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 (24) 썸네일형 리스트형 리투아니아의 빵집에서 유용한 단어들 가끔 들춰보는 11년 전 나의 리투아니아어 교과서. 나의 선생님이 매일 아침 프린트해서 주신 것을 제본해서 간직하고 있다. 스승의 대학 강의가 시작되기 전 아침 7시에 1시간 정도 진행되었던 18번의 수업. 지금 생각해도 그 수업은 굉장히 명료했고 유익하고 즐거웠다. 대학에서 어학당 선생님도 겸하고 계셔서 외국인을 많이 상대해 본 스승의 노하우도 있었겠지만 현지에 지내면서 현지어를 알파벳부터 배운다는 첫 경험은 짜릿한 일이었기에. 리투아니아어 수업이 끝나고 나를 가장 즐겁게 했던 일 중 하나는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빵집에서 빵을 고르는 일이었다. 그곳은 지금 중국식당으로 바뀌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이름을 몰리도 사기야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빵들에 잼이나 크림이 들어가있는 경우가 많아서 빵 속에 무.. 와인 코르크 와인병과 작별한 와인 코르크를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마도 이것이 아닐까. 냄비 뚜껑 손잡이가 뚜껑 재질과 똑같아서 열전도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코르크를 통과 시킬 수 있는 구멍이 뚫린 뚜껑이라면 말이다. 오랜시간 묵묵히 포도주를 틀어막는 임무를 끝까지 완수한 코르크의 인생에 부여된 또 다른 먼 여정이다. [리투아니아생활] 부활절 달걀 색칠하기 부활절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토요일이면 처음으로 아기와 함께 부활절을 보내러 시어머니댁에 내려간다. 리투아니아에서 부활절을 보내는것도 벌써 9번째. 여행 당시 처음으로 시어머니와 만났던 때가 부활절이었던것까지 계산하면 10번째 부활절이다. 부활절 달걀은 벌써 8번을 삶았다. '올해에는 염색하지 말까? 그냥 삶기만 하면 편하긴 할텐데. 에이 그래도 색칠해야지 부활절인데. 염색약 어디갔지? 분명히 작년에 염색하고 이 서랍속에 넣어 놨었는데? ' 신기하게도 거의 매년 반복되는 대화들이다. 매년 김장철이 되어 욕실 가득 크고 작은 대야를 늘어 놓으시고 배추를 절이시는 엄마를 보며 했던 생각은 정말 자주 돌아오는 김장철 같은데 따지고보면 살아있는 동안 최대치로 계산해봐도 서른즈음 부터 일흔즈음까지 고작 4.. [리투아니아생활] 외국인 시어머니 댁 속의 한국 풍경 시어머니는 빌니우스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걸리는 파네베지라는 도시에 살고 계신다. 인구수로 따지면 리투아니아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한국이라는 좁고도 큰 나라,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자란 나에게는 빌니우스도 한 나라의 수도라기 보다는 지방의 소도시처럼 느껴지고 지방의 소도시 파네베지는 한적한 시골처럼 느껴지는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리투아니아의 진짜 시골에 가면 파네베지도 빌니우스도 얼마나 도시스러운지 모른다. 아기를 낳기 두달 전을 마지막으로 장장 7개월간 방문하지 않았던 시어머니댁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처음으로 아기와 버스를 타고 방문했다. 내가 빌니우스를 여행할때 맸던 배낭속에 아기 기저귀를 넣고 셋이 되어 파네베지를 향하는 마음은 뭔가 감격스러웠다. 여행을 중단하고 리투아니아에 머물던.. 리투아니아의 자린고비 이야기 간장 한번 찍어 먹고 천장에 걸어 둔 굴비 한번 쳐다보며 밥을 먹는다는 한국의 자린고비 이야기를 언젠가 남편에게 해준적이 있다. 