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에 해당되는 글 42건

  1. 2019.11.06 바다를 향하는 커피
  2. 2019.11.04 흔들린 커피
  3. 2019.10.29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
  4. 2019.07.02 커피기계 (2)
  5. 2019.01.24 겨울의 카페 (3)
Coffee2019.11.06 20:43


9월의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을때 머리속에 떠오른것은 을씨년스럽고 외롭기 짝이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흑백의 풍경이었다. 그런 풍경이라면 좋았다. 천국보다 낯선에서 에바와 윌리와 에디가 마주한 텅 빈 바닷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다 생각하니 급속히 바다가 가고 싶어졌다. 9월의 발트해는 12월의 동해 만큼 차갑겠지. 한여름의 붐비는 바다, 시원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뜨거운 모래 사장에서 햇살을 만끽하는 것에 대한 로망이 없으니 어쩌면 다행이다. 신발만 젖지 않았으면 좋겠다. 젖은 양말속에서 불어서 얼어버리는 발가락은 너무 절망적이니깐. 왠만해서는 뭔가를 미리 예약하지 않게 된다. 새벽 일찍 샌드위치까지 만들어서 첫차를 타러 기차역에 갔는데 일반석표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딱 필요한 명수 만큼의 1등석표가 남아 있었다. 그 가격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커피와 물, 샌드위치도 준다고 했다. 무엇보다 강제적으로 5시간 동안 편한 좌석에 앉을 수 있게 되었다. 책 한권을 동반하고 그냥 읽다 잠들다 읽다 잠들다 하면서 기차만 타고 다시 돌아와도 좋을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승무원이 초콜렛과 커피를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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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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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2019.11.04 18:40


10월의 어느 날 마셨던 커피들의 향기가 유독 진하게 기억나는 이유는. 포터필터 가득히 담겨지는 균일하고도 포실포실한 커피 가루들처럼 마음속으로는 앞으로 할 수 있을 법한 내가 아직 모르는 이야기들에 대한 단어들과 상상들이 차곡차곡 쌓여갔고 우유저그를 갖다 댄 스팀 파이프에서 순식간에 쏴하고 쏟아져 나오는 뜨거운 열기처럼 지나고 나서야 마음 놓고 회상 할 수 있을 순간들에 대한 인내와 아련함도 동시에 늘어만가던 시간들. 추출되는 커피의 마지막 한 방울까지 남김없이 다 담아내고 나니 어느새 11월이 되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감동적인 영화들이 보고 싶어졌고 어떤 영화들은 조금씩 머리밖으로 꺼내서 회상하고 싶어진다. 조금씩 스멀스멀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시기. 이미 시작된 난방이지만 아직은 악착같이 매달려있는 어떤 낙엽들과 함께 의외로 조금은 유예되고 있는 겨울. 11월의 비로 짖이겨진 낙엽들이 지나 온 모든 계절의 희노애락을 담고 기억의 토사물이 되어 거리거리 채워지는 시간. 마치 젖은 옷을 입은것처럼 축축한 느낌을 지니고 걷다가 무심코 건드린 길가의 덤불이 간신히 지탱하고 있던 물방울을 뿜어내고 머리 위 어느 건물 높은 곳에서 조준이라도 한것처럼 이마 한 가운데에 똑 떨어져 꽂히는 단 하나의 물방울이 가장 강렬한 가을로 다가오는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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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2019.10.29 23:01

빌니우스는 사실 그다지 작지 않지만 중앙역과 공항이 구시가에서 워낙 가까워서 구시가만 둘러보고 돌아가는 대부분의 여행객들에겐 작고 아담하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역에 내려 배낭을 매고 호스텔이 있던 우주피스의 언덕을 오르던 때가 떠오른다. 한때는 꾹꾹 눌러쓴 연필자국처럼 짙고 선명했던 여행의 많은 부분들은 이제 서너장 넘긴 공책 위에 남은 연필의 흔적처럼 희미하지만 그럼에도 역에 내려 처음 옮기는 발걸음과 첫 이동 루트는 한 칸 들여쓰는 일기의 시작처럼 설레이고 선명하다. 몇 일 집을 떠나 머물었던 동네는 공항가는 버스가 지나는 곳이었다. 낮동안 오히려 더 분주하게 날아다녔을 비행기이지만 막 이륙한 비행기인지 착륙을 시도하는 비행기인지 그들이 내뿜는 굉음이 오히려 밤이 되어 한껏 더 자유분방해진채로 어둠을 뚫고 미세하게 들려왔다. 그런데 그 소리가 어둡고 고요한 밤 집 앞의 호텔을 향해 여행자들에게 끌려나가는 캐리어의 바퀴 소리와 놀랄만치 유사했다. 허공을 가르는 비행기의 날개짓과 땅 위를 구르는 여행 가방의 바퀴소리라니 결국 목적을 가진 그것의 뿌리는 같은것일까. 새벽녘, 건물 복도의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며 흘러나오는 딩동 소리는 밤새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뒤척이다 뻑뻑해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날때즈음 착륙하기 전 마지막 기내식의 준비를 알리는 신호음과 또 비슷했다. 기내의 옅은 조명과 함께 착륙까지의 시간을 조곤조곤히 알리는 기장의 잠긴 목소리가 밤 사이의 긴 여운을 흩뜨려 버리는 그 순간 말이다. 나의 여행 그리고 누군가의 여행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나는 늘상 여행의 시작에 서 있음을 실감한다. 한편으로는 나는 누군가가 나를 향해 떠나올 수 있는 곳, 원한다면 그들을 향해 나도 떠날 수 있는 아주 멀지만 이상적인 곳에 살고 있다 느낀다. 따지고보면 모두가 그렇다. 때로는 그 물리적 거리감이 동네 어귀의 수퍼마켓을 가는 정도로 한 없이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별하고 사라져버리고 나면 마치 존재조차하지 않았던처럼 거짓같기만 한 어떤 만남들. 그리고 아주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순간들을 위한 영원한 조력자이자 달콤한 소품, 좋아하는 공간속의 어떤 커피들. 올 해 들어 딱 두 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마셨는데 10월의 토닉 에스프레소를 너무나 반가운 친구들과 마셨다. 이제 더 이상 이 커피는 다음 만남까지의 타임캡슐에 봉인해서 그냥 잊고 싶을만큼 더 없이 청량했던 에스프레소. 내 전화기로는 나올 수 없는 프로페셔널한 화질의 커피 풍경이다. 내 인생에서 영원히 고화질로 남았으면 하는 날. 그리고 그 날의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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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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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ffee2019.07.02 22:40


