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in2020. 4. 19. 06:00

 

 

 

 
3년간 세상을 떠돌다 작년에 나에게로 굴러들어 온 독일의 2유로 동전. 빌니우스에서 독일 동전을 의외로 자주 보는데 그들과 사뭇 다른 이것은 드레스덴의 츠빙거 궁전이 새겨진 독일의 기념주화이다. 그러니 이것이 나에게 온 것은 아주 흔치 않은 여정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지난여름 현금만 받는 딸기 천막에서 몇 번을 쓸뻔하다가 딸기를 포기하며 간신히 간직했다. 이 동전이 속세에서의 여행을 마치려면 계속 쓰지 않고 나와 함께 재가 되는 것이 맞지만 난 언젠가 다시 드레스덴에 가서 이 동전을 쓸 즐거운 계획을 세웠다. 아니면 엘베강에 방생을 하고 와야 할까?

 

드레스덴은 도스토예프스키가 부인 안나와 함께 수년간 머물면서 아이를 낳고 소설 악령을 탄생시킨 도시이다. 드레스덴으로 가는 도중 빌니우스에도 머물렀으니 150년 전 그가 빚쟁이들로부터 도망치듯 시작한 여행의 족적이 내가 지금 걷는 이 거리 어딘가에 남았을 거란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묘해진다. 

 

그는 츠빙거 궁전에 놓인 라파엘로의 시스티나의 마돈나를 사랑했다. 악령에도 기억이 맞다면 백치에도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몇 시간이나 그 그림 앞에 서서 감탄을 하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는데 과연 그 그림의 무엇이 당시의 그를 그토록 감동시켰는지 궁금해진다. 나의 눈은 그의 눈이 본 것과 같은 것을 보진 못하겠지만 최소한 뭔가에 감동받을 때 정화되는 감정, 뭔가에 마음을 뺏긴 스스로의 감정에 질투를 느끼지 않고 솔직하게 압도됐노라고 말할 수 있는 그 순수함과 용기는 그림을 보지 않고도 어렴풋이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여행했던 19세기의 바로크 도시 드레스덴과 20세기 전쟁의 포화를 맞고 재건된 지금의 도시는 너무나 다를 것이다. 하지만 16세기의 화가가 남긴 그림 한 점이 변함없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이 이 동전의 마지막 여정을 꿈꾸게 한다.  다시 찾아 간 그곳은 나에게 다른 인상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사실 그림 속의 턱을 괸 아기 천사들만을 확대한 그림이나 패러디는 모나리자의 패러디만큼이나 많은데 난 구름을 지그시 밟고 있는 성모의 발부분이 제일 좋다. 아이를 안은 그녀의 얼굴은 너무나 평화롭고 금방이라도 구름위를 몇 걸음 걸어 떠올라 날아갈듯 가볍다. 타란티노 같은 발 페티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혹시 그 발 부분을 확대한 엽서가 있다면 이 동전을 주고 사 오고 싶다. 물론 그런 엽서가 있을리 없을테니 시스티나의 마돈나가 인쇄된 엽서를 사거나 혹은 그 엽서를 누군가에게 보내면서 마실 커피 한 잔이라도 사는데 쓰일 수 있다면 즐거울 거다. 하지만 어쩌면 직경 25밀리 안에 굳건하게 자리잡은 이 궁전을 다시 집으로 데려오고 싶어 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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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10센트 동전

손바닥에 동전이 쥐어지면 습관적으로 뒤집어보게 된다. 다양한 유로 동전에서 언제나 그렇듯 단단한 역마살을 느낀다. 리투아니아의 문장이 새겨진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것은 독일과 이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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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2유로 동전

토요일 아침에 식당에 잠시 다녀왔다. 일주일의 하루하루가 요일 구분없이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체득된 토요일의 정서가 있기에 변함없이 주말 기분을 느낀다는것은 재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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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의 유로 동전

2015년 1월1일. 리투아니아에 유로가 처음 사용되던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물론 신년 휴일이었고 화창한 날씨에 구시가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음이 안놓여 정오가 지나 식당에 나가봤는데 생각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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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트비아의 유로 동전속의 여인 '밀다 Milda'

카라멜이 들어가있는 쭉쭉 늘어나는 쵸코바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 스니커즈는 내가 좋아하는 쵸코바가 아닌데 왜 사먹었을까. 이 쵸코바는 10년전 라트비아에서 리투아니아로 넘어가는 도중의 작은 휴게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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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1유로 동전

