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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10 아기의 일기를 써 볼까
Boy's Diary2015. 9. 10. 04:25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의 유일한 의사 소통 수단이 울음이라는 말은 얼마나 진부한지. '아이가 운다는것은 배가 고프거나 춥거나 덥거나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거나 배가 아프다는 소리입니다' 는 부정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실이지만. 원시적으로 보이는 아이의 울음에 오히려 그 이상의 것, 그 이상의 다채로운 감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하면 어른인 나를 넘어선 완벽한 인격체를 대하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와 보내는 이 시간들이 아이가 많이 울지는 않는지 잠은 잘 자는지에 관한 질문만으로 상투화되어 흘러가는것은 너무 아쉽다.그것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일은 어때, 아직 거기서 일해? 지루하지 않니? 휴가는? 과 같은 일상적인 대화만을 이끌어갈때 느끼는 지루함과 비슷한 종류의 감정.나 역시 아이를 키우는 누군가에게 아주 색다르고 독특한 질문을 건넬 수 있을것 같진 않지만 최소한 미래의 내가 누군가와 나눌 대화가 육아의 고충만으로 채워지지 않길 바랄뿐. 아이가 옹알이를 시작하고 단어를 내뱉기 시작하고 나와 대화를 시작할때의 희열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아이의 눈과 몸짓을 들여다보며 아이의 체온을 느끼며 아이의 입장이 되어 하지만 순전히 나의 입장에서 나의 상상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들의 대화는 언젠가 아이가 스스로 의사표현을 시작하게 되면 더이상 누릴 수 없게 될지 모를, 지금 이 순간만의 즐거움과 행복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세상의 조각들을 내 멋대로 내 아이의 머릿속에 연결지어 만들어 내는 대화들. 아이가 훨씬 많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때도 세상의 모든 가치들을 마주하고 스스럼없이 거침없이 상상하고 함께 대화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사진만으로는 붙잡을 수 없는 무엇으로도 붙들어 놓을 수 없는, 지나가는 이 시간들이 아쉬워 아이의 시점에서 나의 일기를 써보기로 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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