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21. 5. 2. 15:05

 

 

 

'나의 첫 백과사전'이라는 책. 어린이 도서관에 있는 이런 책을 가끔 빌려온다. 한 번도 접할 기회도 말할 기회도 없어서 어떤 때는 알면서도 말할 수 없어 돌려돌려 설명해야 하는 단어들이 예상보다 참 많은데 예를 들면 양서류, 자전축, 홍채 뭐 그런 것들. 이런 책에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그런 기본적인 단어들이 삽화와 함께 총망라되어 있으니 지루하지 않게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어 좋다. 약국이나 서점의 세일 상품 전단지와 더불어 비일상적인 단어들의 보고라고 할 수 있겠다. 

 

백과사전을 뜻하는 단어를 리투아니아어로는 '엔찌클로페디야'라고 읽는다. 그리고 이 단어를 볼 때마다 나문희와 이제훈이 나왔던 '아이 캔 스피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문희가 동사무소 직원인 이제훈에게 영어 과외를 해달라고 조르는데 그 제안이 영 내키지 않는 이제훈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수를 쓴다. 영단어 받아쓰기를 해서 일정 점수가 안 나오면 과외를 해주지 않겠다는 꼼수인데 그래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다고 나름 자신만만한 나문희를 사무실에 앉혀놓고 책장에서 두꺼운 백과사전을 꺼내 들고는 이런 대화가 시작된다.

 

이게 뭐죠? / 사람 무시하네. 북이지 북 / 무슨 책이냐구요?/ (조금 움츠러들었지만 여전히 당당한 나문희) 사전? 딕셔네리? / 그건 일반 사전이고요. 이건 백과사전이죠. 백과사전이 영어로 뭐죠?/ (멈칫하기 시작하는) 원.. 헌드레드 딕.. 셔네리..?/ (이런 단어를 할머니가 알리가 없겠지만 이것은 너무 기본적인 단어인데 이런 것도 모르니 영어 과외는 물 건너갔다는 듯 통쾌하고 결연한 어조로 또박또박)인.싸이클러.피이.디이.아!

 

비슷하게 생긴 단어가 많지만 발음 방법이 다른 리투아니아어 때문에 가끔 영어 단어를 엉뚱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백과사전을 영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이제훈을 통해서 알게 된 셈이다. 엔찌클로페디야는 인싸이클로피디아.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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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히 무식한 저는..... 순간 백과사전이 브리테니카 딕셔너리 였나? 했네요 ㅋㅋㅋㅋㅋ 이걸 어쩐다나요 에고..... 아이 학교에서 올 해 1-2 학년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단어 50개 라고 프린트물을 보내 왔는데..... 저는 삼일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답니다.
    영원한 휴가님 포스팅 보고 있자니 저도 이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포스팅 올려야겠다 생각 드네요 ^^

    2021.05.02 15: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Lithuanian Language2021. 4. 27. 06:00

 

Vilnius 2021

 

 

불을 피우다 말고 어디로들 갔을까.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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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21. 4. 2. 04:58

 

 

거리거리에 남겨진 재밌는 물건들. 누군지 거의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누구지 하고 쓰윽 눈을 밀어내본다. '요한 바오로 2세의 기도서에는 결코 눈이 쌓이지 않더랍니다.' 17세기였더라면 기적이 되었을 텐데. 곧 부활절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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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요즘 제 8살박이 딸래미는 창조론과 진화론의 선택, 그 심오한 주제.... 에 심취해 있어 절 박장대소 하게 합니다. 학교 종교 역사 쌤의 창조론 이론에..... 아빠에게 진지하게 들은 원숭이 - 인간 진화론..... 대체 무엇이 진실인가의 딜레마. 웃는거 말고는 할 수있는 것이 없는 무능한 엄마인 저는 어찌해야 할까요 ㅎㅎㅎ

    2021.04.22 15: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Lithuanian Language2021. 3. 29. 06:00

 

Vilnius 2021

 

겨울이면 주인을 잃은 장갑이 지천인데 사실 주인을 잃어서라기보단 제 짝을 잃은 것 같아 처량하다고 하는 편이 옳다. 보통 한 짝만 덩그러니 남아있기 때문이다. 장갑이야 한 짝을 잃으면 운 좋게 남은 한 짝도 거의 쓸모가 없어지니 하나를 잃든 둘을 잃든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만 남은 장갑 한 짝 탓에 잃어버린 장갑이 잊히지 않고 계속 생각나니 차라리 두 짝을  한꺼번에 잃어버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런데 아예 양 손바닥이 줄로 이어져 절대 서로 이별할 수 없었던 아동용 장갑은 그야말로 주인을 잃었다. 날이 따뜻해져서 장갑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게 되었고 저렇게 작은 손바닥을 지닌 아이라면 분명 다음 겨울엔 저 장갑이 맞지 않을거다. 그나마 장갑은 지난겨울 한 철 제 할 일을 다했으니 주인도 많이 억울하진 않겠지만 안쓰러워 보이긴 마찬가지다. 쌍을 이루는 이런 물건들은 단어로 말할 때도 항상 복수로 사용해야 하니 고달프다. 손을 씻으러 갈 때 손 한 짝만 얌체처럼 씻을 게 아니니 손을 복수로 써야 하는 것처럼 추우니깐 장갑 껴라고 말하면 장갑 한쪽만? 이라고 되물으며 키득키득 웃을지 모를 일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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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unyeh@gmail.com

    영어도, 독일어도 무조건 복수형을 써야하는 명사들이 있지만
    때로는 손이 하나 밖에 없는 사람들은, 혹은 다리가 한쪽 밖에 없는 사람들은.... 때론 이런 단어들을 써야할 때 곤혹스럽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가끔 들기도 했다.

    2021.05.01 21:30 [ ADDR : EDIT/ DEL : REPLY ]

Lithuanian Language2021. 3. 22. 08:00

Vilnius 2021

그 돌 앞에서 만나자.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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