얼마전 남편이 동네 카페에서 에클레르 하나를 사가지고 왔다. 맛있으면 맛있는만큼 먹고나면 허무한 에클레르. 속이 꽉 찬 느낌이 들어 콱 깨물면 순식간에 입속에서 사라져버리는 크림의 매력이 있지만 그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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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1유로 동전

스페인 1유로와 2유로에 나란히 모습을 드러낸 이분. 에스파냐라고 써있어서 물론 그랬기도 했지만 보자마자 스페인 국왕이란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1992년 맨처음봤던 그때부터 여전히 같은 헤어스타일을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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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1유로 동전

1유로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오늘먹은 크루아상 한개. 이탈리아에서는 에스프레소 한잔에 보통 1유로였다. 1유로를 환전하면 한국에서 삼각김밥이나 던킨 도너츠 한 조각은 먹을 수 있을까? 김떡순 포장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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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50센트 유로 동전

발트 3국의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의 뒤를 이어 2015년 올해부터 유로화를 쓰기 시작한 리투아니아. 2015년 1월1일부터 2주간 1월 15일까지 기존의 리투아니아 화폐 리타스와 유로화가 통용됐던 기간을 거치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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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in2019. 5. 4. 06:00

손바닥에 동전이 쥐어지면 습관적으로 뒤집어보게 된다. 다양한 유로 동전에서 언제나 그렇듯 단단한 역마살을 느낀다. 리투아니아의 문장이 새겨진 유로 동전을 제외하고 가장 빈번하게 보이는 것은 독일과 이탈리아의 동전들이다.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이탈리아의 동전 중 프레스코 속의 단테나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인체 비례도는 정말 자주 마주친다. 가까운 라트비아와 에스토니아 동전도 그렇다. 그 나라 국적의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리투아니아에 들르는 사람이든 그곳을 여행하고 집으로 돌아온 리투아니아 사람이든 상대적으로 이들 나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일거다동전에 새겨지는 것들은 건축물이나 인물이 가장 많다. 한 눈에 알아볼 수 없는 생소한 건축물이라면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들이란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고무된다. 얼마 전에는 지름 20밀리가 안 되는 작은 10센트 동전에 정교하게 조각된 고딕 성당을 보았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성당의 탑도 탑이지만 격자무늬가 새겨진 지붕도 인상적이었다. 분명 파리의 노트르담은 아니다. 10센트 동전을 입력하고 찾아보니 이것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성 슈테판 성당이란다. 세워진 당시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성당들이 얼마나 될까. 화재가 빈번했던 중세 이전은 말할 것도 없지만 겨우 다시 형태를 찾은 건축물들도 다시 전쟁의 포탄을 겪으며 머리 스타일을 바꾸고 벽지와 장판을 바꾸듯 건축 양식을 바꾸고 결국 이도 저도 안돼서 궁극에는 에이치빔을 장착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 성당도 12세기 초에 세워져서 화재로 불타고 왕조가 바뀌면서 건축 양식도 바뀌고 2차 대전 후에 대대적 보수를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순간을 목도하면 모든 것이 거짓말 같은 비극이자 희극일 테고 내가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것은 숱한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억될 뿐이다. 예전에는 불에 타버린 성당의 잔해를 기록하는 궁정화가들이 있었을 거고 지금은 활활 타는 중의 성당을 향해 스마트 폰 촬영 버튼을 누르는 인파들이 있다는 것 그것 하나가 달라진 사실일 거다. 21세기에도 멀쩡한 성당이 불에 탄다. 노트르담의 거짓말 같은 화재 후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점검에 들어간 성당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을 거다. 아 특이하게도 이 성당은 23만 개에 달하는 색색의 벽돌로 된 모자이크 지붕을 가졌다고 한다. 지붕에 새겨진 독수리 문양은 합스부르크의 상징이라고. 합스부르크 왕조 좀 무섭다. 폴란드 리투아니아 연합국 시절에도 심지어 합스부르크가 이곳까지 와서 이 땅의 일부 지분을 가진 적이 있다고 하지. 오스트리아. 익숙하면서도 뭔가 생소한 나라. 부루마블에도 없지 않았나 이 나라. 근데 마트에 가면 이동 경로상 초콜릿 코너를 지나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래서 늘 만나는 인물이 초콜릿 포장지에 그려진 모차르트인걸 생각하면 여기저기 찻잔이며 안경닦는 수건이며 티슈에 프린트되는 클림트의 그림들을 생각하면 계속 어딘가에서 나 오스트리아요 라고 말하고 있었다. 모차르트의 결혼식과 비발디의 장례식이 이 성당에서 열렸다고 한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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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아앗 저는 이 포스팅을 보고서야 나라별로 유로 동전 그림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허겅... 여태 다녔던 출장과 여행은 다 무엇이었는가 ㅋㅋ 하긴 생각해보니 은근 이런거 무심해서...
    성 슈테판 성당은 비엔나 갔을 때 들렀는데 저에겐 너무 거대해서 별 감흥이 없었어요. 저는 너무 장중한 성당들은 어쩐지 거부감이 들더라고요.
    합스부르크 왕가 하면 전 그림들과 기다란 턱이 생각나요.

