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2018.09.21 17:04


릭- 그래서 우리 둘다 계약 연장 한다는 거야?

니건- 그러니깐. 난 나는 이번에 죽는 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웃고 있는것 같다.  죽음을 맞이할 줄 알았던 니건은 그렇게 또 살아남았네.  올 봄에 끝난 워킹데드 시즌 8. 드라마 자체가 끝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끝이 나질 않아 시즌 9 기다림의 글을 쓰려고 반년 넘게 이 사진을 저장해놓고는 발행만 연장하다 지겨워서 이제 시즌이 시작될 시기에 임박하여 그냥 올리는 사진. 수년에 걸쳐 방영되는 드라마들을 보고 있자면 아 이 분은 여기서 끝인가보다. 죽겠구나. 다음 시즌엔 안나오겠구나. 그런 생각 항상 하게되고 그러면 싸워서 계약 연장을 못했나봐 이런 생각도 장난스럽게 하고. 실제로 그런 일들은 있을 수 있겠지. 이제는 누가 어떤식으로 죽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난다. 배우들은 지난 8년간의 그 모든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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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8.06.27 07:00


얼마전에 본 연극. 텍스트 연극이라기보단 발레 연극. 그냥 현대 무용극이라고 해야하나. 모르겠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대사없이 춤동작만으로 구현해낸 연극이지만 그렇다고해서 현란한 발레 동작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리투아니아 안무가 안젤리카 홀리나의 또 다른 작품, 그녀의 작품 중 가장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안나 카레리나를 8년전에 본 적이 있다. 과연 몸 동작 만으로 그 방대한 소설을 표현해내는 것이 가능한가 라는 의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한편으로 춤을 통한 은유를 극대화 하기 위해 완벽하게 절제된 색상과 소품 그리고 예민하게 배치된 클래식 음악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던 공연으로 기억한다. 소설의 내러티브가 사라지고 등장 인물간의 감정적 투쟁만이 고스란히 남는 느낌. 러시아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 말고도 오델로, 카르멘 같은 작품이 있지만 안나 카레리나의 후광 때문인지 같은 러시아 작가인 도스토예프스키의 이 작품은 망설임의 여지 없이 보러갔다. 항상 지나는 길목의 광고 기둥에 광고가 크게 걸려서 저녁에 바로 예매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이미 상당수의 표가 팔린 상태 그리고 그 다음날 광고 사진을 찍으러 카메라를 들고 갔는데 광고는 이미 없어진 상태였다. 극장에서도 구시가지 어디에서도 더 이상의 포스터를 구경할 수 없었다. 마치 없었던 것 처럼 사라진 백치.



사진들은 그냥 인터넷에서 가져 온 이미지.  한달 반 정도 연극에 대해 상상하면서 도스토예프스키라는 인물이 그리고 그가 써내려간 작품들이 얼마나 '그러한' 것인지 다시금 생각했다. 이 작가를 형용할 수 있는 별다른 표현을 찾지 못하겠다. 그냥 어딘가에 그 인물들과 살아있는 느낌,  불멸은 어쩌면 이런 느낌인지도 모르겠다.  왠지 그냥 늘상 지나다니는 길목 어딘가에 미친 눈동자를 하고 쉴새없이 중얼거리며 취한채 웅크리고 있는듯한.  작가가 머릿속에서 지어낸 이야기들이 타자기를 통해 고스란히 사진으로 현상되어 손바닥에 전해지는것 같다.  2시간 가량 이어질 연극에서 소설의 어느 부분들이 등장할까 그리고 어떤식으로 표현해낼까 떠올려보는 것은 흥미로움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뻔한 되새김질 같았다. 어떤 배우들이 어떤 표정으로 연기를 해낸들 그들은 도스토예프스키의 머리속에서 빠져 나온 그들과 결코 다른 인물일 수 없을 것 이라는 확신. 배우들의 연기를 통한 인물의 재해석 재창조라는 말은 무용하고 결국 그 소설 속 인물의 아우라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가장 평면적임과 동시에 어쩌면 가장 깊고 입체적인 인물들이 그렇게 무채색의 배경속에 하나둘 등장했다. 연극의 시작과 동시에 줄지어선 의자들과 기차 소리. 마주 앉은 두 인물. 역시나 로고진과 뮈쉬킨이 운명적으로 조우하는 소설의 첫 장면이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옆에서 깐죽되는 레베제프는 고스란히 빠진채로. 단지 소설 속의 인물들일 뿐인데 마치 오래도록 알고 있던 인물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적 없는 그들을 마주쳤을때의 느낌.  오랫동안 열광하며 듣던 어떤 이의 음악, 이제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실제로 연주를 할 수 도 없지만 그냥 컴컴한 무대 위의 화면속에서 흘러나오는 그들의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벅찬 느낌이었다. 내가 이 소설을 읽었던 채로 연극을 보러 갈 수 있었음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고진과 뮈쉬킨은 무용수가 아닌 클라이페다 극장 소속의 연극 배우가 연기했다. 움직이는 기차속에서 의자를 통한  미미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어둡고 장중하게 깔리는 음악 속에서 두 사람이 눈을 마주한채 교감하는 장면은 마음에 들었다. 그것은 아주 오랫동안이었다. 소설의 페이지를 넘기는 듯한 소리가 들릴 정도로. 



