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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134_고등어 Skumbrė


오른편으로는 라트비아, 멀리 바다 건너 스웨덴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 뜬금없이 모터를 단 보트 한 척이 나타나더니 배를 댈 만한 아무런 명분도 없는, 공들여 쌓아 놓은 던전과 감시탑이 있을 뿐인 모래사장을 향해 다가왔다. 그럼에도 누군가가 내려서 갑자기 총질을 할 것 같은 이상한 포스를 내뿜는다.


다수의 배를 거느린 지방 유지의 아이들이 치기 어린 뱃놀이를 한다고 하기에는 허름한 배 한 척, 크레용으로 그려놓은 듯한 리투아니아 국기가 녹슨 뱃머리에서 펄럭이고 배안에는 한사코 안 가져가겠다는 아들들을 나무라며 엄마들이 던져놓은 듯한 구명조끼가 손질하지 못한 그물처럼 겹겹이 쌓여있다.

팔고자 하는 이들은 그 흔한 단어 하나조차 내뱉지 않았지만 헐벗은 몇몇 사람들은 장지갑을 들고 모여든다. 분홍색 봉지에 훈연한 생선 몇 마리를 주섬주섬 넣어주고 이들은 미련 없이 배를 돌렸다. 딱 세 마리만 팔고 돌아가자고 입을 맞춘 듯이.


발트해 연안의 휴양 도시 어디를 가든 생선 훈연하는 냄새가 난다. 아주 오래전, 우리들이 빌니우스의 술집에 모여있을 때 바다에 갔던 친구들이 이 생선을 들고 왔었다. 우리는 맛있게 헤쳐먹고 손을 씻으러 갔다.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뜨겁게 훈연한 고등어 한 마리는 일종의 의식처럼 현지에서 사먹는다. 떠나는 날에는 친구를 위한 한 마리를 주섬주섬 챙긴다.

서울에서 그래도 생선중에 가장 자주 먹었던 게 자반고등어였는데 생선 껍질에 엉겨 붙어있는 갈색 부분을 거침없이 먹는 아빠는 늘 어른이었고 나는 밥만큼 하얀 부분이나 바삭한 부분만 골라 먹곤 했는데 이곳의 훈제 생선은 따뜻한 밥이 생각날 만큼 맛있다.


훈연장롱

여기 사람들은 실온에 놔둔 버터를 두껍게 바른 빵에 생선을 얹어 먹는다. 그것도 꽤 먹을만하다. 단, 바로 먹어야 하는 온훈법 고등어 Karštai rūkyta skumbrė여야 한다. 차갑게 훈연한 고등어는 Šaltai rūkyta skumbrė는 상대적으로 오래 두고 먹을 수 있지만 조직이 두껍고 짜서 그 맛이 좀 맹렬하다.

루시드 폴의 애잔한 감성 고등어를 떠올리기엔 이 훈제 고등어들을 둘러싸고 퍼져나가는 노래들은 언제가 양양 하조대에서 울려 퍼지던 가요처럼 촌스럽게 휘청거린다. 그리고 고등어는 이상하리만치 서늘한 7월,  오후 10시 일몰 후에 보란 듯이 입수하는 차가운 바다보다 더 바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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