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132_ Dar po vieną 한잔만 더

영원한 휴가 2025. 4. 15. 06:00

이른 아침 길에서 스티커를 주웠다. 우리  동네에 <썬즈 오브 아나키>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여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자그마한 술집이 있다. 들어서자마자 입구 맞은편에 바가 있고 테이블이 전반적으로 높아서 의자에 앉지도 서지도 않은 사람들이 서로 부대끼는 술집인데 공교롭게도 스티커는 그 술 집 앞에 있었다. 아직 스티커의 찐득한 점성이 남아있는 틈을 타서 좋아하는 책에 잽싸게 붙였다. 남자는 헌정되었다. 잘 어울린다.
 
Dar po vieną ir į darbą 
한잔(씩)만 더 마시고 일하러 가자. 
 
낮술을 마시고 저녁에 일하러 가는 사람일 수도 있고 아예 근무 중에 상습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밤새 술을 마시고 바로 직장을 향하는 사람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때 이 문장은 가장 애잔하게 와닿는다. 마치 숙어 같다. 무엇보다도 이런 스티커를 딱 한 장만 만들진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대량생산하듯 찍어내는 모습도 상상이 안되서 리투아니아 알파벳을 한 글자씩 입력하고 반짝이는 용지 몇 장 정도에 정성스레 출력하고 있는 누군가를 생각하니 뭔가 좀 궈여웠다. 이 문장은 정말 딱 이런 뉘앙스이다.
 
'마지막으로 딱 한 잔씩 만 더 마시고 이젠 진짜 일하러 가자.'

집에 가는 상황이라면 이렇게도 자주 말한다.

Dar po vieną Shot'ą ir namo
한샷씩만 더하고 이제 진짜 집.
 
리투아니아어 전치사 Po는 어떤 단어 앞에 오느냐에 따라서 다양한 의미로 통한다. 대략   '~아래에, ~다음으로, ~이후에, ~각각 몇 개씩 ' 이다.

'책상 아래에, 겨드랑이 밑에, 너 다음으로, 시험 끝난 후에, 한 걸음씩, 하나에 2유로씩, 한 사람당 1개씩' 등등
 
혼자서 술을 마시는것 같지만 사실 저 문장에 Po 가 들어가면 옆에 앉아 있는 동행한테  '야 우리 딱 한잔'씩'만 더 마시고 일어서자'의 의미인 게 맞다. Po를 써도 물론 큰 문제는 없지만 혼자서 딱 한잔만 더 마시고 가자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남자가 문법적으로 굳이 Po를 붙일 이유는 없다. 하지만 정 붙이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고독한 애주가가 다양한 주종의 알코올을 앞에 놔두고 '종류별로' 딱 한잔씩만 더 마시고 싶어 하면 된다. 생각해 보니 매즈 미켈슨이 나오는 <어나더 라운드>도 리투아니아어로 Dar po vieną로 번역되었다. 
 
이 술집의 창문은 아마 남동향일 거다. 이른 아침 술집 창문을 뚫고 들어온 햇살이  더 이상 지체 말고 움직이라며 남자를 비추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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