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ia2020. 2. 11. 07:00

 

 

 

춥지 않은 대신 축축한 겨울의 연속이다. 쌓이기보다는 물이 되어 사라지고 싶은 눈들이 내린다. 2월이 되면 더 자주 떠올리게 되는 오래된 첫 여행. 쌀쌀함 속에서 부서지던 다르질링의 저 햇살이 떠오른다. 심지어 고스란히 느껴진다. 내 얼굴을 채우고 있는 주근깨의 대부분은 그해 저 인도의 햇살이 성실하게 심어놓은것이니 지금까지 흘러온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추운 겨울이면 여전히 그 햇살이 나를 따라다닌다 느낄 것이다. 엄밀히 말해서 이곳은 다르질링에서 몇 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서야 시작하는 트렉킹 코스의 어디쯤이었을 거다. 드문드문 몇 시간 간격으로 저런 롯지들이 나타났다. 비수기였기에 손님 치를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던 어떤 롯지의 주인과 그의 아이들이 생각난다. 명절이라서 마시는 거라며 시큼한 향기의 네팔 음료 창을 따라주었다. 지나고나서 생각해보니 막걸리와 비슷했던 맛. 며칠 후에 망가져버린 필름 카메라가 남긴 그날의 사진을 한 장을 보니 결국 기억은 맛으로 향기로 그리고 햇살로도 남는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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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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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2016. 2. 19. 04:44



14년전 오늘의 여행. 여행 루트의 편의상 북인도의 여러 도시에 들렀지만 내가 꼭 가야겠다 계획했던 도시는 단 두곳이었다.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가 설계를 맡은 챤디가르와 네팔과 티벳에서 멀지 않은 다르질링. 홍콩에서 환승을 하며 또래의 한국 친구들을 만나 얼마간 동행했지만 챤디가르에 가겠다는 친구들은 없었다. 사실 챤디가르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여행하는 인도의 도시들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현대적이었고 자로 잰든 명확하고 반듯했으며 사람에 빗대어 묘사하자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고 차갑고 깐깐한 느낌의 도시였다. 다르질링에서 챤디가르로 바로 가는 기차가 없어서 엉겁결에 머물게 된 알라하바드에서 열 시간이 넘는 밤기차를 타고 도착한 챤디가르. 바깥의 차가운 공기가 여과없이 스며들어 침낭을 꺼내야 하나 생각하다가도 깊이 잠들었다가 내려야 할 역을 놓치거나 누가 스윽 훑고 지나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기차 속에서 안내 방송이 나오는것도 아니고 내가 어디쯤에 와 있다는 것은 기차역에서 도착 기차를 알리는 방송을 통해서야 어렴풋이 짐작 할 수 있었다. 아직 날이 밝기 전에 도착한 그 곳에서 난 역 밖으로 나서지 않고 아침이 될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인도는 어둠에 인색하지 않은 곳이니깐. 기차역에는 잠시 말동무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여럿있었다. 그리고 네스카페 커피 자판기도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소개했었다. 연락처도 받았었지. 인도에서 만난 많은 이들의 연락처가 적힌 미피 수첩은 어디에 있는걸까. 이미 재생 화장지로 부활하여 하수구를 타고 내려가 아메바보다 작은 놈들로 분해되었을지도. 하지만 머리속에 수첩속의 그들의 필체가 떠오른다는것은 참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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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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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14년전 휴가님처럼 용감하게 미지의 나라를 여행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 사회생활 막 시작했을 적에 사수였던 직장선배언니가 혼자서 인도여행을 다녀왔다길래, 그 얘기 듣고 와 완전 대단하다~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인도를 여자 혼자서!! 하고 막 존경하고 우러러 봤거든요. 그리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분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똑같아요^^

    2016.02.19 2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남미는 좀 위험하다고 하던데 인도는 관광객에 친화적이라 의외로 별로 위험하지 않은것도 같지만 예전에 인도에서 사고난 사람들 얘기 뉴스에 나오면 한편으로는 위험한 나라 같기도 하고 아무튼 참 알쏭달쏭해요. 근데 이런 나라들에서 너무 여행객처럼 보이지 않는건 확실히 필요한것 같아요.

