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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9.23 다른 토닉 에스프레소
  2. 2018.09.23 Caffeine_Vilnius (1)
  3. 2018.09.07 이별한 카페 (2)
  4. 2018.07.27 토닉 에스프레소 (5)
  5. 2018.07.17 Pilies kepyklėlė_지난 겨울
Cafe2018.09.23 07:02


집에 냉장고가 오래되서인지 냉동실에는 성에가 거대한 빙하처럼 자리잡고 있다. 미끈하게 울룰불룩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들이 든든하게 느껴질 정도로. 얼마전 냉장고 전원을 빼놔야 할 일이 있었는데 희끄무레해진 빙하 가장자리 틈으로 칼날을 밀어넣으니 쩍하고 크레바스처럼 벌어졌다. 그렇게 냉장고를 빠져나온 한 조각의 빙하를 그냥 싱크대에 놔뒀다. 여름이 얼마만에 그를 녹여버릴지 궁금했기때문이다. 요즘의 여름은 딱 그렇다. 싱크대 배수구 언저리에서 점점 작아지던 딱 그 얼음 조각처럼 간신히 걸려있다. 이미 진작에 끝났는지도 모르는 그 신기루 같은 여름의 끝자락에서 마시는 시원한 커피.  에스프레소 모자를 쓴 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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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8.09.23 06:32


수년 간 Coffee Inn 이라는 이름으로 영업을 했던 리투아니아의 토종 커피 브랜드. '커피인'이라고 읽어야겠지만 대다수의 리투아니아인들은 이 카페를 '코페이나스' 라고 불렀다. 카페 이름을 영어의 발음 기호와 상관없이 리투아니아어 알파벳 모음 발음으로 읽고 남성 어미 -as 를 붙여서 코페이나스가 되는 것.  그런데 코페이나스 Kofeinas 라는 리투아니아 단어 자체가 또 영어의 caffeine 이라는 뜻이니 그것이 의도된 작명이었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이 카페는 항상 그렇게 '카페인' 카페로 불리웠고 대주주가 바뀌고 경영구조가 바뀌면서 결국 카페 이름도 Caffeine 으로 바뀌게 되었다. 2004년에 첫 지점이 문을 열고 14년이 지난 지금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의 지점들까지 합쳐 매장이 60개가 넘도록 커버렸는데 구시가에서만도 이들은 반경 200 미터마다 자리잡고 있는 듯. 이러다가는 마트에서도 스타벅스 커피처럼 곧 이들의 이름을 붙인 냉장커피가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이 카페의 커피가 특별히 맛있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이 카페의 커피 맛이다. 그리고 그런 맛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위협적인 것이다. 지점이 워낙에 많으니 특별히 이 카페를 가지 말아야겠다는 원칙이 없는 이상 평균적으로 가장 자주 가게 되는 카페이기도 하다. 구시가의 점포들을 임대하면 크게 구조를 바꾸거나 장식 할 수 없으니깐 보통은 그 구조를 살리고 이용하는 와중에 지점마다의 고유한 컨셉과 분위기가 생긴다.  그것은 이미 힘있는 브랜드가 되었고 곳곳에 들어설 수 있는 자본까지 갖췄기에 가능한 일일것이다. 나는 이 카페를 크게 열광하지는 않지만 이곳의 치즈케익과 키쉬는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이곳의 토닉 에스프레소가 빌니우스에서 마셔 본 중 가장 맛있다고 아직까지는 생각하고 있다. 다음달에 문을 여는 빌니우스의 MO 뮤지엄 (모던 아트 뮤지엄) 앞에 진작에 자리를 잡은 이 카페인 로스터는 빌니우스에 위치한 이 카페 지점 중 유일하게 로스팅 기계가 돌아가는 곳.  입구에 들어서면 둔중한 로스팅 기계가 눈에 들어오고 사방이 벽돌을 드러낸 채 도장되지 않은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곳은 다른 지점과 비교해서 좀 더 활기차고 자유분방하다. 이곳에는 조용하게 혼자 앉아서 책을 읽으러 오는 사람들 붜 공업용 계산기를 두드리며 숫자 적기에 한창인 학생들, 열심히 떠들며 토론하러 오는 사람, 스터디하러 오는 사람, 수다떨러 오는 사람들이 전부 한데 뒤엉켜있다. 딱 넘치지 않을 정도의 유쾌한 활기와 소음이 발전기처럼 돌아가는 곳이다. 

