차곡 쌓일만큼의 기온은 아니라 내리는 족족 얼음처럼 투명해진다. 그나마 지난 주 일요일부터 시작된 썸머타임덕에 날은 추워졌지만 세상은 밝다. 앉으려고 내놓은 의자받침도 무용지물이 되었다. 그래도 눈은 나름 견고하게 쌓여있다. 작년에는 4월 말쯤이었던 부활절이 올해는 4월 초다. 다음주가 벌써 부활절인데 눈이 안녹으면 삶은 계란 굴리는 놀이 하려는 사람도 없겠다. 뭐 물론 그 놀이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하는것 같진 않다. 이렇게 짙은..
Vilnius 04_서점구경 토요일 오전 좋은 날씨에 필받아서 오랜만에 서점에 갔다. 빌니우스 대학 근처에 위치한 수입서점. 건축,미술,여행,사진등 예술서적들이 대부분이다. taschen 이나 lonely planet 뭐 그런 종류의 책들. 책읽는것보다 책모으기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딱인 서점이다. 책장에 꽂아만놔도 폼나는 색감좋은 하드커버에 스타일리쉬한 내용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그냥 지나가다가 이런저런 사진을 보러 들르긴 하지만 론니플래닛 한권 산것 말고는 구입의 기억이 없음. 이런 백과사전식의 요리책이 5분만에 하는요리, 천원으로 하는 요리 같은 요리서들보다 훨씬 땡기긴 하지만 이런걸 기름튀기고 물튀기는 부엌에 놔두고 요리를 하기엔 정말 비실용적인것같다. 우선 너무 무겁고, 정말 거실에 꽂아놔야할 부류의 책이다. 토요일이라서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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