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178) 썸네일형 리스트형 소 (The cow, 1969) - 가장 소중한 것과 함께 소멸하기 안드레아 아놀드 감독의 다큐영화 를 찾다가 우연히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의 이란 영화 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뜬금없이 보게 되는 옛날 흑백영화들은 대부분 좋은 영화다. 수십 년이 흘러서도 리마스터링 되고 회고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다. 는 다리우스 메흐르지 감독이 서른살에 만든 두 번째 영화이다. 미국 유학 후 돌아와서 만든 제임스 본드 컨셉의 첫 상업영화가 실패한 후 만들어진 초기 대표작이고 이 영화를 이란 뉴웨이브의 시작이라고 본단다. 내가 극장에서 보는 행운을 누렸던 이나 같은 이란 영화가 웰메이드 제3세계 영화로 알려지기 훨씬 이전의 영화이다. 역시 뉴웨이브가 있어야 황금기도 있는 건가 보다. 조용한 이란의 시골 마을. 남성 한명이 소를 몰고 허허벌판을 지나간다. 웅덩이에.. 말벌 (Wasp,2003) 그리고 피쉬 탱크 (Fish tank,2009) 어떤 감독들은 같은 사람이 만들어낸 영화라고 믿기 힘들 만큼 매번 전혀 다른 주제와 스타일의 영화들을 만들어낸다. 그리고 어떤 감독들은 아주 끈질기게 비슷한 이야기들을 오랜 세월에 걸쳐 지치지 않고 만드는데 난 아마 후자의 경우를 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난 여전히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좋고 안드레아 아놀드를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안드레아 아놀드의 최신작 버드(https://ashland.tistory.com/558999)로부터 감독의 전작들을 찾아 계속 옮겨가다 보니 한 사람이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토록 끈질기게 비슷한 주제를 파고든다면 결국 이 모든 이야기는 그 자신으로부터 나온것이리라 짐작하게 된다. 안드레아 아놀드의 2009년 작 피쉬 탱크를 보기에 앞서 2003년.. 굿타임 (Good time, 2017) 누군가 나에게 내일 은행을 털겠다고 말한다면 난 아마 다짜고짜 그래선 안된다고 말리진 못하고 은행털이 영화들의 고전을 하나씩 떠올리기 시작할 거다. 한편 '리얼 멕코이부터 아리조나 유괴사건을 거쳐 히트'까지 이미 모든 고전들을 마스터한 미래의 은행 강도는 나에게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이제 그런 옛날 영화 속의 구닥다리 수법들은 통하지 않는다고. 대부분 처절한 실패로 끝나는 그런 영화 속 인물들에게서 우리가 배울 점이라곤 은행 창구를 향해 유유히 걸어가는 순간 그들이 발휘하는 고도의 자기 확신과 농축된 이기심뿐이라고. 그러면 난 그제야 이 자신감에 찬 은행 강도에게 어떤 은행을 어떻게 털 것인지 물어본다. 나는 염료 팩을 조심하라는 당부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그날부터 뉴스도 .. 아메리칸 허니 (American honey,2016) (https://ashland.tistory.com/558999)를 연출한 안드레아 아놀드의 2016년작 를 뒤늦게 찾아서 봤다. 가 막 홀로서기를 시작하려는 베일리속의 희망을 보여주며 끝이 났다면 는 오클라호마 소녀, 스타(사샤래인)가 돌보던 어린 동생들을 놔두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과감히 집을 뛰쳐나오는것으로 시작된다. 아메리칸 허니는 청소년들이 주축이 되는 로드무비이다. 짐작컨대 이들 대다수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희망을 찾지 못한 가출 청소년들이다. 이들은 작은 밴을 타고 미국 전역을 돌며 값싼 여관에 짐을 풀고 팀리더가 정해준 지역(가정집들이 모여있는 부촌이나 장거리 화물 운전기사들이 집결하는 곳 등등)에 내려 잡지 구독권을 판다. 최대한 없어 보이는 차림새를 하고 동정심을 유발할.. Heaven knows what (2014) 책임질 수 없음에도 우리가 구원하려는 것.