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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

Past lives 와 After sun

 


킬리언 머피의  BAFTA 수상 소감 중에 화면에 잡힌 배우 유태오가 반가워서 잠시 써 내려가는 글.

지난 12월에  카페에 갔는데 게시판에 꽂힌 셀린 송의 패스트 라이브즈 포스터가 보였다. 이 영화는 지난가을에 빌니우스에서 개봉을 해서 가서 보았는데 극장 상영이 끝나고 꽤 지난 최근까지도 영화 포스터는 여전히 남아 있다.

해성(유태오)과 노라(그레타리)가 테이블 지지대를 사이에 두고 오묘하게 분리되어 있다. 그것이 그들이 떨어져 있었던 시간과 공간 같아 묘했다. 늘 이 영화를 생각하면 덩달아 떠오르는 것은 샤를롯 웰스의 애프터 선이다.

얼추 1년의 차이를 두고 등장한 이 두 편의 영화가 함께 생각나는 것은 우연은 아니다. 감독들의 장편 데뷔작이라는 것. 굳이 더 들어가면 여성 감독이라는 것. 그리고 20년을 훌쩍 넘기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회상에 영화의 대부분을 할애한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지속되는 관계가 아닌 가슴속에 영원히 새겨진 기억과 감정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도 그렇다. 실제로 주연배우 유태오와 폴 메스칼은 1년의 차이를 두고 영화제의 같은 카테고리에 후보로 오르기도 한다. 

가장 솔깃할 감상라면 세상 어딘가에 최고의 엔딩에 부여하는 상이 있다면 이 두 영화가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시상식에서 보통 전년도 수상자가 나와서 시상을 하니깐 시상은 작년의 엔딩이 올해의 엔딩에 하면 될 것 같다. 이들의 엔딩만 봐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이 헤어진 삶과 남아있는 삶 모두를 끌어안고 끝까지 살아내고 있는 우리들 모두에 대한 아주 섬세한 연민이라는 것을.

실제 촬영 방식이나 에피소드에 대해선 읽은 바 없지만 패스트 라이브즈는 이 두 배우가 영화 촬영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다가 24년 만에 뉴욕에서 조우하는 장면에서 (심지어 촬영 당일에도 비밀리에 분리되어 있다가) 액션사인과 동시에 만난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만큼 만남을 앞둔 둘 사이의 긴장감과 떨림이 화면 밖을 고스란히 뚫고 나왔다. 

일시정지버튼을 눌렀다 다시 재생하는 듯한 단절로 24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을 차곡차곡 메워왔던 이들의 관계는 해성의 뉴욕행으로 지속된다. 모든 것을 그저 추억으로 남겨두는 것이 낫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그들은 두려웠을 거다. 다시 사랑에 빠지게 될 것 같아서도 지난 시간에 대한 후회가 밀려올 것 같아서도 아니다. 단 한 번도 활활 타오르지 못하고 폭발해서 사그라들어본 적 없는 그 살아남은 감정을 영원히 끌어안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 먹먹했을 거다. 우리 누구도 그런 종류의 감정의 불씨를 야멸차게 꺼버리지 못한다. 지속에 대한 강박을 떨치고 종료에 상처받지 않을 힘을 단련하는 것, 그것이 인연을 받아들이는 자세인지도 모르겠다.

   그와 동시에 강렬하게 전달되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그들만이 아니라 그들의 만남, 그들의 모든 과거와 현재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있는 노라의 남편, 아서의 감정이었다. 마치 연기하는 배우들 곁에서 내내 무거운 마이크를 들고 서있는 충실한 붐 오퍼레이터처럼. 그 프레임에 결코 들어서진 않지만 배우들의 가느다란 숨소리까지 전부 잡아내야 하는 사람말이다.

그것은 아내의 옛 추억에 대한 질투나 호기심은 아니다. 다른 남자로 인한 세속적인 불안도 아니다. 인지상정이다. 늘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마음이고 그것을 몰래 짐작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숙명이다.


애프터 선에 대해서라면 좀 다르다. 불안정한 젊은 아빠(폴 메스칼)와 철이 들어가는 딸(프랭키 코리오)은 마치 오랫동안 함께 합숙을 한 배우들처럼 아주 익숙해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은 아주 편안하고 살가워야 할 아빠와 딸의 관계를 조금은 낯설면서도 절절하게 보이게 하는 연기에 탁월했다. 

한 여름 따가운 햇살처럼 그저 일시적으로만 느껴지는 그들의 여행은 보는 내내 불안하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딸은 '떨어져 있어도 결국 같은 태양 아래' 라며 아빠와의 첫여름휴가에서 아빠를 위안한다. 세상의 모든 처음은 처음이라는 기준에선 결국 마지막이다. 하지만 그것이 두 번이라는 영역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진정한 마지막이 될 때 그래서 결국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수식을 달게 될 때 그렇게 잔인한 게 없다. 유일한 위안이라면 그것이 박제될 수 있는 종결이라는 것.

영화에서 Losing my religion과 Under Pressure 가 꽤 인상적으로 쓰이는데 비록 그 장면만 따로 뚝 떼어놓은 유튜브 영상들에선 구체적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지만 볼 때마다 먹먹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TIrrg75API&ab_channel=TheFilmBay

 
 
https://www.youtube.com/watch?v=912Ntw7oYOg&ab_channel=Yourmovieclips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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