      2016.02.21 05:25 신고 [ ADDR : EDIT/ DEL ]

India2016. 2. 9. 07:06



아마도 14년 전 오늘 이 경기장을 오르락 내리락 한 후에 뜨끈한 모모를 먹으러 갔더랬다. 해발 약 2000미터에 위치한 다르질링인지라 경사진 관중석을 만들기위한 특별한 건축 공법이 필요없다. 그냥 산을 깎으면 되니깐. 네팔과 티벳에서 가깝고 멀리 칸첸중가가 보이는 도시 다르질링에서 거의 매일 먹었던 네팔 만두 모모. 캘커타에서 배탈이 났는지 마치 오렌지 쥬스를 토하듯 신물이 나도록 토를 하고 인도의 걸쭉한 커리 말고 달짝 찌근한 짜이 말고 정말 얼큰한 국물이 먹고 싶었던 그 때 도착했던 다르질링에서 매운 소스가 놓여진 테이블에서 국물과 함께 먹던 모모는 구세주였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던 그때에는 테이블 위의 음식 따위에 비싼 필름을 소비하는것이 흔치 않은 일이었으니 모모 사진이 없네. 요즘 같은 세상이야 더 이상 디테일 할 수 없을 정도의 시시콜콜한 사진들을 찍는게 어렵지 않지만 말이다. 모모와 그 매운 소스의 레시피를 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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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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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ia2016. 1. 31. 06:46



1월과 2월은 머리 한켠을 인도 여행에 비워주기로 결심했으니 매일 오늘의 날짜가 찍힌 사진이 있는지 찾아보게 된다. 그리고 14년전의 오늘 나는 이 곳 바라나시에 있었구나.  인도인들이 죽어서 화장되어 뿌려지기를 원한다는 강 가, 갠지스 강변을 따라 쭉 걷다보면 화장터, 버닝가트가 나온다. 화려하기 짝이 없는 형형색색의 헝겊에 휘감겨져 차례대로 운반되어 들어오던 시체들. 마치 영원히 사라졌음이 인정되기 직전 다시 한번 세상 공기에 맞닿으려 안간힘쓰며 솟아 나와있던 누군가의 얼굴과 발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시체들 곁에서 튕겨져 나온 뼛조각이라도 있을까 미련에 차 서성거리던 개들. 낯선 장면, 낯선 냄새를 맡고 삐죽삐죽 삐져나오는 상념들이 사라질까 초조해하던 여행객들. 화장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에 맞서 구경꾼들이 질세라 피워대던 담배 연기들. 그리고 그 버닝 가트를 빠져나와 다시 생의 한가운데에 섰을때 다시 시작되는 흥정들. 호객에 열중하는 마사지꾼들. 작은 곤로와 후라이팬 하나를 놓고 거리 구석에서 볶음 국수를 만들어 팔던 인도인들. 벽에 붙은 요가와 시타르 수업의 광고들 그리고 사라진 여행자들의 얼굴이 담긴 미싱 리스트들. 좁은 골목 곳곳에 놓인 힌두교의 성상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이 한껏 뒤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아침부터 저녁까지 한 순간의 고요함도 허용하지 않으며 바라나시는 그렇게 폭발하고 있었다. 



뜬금없지만 오늘 구글 초기 화면에 이런 그림이 올라와서 눌러 보니 오늘이 암리타 쉐어 길(Amrita Sher Gil) 이라는 인도의 현대 여류 화가의 출생일이라고 한다. (1913.01.30) 항상 느끼지만 구글은 하루에 한번 정도는 들어가보는게 좋은듯. 쉽게 잊혀질 수 있는 지식들이지만 그래도 평생 모르고 지나칠 수 있었던것들에 자연스럽게 접근할 기회를 주기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녀의 가장 유명한 Three girls 이라는 작품이라 함. 그녀의 작품은 인도의 국보로도 지정되어 있고 그녀는 인도의 프리다 칼로라고도 불린단다. 인도와 멕시코의 화가인데 프리다 칼로의 아버지가 헝가리계 독일인이었고 암리타의 어머니가 헝가리계 유태인이었다는 혈통의 유사성도 있다고. 그런데 이 화가는 28세의 나이로 요절을 했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바라나시를 여행하던 날 인도의 어딘가에서는 그녀의 출생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겠지. 이 화가의 작품 이미지를 넘기고 있자니 얼마전에 타계한 천경자 화가도 그렇고 프리다 칼로나 수잔 발라동까지 평범치 않은 삶을 살았다고 여겨지는 많은 여류 화가들이 떠올랐다. 암리타라는 이 젊은 화가의 인생이 좀 더 길었더라면 그녀의 인생도 다른 그녀들처럼 그토록 파란만장했을까. 


http://indianexpress.com/article/trending/trending-in-india/google-celebrates-amrita-sher-gils-103rd-birthday-with-three-girls-dood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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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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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제가 여행책이나 여행블로그를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인도 다녀오신 분들은 바라나시를 꼭 언급하시는 것 같아요. 휴가님 묘사를 읽고 있으니 제가 거기에 있는 것 같네요^^ 암리타 쉐어 길은 제가 모르는 화가인데... 그림 속 여성들의 얼굴이 시선을 잡아끄는 마력이 있네요.

