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i driver (1976)
그냥 별일 없어도 계속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는데 또 그런 영화들을 꼭 반드시 떠올리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들이 있다. 그러니깐 비잉 플린 (https://ashland11.com/877) 을 봤더라면 누구라도 떠올렸을 영화가 바로 택시 드라이버.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조나단 플린이 노란 택시를 몰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누구라도 40년 전의 로버트 드 니로를, 택시 운전기사 트래비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40년이 지나 또 다시 어떤 택시 기사를 연기하라고 했을때 배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나단 플린도 트래비스와 마찬가지로 인종주의자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극단적인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결과적으로 그 두 택시 기사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40년전의 트래비스는 나이가 들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76년도의 그 택시 기사로 영원히 남았다. 사실 트래비스가 뜻밖에도 그 장렬한 총격씬 후에도 드라마틱하게 살아남지만 뭐랄까 그 어디에서도 재생되거나 모방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영화 속에서 완전히 싸그리 활활 타고 없어져서 오히려 하나의 원형으로 남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불멸의 캐릭터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백옥같은 시빌 셰퍼드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가 구애를 하는 저돌적인 트래비스를 생각하면 왜 알파치노와 달리 딱히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는 것일까 의아해진다.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를 거친 알 파치노와 다르게 젊은 시절의 드 니로는 뭔가 스콜세지 식으로 순식간에 소진된 느낌도 있다. 사실 2000년대 들어서며 마틴스콜세지가 만들어내는 영화들은 나에겐 지나치게 화려하다. 전형적인 대작의 아우라로 넘쳐나서 오히려 영화도 인물도 기억에 남지 않는 다고 해야할까. 대략 갱스 오브 뉴욕을 시작으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이어지는 그런 영화들. 한편으로는 그 영화들의 주역이 로버트 드 니로에서 디카프리오로 넘어가는 세대교체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드 니로가 하비 카이틀이나 조 페시 같은 든든한 배우들과 함께였다면 그 이후의 영화들은 오히려 디카프리오라는 배우 한명의 지분이 영화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70,80년대의 그의 영화들은 젊고 혈기왕성했던 비슷한 또래의 감독과 배우가 뭔가 으쌰으쌰해서 미친듯이 만든 느낌이 있다. 그러니 그것이 아이리쉬맨이 가진 상징성이겠지. 그런데 비열한 거리나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같은 하나 말하면 넷 다 생각나는 비슷한 시기의 영화들과 비교하더라도 택시 드라이버는 뭔가 좀 독특하다. 이 영화로 드 니로는 특유의 상대를 꿰뚫는 눈빛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표정을 얻었다. 스콜세지 영화 중의 베스트를 골라야 한다면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꼽지 않으려나? 가장 선명한 시나리오, 시종일관 변주되는 하나의 멜로디, 균일하고도 정적으로 촬영 된 휘청거리는 뉴욕의 밤거리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연출 속에서 그 모든 상념들을 고독한 눈빛으로 곱씹으며 분노를 키우고 폭발시켜버리는 트래비스의 원맨쇼라고 해도 좋을 영화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