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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3.12 The Lighthouse (2019)
  2. 2020.02.28 Born to Be Blue (2015)
  3. 2020.02.09 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 (2019)
  4. 2020.02.06 Taxi driver (1976)
  5. 2020.02.03 1917 (2019)
Film2020. 3. 12. 07:00

 

 

 

 

40일 동안 외딴 섬의 등대를 돌보기 위해 함께 도착하는 베테랑 등대지기와 그의 신참 조수. 돌아올 곳이 있다는 것만큼 출발을 부추기는 것도 없다. 기한이 정해진 여정은 그래서 한편으론 달콤하고 안락하다. 얼마간은 혼자가 될 수 있다는 자유에 대한 망상도 한 몫 한다. 하지만 갑자기 기상 조건이 악화되어서 와야 할 배가 오지 않으면서 이들은 기약 없이 섬에 고립된다. 점점 바닥을 보이는 음식, 서로 잘 모르는 이들 관계에 그나마 윤활제가 되었던 술도 떨어져 간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짜 공포를 조장하는 것은 싫어하는 사람과 하루 온종일 함께 있어야 한다는 상황 그 자체이다. 행동을 제약하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기분나쁜 사람과의 동거와 혼자남는 고독 중 과연 무엇이 더 수월한것일까. 게다가 엄밀히 말해서 낭만적인 등대는 근무지일 뿐이고 하나뿐인 동거인은 고약한 상사일 뿐이다. 나의 일거수일투족은 기록되고 누군가는 24시간 내 위에서 군림한다. 그 모든 고충을 보상받을 방법은 단 하나 등대에 오르는 것, 하지만 정작 빛을 내뿜는 등대 근처에는 얼씬도 할 수 없다. 등대지기에게 빛을 다루는 것은 일종의 권력이다. 군림하려는 의지와 지배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는 그것을 제재하는 법도 사람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극한으로 치닫는다.

굉장히 기대했던 영화이다. 흑백 영화라는 것. 포스터도 멋있고 섬에 고립된 두 등대지기가 윌리엄 데포와 로버트 패틴슨이라니 그냥 보기에도 잘 어울렸다. 뭔가 원시적이고 초자연적인 느낌의 윌리엄 데포와 뱀파이어로 진작에 떴지만 요즘 들어 뭔가 다크호스 같은 존재감을 뿜는 로버트 패틴슨의 조합이 궁금하기도 했다. 멋있고 깊이 있고 굉장히 색다른 영화가 되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젊고 독특하고 기이한 공포를 기대했지만 그 음산함은 사실 낯설지 않았고 이들이 서서히 정신줄을 놓는 과정을 표현하는 데에는 예상외로 너무나 많은 클리셰들이 등장했다. 물론 로버트 패틴슨이 폭풍을 헤치고 우여곡절 끝에 배설물 통을 버리러 가서 역풍을 맞는 장면에선 박장대소했다.

거칠고 위압감을 주려는 영상은 그것이 자연의 날 것 그 자체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오히려 아름답고 서정적이었다. 불편한 감정과 이물감은 오히려 두 등대지기가 서로를 향해 내뱉는 공격적인 대사들과 특유의 억양과 영어 발음이 만들어낸다. 윌리엄 데포가 저런 눈을 부릎뜨고 작정하고 대사를 내뱉는데 뭔가 민망한 웃음이 나왔다. 19세기 말 등대 속 등대지기들의 생활을 구경하는 것은 재밌었다. 물론 그것이 엄청난 고증을 참고로 했을 세밀한 묘사는 아니었지만 영화를 통해 옛날 사람들의 습관, 오래된 물건들을 보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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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20. 2. 28. 21:16

 

 

 

5분가량으로 짧게 편집된 오스카 시상식 하이라이트를 보았다. 예전만큼 패기 있게 내려가진 않았지만 여전히 반쯤 내려간 바지를 입은 에미넴이 거짓말처럼 스쳐 지나간다. 눈 앞의 오스카는 페이드 아웃되고 공연 전체 영상을 보며 이제는 세상에 없는 브리트니 머피와 함께 한 그의 영화 8마일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나름 베스트 음악상 수상자인 에미넴이다. 턱시도와 드레스를 차려입은 사람들 앞에 선 그의 공손한 공연을 그마저도 거의 졸면서 보고 있는 마틴 스콜세지와 열심히 그루브를 타는 갤 가돗 사이의 세대적 괴리만큼이나 18년 전의 그와 지금의 그 사이의 거리는 8000마일쯤은 되어 보였다.