이 지점은 공간이 넓은 편이라 가끔 문화 행사나 장터 같은 것도 열린다. 물론 그런 행사가 열리기엔 협소하기 짝이 없지만 동시간대 모이는 인원의 수도 폭발적이지 않기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다. 어떤 하루는 갑자기 예약 좌석 표시가 테이블 마다 세워지고 LP가 가득 담긴 상자들을 들고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고 음반 장터가 열렸던 것. 덕분에 뜻하지 않게 자리를 옮겨야 했지만 추억 소환하는 옛 음반들 구경도 할 수 있었다. 노트북 사용하기에도 책을 읽기에도 친구를 만나서 수다를 떨기에도 전부 적합한 분위기라 지난 겨울에는 특히나 많이 갔다. 일주일에 한두번 정도이긴 했지만 한번 가면 꽤나 오랜시간을 버티다 와서 음식류를 전부 먹어본듯. 그럼에도 결국 가장 맛있는 것은 10년간 먹어도 질리지 않는 이 치즈케익이다. 이제는 반쯤 먹고 나면 아 이 맛이었지 맞아 하고 좀 배부르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정말 맛있어서 모자르다고 느껴질때가 있었더랬다. 

신랄하고 재수없지만 결코 틀린 말은 하지 않는 자기 이름을 걸고 인스턴트 냉동 만두까지 출시한 어느 푸드 칼럼니스트의 한 장짜리 에세이를 인쇄버전으로는 유일하게 이곳에서 읽을 수 있다. 카페에 항상 사람이 많다보니 커피 주문하고 종이 들고 가서 자리에 앉아서 읽다가 커피를 가져와서 거의 다 마실때까지 읽을 수 있는, 에스프레소 한 잔 분량의 글이다.

이 잡지는 카푸치노 중간 싸이즈 정도의 분량. 종합 문화지. 이 카페 말고도 빌니우스의 다른 장소에서도 꽤 자주 발견된다. 왜 제목이 370 이지 하는 물음에 '마음대로 생각하라. 당신의 생각은 몇 도 회전할 수 있나?' 라고 반문하는 잡지. 카페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잡지 이야기로 끝나는 이유는 그냥 이 카페하면 생각나는 것들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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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8.09.07 07:00

오래 전에 이곳에서 커피 마신 이야기를 쓴 적이 있는데 (http://ashland.tistory.com/385). 이곳은 나에게 겨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곳이었다. 이곳의 계절은 겨울과 겨울이 아닌 것 둘이다. 그것은 어쩌면 모두가 다 싫어해도 나는 좋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유치한 과장인지도 모른다. 리투아니아의 겨울은 지나간다기 보다는 잠깐 움츠러들었고 나머지 계절들은 제 스스로 찾아온다기 보다는 간곡히 초청을 해야만 겨우 잠시 얼굴을 내밀었다. 겨울 부츠와 여름 샌들이 오래된 모래알을 교환하며 좁은 신발장에서 자리를 바꾸듯, 카페의 테이블도 창고 밖으로 빠져나오고 다시 돌아가는 시기를 맞이한다. 결국 오고야마는 겨울을 싫은 척 하면서도 가슴 깊이 안게 되지만 이 카페에 겨울이 찾아오면 늘 조금은 우울해졌다. 이 거리를 걸을때면 이 정도면 충분히 따뜻해진거겠지 라는 조급한 생각과 함께 늘 저 깊숙한 마당을 훔쳐보곤 했다. 이곳에 테이블이 놓이면 비로소 겨울도 잠깐 비껴난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테이블이 자취를 감추면 오히려 그제서야 여름을 체념할 수 있었다. 이곳의 탁자들은 습관적으로 시즌을 맞는 다른 카페의 그것과는 좀 달랐다. 스스로 걸어나와 자신의 앞마당에서 온 몸을 늘어뜨려 햇볕을 즐기고선 더 이상 필요 없다 생각되면 미련없이 사라지던 것. 난 이곳의 커피나 음식이 좋았다기보단 신발 아래를 스치는 바닥 타일 사이의 이끼, 함께 오르자고 눈길을 잡아끌던 담쟁이 덩굴, 울룩불룩한 돌마당을 조심스레 운전해서 빠져나가던 차량들, 호기심에 들어와서는 머뭇거리다 되돌아가는 사람들, 익숙하게 들어와 담뱃불을 붙이고 천장 가득 연기를 풀어놓고 돌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탁자 위의 찻잔이 만들어내는 소음이 좋았다. 아이는 오래된 건물의 더 깊숙한 마당까지 들어가 한참을 뛰어다니다 다시 돌아오곤 했다.  

