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9) 썸네일형 리스트형 파슬리 버터 파슬리는 리투아니아어로 페트라죨레 Petražolė 라고 한다. 마트에 파는 허브들은 아예 조그만 화분에 심어져 있거나 25그램 정도로 포장이 돼있어서 이렇게 많이 살 이유도 살 수도 없는데 갑자기 집에 파슬리가 다발채로 생긴 것은 식당의 주방 직원이 고수와 파슬리를 혼동했는지 고수 대신 별안간 파슬리 2킬로그램이 배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요한 사람끼리 나눠가졌다. 여러 허브들 사이에서 그나마 고수와 파슬리가 닮은 구석이 있긴 하지만 파슬리 잎사귀가 좀 더 조화처럼 빤짝거리고 굵고 억세다. 우리는 멋쩍어하는 동료를 한껏 위로했다. 고수 대신 파슬리를 뿌렸어도 심지어 맛을 보고도 모를 손님도 분명 많았을 거라고. 그래서 우선 파슬리 버터를 만들기로 했다. 리투아니아에서는 파슬리를 차로도 곧 잘 끓여 .. 캅카스의 사카르트벨로 요즘 마트에 뼈대가 보이는 비교적 매끈하고 친절하게 생긴 등갈비가 팔기 시작해서 한번 사 와봤다. 친절한 등갈비는 오래 삶아서 그냥 소스를 발라 구워 먹었고 다음날 냄비에 남은 육수를 보니 본능적으로 쌀국수가 생각이 나서 팔각과 카다멈, 시나몬 스틱 등의 향신료의 왕족들을 살포시 넣으니 은근슬쩍 쌀국수 육수가 만들어졌다. 쌀국수에 몇 방울 간절히 떨어뜨리고 싶었던 스리라차 같은 소스가 없어서 뭘 넣을까 하다가 조지아 그러니깐 그루지야 그러니깐 사카르트벨로의 양념장인 아지카를 꺼내서 대충 피시소스와 섞어서 함께 먹었다. 아지카라는 이 이름부터 캅카스적인 소스는 빌니우스를 처음 여행하던 시기에 처음 알고 즐겨 먹게 되었는데 캅카스식 뻴메니나 샤슬릭 같은 것과 주로 먹지만 때에 따라서는 고추장처럼 사용하게도 .. 세이지 버터 지난번에 살팀보카 만들고 남은 세이지. (http://ashland11.com/644) 저 세이지를 요리 한 번에 다 사용하기란 불가능하다. 어떤식으로든 남는 이 허브를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세이지 버터를 만드는 것. 그래서 그 주에 만들어 먹음 리투아니아에서 파는 버터는 보통 200g 이다. 버터들이 보통 100g, 50g 이런식으로 레시피에 나오니 따로 계량하지 않아도 잘라서 쓰기 편하다. 점점 녹는 기름 덩어리들. 버터는 원래 그냥 저렇고 저런 모습이다. 기름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버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은 좀 두툼한 팬에 버터를 올려 놓고 가장 약한 불에서 서서히 녹인 후에 그것을 상온에서 저절로 굳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러면 약간 팥앙금 같은 질감으로 고슬고슬해지는데 .. 꿀과 코티지 치즈 고양이 맡기고 간 윗층 여인이 오레가노와 함께 키프로스에서 사다준 것. 양과 젖소와 염소의 젖으로 만들어진 코티지 치즈. 헉. 너무 맛있다. 리투아니아에서 사먹는 것은 아무리 압축된 것이어도 소량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기 마련인데 이 코티지 치즈는 손가락 사이에서 뽀드득거리는 전분처럼 수분 제로의 짱짱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서 자연스레 꺼내는 것은 꿀. 정말 자동적으로 이제 꿀에 손이 간다. 리투아니아 꿀집에서 꿀을 사거나 양봉을 하는 사람들 (친구의 친구의 친구들중에는 숲속에서 생활하며 소규모 양봉도 하는 삼촌을 가진 이들이 꼭 한 두명씩 있게 마련이다.) 에게서 꿀을 얻어 먹으면 보통 저런 플라스틱 용기에 꿀을 담아 준다.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오이에도 가끔 저 꿀을 찍어 먹는데 정말 맛있는것은 .. 