부채를 가만히 들고 부채가 닳을까 아까워 부채 대신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이야기도 덤으로 해줌. 음식을 적게 먹다보니 확실히 치즈며 버터며 크림을 주로 이용하는 느끼한 음식들이 갈수록 맛있어짐을 느낀다. 이것은 뭐랄까. 고추장에 익숙치 않았던 외국인이 매운 맛이 두려워 밥을 비빌때 커피 숟가락 만큼 고추장을 넣다가 고추장의 진면목을 깨닫고 밥 숟가락으로 고추장을 퍼대기 시작하는 변화와 비슷한걸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외국인이 있다면 말이다. (글을 다 쓰고 네이버에서 자린고비를 검색해보니 자린고비는 심지어 간장 조차 찍지 않고 그냥 굴비를 올려다 본단다. 간장을 낭비하는 자린.. [리투아니아생활] 약식 만들기 약식을 드디어 만들어 먹었다 오래전부터 만들어 먹겠다고 벼르던 약식이지만 역시 단순히 먹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 먹을만큼 부지런하지 않은가보다. 결국 아이의 백일이라는 동기부여로 몇조각 만들어 먹는데에 성공했지만 결국은 나를 위한 음식. 뭔가 허전해서 설탕 파우더로 날짜를 뿌렸는데 약식이 아직 식지 않은 관계로 뿌리자마자 녹기 시작해서 당황했다. 약 이년전에 식당 식재료 구입때 덤으로 끼워서 한봉지 구입해놓은 타일랜드 스위트 라이스. 역시 유통기한 만기에 임박해서 드디어 개봉했다. 혹시 망칠지 몰라서 1/5정도만 사용했다. 약식은 나에게 떡중의 떡, 완전 소중한 떡이다. 한번 만들어 먹어 보니 외국인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기 좋은 매우 고급스러운 한국식 디저트라는 생각이 들었다. 참으로 많은 종류의 떡이 있지.. [리투아니아생활] 리투아니아의 육아 휴직 리투아니아의 육아 휴직에 관해 몇 줄 적어볼까 하던 와중에 얼마전에 경제 일간지에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출산 휴가와 육아 휴직 사용으로 자리를 비우는 기업내 회계사들과 어떤식으로 업무 조율을 할것인가에 관한 기사였는데. 보통 한명의 회계사를 두고 일하는 소규모 기업에서 기업 내부 사정을 훤히 알고 회사의 모든 회계 업무를 도맡아 하던 회계사가 육아 휴직을 쓰려하는 경우 그 인력을 대체할만한 임시 회계사를 찾기가 몹시 어렵다는 것이다. 찾는다고 하더라도 어느정도의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며임시직으로 고용된 직원이 회사 업무를 훌륭하게 수행할 경우 육아 휴직을 마치고 돌아오는 직원들과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것. 육아 휴직에 들어가는 직원을 법적으로 해고할 수 없는 고용주로써는 이래저래 난감한 상황이 아닐 .. [리투아니아음식] 오븐없이 냉장고만으로 리투아니아 게으름뱅이 (Tinginys) 케이크 만들기 얼마 전 남편에게 회사에서 점심은 뭘 먹었냐고 물어보니 회사 동료의 여자 친구가 케이크를 만들어와서 직원 전부가 모두 배부르게 먹었다는 것이다. 오븐을 쓰지 않고 만든 차가운 케이크이었는데 리투아니아에서는 보통 이런 케이크를 팅기니스 Tinginys, 그러니깐 Lazy cake, 그냥 '게으름뱅이'라고 부른다. 오븐을 쓸 필요도 없고 머랭을 칠 필요도 없고 그저 주어진 재료들을 차례대로 쌓아 올려서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굳혀서 먹는 케이크인데 가장 대표적인 '게으름뱅이'는 연유에 버터를 섞고 비스킷을 부셔 넣어 랩에 싸서 하루 정도 놔뒀다가 잘라먹는 것. 직장에서 케익을 먹으면서 남편은 약간 변형된 그 케이크의 종류를 언급하려는 의도로 '아 그러니깐 이거 일종의 '게으름뱅이'구나 했는데 케이크를 만든 동..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