    2019.05.04 21: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네 유로 동전들이 전부 제각각이죠. 체코는 언젠가 유로를 쓸까 궁금해지네요 문득. 그렇게 된다면 동전에 무엇이 그려질지도 궁금하고요. 장중한 성당들에 보통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 있어서 상대적으로 또 더 해요.

      2019.05.08 18:41 신고 [ ADDR : EDIT/ DEL ]
    • 체코는 반드시 메도브닉을 그려야 합니다 ㅋㅋㅋㅋ

      2019.05.10 16:57 신고 [ ADDR : EDIT/ DEL ]
    • 메도브닉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그 동전은 아까워서 못쓸듯 .

      2019.05.11 17:10 신고 [ ADDR : EDIT/ DEL ]
  2. 김설마

    15년전 그 성당앞에 앉아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반가운 얼굴이 보이길 기다리던게 생각나네요.
    작년 여름에는 애가 하도 징징거려서 안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왔네요.
    인체비례도 그려진 유로 맘에 들어 간직하고 있어요.

    2019.05.05 00:19 [ ADDR : EDIT/ DEL : REPLY ]

Coin2016. 8. 10. 08:00



토요일 아침에 식당에 잠시 다녀왔다.  일주일의 하루하루가 요일 구분없이 거의 똑같은 패턴으로 진행됨에도 불구하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체득된 토요일의 정서가 있기에 변함없이 주말 기분을 느낀다는것은 재밌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매일 똑같이 이른 시간에 일어나더라도 평일 아침에는 쉽사리 밖으로 나서지지 않는다.  평일 아침의 출근 기분을 느끼기 보다는 출근길의 피동적인 발걸음에서 가까스로 해방된 가벼워진 아스팔트 위를 걷는 것이 더 즐거운것이다.  휴일 아침의 거리는 실제로 숨을 쉬고 있는듯 약간 부풀어서 뽀송뽀송해져있다는 느낌이 주곤 한다.  보통 식당에 아침에 놀러가면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와 마실 커피를 사들고 가지만 이날은 빈속에 나왔기에 뭐라도 먹고 싶어 거스름돈도 만들겸해서 인스턴트 라면 두봉지를 샀다. 매운 표시 되어있는 닭고기 맛은 내가 먹을거. 치즈맛 나는 닭고기 라면은 친구거.  그리고 거스름돈을 보니 못보던 2유로짜리여서 찰칵. 





알고보니 핀란드 동전이었고 동전속 열매는 북유럽 극지방에서 주로 난다는 클라우드 베리 열매와 꽃.  북유럽인들의 베리 사랑은 대단한듯.  이케아 같은곳만해도 자신의 링곤(링고베리인줄 알았는데 토끼님덕에 수정.꾸벅)베리 식품들에 취해있는것 같다.  이곳 마트에서도 아주 가끔 비싸게 파는것을 본적만 있지 실제로 사먹어 보지는 못했다.  뭔가 고고하게 포장되어 있는 모습이 채집에 엄청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할것 처럼 보였었다.  그리고 약간 누가 단물만 쏙 빼먹고 뱉어 놓은 라즈베리 느낌이 나서 굉장히 시지 않을까도 싶었고.  써놓고 보니 굉장히 맛없게 느껴지는데 나중에 마트에 보이면 한번 사먹어 봐야겠다. 




