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6) 썸네일형 리스트형 다리가 있다면 너를 걷어찰거야 (2025) . 사프디 형제와 짝을 이뤄왔던 로널드 브론스테인의 동반자인 메리 브론스테인의 영화이고 그래서 기대를 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재밌게 봤다. 이 브론스테인 부부는 각각 과 이 영화로 주연 배우를 아카데미 남녀주연상 후보에 올린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 속의 로즈 번의 연기가 에서의 제시 버클리의 연기보다 훨씬 좋았다. 시대극보다는 현대극을, 친자연적이고 목가적인 배경보다는 도시를, 서정적인 상징보다는 직설적인 유머에 본능적으로 더 끌리기 때문이겠지만 가녀린 로즈 번을 데리고 정신없이 몰아치는 속도감이 와 의 스타일을 지향한 흔적이 역력해서 사프디 형제 스타일속의 브론스테인의 큰 지분에 대한 생각을 더 굳히게 만들었다. 사프디 형제 특유의 폭주하는 남성성이 매번 강력한 암세포가 되어 주변의 건강한 세포들마저 .. 리투아니아어 143_Tvora 담장, 울타리 영화 햄닛(Hamnet)의 한 장면. 둘째 아들 햄닛을 잃고 수심에 잠긴 아녜스가 열심히 달걀을 깐다. 남은 아이들을 먹여야하고 생활은 계속되어야 한다. 아들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셰익스피어는 런던으로 떠나려고 한다. 좀 더 머물러 달라고 붙잡기도 남편의 여행을 축복하기도 애매하다. 고뇌하는 셰익스피어를 처음 런던으로 보낸 것은 분명 아녜스 본인의 선택이었지만 충분한 애도가 끝나기도 전에 자연스레 짐을 챙기는 남편이 어쩔 수 없이 야속하다. 하지만 살아있는 자들의 삶은 계속된다. 예술혼을 잠재울 수 없는 글쟁이 남편은 글을 써야 하고 어미는 생활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여러 모순들이 교차한다. 그리고 분명 착잡하고 슬픈 장면인데. 나는 분명 아녜스의 절망에 이입하며 안타까운 감동을 느껴야 하는데 뭔가 .. 천국의 그림자 (1986) 헬싱키 어딘가. 잔잔한 클래식 피아노 연주곡과 함께 니칸더(마티 펠론파)의 일상이 그려진다. 니칸더는 쓰레기 처리 업체에서 일한다. 그날의 할당된 쓰레기 컨테이너들을 하나둘 비우고 포화 상태가 된 쓰레기 수거 차량을 매립지에서 비우면 하루가 끝난다. 니칸더의 일상은 건전하다. 퇴근 후 간단히 장을 보고 영어 학원에 가서 공부도 하고 제법 정성스레 저녁을 해 먹고 간이 나빠서 도수 높은 술은 안 마신다. 어느 날, 라벨도 안 붙여진 시너병 같은 보드카 병을 들고 코가 빨개진 니칸더의 동료가 다가와서 말한다. 마치 25년 동안 매일 아침 했던 생각이지만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듯 결연한 표정으로 그간의 인생을 전복하겠다는 듯이. 은행 대출을 끼고 트럭 5대를 사서 자기 사업을 시작할 테니 합류하라.. 성냥공장 소녀 (1990) 성냥공장에서 일하는 핀란드 여인 이리스는 엄마 아빠와 함께 산다. 다 마시고 세척한 것으로 보이는 보드카병이 물병과 꽃병으로 변신하여 여기저기 널려있고 의미 있는 말 한마디 오고 가지 않는 그 차가운 집안을 채우는 것은 긴박한 국제뉴스들이다. 러시아에선 가스 폭발로 열차가 전복되어 사람들이 죽고 이란에선 이슬람 지도자가 죽고 천안문 사태로 비무장 상태의 학생들이 죽는 뉴스들이 계속 흘러나오지만 원한다면 그 티브이를 꺼버릴 수 있는 이쪽은 엄연히 다른 세상이다. 세상곳곳에서 벌어지는 비극과는 상관없이 이리스의 일상은 표면적으론 평화로워 보인다. 공장에서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하고 저녁이면 퇴근해서 모두를 위한 밥상을 차리고 자기 전에 대중 소설을 읽고 주말이면 댄스장에 가서 남자를 기다린다. 쓸쓸하고 생명.. 