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1) 썸네일형 리스트형 천국의 아이들 (1997) 한국에서 이란 영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키아로스타미의 코케르 트릴로지와 마지드 마지디의 〈천국의 아이들〉이 개봉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란영화는 공책, 운동화, 좁은 골목길,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 같은 어떤 소박한 이미지와 연결되기 시작한다. 키아로스타미의 https://ashland.tistory.com/559048 에서 아이는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온마을을 달린다. 마지드 마지디의 에서 알리는 여동생의 신발을 잃어버린 대가로 골목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공책과 신발. 너무 사소해서 이야기로 만들기조차 어려울 것 같은 소재들 (실제로 마지드 마지디는 신발 잃어버리는 이야기로 무슨 영화를 만드냐며 투자를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대박이 났.. 다이, 마이 러브 (2025) https://ashland.tistory.com/163 를 만든 린 램지의 를 보았다. 같은 감독이 다시 한번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면 그것이 단순히 먹히는 소재라서기 보단 아마 감독 자신이 평생 놓지 못하는 질문일거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아리아나 하르비츠의 소설 다이, 마이 러브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미국 몬타나의 시골로 배경이 바뀐다. 각색과정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결국 린 램지에게 묻게 된다. 왜 그녀의 영화 속에서 엄마가 된 여성은 늘 이렇게 고립되고 무너질까. 그녀의 영화에서 모성은 신성하거나 따뜻하게 포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엄마의 정체성으로 포장된채 가해지는 폭력에 가깝다. 의 주인공 에바(틸다 스윈튼)는 도시적이고 어느 정도 '성취한 여성'이.. White Bridge (2017) '언젠가 폭이 넓은 강에 강물이 흘렀고 다리가 생겼다. 그리고 물이 흐르지 않게 된 후에도 다리는 그 자리에 남았다. 다시는 물이 흐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강에 물이 흐르던 날 바하레가 웃었다. ' 엄마와 소녀가 차를 타고 어디론가 간다. 도시를 벗어난 자동차가 황량한 도로를 달린다. 언젠가 그 길에서 교통사고가 나서 남편은 죽었고 딸아이는 장애를 얻었다. 아이는 사고 당시의 기억 때문에 눈을 가린다. 그날 아이는 발달 검사를 망친다. 장시간 차를 타느라 힘들었고 소변 마렵다는 소리를 제때 하지 못해 오줌까지 싼다. 그 검사 결과에 일반학교에 남느냐 특수학교에 가느냐가 달려있었다. 바하레는 결국 일반 학교에 다닐 수 없게 된다. 엄마는 딸아이는 지능에 전혀 문제가 없다며 바하레가 다니던 학교에 남길 원.. 푼돈 도박꾼의 노래 (2025) 순전히 팬심으로 본 영화 . https://ashland.tistory.com/559066 의 비싼 호텔 엔딩에서 억지로 연결해 보는 따끈따끈한 영화. 짧게 말해 마카오의 비싼 호텔에서 콜린 패럴이 흥청망청 먹으며 도박하는 영화. 배우든 감독이든 다작을 하면 좋다. 물론 그 배우와 감독을 이미 좋아하고 있다는 상태에서 더 좋게 만드는 요소일 거다. 콜린 패럴의 지금까지의 출연 영화 포스터만 다 늘어놓으면 상당히 현란하고 중구난방이다. 정말 온갖 영화를 다 찍는다. 그럼에도 없어 보이지 않는다. 콜린 패럴이라는 맥락에선 전부 수용가능하다. 할리우드가 위스키 잔이나 쥐어주고 소비할만한 아일랜드 배우는 확실히 아니다. 