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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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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한 한국어 캠프 지난 여름. 인구 50만 가량의 빌니우스에서 7명의 초등학생들과 함께 했던 소박한 캠프. 여름 방학이 세 달 가까이 되는 리투아니아에서 학생들이 여름을 보내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가족 친지의 여름 별장으로 바다로 호수로 숲으로 놀러가는 것.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일하는 학부형들에게 긴 여름방학은 큰 고민거리이다. 그렇게 여름 휴가를 꽉 채워서 쓰고도 남는 아이들의 방학은 이런 저런 캠프 참여로 채워지는 경우가 많은데 리투아니아에서는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체험 학습과 학교를 가듯 등학교를 하며 만났다 헤어지는 단기 사설 학원과 같은 것들을 통틀어 모두 Stovykla 라고 부른다. 출근 전의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아침 8시 경에 모였다가 오후 5시까지 시간을 보내는 일종의 놀이방..
Kernavė 2 도망다니는 헤이즐넛을 잡아 세우려고 그 날 그 소년은 얼마나 분주했던지.
Kernavė 케르나베. 오랜동안 잊혀져있던 리투아니아의 옛 수도. 1979년 발굴이 시작된 선사시대 유적지로 2004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문화 유산으로 지정 된 면적을 다 발굴 조사하려면 수치상으로 600여년은 걸린단다. 멈출 줄 모르는 질긴 태양 아래 더 이상 왁자지껄 할 수 없는 각종 행사들이 가득했지만 햇살 아래 부끄럼없이 그을리고 쪼그라들고 있는 사과 반 쪽이 왜인지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얼굴을 내미는데 성공한 무수한 것들과 아직 발굴되지 못한 낡은 그릇 조각들. 이미 저 멀리 석양을 품어버린 하늘을 뒤로하고 수십년 전 케르나베에 첫 삽을 꽂았던 순간을 회상하던 고고학자의 뭉클한 소회와 함께 그렇게 긴 하루가 지나갔다.
Medininkai Medininkai_2018 트라카이 근교 어딘가에 있다고 생각했던 메디닌카이. 알고보니 리투아니아 벨라루스 국경에 근접한 작은 도시였다. 국경이라고 하면 으례 꽤나 먼곳처럼 여겨지지만 빌니우스에서 30킬로미터 남짓 떨어져 있을뿐. 궁극적으로는 빌니우스를 사수하기 위해 빌니우스를 둘러싼 인근 도시들에 요새가 만들어졌고 메디닌카이는 그들 도시 중 하나이다. 빌니우스 구시가지를 에워싸고 있던 성벽에서 현재 유일하게 남아있는 게이트, 새벽의 문의 또 다른 이름이 메디닌카이 게이트 인데 결국 그 게이트가 이 도시를 향하는 톨게이트 같은 것. 던전을 향해 오르면서 잠시 바깥으로 나와 마주한 장면. 바꿔 달았을 문, 수백번 새로 돋아났을 풀잎과 뽑혀나가지 않고 올곶이 남아있는 오래된 바윗돌들. 굳건이 살아 남은 성..
Trakai 2 Trakai_2018 트라카이는 빌니우스에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이다. 중세 리투아니아 번영기를 이뤘던 비타우타스 대공주가 거점으로 삼았던 도시. 무민네 집 같은 지붕이 얹어진 중세 성이 작은 섬 속에 나름 잘 보존되어 있다. 이곳에 여러번 왔지만 이번처럼 이렇게 이른 시간에 온 것은 처음이라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붐비는 관광도시의 텅 빈 아침을 구경하는 낭만이 있었다. 버스를 타기 전에 커피를 마셨지만 커피 한 잔이 더 있었어도 나쁘지 않았을거다. 아침은 여전히 추웠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많은 도시들의 아침이 생각났다.
Trakai Trakai_2018 한 두번의 클릭으로 왜곡되는 사진들이 공단의 합성 섬유 같다 생각되는 것은 오리지널에 대한 허접한 컴플렉스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 또 이 도시들의 그렇게 완벽하고 절대적인 침묵과 마주치게 될 것인가 되묻게 되는 것. 그렇게 해서라도 흑과 백으로 꼭 붙들어 놓고 싶은, 그 몽롱함을 그대로 통조림 해버리고 싶은,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서 걸음을 재촉하게 하는 그런 불멸의 아침이 분명 있다. 사각의 건물들 조차 아직은 아니라며 이불을 끌어 당기고 건물 가장 자리 드러난 맨 발에 첫 햇살이 고이는 풍경은 늘상 어렴풋이 떠올리고 환상하는 완벽에 가까운 여행의 시작이다. 이른 아침 일터를 누비는 낯선 이들을 보고 있자면 날이 밝을때까지 밤새도록 걷다 집에 돌아와 휘청거리며..
Kaunas 2_S.0.S 바다가 아니여서 덜 막막했던 곳. 혼자였던 순간 고요하고 뭉클했다.
Kaunas 1_지금은 근무중 4 놀러 다녀 온 도시. 카우나스 Kaunas. 리투아니아에 오랜 기간을 살았지만 한때 리투아니아의 수도였고 지금도 제2의 도시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곳을 일부러 원치 않았던 것도 아닌데 어쩌다보니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바르샤바를 가는 길에 두 번 지나쳤을 뿐이다. 빌니우스와 경쟁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이고 카우나스 사람들 특유의 자존심이 있다. 도시의 느낌도 빌니우스와는 확연히 다르다. 커다란 강을 끼고 구시가지가 분산된 것이 리가와도 비슷하고 널찍널찍한 광장들 사이로 펼쳐진 고건축들이 드레스덴을 떠올리게도 했다. 날씨가 흐렸고 너무 금세 어두워지기도 했지만 반나절이라는 시간은 도시를 만끽하기에는 분명 짧다. 나 조차도 이제 빌니우스의 분위기에 물들어버려, 카우나스 사람들이 칭하는 '너네 빌니우스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