    2016.02.06 12: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India2016. 1. 21. 05:50



남은 1월과 다가오는 2월에는 14년전의 인도 여행을 회상해보기로 했다. 40일간의 인도 여행을 다녀와서 그 해 1년동안 다음 블로그에 인도 여행기를 썼었는데. 하루간의 여행을 네 다섯번의 포스팅에 시시콜콜 나눠쓰면서 돌아와서도 꼬박 1년을 나는 마음속에서 인도를 다시 여행했다. 그때 썼던 지독히 개인적인 여행기는 애석하게도 아주 일부분만 남아있다. 여행기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특정한 감정들도 영원히 지속되지 않았기에 일년이 지나 이년이 지나 읽어보았을때 여행기속의 풋풋함과 애절함을 과거 그 자체의 날것으로 공감하고 인정할만큼 내 감성은 성숙하지 못했고 그래서 누군가의 이름을 지우고 동선을 지우고 솔직한 형용사 몇개를 지우고 넘쳐나는 감탄사들을 지우고 나니 내가 스물 무렵에 썼던 객기로 가득찬 여행기는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많은것이 기억나지 않고 한편으로는 아쉽다. 여전히 앞으로도 내것이었을 감정, 왜 존재하지 않았다고 부정해야 했을까. 남아있는것은 몇장의 사진 뿐이다. 이곳은 오르차라는 작은 마을이었다.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에서 카마수트라 조각상이 있는 카주라호 사이의 작은 불빛 하나 허용하지 않던 깜깜한 밤과 고요하고 소박했던 오전의 햇살과 멋들어진 고성을 지니고 있던 작은 마을. 이곳 저곳을 정처없이 거닐다 우연히 들어선 들판에서 만난 사람들. 이들은 분주하게 불을 지피더니 당근이며 양파를 잘라 점심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작은 마을의 인도인들은 여행객을 보면 습관적으로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자신이 찍힌 사진을 언젠가 구경할 수 있는것도 아니고 카메라를 향해 특별한 포즈를 취하지도 않지만 그들은 사진에 찍힌다는 행위 자체에 호기심을 느끼곤 했다. '우리 사진 찍어줄래' 하고 이들이 바라보던 풍경속엔 나뭇가지에 매달린 조야한 전구가 있었고 그들의 텃밭이 있었고 오르차의 고성이 있었다. 무진의 특산물은 안개라고 했던가. 오르차의 특산물은 저 고성이라기보단 나에게는 이 사람들과 함께 먹은 그 점심 한 끼였다. 그 뒤로도 몇번을 인도산 마살라로 이 날 먹은 커리를 실현해보려고 애썼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다진 양파를 툭툭 털어넣던 투박한 손길과 손바닥 위의 당근과 함께 쓸려 내려가던 짭쪼롬함이 내겐 없었으니.   



돌아와서 한참을 할 베리라는 이름으로 회상했던 이 집 아들과 못난이 인형 같은 그의 여동생. 혹시 다시 오르차에 가게 된다면 여전히 그곳에 살고 있다면 액자한 사진을 꼭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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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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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도에서 40일이라니 와... 아주 어린 나이이셨던 것 같은데 놀랐어요. 현지인들과 함께 하셨다는 식사 얘기가 와닿네요. 저두 인도커리 좋아하는데... 식당이 아닌 진짜 인도인들이 먹는 것은 어떤 맛일까 싶어요. 휴가님 글 읽으니 저도 뭔가 느낄 수 있는 여행을 해보고 싶네요.

    2016.01.22 17: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인도는 정말 다시 한번 꼭 가보고 싶어요. 포니님에게도 기회가 오길 빌어요. !

    2016.01.23 05: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14년전! 상당히 오래 전 이야기로군요. 2002년때 이야기라니 제가 막 대학생 되어서 서울 적응하고 있을 적 이야기네요. 지금 인도는 그때와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요? 그리고 저 사진 속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많이 달라졌을까요?^^

    2016.01.27 2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비슷한 시절이었던듯 하네요. 이제는 여행객들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들고다니니 최소한 사진을 찍어주면 보여줄 수 있어서 좋을것 같아요. ㅋㅋ

      2016.01.28 01:35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