힙합팬이 아니어도 가슴이 뜨거워졌던 영화, 흑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힙합씬에 혜성처럼 나타난 말끔한 백인 아이. 오스카 시상식은 언제나 역시 잘 짜인 각본처럼 타인종과 타문화에 배타적으로만 보이는 우리 백인이지만 우리도 어떤 분야에서는 차별과 편견을 딛고 일어선다는 뒤끝 있는 메시지를 에미넴을 통해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오퍼튜니티를 외치는 에미넴의 위로 느닷없이 겹쳐지는 것은 에단 호크가 연기했던 쳇 베이커의 전기 영화 Born to be blue 였다.

날고 기는 흑인 재즈 뮤지션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했던 백인 연주자. 그는 찰리 파커에게 선택되었고 전설적인 마일스 데이비스와 경쟁할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꼈음과 동시에 그들을 능가하고자 하는 마치 금기시된 욕망 같은 것도 가지고 있었다. 그 피 말리는 연주 인생을 맨 정신으로 살 수 없었는지 그는 트럼펫에 대한 열정만큼의 노력을 헤로인 복용에 쏟아부었던 대책 없는 약물 중독자이기도 했다. 사생활은 엉망이었다. 얻어맞아서 앞니가 전부 나가버린 상황에서도 말 그대로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광기로 핏물을 뱉어가며 트럼펫을 불었던 서부 재즈의 대명사. 그것 없이는 살 수 없는 '그것'의 존재와 가치와 환희를 이미 알아버린 사람들이 늘 그랬듯이 그는 자신과 연관된 모든 것을 상처 내며 그의 삶을 살아낸다. 그리고 그의 음악과 그것을 연주하는 그는 결국 남았다.

 

재즈와 블루스 하면 흑인들의 정서가 깊게 서린 음악이라는 느낌이 있다. 그런데 끝 모르고 이어지는 즉흥 연주의 클라이맥스에서는 오히려 그 슬픔에서 해탈한 기쁨의 정서를 전달받는 기묘한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런데 쳇 베이커의 연주와 노래는 방구석에 처박힌 한창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 학생이 읊조리는 멜로디처럼 대책 없이 슬프고 나른하다.마치 흑인들이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재즈 부심을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어떤 백인의 한이 주체할 수 없는 우울로 변이 된 느낌마저 준다. 

도무지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은 인생을 사는 사람. 한 가지만 미친 듯이 할 수 있도록 놔두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 하지만 이것만큼은 꼭 어떤 일이 있어도 해내야 한다는 일종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의 인생은 알다시피 평탄하지 않다. 아니 어쩌면 힘겨운 건 그런 그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의 인생에 함께 발을 들여놓는 사람들의 인생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그것을 실현시키는데 치러야 하는 대가에서 대부분의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당장 가질 수 있는 것들에 보다 길들여져 있고 그런 눈에 보이는 것들에 강박적으로 사로잡힌 삶에서 예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배고픔을 감수하고 뭔가에 올인하려는 순간에는 과연 이 재능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 자신도 음악을 좋아했고 재능이 있었지만 대공황에 맞서서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생계를 꾸릴 수 있는 일들을 전전했던 쳇 베이커의 아버지. 아버지를 통해 음악을 배운 쳇 베이커는 그 누구보다 늘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했지만 어쩌면 자신이 하지 못한 것을 이뤄낸 예술가 아들에 대한 질투심이 컸는지 아버지는 아들에게 늘 냉랭했다. 모두가 들어서 아는 위대한 음악을 남기진 못했지만 약에 취해 사는 아들과 달리 가정을 지켜냈다는 사실 하나로 아버지는 자신의 인생을 위로한다. 그것이 자조인지 자부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늘 던지는 질문이다. 어떤 인생이 행복한 인생일까. 어떻게 살아야 잘 산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줄곧 살아가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데 사용하는 그 가치들은 과연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 가치일까? 

