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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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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unner (1984) 아미르 나데리의 영화 는 이란 혁명 이후에 선보인 가장 초기 영화이다. 이 영화는 그저 독보적이고 이 정도의 에너지와 스피드로 충만한 이란 영화는 없는것 같다. 감독 아미르 나데리의 유년 시절의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영화는 복원된 좋은 화질로 봐서 인지 80년대 이란의 바닷가 도시를 완벽하게 고증해 낸 요즘 영화라고 해도 믿어질만큼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하다. 주인공 아미로는 이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뜀박질하고 걸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이란 아이들의 가장 원시적이고도 생명력 넘치는 원형일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아이들의 영화라기보다는 오히려 땀으로 뒤범벅된 남자들의 영화에 가깝다. 지금은 아마도 반백살이 되었을 마드지드 니로만드(Madjid Niroumand)의 연기는 탁월하다. 아미로의 유년시절이라는 ..
Armand (2024) 를 보고 싶은데 아직 볼 방법이 없고 왠지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할 것 같기도 하다. 그런대로 레나테 레인스베가 나오는 영화들에 대해 짧게 기록해두려고 한다. 이 배우는 작년에 드라마 에서 제이크 질렌할 상대역으로 나온 걸 처음 봤는데 이미 죽은 상태에서 회상씬에서만 계속 나와서 분량이 별로 없는데도 존재감이 컸다. 제이크 질렌할은 믿고 보는 배우중 한 명이지만 생각해 보면 기억에 남는 상대 여배우가 없다. 출연한 영화들이 거의 혼자 끌고 가는 영화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에서 히스 레저와의 연기가 너무 절절하고 임팩트 있어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시나리오가 안 들어오는 건가 한동안 생각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선 레나테 레인스베와 정말 잘 어울렸다. 분위기가 독특하다고 생각하며 드라마를 보면서도 영어권 ..
The White Ballon (1995) 이 시기 이란 영화를 보는 것은 창사 특집 단막극을 보는 느낌이다. 영화라기보단 드라마 같고 매일 보는 드라마라고 하기엔 또 연속성이 없다. 재밌게 보고 나면 과연 다시 볼 기회가 있을까 싶어 아쉽고 명절은 항상 저물어가니 끝나고 나면 특유의 울적함이 남는다. 그리고 그 작품들 사이에 아무런 연관이 없음에도 단막극 속 주인공들은 왠지 서로 알고 지낼 것처럼 친숙해 보인다. 와 의 주인공들이 시골 뒷산에서 만나서 뛰어놀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래서 이란 영화를 보고 나면 가끔 헷갈린다. 금붕어를 사고 싶어 하던 그 아이는 할머니와 쌀을 나르던 그 아이였나. 말을 더듬는 누나를 위해 동화책을 구하러 다니던 그 아이는 그림이 그리고 싶었던 그 아이인가., 등의 키아로스타미의 영화들은 확실히 아마드와 네마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987) 아이들이 나온 이란 영화들을 차례차례 감상하며 그 궤적을 따라가니 그 끝에는 결국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가 있었다. 이 영화는 아마도 많은 한국인들이 본 최초의 이란 영화가 아닐까 싶은데 적어도 내겐 그랬다. 당시 예술영화들을 주로 상영하는 작은 극장에서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나 마지드 마지디의 어떤 작품들을 보았고 그런 극장들을 채우고 있던 영화 포스터들은 시적이고 아름다웠다. 찾아낸 영화 포스터 몇 개를 보니 그 모습은 역시나 정적이고 평화롭지만 온 동네를 절박하게 뛰어다니던 아이를 다시 만나고 나니 저 장면들은 오히려 퍽이나 동적으로 다가온다. 오래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 무엇을 느꼈는지는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내가 보아왔던 것과는 너무 다른 풍경에 우선 집중했을 것 같고 한 가지만이 ..
Baran (2001)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최근작까지 거의 도달했지만 다시 이란의 21세기 초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사실 2001년 하면 크게 옛날도 아니고 심지어 추억 속의 '쉬리'나 '초록물고기' 같은 영화들보다 나중 영화인데 이즈음 어떤 이란 영화들의 첫인상은 80년대에 빌려보던 화질이 좋지 않은 강시 영화처럼 뭔가 해소되지 않고 계속 살아남을 것 같은 음울함으로 가득하다. 오히려 1968년작 https://ashland11.com/559010는 는 비슷한 시기의 김기영 감독의 영화처럼 때론 보기 불편할 정도로 군더더기없이 사실적이고 말이 안 통해도 그 배우들이 만나면 자연스럽게 악수라도 할 것처럼 그 시대적 감성의 아귀가 적절히 들어맞는데 시간이 흘러 (보통 아이들이 출연하는) 이란의 80,90년대의 영화를 보고 ..
Le passe (2013)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여섯 번째 작품. 이 영화는 https://ashland.tistory.com/m/559042 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감독이 이란을 벗어나 해외자본으로 만든 첫 영화이다. 이란 남성이 등장하긴 하지만 파리가 배경이고 인물들 모두 프랑스어를 했다.아스가르 파르하디는 망명을 하진 않았지만 현재 이란에선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에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마치 이란에선 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이혼까지 감행하며 미국으로 가려했던 의 씨민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사실 이 감독은 최근 작품에서 표절 시비에 휘말려서 이란 본토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인데 검열에 대항해서 해외로 나가고 있는 이란 감독이 이미 많기 때문에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해외 활동도 표현..
A Seperation (2011) 셀린송의 는 하염없이 올라가는 클로징 크레딧 뒤로 결혼 증명서를 받기 위해 들뜬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비추며 끝난다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다섯 번째 영화 은 똑같은 앵글에서 이혼 엔딩을 보여준다. 이혼 후에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살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 딸을 담당 직원 앞에 남겨두고 나온 부부가 반대편에 따로 떨어져 앉아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한 발자국 정도 차이를 두고 앉아 수만 가지 생각을 했을 그들 사이로 어쩌면 비슷한 이유로 그곳을 찾았을 사람들이 쉼 없이 지나가며 역시 크레딧이 올라간다. 같은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속았을 비슷한 풍경이었지만 그 풍경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부부 갈등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감독의 다른 영화 https://ashland.tistory.com/..
About Elly (2009)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네 번째 영화. 배경도 줄거리도 가장 단순하지만 끝날 때까지 기가 막힌 긴장감을 유지한다. 결론은 이미 난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으려고 밍그적거리는 부분에서 무한한 짜증을 유발하지만 그것은 결국 이 사건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시대착오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임을 알게 된다. 포스터 속의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Golshifte Farahani)는 짐 자무쉬의 에서 아담 드라이버의 상대역으로 인상적으로 나온다. 언어와 복장 때문인지 같은 배우인 게 믿기 힘들 만큼 다르다. 보통 저런 제목과 포스터 전면에 배우가 등장하면 저 여성이 엘리일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 여인은 엘리가 아닌 세피데이다. 세피데의 미간은 할 말이 있는 듯 억울해 보이고 모래사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