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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어 128_지하도 Požeminė perėja

 

2025년 3월 1일의 지하도

 
 
영화 '돌이킬 수 없는'을 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성별 막론하고 대개 그렇지 않을까. 먼발치의 지하도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괜히 좀 기분이 나빠진다.

빌니우스에는 유명한 지하도들이 몇 군데 있고 소련시절의 주거 단지 흐루쇼프카들이 몰려있는 지역에 주로 많은데 확실히 범죄 취약 지역의 이미지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빌니우스의 지하도가 공사에 들어가면 인터넷에 기사가 올라온다. 우선 밝은 조명들이 대폭 늘어나고 기존의 낙서와 욕설, 소모적인 그래피티 대신 밝고 긍정적인 벽화들이 채워진다.

이 지하도는 구시가에서 버스를 타고 20분 정도 거리에 위치한 대형 전시장 근처에 있는데 입구는 여전히 사나워보이지만 오랜만에 가니 밝은 조명아래에 우크라이나 전쟁 사진들이 전시되어있었다. 조명은 밝아졌지만 우크라이나의 파괴된 흐루쇼프카를 배경으로 아이들이 등장한 사진들이 많아서 암울하긴 매한가지였지만.
 
이런 지하도의 입구에만 서면 사실 20년전 모스크바의 지하도들이 떠오르면서 그 특유의 퇴행성 향기가 스믈스믈 몰려온다. 세상에서 가장 촌스러운 주황색 가격 라벨이 붙여진 사자마자 망가질 것 같은 손목시계를 파는 키오스크와 그런 시계를 고쳐주겠다는 친절한 수리소가 나란히 자리잡은 그런 지하도. 삐뚤어진 가발로 눈 한쪽이 가려진 마네킹과 지하도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미쳐 끄지 않은 담뱃불을 서두르지 않고 짓이겨 끄는 행인이 만나던 곳.

어쩌면 모스크바의 지하도도 지금은 많이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지하도 계단을 빠져나가면서 서서히 나타나는 하늘은 지금도 여전히 회색빛이겠으나. 
 
 

 아래는 인터넷에 있는 지하도 사진들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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