어떤 역도 독자적인 해석으로 소화해내는 배우 에단 호크. 은근한 다작 배우인데 90년대부터 2000년대를 지나온 그 또래의 배우들 사이에서 아마도 거품이 가장 적은 배우. 그의 모든 영화가 볼 만하다는 것은 그가 대단한 연기파 배우여서라기보다는 작품 선택에 많은 공을 들이기 때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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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20. 2. 9. 07:26

 

 

매년 오스카 시상식이 열리기 전의 12월과 1월은 그해에 개봉된 따끈따끈한 수작들을 의식적으로 챙겨볼 수 있는 신나고 즐거운 시기이다. 게다가 올해는 한국 영화가 본상에 노미네이트되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같이 후보에 오른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는것이 훨씬 더 재밌었다. 후보작들을 구경하다보니 딱 한군데 남우 조연상에 후보를 올린 이 영화가 눈에 띈다. 사실 그냥 '미국인 톰 행크스'가 나오는 휴먼 드라마이겠거니 두시간 멍때리고 보는데 문제 없겠지 싶어서 보기 시작했고 실제로 그랬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재밌고 감동적이었다. 물론 조연상은 브래드 피트가 10번을 타고도 11번을 탈 것이다. 오스카를 이미 두 번이나 거머쥔 톰 행크스이지만 이번엔 그래도 좀 아깝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멋진 연기였다. 연기 잘하는 톰 행크스가 하는 연기가 어떤 느낌인지 보통 우리가 알지만 톰 행크스는 사실 어디로 가버렸고 미국인이라면 다 알겠지만 나는 전혀 몰랐던 프레드 로저스라는 인물이 보였다. 톰 행크스의 연기가 그다지 과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프레드 로저스라는 인물이 쉽지 않은 연기를 필요로하는 독특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그냥 톰 행크스의 연기가 창조해낸 허구의 인물이라면 포레스트 검프처럼 기억에 남지 않을 수 없는 캐릭터란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마치 무슨 전기 영화 같지만 사실 결코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이 영화의 독특한 흡입력이다. 아픈 엄마와 자신과 여동생을 놔두고 떠난 아버지로 인해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낸 잡지 기자 로이드. 아버지에 대한 반감과 증오로 평생을 살아 온 그는 결혼을 하고 아빠가 되고 나서도 쉽게 주변에 따뜻한 눈길 하나 줄 수 없이 메말라있다. 직장에서도 그는 날이 선 인터뷰 기사를 쓰는 문제 직원이다. 그런 그에게 편집장이 던져 준 미션 하나가 유명한 방송인 프레드 로저스를 취재하는 것이다. 만인이 존경하는 유명인, 그냥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아우라를 지닌 최불암 같은 인상의 그에 대해 그는 이전처럼 어떤 날카롭고 비판적인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로저스의 방송으로 시작해서 그의 방송 촬영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나지만 사실 영화의 주인공은 그 방송인 로저스를 취재하는 와중에 스스로를 치유하고 아버지와 화해하는 잡지 기자 로이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그 프레드 로저스 라는 인물이 그 시기의 미국인들에게 얼마나 선하고 값진 영향을 주었는지를 잡지 기자 로이드를 대표로 삼아 우회적으로 보여준다. 

 

 

로저스는 유능하고 인기있는 방송인이다. 그는 유명한 아동 프로그램을 30년 가까이 진행했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화면에 잡히는 그의 눈빛은 화면 밖의 모든 이들이 마치 나만을 보고 내 이야기도 들어줄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진실하다. 과연 저런 사람도 화를 내거나 분노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높낮이 없고 조곤조곤한 말투, 조금의 나쁜 먼지도 이상한 냄새도 풍길 것 같지 않은 정갈한 움직임, 그는 나를 질투하거나 나를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을 것 같은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타자인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로이드는 늘상 사람을 만나고 그를 경청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하는 잡지 기자이지만 동생의 결혼식에 찾아 온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삭히지 못하고 할말이 있다는 아버지와 결국 몸싸움을 벌이고 만다. 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기를 끝끝내 거부한다. 그렇다고 로저스가 완벽한 인격을 지닌 성인의 경지에 이른 사람은 아닐 것이다. 그의 선함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선에서 그의 인생도 자유롭지 못했을 거다. 그리고 조명이 꺼진 촬영장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다 몇 번 쾅쾅 내려치는 방식으로 그는 어쩌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자신의 어떤 부분을 게워낸다. 그것은 어쩌면 화가 나서라기 보다는 화를 다루려는 노력 자체에 지쳤을때 그가 사용하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로이드가 마냥 부족하기만한 성격 파탄자인 것도 아니다. 그 둘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한 사람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주변의 가족 나아가서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끼치는 자신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그들에게 건강한 영향을 주고 스스로도 성장하기 위해 매일매일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면 한 명은 현재의 삶을 긍정적인 방식으로 살아가는데 쓰여야 할 에너지를 줄곧 지나가버린 것들을 분노하는데에 쓴다는 것이다. 분노까지는 아니지만 누구나 정말로 화가 날때가 있다. 내가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아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서. 그래서 때로는 상대가 능동적으로 마음을 열고 다가올때조차도 언젠가 나를 화나게 했던 그 과거의 순간을 일부러 상기시키며 감정을 버퍼링 상태로 놓아두며 마음을 꼭꼭 닫아두면서 어떤 승리감에 젖는다. 우리의 말 한 마디, 내가 고르는 단어 하나, 표정 하나가 매사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염두에 두고 행동하기란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그 대상이 아직 어린 아이라면 역시나 때로는 이해받아야 할 존재일뿐인 어른인 우리도 항상 상냥하고 따뜻한 말과 표정으로만 그들을 대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린 우리 그 자체로 완벽하지 않은데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있으면 그 미숙함은 더해진다. 영화 속에서 로이드와 로저스가 식당에서 얼마간의 침묵을 유지하며 온 주변이 마치 진공상태가 되는 듯한 순간이 있다. 화가 나는 순간에 그 촛점을 타인이 아닌 스스로에게 돌려 완벽한 침묵의 경지에 이르러 평정을 유지하는 방법.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내 인생 곳곳에 자리잡은 짧지만 부정적인 어떤 순간을 온전히 나 스스로의 영향력 안에 가두고 지배하고말겠다는 자유 의지. 나도 매순간 기억하고 싶다. 화를 내야겠다는 욕망이행복에의 의지를 압도하려는 순간의 스위치는 결국 내 마음속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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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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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20. 2. 6. 06:54

