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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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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reworks Wednesday (2006)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세 번째 작품. 이 감독의 영화는 보는 동안 늘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대로 끝나면 주인공들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계속 남은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초기작에서 돈문제까지 얽혀서 대안 없는 사람들이 겪는 불행을 주로 얘기했다면 이 영화를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진 중산층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보는 동안의 막막함은 좀 덜하다. 물론 그 계층간의 거리감이 직접적이진 않지만 은근히 드러나기도 한다. 가정문제,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이 개인이 겪는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아주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당사자 외의 주변인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궁금하게 만들면서 영화가 진행되니 등장하는 사람들..
Beautiful city (2004)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첫 작품의 느낌상 왠지 이 제목이 미심쩍고 간혹 원제가 정말 뚱딴지같은 경우도 자주 있으니 찾아봤더니 실제 '아름다운 도시'라는 뜻을 가진 테헤란 근교의 '샤흐레 지바'라는 동네라고 한다.샤흐레 지바의 소년원에 수감 중인 아크바르는 16살에 여자친구를 살해한 죄로 소년원에 들어왔다. 다른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여자친구를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이란에서 사형집행이 가능한 나이는 18살. 교도소 친구 알라(Babak Ansari)는 그것도 모르고 아크바르의 18살 생일 이벤트를 열고 아크바르는 성인 교도소로 옮겨진다. 아크바르는 영화 초반 소년원씬을 제외하고는 더 이상 등장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생긴 모든 문제들은 교도소 밖의 사람들에..
Dancing in the Dust (2003)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데뷔작을 보았다. 이분은 티브이 드라마나 영화 각본을 쓰다가 감독 데뷔를 한 경우인데 이 데뷔작과 다음 해에 만든 두 영화가 다른 영화들에 비해 확실히 좀 더 날것의 저예산 느낌이다. 악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박하사탕, 똥파리 같은 한국 감독들의 데뷔작을 봤을 때 느낌이랑 비슷했다. 그의 최근 영화들이 더 재밌고 절묘하고 볼거리도 많지만 그런 영화는 감독이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가 이런 초기작의 느낌을 다시 구현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64색 물감을 쓰던 사람에게 갑자기 8색 크레파스를 쓰라고 하면 좀 당황스러워할 것 같고 봉준호 감독에게 플란다스의 개 같은 영화를 다시 만들어달라고 애원하면 난처해할 것 같다. 나자르(Yousef Khadopa..
나이트비치 (Nightbitch,2024) https://ashland.tistory.com/m/870 와 https://ashland.tistory.com/882 를 만든 마리엘 헬러의 신작 를 보았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좋았기 때문에 은근한 맑눈광 에이미 아담스에게도 감독이 드디어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주려나 조금 기대하며 보았다. 에이미 아담스는 엄마로 나온다. 극 중 이름은 따로 없다. 에이미아담스의 아이는 너무 어리고 귀엽지만 엄마는 잠도 직업도 자기 시간도 남편도 몽땅 빼앗긴다. 엄마는 매일 아침 냉동 해시 포테이토를 튀기며 내일이면 또 오고 마는 어제와 똑같은 오늘의 아침을 시작한다. 동네 문화센터에도 열심히 가고 공원에서도 잘 놀아주고 온 사방에 물감을 묻히는 물감 놀이도 열심히 해주고 아이가 잠을 죽어라 자지 않아도 절대 버럭..
Sons (2024) 영화 포스터에 혹해서 보게 된 덴마크 영화 . 이 영화의 포스터 구성이 묘하게 영국 드라마 과 비슷하다. 그리고 13살 소년 제이미의 미래를 그려보는 순간 속 미켈의 모습이 겹쳐지며 조금 암담했다. 포스터만 봐도 두 작품 속의 긴장감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포커싱 된 표정과 흐릿한 표정을 보며 가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직면하는 각기 다른 고통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영화는 교도관으로 일하고 있는 덴마크 여성 에바(Sidse Badett Knudsen)의 이야기이다. 에바의 직장에는 둔중한 감방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식판이 놓이고 수거되는 소리, 수갑이 채워지고 풀리는 강제적이고 일방적인 소리만이 가득하다. 모든 것이 매뉴얼대로 오고 간다. 따스한 대화도 가벼운 농담도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있다고 ..
라 코치나 (La Cocina, 2024) 노천 테이블들이 놓이는 여름 시즌, 빌니우스 구시가를 걷다 보면 식당에서 흘러나오는 특유의 기름 냄새가 있다. 튀김기에서 갓 건져진 냉동 너겟, 오징어링, 버펄로 윙, 감자튀김 같은 것들이 기름을 떨쳐내며 퍼뜨리는 냄새, 햄버거에도 스테이크에도 아동 메뉴에도 립에도 어디에도 곁들이는 것들, 어떤 인종도 어떤 성격의 손님도 전부 만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평균적이고 광범위한 메뉴, 고급 레스토랑과 비교하면 더없이 저렴하지만 패스트푸드나 일반 식당보다 월등이 맛있지도 않으면서 결코 싸지 않은 가격의 음식들, 분주하게 걸어 다니는 능숙한 서빙 스탭들로 가득한 그런 식당들이 있다. 영화는 뉴욕 타임 스퀘어 근처에 위치한 딱 그런 분위기의 거대한 레스토랑이 배경이다. 주고객은 뉴욕을 방문하는 관광객들,..
The Price of milk (2000) 나의 완소( 牛 )영화들의 시조새라고 할 수 있는 The Price of milk... 백 마리가 넘는 소를 키우는 뉴질랜드 커플 이야기이다. 등장하는 소의 규모만 놓고 보면 독보적이지만 모든 소영화에서 그렇듯 그들은 조연일 뿐.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 스미스 요원의 말을 안 듣고 반지를 버리지 않아서 모두를 곤경에 빠뜨리고 사라지는 이실두르가 만든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선 이란 제목으로 나왔는데.. 퀼트 이불을 도난당하는게 중요한 사건인 건 맞지만.. 차라리 그냥 투박하게 이나 라고 했으면 뭔가 이나 같은 느낌이 들어서 더 좋았지 않았으려나. 장면 몇 개가 필요해서 원제로 검색을 했더니 쓸만한 영화 스틸 컷은 없고 정말 너무 우유 가격에 관한 보도자료들만 난무해서 결국 오래전 중국에서 사 온 ..
Rams (2015) - 아이슬란드의 양(羊)영화 1960대 이란의 소(牛)영화(https://ashland.tistory.com/559010)를 보다가 생각난 것은 21세기 아이슬란드의 양(羊) 영화... 영화 에는 자신이 소가 되었다고 믿는 남자를 이웃남자들이 소몰이하듯 끌어내서 진흙탕이 된 언덕을 오르게 하는 장면이 있다. 그리고 아이슬란드인 형제가 한밤중에 양들을 끌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언덕을 오르는 장면은 분명 이란 영화에 대한 아이슬란드 감독의 오마쥬라는 망상을 가지고 오래전에 재밌게 봤던 아이슬란드 양(羊) 영화를 복기해 보았다. 건조하고 황폐한 중동의 이란과 척박하고 매몰찬 아이슬란드 사이엔 아무런 공통점이 없는 듯 보인다. 하지만 이란인과 아이슬란드인이 중간지점인 헝가리즈음에서 만나 너른 목초지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소와 양을 풀어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