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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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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lin 39_Berlin cafe 11_Bauhaus archiv 베를린엔 5월의 마지막날까지 딱 14일간 있었던지라 왠만해선 그 날짜를 잊기가 힘들다. 그래서 3년 전 오늘 베를린의 어떤 곳에서 커피를 마셨는지 찾아보았다. 그곳은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내에 있는 카페였다. 커피는 시내에 있는 카페에 비하면 맛이 옅은 대신 비쌌고 파이는 생각보다 덜 부드러웠다. 아카이브 속의 선물 가게에서 선물로 미니 블럭을 샀다. 입고 있던 옷과 머리 모양새를 보니 바람이 많이 불었던 날인가보다. 아마 이곳의 오늘도 그런 날씨일 거다. 독일 드라마 Dark 의 여운때문인지 같은 날짜의 오랜 전 여행을 추억하는 것이 마치 지나온 시간 만큼의 사이클로 내 인생을 조종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지금 이 순간을 살고 있는 내가 잠시 3년 전으로 돌아가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를 생각..
Berlin 38_어떤 화장실 뭔가 비디오드롬, 트윈픽스스럽다는 생각에 멈칫하며 짧은 순간 쭈그러들었던 화장실. 변기에 앉는 순간 텔레비젼이 켜진다든지 블라인드를 올리면 침실이라든지 사다코가 기어 나오더라도 변기를 보고 다시 들어갈지도 모를 화장실. 어쩌면 설마 화장실이 아니었을수도 있다.
Berlin 37_잠시 드레스덴에서 04_숨겨진 돔 이렇게나 뻔하게 모습을 드러내 놓고 있는데 숨겨져 있다는 표현이 우습지만 어쨌든 이렇게 건물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돔을 보면 이미 어두워진 어떤 저녁 극적으로 내 눈 앞에 나타났던 피렌체의 두오모가 중첩된다. 피렌체에서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가 드나들던 화방을 찾겠다고 두오모에서 뻗어 나오는 숱한 거리들을 상점 하나하나를 확인하며 걷고 또 걸었다. 드레스덴이 한때 북방의 피렌체라고 불렸다고 하는데 세계대전의 피해가 컸었던 것인지 짧은 시간 머물렀었기 때문인지 고색창연한 바로크 도시의 느낌은 그다지 받지 못했다. 휴일의 드레스덴은 오히려 조금 요양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세상의 그 어떤 똑똑한 건축 자재도 도시의 영혼까지 복원시킬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도 이 위치에 서서 피렌체를 떠올렸던 것만으로도..
Berlin 36_베를린 초우민 여길 뭐라고 불렀지. 격주로 열리는 축제 같았는데. 타이 파크였나. 한 마디로 넓은 공원에서 동남아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 장사꾼들도 그냥 손수 챙겨 온 돗자리를 펴고 낚시 의자 위에 앉아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놓고 음식을 만든다. 저 볶음 국수는 인도여행 내내 먹었던 초우민과 거의 흡사했다. 인도에 다시 가면 먹고 싶은 것은 커리도 아니고 어둑어둑해진 뒤에도 그냥 골목 귀탱이에 곤로 하나만 놓고 만들고 있던 초우민 왈라(?)의 초우민. 베를린에서는 우리 차례가 되자 한 그릇 정도의 분량이 충분히 있었음에도 갑자기 새 면을 추가로 넣고 볶기 시작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렸었고 그래서 좀 더 맛있었겠지. 저 공원에서 한참을 널부러져 있었다.
Berlin 35_Berlin cafe 10_Bonanza 로 가는 길 이란 제목이 사실 더 어울리겠다. 영화 커피 인 베를린 생각에 잠겨 있던 며칠로 인해 다시 떠올려보는 베를린 카페들. 봄이 가까워지면서 몸이 자연스레 5월의 기후를 감지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낯선 여행지를 두 번, 세 번 방문할 기회가 생겼을때 그래 이왕이면 조금은 다른 시기에 찾아가서 도시의 다른 풍경을 보는 것도 괜찮을거야 생각하지만 그 때 그 여행이 완벽했다고 느낀다면 굳이 그럴거 없이 그냥 비슷한 시기에 가는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베를린은 그냥 항상 5월에 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영양가 없음으로 인해 가장 고가치를 지니는 농담들을 하며 어딘가에 널부러져 있고 싶다. 카페 보난자는 이름에서부터 뭔가 빨리 찾아가야할 것 같은 포스를 풍겼던 카페이지만 계속 다른 카페들..
Berlin 34_어떤 여행은 Berlin_2017 왠지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끝날 것만 같지.
Berlin 33_일요일의 베를린 Berlin_2017 비어있지만 적절하게 느껴지는 알력, 쉬지않고 휘발하는 숨소리. 저마다 문닫은 일요일 오후의 베를린에도 어떤 여지는 있다. 각기 다른 결핍을 채우려 온 종일 드나들었던 이들의 호흡과 단어들이 눈 앞에 줄을 서던 순간.
Berlin 32_베를린 주간 Berlin_2017 베를린 주간이 오늘로 끝났다. 작년의 오늘 저녁에 베를린에서 빌니우스로 돌아옴. 무수했던 커피 향기가. 케밥집의 매콤했던 절인 고추가. 거리거리 소복히 쌓여있던 꽃가루들이 눈 앞에 떠오르는것. 때로는 향기로 맛으로 그리고 어떤 질감으로 말이다. 한 번 정도는 사 먹어 볼 수도 있었을텐데 기어이 사 먹지 않고 온 베를린의 딸기. 항상 잠겨 있었던 것도 같고. 쓰여진 문자만 봐서는 얼핏 무슨 맥주 파는 곳 같은 느낌을 다분히 주지만 빼도 박을 수도 없는 명백한 딸기이다. 요새 딸기철이라 빌니우스에도 딸기 스탠드가 많다. 보통 천막 아래 가판대 위에 판매 허가증을 놓고 오로지 딸기만 1킬로 혹은 반킬로씩 저울질해서 한정된 양을 파는데 하루종일 냉장 시설없이 땡볕에 서있는거라 저녁때는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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