콜린패럴이 영화 배트맨과 드라마 에서 가공할만한 특수분장으로 자기 얼굴을 전혀 보여주지.. 아워 바디 (2018) '자취남'이라는 채널을 가끔 본다. 한국집 구경하는 것도 그렇고 사람들에겐 참 다양한 것들이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이 드는 지점에서 신기하다. 며칠 전엔 달리기를 하는 여성이 주인공이었다. 직장인일 때는 회사까지 뛰어서 출근했고 빵집에 갈 때도 몇 킬로 정도는 그냥 뛰어간다고 했다. 신발장을 열어 달리기용 운동화를 보여주는 여성을 보는 순간 의 '자영'이 생각났다. 꽤 오래전 영화인데 그때부터 이미 달리기 붐이 일었던 건가? 이 영화 제목이 생각이 안 나서 '나는 달린다', '위 런' 같은 택도 없는 제목으로 검색하다 겨우 찾았다. 배우 이름을 검색했으면 됐을 텐데 왠지 기억해내고 싶었던 제목. 어쩌면 제목이 주는 울림이 더 컸던 영화. 명문대를 나와서 자취를 하며 수년간 행시 준비를 하는 31살 고.. 리투아니아어 141_Laiptinė 계단 'Ačiū" (소변을 분사하지 않으시고 담배꽁초를 투척하지 않으신 것에 감사합니다.) 1층 층계참 구석은 한동안 그런 용도였다. 아마 지난 세기에도 지지난 세기에도 그랬을 거다. 혹한의 거리에서 소변볼 엄두를 내지 못한 사람들이 비틀어져 닫히지 않는 남의 집 나무문을 밀고 들어와서 갈겼으며 이웃들이 문전성시를 이뤘을 공동 화장실을 예상하며 집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갈겼을 거다. 어쩌면 이콘이 없는 구석 성소에서 앞뒤로 흔들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고 제 몸을 앞다투어 빠져나오는 따스한 물줄기에서 초상화에 없는 신의 형상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밖에서 끄고 들어오기엔 아마 장초였을거다. 바깥에서 다 피우기에 아마 그 겨울은 춥고 미끄러웠을 거다. 주머니 속의 담배가 탄로 나서 내 이웃이 탐할까 두려웠을 거다... Bag of Rice (1996) 작년에 꽤 많은 이란 영화를 봤고 연도순으로 기록해놓고 싶었지만 중간중간 무임승차하는 영화들과 어떤 이란 영화들에 대한 편애로 그러지 못했다. 그런대로 이 영화는 어린 소녀들의 모험을 다룬다는 것에서 내가 지금까지 본 중에선 https://ashland.tistory.com/559049과 https://ashland.tistory.com/559063와 함께 묶일 수 있을 것 같아 이어서 쓴다. 금붕어를 찾아 헤매는 라지에, 집을 찾아 헤매는 미나, 그리고 쌀을 찾아 테헤란을 누비는 소녀, 자이란. 물론 깊게 들여다보면 이 소녀의 사정은 조금은 다르다. 아이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와중에 마주치는 크고 작은 미션만 놓고 보면 이 영화는 거의 최상위 레벨이다. 이제는 저 아이를 좀 그만 괴롭혔으면 좋겠.. The Mirror (1997) 자파르 파나히의 두 번째 작품 . https://ashland.tistory.com/559049 에서 금붕어가 사고 싶었던 라지에를 연기한 아이다 모하마드 카니 (Aida Mohammad khani)의 실제 여동생 미나 모하마드 카니(Mina Mohammad Khani)가 극 중 '미나'로 등장한다. 보는 동안 같은 아이라고 생각해서 의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인가 보다 생각했지만 영화 중반부터 반전이 있다. 두 아이의 생김새가 비슷하고 그 사이 자란 느낌이 있어서 재밌게 이입할 수 있다. 학교가 끝나고 교문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던 미나는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포기하고 혼자서 집에 가기로 결정한다. 깁스를 해서 불편한 팔에 몸의 반은 차지하는 책가방을 들고 겁도 없이 야무지게 길을 나선다. 어린 여.. 이전 1 2 3 4 ··· 11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