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에 먹었던 파리 브레스트. 파리는 엄연히 낭만적이고 달콤해야 했겠지만 낯선 디저트 이름을 보는 순간 벨파스트가 몹쓸게도 가장 먼저 떠올랐다. 가본 적도 없는 벨파스트지만 몸을 덮은 얇은 헝겊조차 버거워하던 헝거의 마이클 패스빈더의 얼굴이 자동적으로 연상되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도시이거늘. 이 모든 오해와 억측은 사실 브레스트라는 지명을 내가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이것은 파리와 브레스트 구간에서 벌어졌던 자전거 경주 대회를 기념하며 만들어진 바퀴 모양의 디저트라고 한다. 물론 아주 오랜 옛날에.
이 빵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라면 아마 이 날의 이 커피와 이 빵이었다. 늘 커다란 라떼잔에 담아주는 적은 양의 커피가 꼭 깊은 우물 바닥의 고인 물같았더랬는데 드디어 커피의 보송보송한 표면이 보이는 작은 잔에 담아주었다. 이 빵은 진열된 빵들 중 겉모습에 있어서 단연 소탈했지만 가장 비싸서 의아함에 사 먹었다. 소탈하다면 아무것도 안 든 크루아상에 더 어울리는 표현일지 모르지만 크루아상이 그저 단순한 공깃밥 같다면 이 파리 브레스트는 정갈한 그릇에 담긴 흰쌀밥 위에 명란젓 같은 것이 한술 덩그러니 얹어진 느낌이랄까. 커피가 모자랄 줄 알았는데 파리 브레스트는 마냥 달지 않아서 모든 것이 적당했고 괜스레 그 아침은 고마운 느낌이 들었었다.
슈 사이의 크림은 모카 크림과 커스터드와 아몬드 페이스트까지 다 섞인 듯한 오묘한 색감이었는데 정말 공들인 맛이었다. 디저트 이미지들을 찾아보니 과일들도 박히고 굉장히 현란했지만 이 빵집은 외양이 비교적 얌전해서 더 기억에 남았다. 저 작은 소금 알갱이들은 뿌려졌다기 보단 자라난 것 같았다. 하지만 이것을 딱 한 번 밖에 먹지 않았던 이유는 그 이후로는 크림들이 형태를 유지하지 못한 채 바퀴에 깔린 것처럼 슈를 등에 지고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랜만에 간 빵집에선 이들을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손님이 많아지면서 아마 그 복잡다단한 크림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기엔 좀 더 싸고 훨씬 풍성해 보이는 다른 빵들에 비해 마진도 시간도 남지 않았을 거다. 그나저나 지난겨울이라고 했지만 불과 4개월 전의 이야기이고 8월에 불과하지만 성큼 다가온 것은 이번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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