 

 

 

그냥 별일 없어도 계속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는데 또 그런 영화들을 꼭 반드시 떠올리게 만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영화들이 있다. 그러니깐 비잉 플린 (https://ashland11.com/877) 을 봤더라면 누구라도 떠올렸을 영화가 바로 택시 드라이버. 로버트 드 니로가 연기한 조나단 플린이 노란 택시를 몰고 밖으로 나오는 순간 누구라도 40년 전의 로버트 드 니로를, 택시 운전기사 트래비스를 떠올렸을 것이다. 40년이 지나 또 다시 어떤 택시 기사를 연기하라고 했을때 배우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조나단 플린도 트래비스와 마찬가지로 인종주의자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극단적인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결과적으로 그 두 택시 기사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가 싶다. 40년전의 트래비스는 나이가 들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그는 76년도의 그 택시 기사로 영원히 남았다. 사실 트래비스가 뜻밖에도 그 장렬한 총격씬 후에도 드라마틱하게 살아남지만 뭐랄까 그 어디에서도 재생되거나 모방될 여지를 남기지 않고 영화 속에서 완전히 싸그리 활활 타고 없어져서 오히려 하나의 원형으로 남았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히려 불멸의 캐릭터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백옥같은 시빌 셰퍼드에게 거리낌없이 다가가 구애를 하는 저돌적인 트래비스를 생각하면 왜 알파치노와 달리 딱히 기억에 남는 멜로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는 것일까 의아해진다. 다양한 감독들의 영화를 거친 알 파치노와 다르게 젊은 시절의 드 니로는 뭔가 스콜세지 식으로 순식간에 소진된 느낌도 있다. 사실 2000년대 들어서며 마틴스콜세지가 만들어내는 영화들은 나에겐 지나치게 화려하다. 전형적인 대작의 아우라로 넘쳐나서 오히려 영화도 인물도 기억에 남지 않는 다고 해야할까. 대략 갱스 오브 뉴욕을 시작으로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로 이어지는 그런 영화들. 한편으로는 그 영화들의 주역이 로버트 드 니로에서 디카프리오로 넘어가는 세대교체를 겪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드 니로가 하비 카이틀이나 조 페시 같은 든든한 배우들과 함께였다면 그 이후의 영화들은 오히려 디카프리오라는 배우 한명의 지분이 영화를 압도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70,80년대의 그의 영화들은 젊고 혈기왕성했던 비슷한 또래의 감독과 배우가 뭔가 으쌰으쌰해서 미친듯이 만든 느낌이 있다. 그러니 그것이 아이리쉬맨이 가진 상징성이겠지. 그런데 비열한 거리나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같은 하나 말하면 넷 다 생각나는 비슷한 시기의 영화들과 비교하더라도 택시 드라이버는 뭔가 좀 독특하다. 이 영화로 드 니로는 특유의 상대를 꿰뚫는 눈빛과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한 표정을 얻었다. 스콜세지 영화 중의 베스트를 골라야 한다면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꼽지 않으려나? 가장 선명한 시나리오, 시종일관 변주되는 하나의 멜로디, 균일하고도 정적으로 촬영 된 휘청거리는 뉴욕의 밤거리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연출 속에서 그 모든 상념들을 고독한 눈빛으로 곱씹으며 분노를 키우고 폭발시켜버리는 트래비스의 원맨쇼라고 해도 좋을 영화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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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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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2020. 2. 3. 20:09