연극 포스터에는 로고진과 나스타샤 필립포브나, 뮈쉬킨과 아글라야 네 사람이 등장한다. 아글라야는 내 나름대로는 어느정도의 카리스마와 고집을 지닌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연극속에서 너무 가녀리기만한 인물로 그려진 것 같아 좀 아쉬웠다. 연극에 나올거라 생각했던 장면들이야 어쩌면 딱 정해져있다. 뮈쉬킨이 예판친 장군집에 먼 친척이라며 처음으로 방문하는 장면. 별다른 동작을 취하지도 않은채 가만히 서있었을뿐인데 의상과 그 엉거주춤한 모습만으로 뮈쉬킨을 맞이하는 장군댁의 시종과 가브릴라 같은 인물들이 소설속에서 방금 튀어 나온 인물처럼 느껴졌다. 작가가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집요하게 묘사해 나가던 그 순간들이 장면 하나에 모두 집약되어 있었다. 가브릴라의 집에 온갖 잡다한 사람들이 다 모인 상태에서 나스타샤가 돈뭉치를 난로에 집어 던지는 장면, 뮈쉬킨을 사이에 둔 여러번의 삼자대면. 개인적으로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뮈쉬킨과 로고진이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은 따로 등장하지 않았다. 그 장면은 어쩌면 뮈쉬킨과 로고진 나스타샤 아글라야의 감정 표현을 중심으로 극을 끌어 갈 수 밖에 없었던 이 연극의 한계상 부담스러운 장면이었을거다. 뮈쉬킨과 나스타샤가 처음으로 조우하는 장면 정확히 말해서 나스타샤가 코트를 벗어서 문앞에 서있던 뮈쉬킨에게 무심하게 넘겨주고 방으로 들어가는 장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나스타샤의 붉은 의상과 그 외투를 들고 먼 발치에 서있는 뮈쉬킨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가득 메운 인물들의 폭주속에 붉게 타오르는 난로 같은 무대 배경도 간략하고 군더더기없이 좋았던듯. 이 연극을 보고나니 의외로 안나 카레리나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역할 역시 나스타샤를 연기했던 발레리나가 맡았으니. 다시 보면 새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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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8.01.29 08:00


