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동전이 쥐어지면 습관적으로 뒤집어보게 된다. 다양한 유로 동전에서 언제나 그렇듯 단단한 역마살을 느낀다. 리투아니아의 문장이 새겨진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것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동전들이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이탈리아의 동전 중 프레스코 속의 단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는 정말 자주 마주친다. 가까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동전도 그렇다. 그 나라 국적의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리투아니아에 들르는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온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상대적으로 이들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거다. 동전에 새겨지는 것들은 건축물이나 인물이 가장 많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생소한 건축물이라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고무된다. 얼마 전에는 지름 20밀리가 안 되는 작은 10센트 동전에 정교하게 조각된 고딕 성당을 보았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당의 탑도 탑이지만 격자무늬가 새겨진 지붕도 인상적이었다. 분명 파리의 노트르담은 아니다. 10센트 동전을 입력하고 찾아보니 이것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성 슈테판 성당이란다. 세워진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성당들이 얼마나 될까. 화재가 빈번했던 중세 이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겨우 다시 형태를 찾은 건축물들도 다시 전쟁의 포탄을 겪으며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벽지와 장판을 바꾸듯 건축 양식을 바꾸고 결국 이도 저도 안돼서 궁극에는 에이치빔을 장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성당도 12세기 초에 세워져서 화재로 불타고 왕조가 바뀌면서 건축 양식도 바뀌고 2차 대전 후에 대대적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순간을 목도하면 모든 것이 거짓말 같은 비극이자 희극일 테고 내가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은 숱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뿐이다. 예전에는 불에 타버린 성당의 잔해를 기록하는 궁정화가들이 있었을 거고 지금은 활활 타는 중의 성당을 향해 스마트 폰 촬영 버튼을 누르는 인파들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가 달라진 사실일 거다. 21세기에도 멀쩡한 성당이 불에 탄다. 노트르담의 거짓말 같은 화재 후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점검에 들어간 성당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을 거다. 아 특이하게도 이 성당은 23만 개에 달하는 색색의 벽돌로 된 모자이크 지붕을 가졌다고 한다. 지붕에 새겨진 독수리 문양은 합스부르크의 상징이라고. 합스부르크 왕조 좀 무섭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연합국 시절에도 심지어 합스부르크가 이곳까지 와서 이 땅의 일부 지분을 가진 적이 있다고 하지. 오스트리아. 익숙하면서도 뭔가 생소한 나라. 부루마블에도 없지 않았나 이 나라. 근데 마트에 가면 이동 경로상 초콜릿 코너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서 늘 만나는 인물이 초콜릿 포장지에 그려진 모차르트인걸 생각하면 여기저기 찻잔이며 안경닦는 수건이며 티슈에 프린트되는 클림트의 그림들을 생각하면 계속 어딘가에서 나 오스트리아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비발디의 장례식이 이 성당에서 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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