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여행'에 해당되는 글 13건

  1. 2017.06.04 Berlin 05_붉은 파라솔 사이로 (3)
  2. 2017.06.02 Berlin 03_케밥집 앞 횡단보도 (10)
  3. 2017.05.25 Berlin 02_마지막 한조각 프렌치 토스트 (4)
Berlin2017. 6. 4. 09:00



베를린에 있는 동안 날씨가 좋았다. 나는 내가 낯선 곳에 도착했을때 방금 막 비가 내린 상태의 축축함이나 공기중에 아지랑이처럼 묻어나는 흙냄새를 느낀다면 가장 이상적인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 지나간 어떤 여행들이 그런 모습이었고 그 모든 여행들이 좋았기에 그런것같다. 하긴 여행이 싫었던적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베를린에서는 매우 짧고도 인상적인 비가 딱 한번 내렸다. 내가 비를 맞은 횡단보도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 지경이다.  밤이되면 친구의 어플속에서 새어나오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에 들었다. 그것이 베를린에서 나에게 할당된 빗방울의 전부였다. 그외의 순간들은 모두 해가 쨍쨍났다. 도착한 다음날부터는 32도에 육박하는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었다. 다소 덥다 싶은 옷을 입고 신발을 신고 스카프를 두르고 다녔지만 카페에 가만히 앉아있을때나 공원 벤치따위에 몸을 뉘였을때 나를 배반하지 않는 착한 바람들이 불어왔다. 이탈리아 도시들의 폐쇄적이고 공격적인 형태의 블라인드나 파라솔들은 아니었지만 베를린의 주택가에도 햇살을 이겨내기 위한 울긋불긋한 파라솔들이 곳곳에 눈에 띄였다. 그것은 태양에 저항한다기보다는 인사를 건네는, 태양에 달궈진 붉은 하늘이 반사된 색안경 같은 느낌이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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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전 부드러운 바람이 불때 그리고 아침에 커튼 젖혔을때 하늘이 파랄때 그런 느낌이에요 첨에 뻬쩨르 가을날씨에 넘 경악을 해서 반대로 그렇게 된것같아요 :) 빨강파랑 대비 넘 좋네요

    2017.06.04 17: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아...내일 떠나신다니 제가 다 슬퍼져요. 다음주중 여름방학 개학 앞둔 마지막 일요일 저녁 느낌.....낮이 길어서 잠도 빨리 잘 수 없는..

      2017.06.05 05:42 신고 [ ADDR : EDIT/ DEL ]
    • 흐흑 이제 가방 다 싸고, 오늘의 메모 올리고 잘 준비 중이에요 오늘은 비오고 싸늘했어요 그리고 부끄러움을 이기고(ㅋㅋ) 카피치코에 갔어요 무척 좋았어요

      2017.06.05 06:10 신고 [ ADDR : EDIT/ DEL ]

Berlin2017. 6. 2. 05:53


빌니우스에서 베를린까지 한시간 반. 가방을 올리고 앉자마자 거의 내리다시피 했다.  보딩패스도 미리 프린트를 해갔기에 짐가방의 무게를 체크하는 사람도 없었고 작은 테겔 공항을 아무런 입국 절차도 없이 엉겁결에 빠져나왔을때엔 마치 시골 시외버스터미널 화장실에서 먼저 나와 나를 기다리는듯한 느낌으로 친구가 서있었다. 두달만에 만난 친구. 서울도 빌니우스도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베를린의 첫 느낌은 그랬다.  몹시 익숙하고도 낯설었다. 전신주에 붙어있는 횡단보도 스위치는 빌니우스의 그것과 같았지만 길거리를 가득 메운 케밥 가게와 경적을 울리며 승용차 차창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지나가는 아랍 친구들을 불러 세우는 이민자들의 모습에서 이곳은 분명 내가 모르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역시도 이곳에서는 여행객이라기 보다는 이민자의 지위를 가지고 묻혀버릴 수 있겠다는 막연한 느낌이 좋았다.  밤 10시를 훌쩍 넘겨버린 시각이라 먹을곳이 마땅치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우리는 집주위를 빙돌아 걸어서 언젠가 이집트에서 시샤 향기에 둘러싸여 내가 먹곤 했던 케밥과 팔라펠 같은 음식들을 주문해서 먹었다. 절반은 포장을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이틀내내 몹시 고기다웠던 케밥속의 고기를 양상치에 싸서 아침으로 먹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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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테겔 공항 정말 작았던 기억이 나요 베니스에서 베를린까지 저가항공 타고 출장와서 내렸는데 공항이 작아서 왜 베를린은 프랑크푸르트보다 공항이 후진걸까 하고 혼자 의문했었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여기서 국내선 타고 프랑크푸르트 가서 인천행 타야 했는데 넘 연착이 돼서 뱅기 놓칠뻔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속으로 '베를린 공항 좀 크게 짓지ㅠㅠ' 했던 기억이 ㅎㅎㅎ

