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thuanian Language2020. 7. 29. 06:00

 

 

 

요즘, 정확히 말하면 딱 오늘까지 빌니우스의 옥외 광고에서 볼 수 있었던 문구. Menas be stogo. 직역하자면 '지붕없는 예술' 이란 뜻이다. 코로나로 인한 긴 봉쇄 기간동안 갤러리들이 문을 닫아 전시를 할 수도 전시를 볼 수도 없는 상황이 되자  '100명의 작가, 100개의 작품, 100개의 장소' 라는 컨셉으로 진행된 야외 전시 프로젝트이다. 작품 아래에 QR 코드가 있어서 원한다면  다른 작품을 구경할 수도 있고 작품이 마음에 들면 작가로부터 직접 구매도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하지만 사실 지붕이라는 단어 Stogas 를 볼 때 내가 항상 떠올리는 것은, 특히 화재로 지붕 자체가 없이 방치된 건물이 있는 바로 시장 근처의 이 장소에서 떠올렸던 것은 'Stogas važiuoja' 라는 리투아니아어 표현이다. '지붕이 떠나간다,' '지붕이 간다'. 도대체 어떤 상황이 되어야 지붕이 떠나가는 것일까. 이 표현은 한국어의 '뚜껑이 열린다'와 같은 상황에서 쓰일 수 있다. 너무 열이 받아서 정신없이 열렸다 닫히는 뚜껑과 화가나서 집조차 버리고 씩씩거리며 떠나는 지붕. 사는게 어디든 다 비슷하니 화나는 것에도 국경이 있을리 없다. 비슷한 상황에서의 다른 언어 표현들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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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20. 7. 24. 06:00

몇년 전 우리집에 머물었던 일본여인은 씨르케를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몇 번을 말했었다. 씰케. 바로 헤링이다. 그 친구는 청어 절임을 너무나 맛있게 먹었었다. 일본인들이 생선을 많이 먹는다고는 해도 염장된 청어의 맛이 아시아인들에게도 먹히는 맛이라는 것에 당시에는 약간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스웨덴의 하지 축제를 다룬 영화 미드소마에 보면 땡볕아래에 앉아 있는 주인공에게 긴 생선 한마리를 가져와서 삼키라고 하는 장면이 있는데 영화 자체가 워낙에 고어하고 짖궂어서 그 생선이 굉장히 끔찍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리투아니아에서도 일상적으로 먹는 형태이다. '씰케는 생선이 아니다. 씰케는 씰케다.' 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 그렇듯 청어는 이곳에서도 별미로 통한다. 나에게 청어는 오랫동안 이해하고 싶은 맛이었다. 사실 청어의 맛 중 어떤 포인트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인지 알 것 같으면서도 굳이 사서는 먹고 싶지 않은 맛. 토마토 소스나 견과류 소스가 올라간 종류면 이제는 나도 나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되긴했지만 내가 정작 청어보다 기피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청어 포장을 뜯었을때 손에 조금 묻거나 반쯤 먹은 청어를 넣다 꺼내면서 냉장고에 조금 떨어지거나 하며 청어의 맛 자체보다 더 큰 존재감을 발휘하는 청어가 담긴 그 흥건한 기름이다. 아마 그 기름이 나한테만 버거웠던 것이 아닌가 보다. 이것은 기름 한 방울도 없는 청어 절임 이라는 광고이다. 그런데 왠지 기름없는 청어는 또 청어답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수년간 닦아 낸 그 기름과 정이 들었나 싶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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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pc로 들어오면 자동로그아웃이 돼서 폰으로 다시 왔는데 제 눈에도 손꾸락 가리키는 무시무시한 다섯개가 보이네요 우악 티스토리 왜이러는걸까요 ㅋ
    청어는 저에게도 좀 진입장벽이... 갑자기 맨첨 러샤 갔을때 참치가 비싸서 고등어통조림 샀던게 생각났어요 무지 비렸는데 기름도 많고... 살아보겠다고 그걸로 고추장찌개 끓여묵고 ㅋㅋㅋ

    2020.07.25 00: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왠지 알것같은맛 고등어 통조림 ㅋㅋ참치는 지금도 상대적으로 비싼것 같아요. 청어를 먹어야 싸게 먹히는데...흐흑.

      2020.07.29 03:27 신고 [ ADDR : EDIT/ DEL ]
    • 청어통조림이 고등어보다 더 비릴거 같아요 꾸앱 ㅋ

      2020.07.29 09:32 신고 [ ADDR : EDIT/ DEL ]
  2. 윤레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2020.08.07 08:56 [ ADDR : EDIT/ DEL : REPLY ]

Lithuanian Language2020. 7. 23. 06:00

 

 

 

 

좁은 동네에서는 지나다니는 사람도 적고 그들의 동선도 거의 비슷해서 오며 가며 스치던 사람들이 마치 아는 이가 되고 그들 중 어떤이들은 종종 자잘하고도 솔깃한 이야기들을 건네오기도 한다. 어린 딸의 손을 잡고 걸어가던 여인과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니  '놀이터에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라고 말했다. 사람을 칭하는 Žmogus의 지소체 단어를 써서말이다. 사람의 형태를 한 작은 것들, 아기들을 칭하고 싶을 때, 사람이라는 단어 자체에 어떤 친근함과 주관적인 감정을 담고 싶을때,  Žmogeliukas처럼 어미를 바꿔서 쓰는 것이다. 지소체의 어감은 뭐랄까. 한 뚝배기 하실래요? 의 그 뚝배기나 차표 한 장 손에 들고의 그 차표에 특정 어미를 붙여 친근하게 말하면 듣는이나 말하는이 모두에게 단어가 그 문맥 자체에서 어떤 개인적인 서사를 갖게 되는 느낌이랄까. 그러니 누군가가 '놀이터에 Žmogeliukas 가 엄청 많아요'라고 말한다면 아이들은 여지없이 귀를 쫑긋 세우고 발길을 재촉할 것이다. 마치 이미 알고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것처럼. 만나자마자 마음이 통해 그날의 친구가 될 수 있을 무언가를 상상하면서.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찾아 간 어떤 놀이터에 누워있던 많은 사람들이 바로 이들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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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20. 7. 21. 06:00