 

 

이 영화를 한 줄로 줄여 설명하자면 뭐랄까. 정우가 석호필이 되어 혼자서 개고생하는 영화라고 해도 좋겠다. 얼떨결에 동료에게 택일되서 적군의 함정에 빠져 말살되기 직전의 부대를 구하러 가게 된 스코필드를 연기한 이 조지 맥케이라는 배우를 캡틴 판타스틱에서 비고 모텐슨의 큰아들로 나왔을때 처음 봤는데 그때는 몰랐는데 이 영화에서는 전부 다 똑같이 군복을 입은 와중의 뭔가 지극히 평범하고 순수해 보이는 그 외모가 영화 '바람'에 나왔던 한국 배우 정우를 너무 닮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마치 컴퓨터 게임에서 등을 보이고 뛰고 또 뛰며 미션을 수행하는 싱글 플레이어처럼 전장을 누빈다. 공중에서 폭파 된 비행기는 굳이 그의 발 앞에서 추락하고 화염에 불탄 도시에서 총격전을 하며 무사히 빠져나와야 하고 폭포에서도 적절히 추락할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다 죽고 개미 한 마리 없을 것 같은 의외의 장소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짧게 대화하는 장면들은 게임 속에서 다음 미션 수행을 위해 꼭 지나쳐야 하는 읽기 싫어도 꼭 엔터키를 누르면서 다 읽고 지나가야 하는 대화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 모든 장면들이 그토록 칭찬해 마지않는 한 컷으로 롱테이크 촬영 된 보고나면 뭔가 속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조금 이상한 전쟁 영화. 전쟁이 마치 무너져내린 참호속에서 잠시 정신을 잃은 가운데 찾아 온 아기 병사의 백일몽처럼 느껴진다. 작품상에 오른 전쟁영화라면 으례 씬 레드라인이나 플래툰 같은 영화를 떠올렸거나 설정상 약간 라이언 일병 구하기 같은 느낌의 훈훈한 영화이거나 피아니스트처럼 다소 인위적인 감동을 끄집어내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 생각했지만 그러기에도 이 영화는 사실 전쟁 영화의 문법을 깼다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고 결국 적이 됐으므로 죽여야만 하는 전쟁의 참혹함 이런 것은 뭐 우리가 어떤 전쟁 영화를 보더라도 습관적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지만 전쟁이 빚어낸 슬픈 광경이 그 모순으로 인하여 도리어 아름답다고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포화 속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생명은 비단 이름을 모르는 아기뿐만이 아니라 황폐한 벌판 속에서 피어나는 벚꽃이고 아직 식지 않아 따뜻한 양동이에 채워진 우유이다. 전쟁이 남기고 간 상처들, 시체들, 총알들, 포탄들은 진열장을 찾지 못한, 너무 숱하게 많아서 일련 번호 조차 갖지 못한 박물관 창고에 쌓여있는 전시물처럼 그려진다. 두 청년이 넓은 웅덩이를 지나가는 장면에서 물의 표면에 촛점을 맞추며 점점 카메라가 내려가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큰 화면에서 좋은 화질로 봤더라면 좋았을걸 싶어 아쉬웠다. 스코필드가 목표지점을 향해가는 와중에 짧게 조우하는 주요 인물들이 예상치 못한 유명 영국 배우들이 연기한 것은 사실 개인적으로는 영화의 감동을 와장창 깨는 부분이었다. 킹스맨과 닥터 스트레인지라니. 그럴꺼면 아예 휴 그랜트나 로완 아킨슨 한테도 한 역할 주지 왜 안그랬냐 싶었을 정도로. 물론 결국은 그런 짧고도 인상적인 캐스팅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신예 배우로 하여금 두시간의 전쟁영화를 끌고 가게하므로써 결국 현실에서 길고 긴 지루한 전쟁을 이끌어나가는 것도 그렇게 아무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의 평범한 아들이고 남편이고 아빠들이었다는 메세지를 강조하려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전쟁영화는 계속 만들어지겠지만 그 영화들은 이 영화로 큰 부담을 안게됬다. 조커 때문에 이제 코믹스 장르도 예술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을 갖게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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