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봉준호 감독급의 감독은 세상에 몇 안된다고 했다는 인터뷰를 읽고 그 감독들이 이 배우가 함께 작업한 감독 중 한 명이라면 샤프디 형제일거라 생각했다. (https://ashland.tistory.com/895)를 구상하며 귀금속 상가들이 몰려있는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를 취재하던 샤프디 형제는 지하철역에서 아리엘 홈즈를 알게 된다. 다이아몬드 디스트릭트에 러시아인들이 많으니깐 이들은 처음에 아리엘 홈즈를 러시안으로 생각하고 영화에 캐스팅하려고 했지만 연락이 두절된다. 얼마 후 손목을 긋는 자살시도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리엘의 전화를 받는다. 사실 그녀는 홈리스이자 정키였다. 샤프디 형제는 이들에 관한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리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달라고 부탁한.. 버드 (Bird, 2024) - 인생 배역 만난 배리 키오건 영국 감독 안드레아 아놀드의 영화 Bird. 2024년에 본 영화 중에서 단연 가장 좋았던 영화이다. 좋은 영화는 보통 3가지 이유로 좋다. 1) 영상 자체가 아름답거나. 2) 내용이 훌륭하거나. 3) 전에 본 적 없는 형식이거나. 그리고 이 조건들을 전부 충족시키는 영화들이 드물지만 항상 나타난다. 얼마 전 '7세 고시'라는 테마의 다큐를 우연히 봤다. 때맞춰 10대 임산부에 대한 기사도 읽었다. 가만히 앉아서 숨만 쉬어도 행복 유지가 가능한 평범한 아이들이 선택의 여지없이 가혹한 시스템으로 내던져지는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문득 생각났다. 영국 남부 바닷가 지방 켄트. 더 내려가서 도버 해협을 건너면 프랑스로 연결되고 아마도 육로로 가장 멀리 가려고 한다면 닿을 수 있는.. 더 캐니언 (Gorge, 2025)-리투아니아어하는 안야 테일러 조이 지난 2월 16일은 리투아니아의 독립기념일이었다. 평소처럼 동네의 리투아니아 병무청 입대 독려 문구를 보며 귀가했다. 주거지의 크리스마스 조명들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병무청의 창가를 휘감은 노란 램프의 조명들은 쓸쓸하게 여전히 거리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날 새롭게 업로드된 영화 한 편을 보았다. 의 마일즈 텔러와 의 안야 테일러 조이가 이마를 맞대고 있다. 레비(마일즈 텔러)는 특급 스나이퍼들의 서사가 늘 그렇듯 잃을 것 도 지켜야할 것도 없는 고독한 미국인 특수 요원으로 나온다. 그는 악몽을 꾼 다음날 아침 언제나 그렇듯 여자 상사의 사무실로 불려 나간다. 예상대로 국제통화기금 총재처럼 엄격하지만 우아하게 나이 든 고위 공무원 시고니 위버가 기다리고 있다. 촌각을 다투는 비밀 단체의 고위관계자.. 올타임페이버릿 4강- 히트 지난 겨울 집 앞에 나타난 옥외 광고. 마이클 만의 신작이었다. 알아볼 수 없이 달라진 아담 드라이버와 여전한 페넬로페 크루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콜린 파렐과 공리 생각이 났다. 하지만 마이클만 작품 중에서 다 걷어내고 한 작품만 남겨놔야 한다면 난 결국 '히트'(https://ashland.tistory.com/m/175) 를 선택할 거고 다 날려버리고 한 장면만 남겨놔야 한다면 아마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각각 범죄자와 경찰이 되어 번잡한 레스토랑에서 독대하는 이 명장면에서 두 배우는 결코 같은 화면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알파치노의 독백을 듣고 있자면 로버트 드니로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을 들여다보게 되고 머릿속으로는 그를 쳐다보고 있는 드니로의 표정을 상상하게 된다... 이전 1 2 3 4 ··· 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