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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168_다른 방향으로 가면 집에서 멀리 갈 필요도 없는 곳에 버려진듯한 이런 장소와 풍경들이 많이 있다. 늘 가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면 그렇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죽어버린 장소들은 또 아니어서 어느정도 머물다보면 어디에나 눈인사 할 사람들이 낡은 창고 속에서 혹은 운행을 멈춘 듯한 트럭 안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사라질 것이 명명백백한 것들이 품고 있는 그만의 애잔한 아름다움이 분명히 있다.
르비우 어딘가 '아침에 눈을 떠보니 기차는 끝없이 펼쳐진 우크라이나의 흑토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농부들이 비옥한 흙에 파묻힌 채, 뼈대가 굵고 육중한 말을 부리며 쟁기질하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바위나 동산, 숲 따위는 찾아보려고 해도 볼 수가 없었다. 이따금 가냘픈 몸매의 하얀 포플러나 배고픈 까마귀들이 하늘을 나는 것이 눈에 띌 뿐이었다. 안개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로는 드문드문 흩어진 마을들이 보였다. 마을 중앙에는 한결같이 서양배 모양의 초록색을 칠한 돔이 있는 교회가 서 있었고, 그 주변으로 빽빽하게 낮은 집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마을 변두리에는, 양 떼 사이로 양치기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러시아 기행, 니코스 카잔차키스-' 요즘 조금씩 읽고 있는 책 중에 키예프에 관한 짧은 부분. ..
Vilnius 167_최초의 저녁 식사 헬싱키 경유하여 여행가는 친구 생각하다가 떠오르기 시작한 2006년 그 즈음 그 구간의 여행들. 뻬쩨르에서 산 걸쭉한 간장과 우주피스의 마트에서 산 야채 샐러드와 냉동 생선 스틱. 헬싱키의 일본 상점에서 산 쌀을 곁들여 지금은 없어진 우주피스의 호스텔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생각해보면 리투아니아에서의 최초의 저녁 식사였는데 저런 기성품들의 맛은 지금도 이따금 생각나서 먹으면 그냥 똑같다. 그때 부엌에서 내가 거쳐온 루트로 거꾸로 여행을 가는 외국인 부부를 만나서 냄비 태우지 않고 끓일 수 있는 봉지쌀의 존재를 알게되었고 그들에게 스크랩한 시베리아 횡단 열차 표를 구경시켜 주었다. 방으로 돌아와보니 집채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다니는 독일인 여자애가 침대밖으로 거의 다리가 삐져나온 채로 누워서 오에 겐자부..
몬순을 몰고 온 커피 커피콩이 생기면 간혹 세계지도를 들여다보기도 하지만 이번엔 접근을 좀 달리하여 나름 6월의 이슈이기도 했던 항공편을 검색해보았다. 업자들이 사는 이 동네 저 동네에 마대채로 머무르며 현대상선을 타고 왔을수도 있지만 그냥 커피가 혼자 여행길에 올랐다고 생각하니 왠지 좀 재밌어졌다. 동숭동 커피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타난 이들의 고향은 에티오피아. 아디스 아바바 공항을 떠나서 인도의 뭄바이를 거쳐 방콕에서 인천까지 온다. 인천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종착역 서울역에서 내린후 4호선 대학로로 뚜벅뚜벅. 그리고 다시 지하철에 택시에 일산으로 다시 인천으로 돌아와 바르샤바에서 잠깐 숨을 돌리고 최종적으로 빌니우스. 아프리카의 태양을 머금고 마로니에의 행운을 쥐고 남아시아의 몬순을 몰고 온 커피! 세팅하고 내리려고보니 ..
Doppio. 맛없던 비스킷은 옆으로 밀어두고,
리투아니아어 93_책 Knyga 램프 자리에는 사전이나 여기저기서 주워 온 리투아니아 잡지 같은 것들을 그냥 세워두는 편인데 오랜만에 존재감 뿜는 책들로 채워보았다. 이들은 빌니우스로 여행을 오셨던 소중한 블로그 이웃님 Liontamer 님께서 선물로 주신 책들인데 일부는 두고두고 읽으면 괜찮을 것 같아 내가 고른 것들이고 일부는 좋아하는 작품들을 손수 추천해 주셨다. 감사하는 마음과 행복감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작품들이 묘하게 러시아에 수렴되는 와중에 헤밍웨이의 수필 속에서도 러시아 문학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는데 동시대 동료 작가들에 대한 적나라한 언급과 비교하면 만나본 적 없는 선배 작가들에 대해선 그래도 예의와 존경 모드를 유지해주셨다. 근데 결국 그것도 러시아 소설은 읽어 본 적 없고 프랑스 소설이나 읽으라는 비평가..
15분의 1 일부러 이렇게 먹으려던 게 아닌데 교묘하게 중간의 장미꽃 모양 초콜렛이 가장 마지막까지 남았다. 이것은 아마도 초콜렛 상자 뚜껑에 그려진 꽃에 대한 응답인것 같다. 코코아 조각과 장미 꽃잎, 체리 과육이 들어간 가학(향)홍차가 있어서 같이 마셨다. 밤이 깊어가지만 아직은 그래도 조금의 밝음이 남아있다. 초콜렛은 없지만 상자엔 아직 향기가 조금 남아있다.
리투아니아어 92_ Abrikosas 살구 유사단어로는 아브라카다브라, 아바나마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