한국어로는 러브 인 프로방스로 번역된 영화. 영어 제목에는 사랑 대신 여름을 프랑스어 제목에는 미스트랄이 들어간다. 사실상 한정된 시간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사랑도 프로방스의 아름다운 여름도 거센 미스트랄도 어느것 하나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느낌이다. 양 옆으로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비포장 도로를 막무가내로 달리는 트럭 기사에게 조금 천천히 달려주세요 하는데 운전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속도를 밟는 듯한 느낌, 기분좋게 물컹거리며 입속에서 퍼지는 올리브 향기를 기대하다 덜 익은 올리브를 깨문듯한 느낌, 씨가 제거되지 않은 올리브 통조림을 스스로 선택해놓고도 으례 씨 없는 올리브인줄 알고 먹다가 이 사이에 매몰차게 들어차는 올리브씨에 화들짝 놀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래서 올리브는 항상 덜 익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먹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특정 지역이나 명칭을 보란듯이 영화 제목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자연스레 기대치가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관객은 항상 잃을게 없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올리브 나무 사이로> 를 상상했든 멕 라이언의 미소와 포도 향기로 가득했던 <프렌치 키스>를 상상하며 보든 불어오는 바람과 내리쬐는 햇살 드문드문 올리브 내음을 감지하려 했던 노력으로 어쨌든 뭔가를 잔뜩 이야기 하고 싶었던 누군가의 바램은 전달 받는다.  프로방스의 햇살과 성마른 미스트랄의 변덕을 경험한 사람과 그럴 준비가 안 된 사람들이 덜컹거리는 좁은 트럭 짐칸에서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는 영화. 막 파종을 마친 보슬보슬한 토양을 뚫고 나오려는 유년 시절과 꺽여버릴까 말라 비틀어져 버릴까 스스로도 몰라 질풍노도하는 청소년기, 이제는 다 알아, 더 이상 배울 게 없다 생각해도 결국 지나 온 모든 시간의 불완전함을 되새기며 살 수 밖에 없을 노년이 집약되었을 올리브 기름 한 병.  프로방스의 모든 햇살을 담은 듯한 아이의 미소와 선글래스를 써도 알아차릴 수 밖에 없는 얼굴을 이미 가져버린 칠십에 들어선 장 르노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시선을 머물게 했던 것이라면 17년전 집을 나간 딸의 방 벽에 붙어 있던 포스터들이었다. 영화 <귀여운 여인>의 포스터와 슈게이징 밴드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의 포스터가 나란히 붙어 있었다. 순간적으로 로이 오비슨의 멜랑콜리하고도 또렷한 목소리와 마블발의 허무하게 뭉그러진 노이즈가 귀를 채우며 아버지와 갈등을 겪고 집을 나가는 십대 소녀의 표정이 화면 가득 떠올랐다. 음악적 취향을 결코 하나의 장르만으로 규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사람도 올리브도 하나의 맛과 질감으로 규정되어서는 안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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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8.01.21 08:00



한국에서는 '나의 산티아고' 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이 영화. 제목만 보고서는 칠레가 배경인 줄 알았다. 아마도 그 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가 배경인 영화를 봐서 더 그랬던 듯.  영화는 극심한 과로로 무대에서 쓰러진 유명 배우 한스 페터가 3달 동안 아무것도 해서는 안된다는 극약 처방을 받고 집에서 뒹굴 거리다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르는 내용. 순례길에 오른다는 그의 결심을 저지해보려는 친구에게 '그럼 나 이제 떠날게' 라는 유쾌한 말을 남기고선 짐을 꾸린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여정에 대한 순수한 설레임의 어조라기 보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더 듣고 있다가는 설득당해서 시작도 못하고 끝나버릴지 모르는 여정에 대한 두려움에 가깝다. 누군가는 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 하지만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고 좌절하는 한스 페터는 어떤 여행을 하게 될까.  영화를 보는 내내 잊고 있던 독일어 특유의 운율을 들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영화를 통해 접해 오던 어떤 외국어들. 조곤조곤 부드러우면서도 은근하게 날이 선 프랑스어는 보통 서로 지기 싫어하는 논쟁의 언어였고 스페인어는 최고 온도를 경신하고 고장나 45도 정도쯤에서 멈춰버린 온도계 마냥 항상 열에 들떠있다. 조심스럽고도 자조적인 독어의 운율,  혼자만의 여정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끊이지 않는 투박하고 신경질적이면서도 자아성찰적인 한스 페터의 독일어 나레이션은 어쩌면 죽어라고 일하고 나서 여기가 어디지 라고 묻는 독일인들, '독일인은 참 멋진 책을 쓰는 사람들이죠 이를 테면 나의 투쟁이요' 라고 짖궂게 말하는 무신론자 같은 여행자의 말에 기겁하며 윗세대가 남긴 멍에를 은연중에 짊어지고 갈까 안절부절하는 또 다른 독일인들의 속마음 처럼 느껴졌다.  



어떤 여정에든 끝이 있다는 것, 도달할 목표가 있다는 것은 모든 고통을 이기는 유일한 처방전인지도. 그 침묵과 고행의 마침표를 찍는 어느 순간을 기다릴 수 있는 가능성만한 큰 선물이 있을까. '600킬로미터를 걸어왔다.' 라고 말하며 끝모를 길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200킬로 미터 남았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안식을 선사 받는 것. 800킬로미터에 달하는 순례길도 그것을 일주일에 끝내든 30일에 끝내든 일년에 걸쳐 끝내든 하루에 30킬로를 순례하든 3킬로씩 순례하든 그곳엔 도착 지점이 있다. 현대인들의 순례에는 하루 평균 얼마라는 물리적 척도가 존재한다.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순례길 여권에 마지막 도장을 받고 다시 처음의 시작점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미처 가보지 못한 길을 향한 극기의 행진보다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길을 굳이 다시 거꾸로 밟는 여행이라면 해볼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스 페터가 순례 중간에 마시는 우유를 넣은 커피. 얼마나 달콤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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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Film2018.01.15 08:00


