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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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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타임페이버릿 4강- 히트 지난 겨울 집 앞에 나타난 옥외 광고. 마이클 만의 신작이었다. 알아볼 수 없이 달라진 아담 드라이버와 여전한 페넬로페 크루즈. 마이애미 바이스의 콜린 파렐과 공리 생각이 났다. 하지만 마이클만 작품 중에서 다 걷어내고 한 작품만 남겨놔야 한다면 난 결국 '히트'(https://ashland.tistory.com/m/175) 를 선택할 거고 다 날려버리고 한 장면만 남겨놔야 한다면 아마 이 장면이 아닐까 싶다.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각각 범죄자와 경찰이 되어 번잡한 레스토랑에서 독대하는 이 명장면에서 두 배우는 결코 같은 화면에 잡히지 않는다. 그러니 알파치노의 독백을 듣고 있자면 로버트 드니로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을 들여다보게 되고 머릿속으로는 그를 쳐다보고 있는 드니로의 표정을 상상하게 된다...
나의 완소 달걀 영화들 매해 여름이 되면 자동적으로 꺼내 들게 되는 헤밍웨이의 수필이 있다. 2년 전 여름 빌니우스로 여행 오셨던 이웃님이 남겨 주고 가셨는데 작년이랑 올해 고작 다시 읽었을 뿐이라 매년 읽는 책이라고 하는 게 웃기지만 뭐 어제 막 크로스핏 시작한 사람이 '요즘 나 매일 크로스핏 하고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거니깐... 책을 읽다 보면 헤밍웨이가 연필 깎는 소리도 들리는 것 같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마로니에가 만져질 것도 같고 파리의 책방과 카페를 들쑤시고 다니는 젊은 헤밍웨이의 100년 전 허기가 내 위장을 숙주로 리플레이되는 것도 같다. 30년이 지나는 동안 선택되고 강화되며 생존한 청춘의 기억들에 그때는 없었을 통찰과 회한을 더해 끄적일 때 작가는 행복하면서도 슬펐을 것 같다. 사실 헤밍웨이를 통해 듣..
Past lives 와 After sun 킬리언 머피의 BAFTA 수상 소감 중에 화면에 잡힌 배우 유태오가 반가워서 잠시 써 내려가는 글. 지난 12월에 카페에 갔는데 게시판에 꽂힌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가 보였다. 이 영화는 지난가을에 빌니우스에서 개봉을 해서 가서 보았는데 극장 상영이 끝나고 꽤 지난 최근까지도 영화 포스터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해성(유태오)과 노라(그레타리)가 테이블 지지대를 사이에 두고 오묘하게 분리되어 있다. 그것이 그들이 떨어져 있었던 시간과 공간 같아 묘했다. 늘 이 영화를 생각하면 덩달아 떠오르는 것은 샤를롯 웰스의 애프터 선이다. 얼추 1년의 차이를 두고 등장한 이 두 편의 영화가 함께 생각나는 것은 우연은 아니다.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 굳이 더 들어가면 여성 감독이라는 것. 그리고 20년..
2월에 떠올리는 12월의 바냐 삼촌 어느새 2월이 되었다. 12월 초에 슬로베니아 연출가의 리투아니아어 연극 바냐 삼촌을 보고 왔다. 이 작품은 작년 가을의 빌니우스 국제 연극제에서 상연이 되었는데 너무 금방 매진이 돼서 아쉬워하던 차에 빌니우스 소극장 공연이 다시 잡혀서 가까스로 표를 구했다. 리투아니아에서 뭔가가 아주 금방 팔려버려 못 사거나 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연극 티켓이 아닐까 싶다. 리투아니아의 창작 연극들이 꽤 많이 있지만 그 틈에 가장 자주 올라오는 고전 작품은 역시 체홉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체홉의 소설들이 희곡보다 훨씬 더 깔끔하니 재밌지만 작가의 재치나 유머는 살짝 지루해지려는 좀 더 옛스러운 희곡의 분위기도 결국은 참지 못하고 뚫고 나온다. 연초에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일부러 찾아 보았다. 솔직히 상당..