2018년부터 주류 광고가 분명 불법인데 오히려 술광고는 더 늘어난 것 같음. 뭔가 얍삽한 무알콜 맥주 광고. 리투아니아어에서 Ne는 분명 네 라고 읽지만 (니예에 가깝지만) 엄연한 부정이다. 평일 오후 8시 이후에는 주류판매도 금지라 보통 냉장고에 블라인드를 내려놓던가 아예 주류 코너에 못들어가게 쇠사슬을 걸어놓는 경우도 있는데 완전 오픈된 공간에 일반 음료수들과 놓여진 맥주들이 있다면 그것도 물론 무알콜맥주이다. 0.0퍼센트 무알콜이라고 분명 써있지만 의외로 굉장한 혼돈을 주는 존재. 신비스럽게도 합법적으로 맥주를 사먹을 수 있는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실수로 그 무알콜을 집어오는 경우가 있다는 것.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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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hounyeh@gmail.com

    독일에도 베를린 사투리인지는 모르지만 아니요, 란 부정을 네~~~ 하고 말한다. 하지만 어감이 워낙 부정적이라 아무리 '네'가 긍정의 뜻이라는 게 뇌리에 박힌 나에게 조차 딱 들어도 '아니요'라고 들리는 마법같은 말이다. 언어란 참...

    2020.08.06 22:00 [ ADDR : EDIT/ DEL : REPLY ]

Lithuanian Language2020. 5. 13. 06:00

 

Vilnius 2016

 

 

리투아니아어 단어 중에 좋아하는 단어가 세 개 있는데 Kriaušė (https://ashland11.com/389), Batsiuvys 그리고 Knygnešys 이다. 이 단어들이 나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거나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니고 사실은 어감 때문이다. Batsiuvys와 Knygnešys는 흔한 복합명사로 직역하면 신발을 만드는 사람(Batai+siuvėjas), 책을 옮기는 사람 (Knyga+nešėjas)이란 뜻인데 보통 많은 단어들이 자모의 규칙적인 배합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서 이 단어는 두 단어의 자음과 자음이 만나는 흔치 않은 단어라서 그 어감이 독특하다. 두 개의 성깔 있는 자음이 만나서 입 속에서 울려 퍼지는 작지만 고집스러운 충돌이 이 단어 자체의 성격을 규정하는 느낌마저 든다. 사실 이 두 단어는 그만큼 개성 있고 사연이 많은 단어이기도 하다.  

 

일제시대 때 한글 말살정책이 있었던 것처럼 19세기의 제정 러시아 시대의 리투아니아에도 리투아니아어 말살 정책이 있었다. 그것은 라틴문자 대신 키릴 문자로 리투아니아어를 표기하게 하고 리투아니아어로 된 출판물을 금지하는 정책이었는데 대략 40년 넘게 이어지던 그 정책이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나서 약 10년 정도 후에 리투아니아는 독립을 이룬다. 그 시기에 유행했던 직업이 바로 책을 옮기는 사람이었다. 40킬로에 육박하는 책꾸러미를 짊어지고 다니며 특정 장소에 책을 놔두면 다른 책 배달자들이 그 꾸러미를 여기저기 옮기는 방식으로 중요한 책과 출판물들을 배포했다. 그러니 이들은 단순히 책을 운반하는 사람이 아니라 당시로썬 금지된 책의 불법유통자와도 같았다.

 

사진은 구시가의 어떤 서점 건물 외벽에 붙어 있는 어느 책 전달자를 추모하는 기념판(?)이다. 언젠가 이 단어에 관해서 쓰고 싶을때가 올까 오래전에 찍어 놓은 사진이지만 사실상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이 단어가 불현듯 떠오른 것은 오랫동안 반납하지 못하고 있는 도서관 책들을 봤을 때였다. 도시 곳곳에 도서관 사물함이 있어서 내 번호가 붙은 사물함에 책을 가져다 놓으면 책 전달자가 반납도 해주고 내가 고른 책도 넣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아주 합법적이고 친절한 책 전달자 말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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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단어에 대한 이야기들 읽는게 좋아요. 책 옮기는 사람에 대한 얘기는 찡해지네요. 전 노어에서 쌈아곤 самогон 이란 단어가 어감 때문에, 그리고 너무나 러시아 느낌 나서 좋아해요 ㅋㅋ

    2020.05.13 09: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쌈아고나스!!ㅋ 이 단어 역시 여기서도 그대로 어미만 리투아니아식으로 바꿔서 써요. 확실히 러시아색채가 짙은 단어들은 그냥 그대로 쓰는것 같아서 좋아요. 뭔가 굳이 러시아 단어를 썻을때 강하게 어필하는 단어와 문장들이 있는 것 같아요.

      2020.05.13 19:52 신고 [ ADDR : EDIT/ DEL ]
    • 앗 쌈아고나스 이것도 좋아요 ㅋㅋ

      2020.05.14 22:29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