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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

리투아니아어 130_처남 매형 형부 Svainis(Švogeris)

 

거리의 보드카

 

간혹 리투아니아 친구들이 '형부'가 될 사람이나 '시동생' 얘기를 하기 시작하면 나는 그런 친척 호칭들이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대충 '그래서 너의 그 '블루베리'랑 '모과'가 어쨌다고?' 라며 대화를 이어가곤 했다. 그러니깐
 
형부, 처남, 매형,동서,제부 등등을 뜻하는 슈보게리스(Švogeris)와 스바이니스(Svainis)를 각각 블루베리를 뜻하는 쉴라우아게스(Šilauogės)와 모과를 뜻하는 스바라이니스(Svarainis)로 바꿔서 쓴 것인데. 
 
친구들은 전혀 상관없는 단어를 연결 짓는 외국인을 웃기다고 쳐다보면서 처음에는 잘 못 알아듣다가 그 단어들이 은근히 비슷함을 깨닫고 어느새 자기들도 즐겨서 쓰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딱히 험담을 한건 아니지만 마치 담임 선생님을 담탱이라고 부르는 느낌이랑 비슷하달까.
 
남편과 아내의 형제 자매, 자매의 남편, 배우자의 형제자매의 배우자까지 통칭하는 리투아니아어는 스바이니스(Svainis)이다. 사실 사진 속 병에 적힌 슈보게리스(Švogeris)는 리투아니아어처럼 굳어진 단어이지 순수 리투아니아어는 아니다. 마치 추석에 친척 어른들이 오봉이나 와로바시를 가져오라고 시키면 내가 아무런 이질감없이 어느새 배와 과도가 놓인 쟁반을 손에 들고 나무젓가락을 두 갈래로 가르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다른 많은 외국어처럼 리투아니아어도 한국만큼 친척간의 호칭이 세부적이지 않다. 친가쪽 친척인지 외가 쪽인지, 나보다 나이가 많은지 어린지를 세부적으로 물어봐야 관계가 그나마 정리가 된다. 하지만 딱히 그 명칭들을 정확하게 알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것 같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호칭 정리에 들어가면 헤매는 경우가 많다.
 
사진은 빌니우스를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빈 보드카병인데 거리에 널려있는 수십 종의 보드카가 있지만 왠지 보자마자 가장 슬픈 보드카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수2격을 썼으니 '처남매형의 보드카'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저 보드카 이름을 보자마자 상상했던 광경들은 대략 이렇다. 
 
1.흐루쇼프카에 사는 어떤 여인이 출근 준비를 하려고 새벽에 일어났는데 오빠와 남편이 오이피클단지와 다 식은 홍차를 옆에 놔두고 식탁에 거의 코를 박은채로 술에 취해있는 광경. 2.록키(실베스타스탤론)가 술꾼 처남인 폴리(버트영)와 코가 삐뚤어지게 술을 먹고 있을 때 애드리안(탈리아샤이어)이 지긋지긋하다며 다시 방에 들어가는 모습. 3.한 지붕 세 가족에서 매형 임채무와 처남 강남길이 세탁소에서 소주를 마실 때 순돌이 아빠가 합류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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