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916) 썸네일형 리스트형 뉘른베르크 (2025) 독일 독수리(https://ashland.tistory.com/559076) 하면 사실 독일 공군 루프트바페가 생각나고 루프트바페 하면 창설자이자 총사령관 헤르만 괴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무시무시한 일을 벌인 전범에 불과하고 사형을 선고받고 자살하지만 이 약쟁이 사령관 자체는 솔직히 말해서 재밌다고 말하면 안 되지만 재밌는 게 사실이다. 나치 전범들은 세상에 엄청난 만행을 저질렀지만 그 일을 저지르는 과정들을 기록해 놓은 많은 글들 속에서의 그들은 출근해서 자기들끼리 꽁냥꽁냥 열내며 일하다가 퇴근하고 다음날 또 출근해서는 어제 하던 나쁜 짓을 이어서 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집단에 소속되어 어떤 신념에 완전히 종속당했을 때 그 정당성에 전혀 의문을 갖지 않은 채 할.. 독일 1유로 동전 - 독일 독수리 독일 유로 동전은 총 세 가지 도안이 있는데 1센트 2센트 5센트에는 참나무 가지 (https://ashland.tistory.com/559015)가 10센트 20센트 50센트에는 브란덴부르크 게이트 (https://ashland.tistory.com/236)가 그려져 있다. 다른 유로 동전들에 비해서 뭔가 좀 투박한데 이 두 도안을 능가하는 것이 1유로 2유로에 새겨진 독수리이다. 리투아니아에서 독일 동전은 리투아니아 동전만큼 흔하다. 그런데 1유로 독수리와 2유로 독수리가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또 드물어서 날려 보내주기 전에 또 기념사진을 찍고. 사실 유럽 국가의 문장(coat of arms)들이 보통 그 생김새가 비슷하고 지루하다. 그중에서도 단연 새롭지 않은 것이 또 독일 독수리이다. 단지 .. The Color of Paradise (1999)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년 모하메드(Mohsen Ramezani)는 가족들과 떨어져서 맹인 기숙학교에서 생활한다. 그곳은 다른 이란 영화 속의 일반학교들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이들을 대하는 선생님들은 훨씬 따뜻하고 사려 깊다. 그들은 쉽게 속도를 낼 수도 없고 아이들을 다그칠 수도 없다.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정상인들과는 다른 출발선을 가지게 된 아이들은 시험을 위해 배운다기보단 언젠가 그들이 내던져질 세상을 보다 예민하게 인지하기 위한 감각을 키우는데 열중한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간다. 친구들이 모두 부모와 만나 학교를 떠나고 모하메드는 여전히 아빠를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둥지에서 떨어져 울고 있는 새를 감지하고선 주머니에 넣고 나무 위에 올라가 둥지에 올려준다. 볼 수는 없지만 들을.. The Passengers of the Night (2022) 엘리자벳(샤를롯 갱스부르)은 청소년기 딸과 아들을 혼자서 키우는 이혼한 중년 여성이다. 긴 세월 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이렇다 할 경제활동을 하지 않았던 엘리자벳은 이혼 후 돌연 가장이 되면서 눈앞이 캄캄해진다. 아직 이혼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지만 정작 그녀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데서 오는 절망감이다. 그러다 이력서에 '감수성 풍부' 한 줄을 적어 넣은 엘리자벳은 야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전화 교환원 일을 시작한다. 라디오 방송에 전화를 걸어오는 청취자들을 진행자에게 연결해 주는 일은 꽤나 드라마틱하게 그녀를 다시 세상과 연결해 준다. 