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의 자린고비 이야기
간장 한번 찍어 먹고 천장에 걸어 둔 굴비 한번 쳐다보며 밥을 먹는다는 한국의 자린고비 이야기를 언젠가 남편에게 해준적이 있다. 부채를 가만히 들고 부채가 닳을까 아까워 부채 대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이야기도 덤으로 해줌. 음식을 적게 먹다보니 확실히 치즈며 버터며 크림을 주로 이용하는 느끼한 음식들이 갈수록 맛있어짐을 느낀다. 이것은 뭐랄까. 고추장에 익숙치 않았던 외국인이 매운 맛이 두려워 밥을 비빌때 커피 숟가락 만큼 고추장을 넣다가 고추장의 진면목을 깨닫고 밥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퍼대기 시작하는 변화와 비슷한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외국인이 있다면 말이다. (글을 다 쓰고 네이버에서 자린고비를 검색해보니 자린고비는 심지어 간장 조차 찍지 않고 그냥 굴비를 올려다 본단다. 간장을 낭비하는 자린고비는 자린고비 축에도 못 끼나 보다.) 세상의 다양한 자린고비 이야기들이 궁금해진다.
목장에서 일하는 목동에게 구두쇠 목장 주인이 점심으로 버터를 바른 빵을 목동에게 가져다 주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 온 목동이 울면서 말했다.
목동- 엉엉엉. 눈이 멀었나봐요.
주인- 아니 눈이 멀다니 대관절 (옛날 이야기 느낌을 주려 일부러 고심끝에 사용한 단어 임 -.-) 무슨 소리냐.
목동- 빵에 바른 버터가 보이지 않아요. (버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얇게 발랐던 것)
뜨끔한 주인은 다음 날 버터를 제 딴에는 조금 더 발라서 가져다 주었다. 여전히 울면서 돌아오는 목동.
주인- 오늘은 또 왜 우니.
목동- 빵이 너무 잘 보여서 감격스러워서요. 눈이 다 나았어요. (버터를 여전히 얇게 바른 나머지 버터 아래의 빵이 너무 잘 보인다고 비꼰것)
한편으로는 뭐랄까 목동은 영악하고 목장 주인은 오히려 천진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자린고비 이야기이다. ㅋㅋ
이야기를 떠올리며 비스킷 위에 버터를 발라 보았다. 첫번째 비스킷에는 약간은 과장해서 최대한 얇게 펴서 발라 보았다. 버터를 미리 실온에 놔두면 두번째 비스킷 처럼 쉽게 펴 바를 수 있지만 금방 꺼낸 버터는 딱딱하니 잘라서 얹어 먹을 수 밖에 없는것도 같다.
지방 함량 83프로의 버터를 저렇게 잘라서 얹어 먹을때가 많다. 비스킷 자체에도 적지 않은 버터가 들어 갔을테지만 어쨌든 맛있으니깐. 마치 카라멜 마끼아토에 설탕을 첨가하고 모닝시럽을 잔뜩 펌프질 하는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내 직장 동료는 식당의 식재료를 주문할때 200그램짜리 버터를 기본적으로 10개씩은 주문하곤 했는데. 그렇게 많은 버터를 유통기한 내에 다 먹을 수 있겠냐고 물어보니. 보통은 냉동실에다 넣어 놓고 필요 할때마다 하나씩 꺼내 먹지만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버터 소비량이 엄청 나다며 두 손가락으로 아버지가 발라 드시는 버터 굵기를 보여주었다. 전후세대인 우리 아빠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먹을게 없어서 펌프질한 물에 고추장을 타서 마시곤 했다는 보릿고개 시절 얘기를 가끔씩 해주시곤 했는데 아마도 먹을게 없던 시절에 이곳 사람들은 버터만 발라 먹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 당시 버터는 왠지 첨가물 없이 훨씬 맛있었을것 같다. 친구 아버지 앞에서 버터를 바를 일이 없었던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