    2017.06.02 2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정말 작았어요. 심지어 다둘러보지도 못했어요.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고 들어가자마자 게이트가보여서 ㅋㅋ

      2017.06.03 23:29 신고 [ ADDR : EDIT/ DEL ]
    • liontamer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2017.06.03 23:45 [ ADDR : EDIT/ DEL ]
  2. 그건 그렇고 케밥고기 양상추쌈울 연속 아침으로!! 되게 외국느낌이애요 ㅎㅎㅎㅎㅎ 전 드뎌 지금 제대로 된 치킨슈니첼을 먹으며 기뻐하고 있어요 드레스덴 슈니첼 가버렷 ㅋㅋㅋ

    2017.06.02 2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사실 빌니우스의 케밥집도 그 기원은 베를린 터키이민자들의 케밥집같은데..빌니우스 케밥고기가 물에 적신 신문지 같은느낌이라면..베를린은 정말 제대로된 고기였다는 느낌이듬..물론 좀짜서 샐러드에 싸먹어서야 간이맞았으나.

      2017.06.03 23:31 신고 [ ADDR : EDIT/ DEL ]
    • ㅎㅎ 댓글에 비밀답글 달아주심 안보여요 :) 이것이 티스토리의 후진 점임 ㅠㅠㅠ

      2017.06.03 23:44 신고 [ ADDR : EDIT/ DEL ]
    • 비밀버튼 눌러진지도 몰랐어요. 티스토리 컴에서 쓰면 폰에서 수정되는 기능좀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뭐 안없어지기만 하는게 소원이지만요 ㅋㅋ

      2017.06.04 00:25 신고 [ ADDR : EDIT/ DEL ]
    • 이민자들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암스테르담에서 먹은인도네시아 사테가 꽤 맛있었어요 식민지 지배나 했던 놈들 ㅠㅠ 그나마 그래서 내덜란드에도 맛있는게 있구나 안그러면 맨날 치즈만 먹었을텐데 했어요

      2017.06.04 00:29 신고 [ ADDR : EDIT/ DEL ]
  3. 훈예

    아... 아아아... ㅠ.ㅠ

    2017.06.03 19:27 [ ADDR : EDIT/ DEL : REPLY ]
    • 아..아아아.. 뭐...! 정신차리고 일상으로 돌아가자.우리....뭐였지..그.erbarme dich mein..berlin...

      2017.06.03 23:32 신고 [ ADDR : EDIT/ DEL ]