Chinese Take-out_Sebastian Borensztein_2011


한국에서는 <로베르토의 특별한 일주일> 이라고 번역된 이 영화. 스페인어 한 마디 못하는 중국인 쥔이 유일하게 남은 혈육을 찾으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도착한다. 그가 가진 유일한 정보는 팔목에 새긴 동네 이름과 백부의 이름. 작은 철물점을 운영하는 아르헨티나인 로베르트는 오갈데 없는 그를 돕게 된다. 하지만 쥔은 백부를 찾을 수 없고 그 동네까지만 데려다주면 될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그의 작은 선행은 결국 기약없는 동거로 이어진다. 로베르토라는 지푸라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중국인 쥔은 눈치껏 행동한다. 영화는 국적이 다른 낯선 이방인과의 문화적 차이를 보여주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하나의 시공간에서 맞물린 두 사람의 각기 다른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로베르트는 세상은 논리적으로는 설명 될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차 있다고 생각한다. 그 자조 섞인 불신은 외부를 향해 폭력적으로 분출된다기 보다는 그를 그 자신 속으로 가두어 버린다. 그런 로베르트의 생활은 정체되어 있다. 마당 한 켠은 철 지난 잡동사니로 가득하고 쉬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탁상 시계 속 숫자뿐이다. 자주 찾아오는 단골도 귀찮기만 하고 자기가 좋다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여자도 밀어내기만 한다. 지나간 신문의 황당한 해외 토픽면을 읽고 닫힌 유리 장식장 속에서 말없이 웃고 있는 어머니를 바라 보는 것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다. 약혼녀를 잃고 고향을 떠나와 과감히 새로운 세상속으로 진입한 쥔은 결과적으로 세상 모든일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세상을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이다. 어떤 의미를 부여하든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든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임하든 어찌됐든 세상은 굴러 간다. 찰나의 우연에서 한 발짝 움직이는 순간 그것은 각자가 선택한 어떤 운명이 된다. 



영화 속에서 로베르토는 거의 웃지 않는다. 하지만 쥔의 백부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달받고 살 것 같은 기분이 된 그는 한 가득 미소를 안고 쥔에게 아르헨티나 디저트인 둘체데레체를 꺼내 맛보게 해준다. 하겐다즈 중에 둘체데레체 맛이 있어서 난 지금까지 그게 그냥 그 아이스크림 회사가 만든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우유에 설탕을 넣고 졸여서 만든 남미 전통 디저트였던 것. 영화 속에서 껄끄럽고 떨떠름한 관계의 사람들이 마주 앉아 먹는 음식들은 그들 관계의 어떤 강력한 윤활유가 된다. 둘체데레체 뿐 아니라 이들이 서로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도 중국 배달 음식이다. 물론 어떤 음식을 먹고 나자마자 더 없이 돈독한 관계가 된다거나 하는 급진적 변화를 매번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것은 타인에게 마음을 열게되는 어떤 전환점에서 우리의 가슴이 얼마나 말랑하고 달콤해지는 지를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임이 분명하다. 새벽 바닷가에서 한바탕 멱살을 잡고 싸우다 텅 빈 부엌으로 돌아와서 이탈리아인 형제가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없이 먹던 <빅 나이트>의 오믈렛이나 갑자기 들이닥친 사촌 여동생이 못마땅하기만 한 윌리가 사와서 먹던 <천국보다 낯선>의 티비 디너. 그 조악한 미국식 도시락에 에바가 보인 티없는 호기심이라니. 각자의 동의하에 시작한 동거라지만 끝끝내 마음을 열지 않고 까칠하게 구는 브론테에게 조지가 끓여주는 <그린 카드>의 에스프레소 같은 것들. 물론 저 야심차게 꺼낸 둘체데레체가 무색하게 철물점 앞에 도착한 사람은 쥔의 백부가 아니었지만. 그 짧은 순간 로베르토가 만끽했던 둘체데레체는 아마 그의 전 생애를 통틀어 가장 달콤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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