살구 자두 하이브리드 마트에 새로 등장하는 과일이나 식품들은 보통은 비싸다. 하지만 할인 스티커가 붙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다시 등장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마트의 판촉 상품으로 등장하는 그들은 그런데 보통은 또 매력적이다. 12색 기본 물감 팔레트에는 없지만 36가지 색 크레파스에는 고고하게 꽂혀있는 그런 색다른 빛깔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 그리고 다른 것보다 조금 값비싼것들에 으례 덧씌워진 환상이나 허황같은것일 수도 있다. 그것은 수입 담당 직원에게 가해진 끼워팔기의 강매였을수도 있고 다 식은 커피와 함께 유통기한이 지난 마트의 도넛을 먹으며 식품 카탈로그를 보다 혹해서 주문 버튼을 눌러버린 그의 모험일 수도 있다. 설사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아 할인의 할인을 거듭한 딱지가 덕지덕지 붙여진다.. 코르토나에서 만난 인생 오일 파스타 인생 부대찌개를 마주하고 있자니 인생 파스타가 떠올랐다. 코르토나는 다이앤 레인이 출연한 이라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이탈리아의 도시이다. 피렌체를 떠나 의 배경이 되었던 아레쪼에 잠깐 내려 짧은 기차를 타고 도착했던 에트루리아인의 도시. 오랜 걸음으로 도보가 따로 마련되어있지 않은 산악도로를 위험스레 거꾸로 걸어서 닿았던 그곳. 역에서 내려 한참 걸어 올라간 코르토나는 '너는 여행객이다' 라는 명제를 여실히 증명해보이는 풍경들을 품고 있었다. 영화속에서 프랜시스가 잠깐 관광버스에서 내려 자유시간을 만끽하는 코르토나의 느낌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자체로 좋았다. 9월의 코르토나에서 프랜시스의 눈을 가득 점령하고 지나치던 해바라기 들판은 볼 수 없었지만 골목 어귀의 기념품 가게 문에 붙어 있는 해바라기 .. Treccia pasta 이 파스타면을 정말 좋아하는데. 우선 푸질리나 펜네에 비해 밀가루 맛이 덜 나게 생긴것이 실제로도 식감이 부드럽고 결정적으로 길게 비틀어진 몸통의 중간에 패어진 홈에 포크의 날 하나를 살짝 밀어 넣어서 집어 먹으면 정말 재밌다. 파스타 봉지에는 보통 Treccia 라고 적혀있었는데 간혹 Trecce 라고 적혀있는 봉지도 있고 특히 Trecia 는 리투아니아어에서 세번째 라는 뜻이 있기도 해서 기억에 남았더랬다. 여튼 구글 이미지에는 여러 형태의 면이 뜨는데 살짝 밀대로 굴린 느낌의 이런 짧은 파스타들을 이렇게 칭하는것도 같다. 지난번에 먹다 남은 파스타 양념을 또 면 끓이는 냄비 곁에서 하염없이 볶다가 길쭉하고 얄상한 면에 왠지 잘 어울릴것 같아서 올리브도 추가로 넣어 보았다. 구르는 올리브 흩날리는 치..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Parmigiana Di Melanzane 2010년,밀라노행 티켓을 상품으로 받고 부랴부랴 떠나게 된 2주간의 이탈리아 여행. 의 코르토나, 의 피렌체와 그의 두오모 만큼 깊은 인상을 남긴것이 있다면 아마도 비행기에서 내려 생소한 밀라노 시내에서 첫끼로 먹은' 파르미지아나 디 멜란자네' 란 가지요리였다. 에서 틸다 스윈튼이 오르던 밀라노 두오모는 그렇게나 화려했지만 그 장엄함 뒤의 무기력함을 발견해버리면 한없이 초라해졌다. 밀라노의 명품거리는 오히려 희소성을 잃은채 투탕카멘 분장의 거리 예술인에게 사람들의 시선을 몽땅 빼앗긴듯 보였다. 약속이나 한듯 말끔하게 차려입고 베스파를 몰고 다니는 이탈리아인들로 붐비던 밀라노의 점심시간, 넉넉한 체구의 중년의 아저씨가 주문을 받는 테이블 몇개가 고작인 간이 식당에 들어섰다. 식당에 들어서서는 직원과 몇마..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