타티야나, 당신의 스카프를 조심하세요 (1994) 독서에 침대용책과 화장실용 책이 있는 것처럼 영화에도 프로젝터용 영화와 식사용 영화가 있다... 어떤 영화를 식사용 영화로 분류하는 것은 어쩌면 내가 한 영화에 던지는 최대의 찬사이자 가장 진솔한 우정의 표시 같은 게 아니려나. 짐 자무쉬, 아키 카우리스마키, 홍상수, 오즈 야스지로, 켈리 라이카트 감독의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고 그 외에도 무수한 영화들이 있다. 식사용 영화 클럽에 들어오는 기준은 사실 간단한 듯 간단치 않다. 또 봐도 재밌다는 게 소름 끼칠 만큼 여러 번 본 영화여야 함은 말할 것도 없고. 플롯이 단순하고 대사가 적고 흑백이면 더 좋다.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흥미진진해선 안되며 주인공들의 은근한 속웃음과 수줍은 좌절감 같은 게 느껴져야 한다. 그리고 밥을.. 그린카드 (1990) - 조지의 모카포트와 커피 뭔가를 많이 기억해야 할 때, 외워도 유독 잘 안외워지는 것이 있을때, 그렇게 기억하려고 했던 그게 결국 기억나지 않을것 같은 불길한 순간을 상상할 때 생각나는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에서 이민국 직원과 분리 면담을 하는 조지 (제라르 드 파르디유)와 브론테(앤디 맥도웰)의 모습이다. 식물원이 딸린 집에서 살고 싶은 미국인 브론테(앤디 맥도웰)는 남편이 필요했고 미국 영주권이 필요한 조지는 아내가 필요했다. 그래서 이들은 위장결혼을 하고 각각 원하는 것을 얻고 남남이 된다. 그런데 갑자기 이민국에서 단속을 나오면서 개별 인터뷰가 잡히고 상대에 관한 자잘한 사항들을 외워야 하는 상황이 된다. 각자의 인생에 관한 디테일들을 암기하며 서로를 알아가지만 인터뷰 끝무렵에 조지는 브론테가 쓰는 크림 이름을 잘못.. 렌탈 패밀리 (2025) 를 보았다. 지하철 안에 일본인들과 함께 앉아 있는 브랜든 프레이져가 시선을 끌었다. 필립(브랜든 프레이져)은 도쿄 생활 7년 차의 무명 배우이다. 간간이 오디션을 보고 광고를 찍고 단역울 맡는 아직 어디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듯한 이방인이다. 미국 배우가 일본에 와서 고독을 느낀다는 설정에서 https://ashland.tistory.com/139 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소피아 코폴라의 섬세한 드라마에서 위스키 광고를 찍으러 도쿄로 온 빌 머레이가 정체된 결혼 생활과 커리어의 정점에서 공허를 느끼는 남자였다면 필립은 아직 하고 싶은 연기를 하지 못한듯 보이고 여전히 혼자이다. 그는 매일 밤 발코니에 서서 맞은편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삶을 관조한다. 혼자서 집을 지키는 할아버지, 아이를.. 파리, 13구 (2021) 오래전 파리여행 때엔 파리 5구에서 지냈었다. 자연사 박물관이 있었던 집에서 나와 작은 구멍가게 같았던 카르푸와 꽤 삼엄한 모스크, 바그다드 카페를 지나 아랍 인스티튜트가 나오던 길과 팡테옹과 소르본에서 뤽상부르 공원으로 이어지던 길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지하철 5호선이 지나가는 생마르셀역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 역이었지만 마침 공사 중이어서 버스를 타거나 두 정거장 떨어진 플라스 디탈리역을 꽤나 자주 이용했는데 아마 이 역이 환승역이어서 그랬을 거다. 버스를 타기 싫거나 조금 걷고 싶으면 보통 이 이탈리아 광장 쪽으로 걷곤 했다. 그렇게 걷다가 13구의 고층 건물들을 지나 우연히 미테랑 도서관을 발견했고 센강변에 다다랐다. 숫자로 구가 표시된 파리의 시티맵은 참 재밌는 지도였다. 지도를 보기 .. 이전 1 2 3 4 ··· 1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