랍상의 기억 - Phantom Thread (2017) 예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아마 제목과 포스터가 풍기는 오페라의 유령스런 느낌이 다니엘 데이 루이스로도 극복하기 힘들었는지 계속 손을 대지 못하다가 한 달 전에 보게 된 영화. 팬텀 스레드. 영화를 보는 내내 여타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들을 떠올리며 감춰진 스타일의 접점을 찾으려고 꽤나 애를 썼지만 그러진 못했다. 그 이유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대사나 표정 그리고 옷차림을 구경하는데 그저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미국색이 팽배한 감독의 다른 영화들을 생각하니 그저 자신의 전작을 빛내준 영국인 명배우에게 헌정한 영화란 느낌마저 들었다. 나이가 들었어도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그냥 다니엘 데이 루이스일 뿐이구나. 알 파치노만큼 나이가 들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14년 전 암스테르담의 티샵에서 산 나의 첫 랍..
짧은 감상 두 영화. '슬픔과 아름다움이 공존하는 영화가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경삼림이나 접속, 베를린 천사의 시와 같은 팔구십년대 영화들이야말로 멜랑콜리를 알려줬다.' 이런 대사가 나온다. 배우 유태오가 직접 연출하고 연기한 영화 '로그 인 벨지움'. 배우 자신의 지극히도 개인적인 감상이겠지만 깊이 공감했다. 이것이 이 짧고도 다소 오그라들수도 있는 자전적인 기록 영화를 관통하는 대사이다. 인간이라면 그 자신의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서 결정적인 순간에 건들여지는 자신만의 멜랑콜리가 있어야 한다고 넌시지 말하는 것 같다. 영원한 휴가의 앨리, 소년 소녀를 만나다의 알렉스를 움직였던 그런 보이지 않는 힘 말이다. 자신을 성찰하는 배우의 모습이 극영화 속의 주인공으로 그대로 확장된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그런 영화..
오스카 아이작이 사양하는 커피 -커피 마실래요? -언제 만든 건데요? -아침에 내렸어요. -괜찮습니다. 택시 드라이버를 쓴 폴 슈레이더가 연출하고 오스카 아이작이 출연한 카드 카운터라는 영화를 보았다. 럼즈펠드 시절에 문제가 되었던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에 관련된 구역질 나고 소름 돋는 이야기이다. 신입 고문관으로 일하던 오스카 아이작은 포로 학대와 관련해서 주요 고위 관리들이 모두 처벌을 면하는 가운데 단지 매뉴얼대로 모질게 잘 한 덕에 수감생활을 하게 된다. 긴긴 수감 기간 동안 열심히 카드를 배워서 석방 후엔 나름 원칙 있고 깔끔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카지노를 떠돈다. 큰돈을 따고도 카지노의 고급 호텔에 머무르지 않고 싼 여관을 향하는 것은 카지노의 번잡함과 타락한 분위기가 수용소에서 경험한 폭력과 소음을 연상케 하기 때문이다. 아침..
장르만 로맨스 2019년 가을. 빌니우스 우주피스에서 이 영화를 촬영하는 모습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이따금 구름이 몰려오긴 했지만 9월의 날씨는 찬란했다. 만약 그날의 날씨가 가을 빌니우스의 일반적인 음울 우중충 모드였다면 엔딩에 등장하는 두 작가의 만남은 먹먹하고 무겁게 느껴졌을거다. 돌이켜보니 그날의 날씨는 정말 큰 행운이었다. 처음 크랭크인 할때의 가제는 입술은 안돼요 인걸로 알고 있었는데 장르만 로맨스라는 제목으로 공개됐다. 결과적으로는 잘 바꾼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간은 어색하게 코믹스러운 부분들이 있었지만 또 한편으론 그런 부분이 복고적이고 클래식하게 다가왔다. 배우 류승룡은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캐릭터를 구현해내는데 탁월한 것 같다. '내 아내의 모든 것'이나 '염력' 같은 작품속의 인물들이 내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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