Berlin2017. 5. 25. 05:36


베를린은 일요일에 마트가 영업을 하지 않아서 한국의 동네 슈퍼나 편의점에 해당하는 슈파티 Spati 같은 곳을 제외하고는 일요일에는 물건이나 식품을 살 수 있는곳이 많지 않다고 한다.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일요일에 카페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와서 느끼지만 내가 파리에 가기전에 어렴풋이 예상하고 기대했던 일상적인 느낌을 베를린에서 오히려 많이 받고 있다. 건조하고 무뚝뚝한것 같으면서도 나름 친화적인 사람들, 도시 곳곳의 크고 작은 공원들, 청결이라는 강박에서 해방된 도시, 유럽의 대도시 하면 바로 떠오르는 파리 로마 런던이라는 카테고리에도 쉽사리 집어 넣기 힘든 이곳이 그런 이유로 더 마음이 간다. 어쩌면 리투아니아 생활을 오래하면서 알게모르게 뼛속에 스며든 정서가 구동독의 사회주의적 마인드를 더 친근하게 흡수하는것도 같다. 지난 일요일엔 우리도 동네 카페에 브런치를 먹으러 갔다. 사실 브런치라는 단어는 내게 한없이 낯설다. 한국의 비싼 브런치 카페를 생각하면 그것이 음식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고급 소비재로써의 폐쇄적인 정서를 너무 많이 내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일것이다. 베를린의 커피 값은 정말 큰 야외 정원을 가진 사람이 바글바글한 알려진 카페조차도 한국보다 월등히 싸다. 가장 비싼 커피라고 해도 3유로를 쉽게 넘지 않는것 같다. 1.5유로 정도면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실 수 있다. 이날 나는 위스키를 베이스로한 바나나 익스트랙트에 적신 프렌치 토스트를 먹었다. 베를린은 전반적으로 음식양이 많아서 초반에 각자 음식을 시키고 같이 먹을 것 하나 정도를 시키고 나니 항상 포장해서 돌아와야할 상황이 생겨 음식 하나는 작은 포션으로 주문하고 하나는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토스트를 한조각만 시키고 친구는 햄, 치즈와 빵이 곁들여진 브랙퍼스트 플레이트 같은것을 주문했다. 약간의 과일과 버터, 잼도 같이 나와서 따로 시킨 스콘까지 먹으니 정말 배가 불렀다. 매우 간단해 보이는 프렌치 토스트이지만 집에서 만들려고 하면 정말 어렵다. 카페에서 먹는 수준의 프렌치 토스트를 먹으려면 과연 몇장의 식빵을 말아먹어야할까. 어쨌든 난 아몬드와 사과조각이 촉촉한 방석에 낙엽처럼 내려와 앉아있던 저 프렌치 토스트를 야금야금 잘라먹고 가장 맛있는 한 조각을 맨 마지막에 먹겠다는 생각으로 잘라서 남겨두었다. 그리고 부지런히 스콘에 버터를 발라먹고 햄과 치즈를 접어서 입안에 구겨넣고 커피를 홀짝홀짝 하고 있다보니 어느새 음식옷을 입고있던 그릇들이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고 싸늘한 시체처럼 덩그러니 남아있는 프렌치 토스트가 보였다. 그리고 가장 맛있음을 음미하려고 남겨뒀던 그 한 조각은 너무나 맛이 없었다.  그 순간. 여러 많은것중의 하나는 의미를 가지기 힘든가. 그 하나의 의미를 지속 가능한 가치로 유지해 나가려면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음식들을 조금 등한시하고 계속 토스트를 곁눈질하며 위장의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해야했을까?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다 먹어버린 상태였더라면 스콘 같은것은 자연스레 덜 먹게 됐을까? 실제로 음식은 한 입 더 먹고 덜 먹고의 차이가 큰것 같다.  토스트만 먹었더라면 저 한 조각은 정말 더할나위없는 달콤함의 가치로 남았겠지만 버터 바른 부드럽고 뭉툭한 스콘의 향기도 잊어서는 안되겠지.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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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좋은 건 아껴놓는 편이었는데 그렇게 해서 크게 만족한 적이 별로 없었기에 이제 좀 바꿔보자 싶어 좋아하는 걸 젤 먼저 먹어요, 남기지 않고 그거부터...
    근데 지금 너무 빵이 먹고파서... 처음부터 다 먹어버린 상태라 해도 스콘도 먹었을거같고... 아아 빵 먹고싶고 ㅠㅠㅠ

    2017.05.25 20: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비밀댓글입니다

    2017.05.27 09:22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7.05.29 22:16 [ ADDR : EDIT/ DEL : REPLY ]
  4. 집에는 잘 돌아가셨어요? 저는 아직 프라하랍니다, 료샤가 와줘서 어제오늘은 이야기동무가 되어주어 좋았어요. 이 포스팅을 다시 보니 프렌치토스트가 먹고프네요 여기 근처에 카페 사보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 프렌치토스트가 (비싸지만) 맛있어서 어쩌면 내일 먹으러 갈지도 모르겠어요 료샤를 꼬셔봐야겠어요 :)))

    2017.06.02 05:2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