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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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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아침의 텅빈 거리 가 너무 생소했다. 왜 이렇게 차가 한대도 없지. 오전 9시인데 다들 벌써 출근해서 일을 하기에도 너무 이른 시간이 아닌가. 하며 한참을 걷다가 공휴일인 것을 깨달았다. 일년 중 낮이 제일 긴 날. 한국의 절기로 따지면 하지였던 금요일은 리투아니아인들에게는 작은 축제의 날이다. 섬머 하우스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아마 집을 비웠을것이다. 들꽃을 꺽어 화관을 만들어 쓰고 작은 초를 강물에 띄워 멀리 흘려보낸다. 은행을 가려고 나왔던것인데 그냥 커피를 마시러 가기로 했다. 커피와 함께 물을 내어오는 카페만큼 기분 좋아지는 곳은 이런 작은 쿠키를 곁들여주는 곳이다. 쿠키는 달지. 그래서 설탕도 한개만 준다. 리투아니아의 티샵 체인점인 skonis ir kvapas 가 운영하는 카페가 구시가지에 딱 한곳있다. 차..
리투아니아어 9_종이 Popierius 리투아니아에서 이런 컨테이너를 마주친다면 병도 플라스틱도 아닌 종이만 집어넣어야한다. 다른 쓰레기들은 집어넣기 불편하게 입구의 폭도 우체통과 비슷하다. 페이퍼, 파피루스, 파피르.. 리투아니아어로는 Popierius. 포피에리우스. R 대신 Ž 를 넣으면 Popiežius, 교황을 뜻하는 Pope 가 된다. 이런 비슷한 단어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나만의 알파벳으로 나만의 언어를 만들수있지 않을까 상상해보게 된다. 특히 남성명사와 여성명사로 나뉘어서 반드시 특정 어미로 끝나야하는 리투아니아어의 경우 비슷한 단어들이 정말 많다.
리투아니아어 8_미용실 Kirpykla (Panevėžys_2016) 리투아니아의 소도시 파네베지. 빌니우스에서 라트비아 리가행 버스를 탄다면 대부분의 경우 이 도시를 거친다. 어딜가든 모든곳이 쥐죽은듯 조용하다. 드문드문 더디게 나른하게 움직이는 건축 현장들만이 그래도 아직 이 도시가 죽지 않고 살아있음을 말해준다. 이틀간 비가 오고 몹시 추웠다. 바람은 여전하지만 날은 화창해지고 있다. 파란 하늘 아래 단조롭게 줄지어선 가정집들 사이로 이따금 미용실이나 옷가게들이 뜬금없이 자리잡고 있다. Kirpykla '키르피클라' 는 '자르다' 를 뜻하는 동사 kirpti 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간단히 머리를 자를 수 있는 미용실을 뜻한다. 미용실이라는 단어를 몰랐더라도 입구위의 가위 장식을 보고 미용실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릴수 있었을까 한참 생각했다. ..
라일락 와인, 라일락 엔딩, 한국에선 봄이되고 벚꽃이 피면 벚꽃엔딩이라는 노래가 인기가 많다는데 그 시기에 빌니우스에서 벚꽃을 볼 수 있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중고등학교 6년내내 벚꽃 완상의 시간이 있었다. 물론 화창한 봄날 그냥 수업을 하지 않는 자유 시간이라는 의미가 모두에게 더 강렬했지만 그때 하늘에서 떨어지는 벚꽃잎을 잡으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참 많이들 뛰어다녔다. 왜 소원들은 굳이 힘들게 잡아야하고 한번에 불어서 꺼야하고 던져서 맞혀야 이루어 지는것인지 참 우스운 일이다. 생각해보면 참 풋풋한 시절이었다. 물론 난 그렇게 발랄하게 뛰어다닐 감성은 전부 내다 판 학생이었지만. 그래서 그런지 벚꽃에 대한 기억은 뜨뜨미지근한 물처럼 밍밍하다. 빌니우스 시청 근처에 조성된 조그만 벚꽃 언덕이 있는데 쉰들러 리스트의 주인공 오..
커피와 물 커피와 물을 함께 가져다 주는 곳이 좋음.
와인 코르크 와인병과 작별한 와인 코르크를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냄비 뚜껑 손잡이가 뚜껑 재질과 똑같아서 열전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코르크를 통과 시킬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뚜껑이라면 말이다. 오랜시간 묵묵히 포도주를 틀어막는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 코르크의 인생에 부여된 또 다른 먼 여정이다.
Vilnius 32_거리음악축제와 에릭 사티 지난 5월의 셋째주 토요일. 매년 5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빌니우스의 큰 행사, 거리 음악 축제가 있었다. 언젠가 소개했던 리투아니아 노래의 작곡자인 가수 안드리우스 마몬토바스의 (http://www.ashland11.com/343)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이 축제로 5월의 어느 토요일은 빌니우스 구시가지 곳곳이 음악으로 가득해진다. 혼자 우두커니 서서 리코더를 연주하는 초등학생도 있고 큰 스피커며 앰프를 대동하고 유명 락 넘버들을 카피하는 젊은 아이들도 있고 레스토랑측이 마련한 장소에서 심각한 표정으로 멋부리며 디제잉을 하는 사람들도 있고 카페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들까지 아주 다채롭다. 두말할것도 없이 새벽까지 영업하는 클럽이나 펍들은 이 축제를 위해 특별 공연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날은 거의 ..
리투아니아어 7_아침인사 'Labas Rytas' 맥도날드는 여행다닐때 밤차를 타고 새벽에 내리면 이용할 수 있는 유일한 식당이었기에 추억이 많다. 편의점이나 24시간 운영되는 김밥집 같은곳이 전무한 유럽지역에서는 특히 그렇다. 물론 필요이상으로 일찍 도착해서 심지어 그 맥도날드도 청소시간이라고 아직 문을 열지 않았던 운이 나쁜 경우도 종종 있었다. 여튼 화장실을 돈을 내고 가지 않아도 되는곳이고 밤기차나 버스에서 불편한 밤을 지새우고 낯선 도시에 툭 떨궈졌을때 마음을 추스리고 숙소를 찾을 에너지를 충전할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 옛 여행을 추억하고 싶을때 맥도날드에 아침을 먹으러가면 좋겠다 싶을때가 종종 생긴다. 여행다닐때처럼 꼭두새벽에 일부러 일어나서 가기에는 너무 게으르니 보통 아침메뉴가 끝이 나기전 10시 이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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