지난 달에 아트 빌니우스라는 행사가 열렸다. 도서 박람회가 열렸던 그 리텍스포라는 행사장으로 날이 좋아서 바람도 쐴 겸 움직였다. 리투아니아의 갤러리들이 개별 부스를 차리고 소장 작품을 전시하는데 원한다면 누구나 작품을 구매할 수도 있는 전시회이다. 1층 홀에 돌체구스토가 자체 카페를 차렸는데 행사장 한 켠에 3D 프린터로 프린트한 돌체구스토 머신들을 전시해놨길래 인상적이어서 한 컷. 캡슐커피기계는 동네 마트에도 팔아서 사실 눈으로는 익숙했지만 실제적으로 캡슐커피를 마셔 본 적도 없고해서 낯설게만 느끼다가 이번에 서울에서 동생이 사은품으로 받아 온 머신을 잠시 써 볼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친척언니집에 놀러 가면 발을 들여놓는 동시에 센서가 달린 듯 작동되던 머신과 커피 냄새가 이제는 추억으로 남았다. 당시 서울에서 영화 채널들에 자주 나오던 광고가 경쟁사 네스프레소 광고였다. 놀랍게도 조지 클루니가 모델이었다. 조지 클루니 뭐야. 생뚱맞다. 카누의 공유도 루카스의 강동원도 아닌 맥심의 안성기가 떠올랐다. 너무 유명한 모델을 쓰면 브랜드파워 자체에는 좋을게 없다는데 그렇다고 조지 클루니가 네스프레소에 폐를 끼칠만큼 막강한 파워를 가진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그로 인해 굉장한 광고 효과를 볼 것 같지도 않은 어중간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그 광고가 기억에 남았다는 것은 결국 조지 클루니 때문인가도 싶다. 조지 클루니가 네스프레소 광고에 나온다고? 돈이 떨어졌나? 네스프레소 돈 많이 들였겠네. 광고찍다 거덜난거 아닐까 라고 십초간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역대 헐리우드 배우들 광고 모델료 기사를 봤는데 아니나다를까 네스프레소 광고로 조지클루니가 4000만 달러를 챙겼다고 한다. 순간 돌체구스토의 새하얀 기계들이 너무나 청빈하고 순결하게 느껴졌더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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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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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네스프레소 기계를 두대나 선물 받았는데..
    난 여전히 쓰고 있지 않아..
    조지 클루니가 싫은건 아냐.. ㅋ̤̫ㅋ̤̮ㅋ̤̻
    너가 간 이후로 난 원두를 갈아 핸드드립으로..

    2019.07.04 22:02 [ ADDR : EDIT/ DEL : REPLY ]

Coffee2019.01.24 08:00


케익의 첫인상은 항상 작다. 스모 선수를 보지 않아도 그는 거대할것이라 짐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맛없을 케익도 그는 항상 작게 느껴진다. 그 케익을 커보이게 하는 유일한 존재는 작은 데미타세 잔이다. 작은 에스프레소가 가져다 주는 희열이라면 어떤 케익을 먹어도 보통은 그 보다는 크다라는 사실인지도 모르겠다. 케익을 다 먹었는데도 커피가 남아있는것이 싫다. 커피가 부족하다고 느끼는것이 훨씬 더 정당하다. 커피는 새로 마시면 되니깐. 겨울의 카페는 두 종류이다.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가는 카페가 늘 그렇듯 그 중 하나이겠고 하나는 단지 추워서 들어가는 카페이다. 오후 8시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중. 이대로 집까지 걷다간 죽을 것 같아 몸을 좀 녹이기 위해 카페에 들어갔다. 물론 장갑을 벗고, 모자를 제치고, 휘감긴 목도리를 다 풀어내고 나면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온 거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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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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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레드벨벳으로 추정되는 아리따운 케익의 자태! 그리고 까만 커피잔! 까망 빨강 하양의 조합은 언제나 옳음!!!

    2019.01.24 22: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김설마

    검빨은 철기군인증..^^
    철기군은 크롬의 군대..
    크롬은 신해철.. ㅎㅎㅎ

    2019.01.31 23:26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