엘리자벳은 센강과 에펠탑이 내려다보이는 고층 아파트에 산다. 커다란 통창이 있고 적절한 컬러가 섞인 가구와 패브릭, 그림들이 걸려있는 아름다운 .. 리투아니아어 142_Jutiminė temperatūra 체감온도 '날씨가 문제가 아니라 입은 옷이 문제다'라는 말을 즐겨하는 리투아니아인들, 웬만해선 춥단 말을 잘 안 한다. 그렇다고 옷을 많이 껴입는것 같지도 않다. 사실 막상 겨울이 되면 0도일 때나 영하 20도일 때나 입는 옷은 비슷하다. 밖에서 기분좋게 걸어다닐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나 짧아지거나 할 뿐이다. 감기는 정말 추울때 걸리는게 아니라 별로 안춥다고 느끼는 순간 걸린다. 옷을 많이 입는 것은 덜 입는 것만큼이나 위험하기때문에 적당히 입고 모자 장갑 머플러는 보통 착용한다. 다양한 재질과 두께의 머플러를 기온에 따라 바꿔서 하는게 보온엔 제일 좋은 것 같다. 올해는 가장 추웠다고 기억하는 9년 전 겨울을 능가하는 추위였는데 어느날은 체감온도가 영하 30도를 찍었다. 체감 온도라는 단어도 거의 안쓴다. .. 참새들의 노래 (2008) http://ashland.tistory.com/559070 에서 알리의 아버지로 나왔던 레자 나지가 이 영화에서는 세 아이의 아빠이자 다정한 남편 카림으로 등장한다. 그가 일하는 타조 농장에서 타조 한 마리가 도망치자 그는 해고된다. 직업을 잃은 남자는 타조알 하나를 퇴직금처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기대에 찬 아이들에 둘러싸여 망치로 타조알을 깨는 모습이 모스크에서 가져온 설탕을 깨던 알리의 아빠를 떠올리게 한다. 아내는 샥슈카를 만들어 이웃과 나눈다. 타조알이 얼마나 큰지 열 접시는 넘게 나온다. 해고당한 가장의 막막함이 전해지면서도 풍성한 샥슈카 한 접시를 보는 순간 마음이 놓인다. 귀가 잘 안 들리는 큰 딸은 동네 아이들과 버려진 수조에서 놀다가 보청기를 빠뜨린다. 카림은 딸의 보청기를 .. 천국의 아이들 (1997) 한국에서 이란 영화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키아로스타미의 코케르 트릴로지와 마지드 마지디의 〈천국의 아이들〉이 개봉하던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부터 이란영화는 공책, 운동화, 좁은 골목길, 언덕 위의 나무 한 그루 같은 어떤 소박한 이미지와 연결되기 시작한다. 키아로스타미의 https://ashland.tistory.com/559048 에서 아이는 친구의 공책을 돌려주기 위해 온마을을 달린다. 마지드 마지디의 에서 알리는 여동생의 신발을 잃어버린 대가로 골목길을 달리고 또 달린다. 공책과 신발. 너무 사소해서 이야기로 만들기조차 어려울 것 같은 소재들 (실제로 마지드 마지디는 신발 잃어버리는 이야기로 무슨 영화를 만드냐며 투자를 받는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대박이 났.. 다이, 마이 러브 (2025) https://ashland.tistory.com/163 를 만든 린 램지의 를 보았다. 같은 감독이 다시 한번 비슷한 주제를 다룬다면 그것이 단순히 먹히는 소재라서기 보단 아마 감독 자신이 평생 놓지 못하는 질문일거다. 이 영화의 원작은 아리아나 하르비츠의 소설 다이, 마이 러브이다. 프랑스 시골에서 미국 몬타나의 시골로 배경이 바뀐다. 각색과정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 모르지만 결국 린 램지에게 묻게 된다. 왜 그녀의 영화 속에서 엄마가 된 여성은 늘 이렇게 고립되고 무너질까. 그녀의 영화에서 모성은 신성하거나 따뜻하게 포장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개인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엄마의 정체성으로 포장된채 가해지는 폭력에 가깝다. 의 주인공 에바(틸다 스윈튼)는 도시적이고 어느 정도 '성취한 여성'이.. 이전 1 2 3 4 ··· 1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