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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니우스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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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38_지금은 근무중 3 (Vilnius_2016) 멈춰있는것들에 대한 안도감과 경외감, 잠시 움츠러들어있지만 곧 움직일것들에 대한 욕심과 조바심.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이 머리속을 스쳐가는지. 날아가기전에, 움직이기전에, 나를 보기 전에. (Vilnius_2016) 폴란드 대사관으로 쓰여질 예정의 이 건물. 요즘 재건축이 한창이다. 흑백으로 바꿔서 남겨두고 싶었지만 주황색 기와를 얹고 있는 장면이 잘 포착이 되지 않아 원본도 남겨두기로 했다.
레몬타르트, 타협의 정점 맛없는 커피를 만났을때에도 타협의 여지를 주는것들이 있다. 묽고 쓴 맛없는 커피가 변명하지 않고 저자세를 취할때. 병에 담긴 물이 침묵할때. 무심하게 흩뿌려졌지만 언제나 배려에 여념이 없는 피스타치오와 함께 기대하지 않았던 레몬 타르트가 협상 테이블위의 날렵한 분쟁 해결사가 되어주는 순간.
Vilnius 37_추억의 공통분모 버스를 타고 좀 멀리 다른 동네에 가면 구시가지에서는 볼 수 없는 많은 재밌는 풍경과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아마도 가까운 시일내에 자취를 감춰버릴것을 알기에 정겨운, 투박하고도 다채로운 중구난방의 풍경들이다. 조금은 다른 추억이겠지만 나의 어릴적 기억도 어떤 공통분모를 지니고 그 풍경속으로 녹아들어감을 느낀다. 성냥갑처럼 쭉 줄지어 서있는 키오스크들은 단연 그 시시콜콜함의 결정체이다 . 유리창 너머로 진열되어있는 잡동사니들을 소리죽여 구경하다보면 상점속의 점원이 삐걱거리며 미닫이 창문을 연다. 절대 살것같은 몸짓 보이지 않으며 설렁설렁 보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거 예쁘다, 이것도 귀엽다며 촐싹거린 손가락질을 알아차린것이다. 노랑색 스쿨버스를 살까 한참 고민했지만 관두고 미안해져서 회오리바 하나 사먹고 ..
Vilnius 36_대성당 광장의 비누방울 아마도 저 배낭은 저 청년의 것이었을거다. 여행지에서 자유를 논한다는것이 파손주의 스티커가 붙은 짐상자를 던지는 피곤한 일꾼을 마주하는 무력함과 별다르지 않다는것을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난 비누 방울을 불겠어. 나의 백팩만이라도 미혹의 어깨에서 잠시 내려놔주자. 비가 내리고 축축했던 어떤 날 대성당 광장 바닥은 그의 품을 떠난 비누방울들로 미끌미끌해졌다. 기분좋은 풍경이었지만 불어오는 바람에 가속도를 달고 날아가는 그것들을 잡겠다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움직임은 사뭇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너무 쉽게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강풍에도 살아남아 가장 높이 떠오르는 놈들을 위로위로 응시하는 나의 얼굴로도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자유와 속박. 오히려 지속가능한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몸부림에서 조금이라도 해..
Vilnius Restaurant 05_Ramenas ir Pagaliukai 길을 걷다가 빌니우스 대성당 근처 골목길에서 라멘집을 발견하고 놀랐다. 리투아니아인들에게 국물은 낯설다. 만두와 비슷한 음식을 먹지만 그 만두를 국물이 가득하게 끓여주면 생소해한다. 되직하지 않은 국물이 주가 되는 단독 메뉴가 성공하기는 힘들다. 여전히 수프는 헤비한 메인 요리를 먹기 직전에 몸을 데우고 입맛을 돋우는 용도이다. 심지어 일식집에서도 미소 수프를 스시전에 따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곧 스시를 가져오겠지 하고 국물을 떠먹으며 아무리 기다려도 스시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손님이 미소를 다 먹기를 기다리는것이다. 일식집에서 미소와 스시를 함께 주문했다면 혹시 모르니 동시에 가져다달라고 부탁하는것이 좋다. 나는 일본에 가본적도 없고 한국에서도 일본 라멘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라멘맛을 평..
[빌니우스카페] 아이스크림 칵테일 얼마전에 문을 연 이 도넛가게에 짧은 기간내에 세번을 갔다. 한번은 도너츠를 맛보러. 한번은 카푸치노를 마시러. 그리고 한번은 차가운 아이스크림 칵테일을 먹으러. 도넛 가게는 타운홀 (Rotušė) 을 등지고 서서 왼쪽방향으로 이어지는 보키에치우 (Vokiečių,독일의, 독일인의 라는 뜻) 거리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있다. 사실 이 거리는 나에게 오랫동안 '뭘 해도 안되는 죽은 거리' 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 거리에서 개업을 한 식당이나 카페들은 생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쉽게 폐업을 했고 들어서있는 상점들 사이에는 뭔가 개연성이 없었다. 애플 직영점도 있었고 빗과 샴푸를 파는 가게부터 표구점과 옷가게 등등 타운홀에서 가장 가까운 구시가지의 심장부라고 하기에는 뭔가 어수선한 느낌으로 가득한 거리..
Vilnius 35_파란하늘 나에게는 잿빛이 항상 이기지만.
빌니우스 카페_Holy Donut 새로 생긴 도넛 가게에 갔다. 카페든 식당이든 상호와는 다른 재미있는 법인 이름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항상 영수증을 유심히 본다. 영수증의 가게 로고 바로 아래 적여 있는 UAB 'Gero vėjo" 가 법인 이름인데. '좋은 바람' 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면 Geras vėjas가 '좋은 바람'을 뜻하고 남성명사의 -as 가 -o 로 어미 변형을 해서 '좋은 바람 되세요' 라는 기원의 의미가 되는것이다. '좋은 날씨에 콧바람 잘 쐬고 와' 뭐 그런. Geras vakaras 는 즐거운 저녁, Gero vakaro는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의 식이다. Gero vėjo 는 일반적으로 자주 쓰이는 표현은 아니지만 상황에 따라 말하는 이의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말이다. 예를 들어 내가 화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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