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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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콤포트 콤포트는 리투아니아에서는 남성어미 붙여서 콤포타스라고 부른다. 보통 학교 식당이나 아주 전형적인 리투아니아 음식을 파는 식당의 카운터 근처에 이렇게 놓여있다. 이들은 항상 이렇게 놓여있다. 채도도 항상 비슷하다. 이들은 더 진해서도 더 큰 잔에 담겨서도 안된다. 이들에게 많은 것을 기대할 수 없기때문에 실망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캅카스의 사카르트벨로 요즘 마트에 뼈대가 보이는 비교적 매끈하고 친절하게 생긴 등갈비가 팔기 시작해서 한번 사 와봤다. 친절한 등갈비는 오래 삶아서 그냥 소스를 발라 구워 먹었고 다음날 냄비에 남은 육수를 보니 본능적으로 쌀국수가 생각이 나서 팔각과 카다멈, 시나몬 스틱 등의 향신료의 왕족들을 살포시 넣으니 은근슬쩍 쌀국수 육수가 만들어졌다. 쌀국수에 몇 방울 간절히 떨어뜨리고 싶었던 스리라차 같은 소스가 없어서 뭘 넣을까 하다가 조지아 그러니깐 그루지야 그러니깐 사카르트벨로의 양념장인 아지카를 꺼내서 대충 피시소스와 섞어서 함께 먹었다. 아지카라는 이 이름부터 캅카스적인 소스는 빌니우스를 처음 여행하던 시기에 처음 알고 즐겨 먹게 되었는데 캅카스식 뻴메니나 샤슬릭 같은 것과 주로 먹지만 때에 따라서는 고추장처럼 사용하게도 ..
파프리카 마트의 파프리카가 유독 눈에 밟히는 날에는 집에 데려와서 포크로 군데군데 구멍을 뚫고 오븐에 한 시간 정도 그냥 넣어두고 잊는다. 껍질은 아주 쉽게 벗겨지고 칼로 자를 것도 없이 손으로 주욱주욱 찢어진다. 그러면 이들은 흡사 황도 같은 모습이 된다. 소금과 후추를 뿌리고 마늘을 얇게 썰어 곳곳에 집어넣고 올리브 오일을 가득 부어서 놔둔다. 바질, 케이퍼 같은 것을 추가로 넣어도 된다. 가지도 토마토도 같은 방식으로 잠수시킬 수 있다. 맛이 들었다 싶으면 병에 넣어서 냉장고로 가져간다. 때로는 올리브나 앤초비 같은 다소 강한 맛의 아이들을 넣고 전부 휘 갈아서 빵에 발라 먹던가 파스타에 섞어 먹어도 된다. 항상 이걸 만들고 나면 어느 집에서 굴라쉬를 한 솥 끓였나 싶을 정도로 온 계단이 파프리카 냄새로 가..
감자전과 끄바스 어제 날씨가 참 좋았다. 트라카이에 갔다. 빌니우스에서 트라카이까지는 30분 정도로 크게 멀지 않다. 트라카이에 도착하자마자 아침 겸 점심으로 먹은 감자전. 좀 더 널리 알려진 러시아식으로 말하면 끄바스, 리투아니아어로는 기라 Gira 라고 불리우는 음료도 함께 주문했다. 흑빵을 발효시켜 만든 무알콜 음료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1.5프로 정도의 알콜을 포함하기도 하는데 식당에서 직접 제조했다는 이 기라는 날이 더워서 그랬는지 알콜이 조금 섞여 있었던 것인지 조금 빨갛게 올라오며 약간 취하는 느낌이 들었다. 도톰한 감자전 속에는 고기가 들어있고 기름에 볶은 돼지 비계와 딜을 흩뿌린 사우어크림이 양념으로 올라온다. 트라카이가 휴양지이긴 하지만 빌니우스도 사실 관광지이기때문에 식당에서 이런 음식을 먹으면 산이나..
오니기리 일본만화를 좋아하고 인스턴트 라면을 좋아하는 조카가 가끔 놀러온다. 돌아가는 버스에서 먹으라고 만들어 준 오니기리. 둥근 오니기리 케이스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왠지 일본 다이소 같은데서 팔 것 같은데 어떨까.
칠리 콘 카르네 가끔 가는 멕시코 식당 Meksika. 이곳에 갈 때마다 멕시코 국기가 굉장히 그리기 복잡한 국기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고 오곤 한다. 이제는 저 성모 마리아 상을 보면 미드 로스트에서 저런 조그만 성모 마리아상 가득히 마약을 저장해 싣고 날아오르던 헬리콥터가 떠오를 뿐이고 데낄라를 좋아하는 친구한테 언젠가 저 해골에 담긴 데낄라 선물해 주고 싶단 생각도 한다. 이 멕시코 식당은 구시가에서 멀지 않지만 관광객은 좀 뜸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정확히 언제 문을 열었는지는 모르지만 첫 해에 왔을 때에도 있었으니깐 12년은 훨씬 넘었다. 그러니 리투아니아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한결같이 옹기종기한 분위기이다. 그게 좋다. 직원들은 항상 바쁘지만 한결같다. 지나가다 간단하게 점심을 먹으려고 들려서 그냥 칠리 한 ..
키쉬 이 요리책 레시피에는 치즈가 대량 들어가서 보통 마트에서 치즈 세일을 하면 만들어 먹곤 했는데 그냥 집에 달걀이 많아서 오랜만에 만들어보았다. 가지고 있는 오븐 용기가 커서 알맞은 높이가 나오려면 레시피 두배 정도의 재료를 써야하는데 언제나처럼 까먹고 냉동 반죽을 겨우겨우 늘어뜨려서 커버했다. 지난 겨울에 자주 갔던 카페에서 햄이 들어간 키쉬를 곧 잘 먹었는데 나도 다음엔 고기를 넣고 만들어봐야겠다. 너무 착한 맛이라 재미가 없는거다.
가스파초 항상 더운 나날의 평균적인 더움보다 갑자기 더워진 며칠, 그 더움의 무게가 더한 법. 특히나 리투아니아의 더위란 덥다고 유난을 떨기에도 여의치 않은 별볼일 없는 더움이라 오히려 그 온도 변화가 더 가파르게 느껴질때가 있다. 지난 달 그렇게 날씨가 더워져서 갑자기 먹고 싶어진 가스파초. 얼마전부터 마트에 부라타 치즈까지 등장해서 아주 심플하고도 플레인한 가스파초를 한 솥 휙 갈았다. 정말 이탈리아는 우연이라고 하기엔 국기 하나 잘 만들었다. 가스파초도 카프레제도 너무 이탈리아스럽다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가스파초는 스페인 음식이구나. 그런데 냉장고에서 한 솥 식어가고 있는 가스파초가 무색하게 다음날부터 날이 다시 추워졌다. 그래서 이것은 결국 한 그릇 억지로 먹고 나머지는 스파게티 소스로 변형시켰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