하지만 탁자들은 또 다른 여름을 즐기려는지 매년 긴 휴가를 떠나곤 했다. 그림자만 고스란히 남겨두고 탁자가 없다. 내게 주어진 도시의 여름은 턱없이 짧은데 이들은 겨우내 쌓인 먼지를 다 털어내버리자마자 야속하게 한 달 가까이 문을 닫고 휴가를 즐기러갔다. 그들이 느지막히 돌아오고 나면 아침은 서서히 겨울의 냄새를 흘리기 시작하고. 그렇게 또 다음해를 기약하며 그들은 또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리고 여름이 지나고 새학기, 9월이 다가와도 어쩐지 등장하지 않던 탁자와 의자들. 

그리고 이 카페는 그렇게 문을 닫았다. 왜일까. 이 날 나는 근처의 새로 연 카페들을 기계적으로 서성거리며 커피 세 잔을 언거푸 마셨다. 오랜 연인으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고 홧김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드라마 속 풍경은 어쩌면 이런 느낌일까 라는 생각조차 들었던 날. 저 마당의 햇살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곳에 무엇이 생기든 계속 기다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찻 잔과 스푼 따위가 바뀔뿐이겠지. 

이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지만 이곳의 내부는 겨울 그 자체였다. 찻잔과 커피가 가구 같은 곳. 커피콩과 초콜릿, 생강쿠키상자가 먼지처럼 쌓여 있는 곳. 목재가구는 오히려 카펫 같고 커튼 같고 벽난로 같다. 어깨를 부딪히며 대화에 열중하던 여행자들로 빼곡했던 다르질링의 호스텔 카페처럼. 이곳에 들어서면 왠지 한참동안 서서 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다 돌아볼 정도의 큰 소리를 내며 신발에 묻은 눈을 털어내야 할 것 같다.  곧 이어 코트를 걸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그렇게 다 털어냈다 생각하고 자리에 앉아도 조금 후면 마룻바닥에는 녹은 눈이 만들어낸 신발 자국이 남겠지. 겨울은 다 녹아버리는데 난 왜 끝끝내 남는것은 겨울뿐이라고 고집을 부리는 걸까.  

이곳엔 궁륭이 남아 있다. 이곳에 생기는 가게들이 몇번 바뀌어도 아마 내부 구조가 바뀌는 일은 없을거다. 

갈때마다 한 장 두 장 찍어 놓은 사진들. 남는게 사진이라는 것은 사람을 찍을 때나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뭔가 리빙스턴 경이나 제임스 힐튼 같은 사람적 사람들이 수집한 찻잎을 모셔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공간.

카페의 모든것들이 가지고 있던 자기 자리.

난 단 한 번 딱 저 끝까지 가봤다. 

시작은 늘 

때로는

가끔은

때로는

가끔은

때로는

가끔은

그리고 무수했던 커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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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8.07.27 08:39


섞이기 전 아랫부분이 투명해서 정말 예뻤는데 한 봉지 털어 넣은 설탕이 털썩 주저앉으면서 흙탕물을 만들어버렸다. 빌니우스의 여름도 이곳 사람들에게는 충분한 여름이다. 에어컨 없는 카페 속 열어 놓은 창문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닫혀버리고 차가운 커피들이 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즐긴다. 그래도 차가운 커피를 마셔야 한다면 톡쏘는 이런 커피가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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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Cafe2018.07.17 07:00


브랜디와 초콜릿, 스콘과 카푸치노. 버섯 수프와 녹차. 토마토 수프와 루이보스. 애플 파이위로 쏟아 부어지는 따뜻한 크림. 커피 그리고 커피. 커피 한 잔 하자고 들어간 아늑한 카페의 좁은 탁자가 각자의 입맛에 따라 채워지고 따개비처럼 붙어 앉아 잔을 비우며 하는 이야기들은 각양각색이다. 모두가 동시에 이제 좀 살것 같다 말하는 순간에도 언 발이 녹는 속도가 다르듯 긴 아침식사를 끝낸 누군가의 앞으로 느릿느릿 등장하는 마지막 커피잔이 바닥을 보일때까지 다시 이어지는 이야기들. 지난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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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