동전은 주머니에 넣고 난 50센트짜리 라면에 물을 부어 먹었다. 집에서는 이런 라면도 끓여서 달걀을 풀어 먹지만 그냥 관두고 밥은 있어서 말아 먹었다. 젓가락질 잘 못하는 친구는 일부러 엄청 불려서 그냥 숟가락으로 떠 먹었다. 일식집에서 9년을 일했는데 젓가락질 잘못하는 내 친구.  그나저나 식당의 스테인리스 조리대 정겹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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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치즈맛의 닭고기 라면은 무슨 맛일까요..
    저 헬싱키에서 링곤베리잼 사왔었어요. 근데 그닥 맛은 없었어요 ㅎㅎ

    2016.08.11 0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냥 슬라이스치즈 한 16분의 1조각 녹여놓은것 같은 맛이에요..링고베리가 아니라 링곤베리라고 하는군요. 수정해야지. ㅋ링곤베리라고 하니깐 그래도 링고베리보다 뭔가 맛있어보여요. ㅋㅋㅋ

      2016.08.11 06:42 신고 [ ADDR : EDIT/ DEL ]
    • 생각나서 뒤져보니 그 잼 아직도 냉장고에 있어요 ㅠㅠ 5년 됐나봐요 버려야겠어요

      2016.08.11 22:30 신고 [ ADDR : EDIT/ DEL ]
  2. 유럽 여행할 때 가지 않은 다른 나라 유로 동전 들어오면 신기하더라구요. '이런 것이 이 나라까지 흘러들어왔어?' 생각도 들었구요. 어렸을 적 사용한 공중전화카드 모으던 것이 생각나요. 다른 지역카드 주워지면 이런 것이 여기까지 흘러들어왔구나 했는데요^^

    2016.08.11 18:3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그렇죠? 그래서 못본 동전 있을까 잔돈을 매번 살피게 되요. 오 공중전화 카드도 지역차이가 있었다는건 몰랐어요.

      2016.08.15 07:53 신고 [ ADDR : EDIT/ DEL ]

Coin2016. 4. 20. 06:11





2015년 1월1일. 리투아니아에 유로가 처음 사용되던 그날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물론 신년 휴일이었고 화창한 날씨에 구시가지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마음이 안놓여 정오가 지나 식당에 나가봤는데 생각보다 모든게 자연스러워보였다.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나에게는 이미 2014년 여름부터 유로화 도입 관련 메일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유로화 사용이 가능한 1월 1일부터 1월 한달간은 모든 공공 장소에서 리투아니아 자국 화폐 리타스의 사용이 가능했지만 거스름돈은 반드시 유로로 거슬러줘야했기에 식당으로써는 유로 화폐와 동전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11월 한달간 법인 고객에 한해서 유로 동전을 예약할 수 있는 기간이 주어졌지만 이른 여름부터 수신하기 시작했던 광고 메일들에 익숙해진 나머지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다가 12월 초가 되어서야 허겁지겁 부랴부랴 거래 은행의 담당자들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대부분은 이미 예약 신청을 마감한 상태였고 예약이 가능한 은행 하나를 겨우 찾아내고는 가슴을 쓸어내렸던 기억이 난다.  2002년 1월 1일 유로가 처음 사용되던 날, 독일의 구석진 시골 상점에서 조차 아무 문제없이 순조롭게 유로 거스름돈을 제공하는것을 보고 독일인의 철저함에 감탄했다는 어떤 기사를 읽은적이 있다. 누군의 손때도 묻지 않은 빳빳하고 반짝이는 유로를 거슬러 받을 생각을 하고 새해 첫 점심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에게 거슬러 줄 동전이 없어 직원들이 이 가게 저 가게 뛰어다닐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로와 리타스간의 화폐 가치 차이를 제대로 계산하지 못한채 절대 모자르지 않아야 된다는 생각에만 사로 잡혀있던 나는 필요 이상으로 많은 유로를 환전하고 말았다. 거의 10000리타스에 해당하는 유로 였다. 사진의 동전의 일부일뿐이다. 저 동전 꾸러미의 무게도 정말 상당했다. 200미터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은행이었지만 혼자였으면 택시를 타야 할 판이었다.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는 보통 18리타스 정도면 가장 인기있는 메뉴 한끼를 먹을 수 있는데 그러니깐 5유로가 약간 넘는 가격이다. 손님들은 보통 20리타스를 내고 잔돈을 거슬러 받곤 했는데 10유로 화폐가 35리타스, 20유로 화폐가 70리타스에 달하는 상황에서 5유로짜리 점심을 먹기 위해 20유로를 내는 손님은 예상보다 적었다. (유로대 리타스의 공식 환율은 3.4528 이다. 1유로는 3.4528 리타스) 가끔 50리타스나 100리타스를 내밀어서 많은 거스름돈이 필요했던 상황이 있었으나 100유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리투아니아에서 1000유로는 상당히 괜찮은 월급이다. 100유로짜리 10장이면 월급 지불이 끝나는 상황인데 거의 350리타스에 해당하는 100유로를 평소에 들고다니는 손님은 드물었다. 나는 식당 금고속에서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유로를 보며 울상이 되었다. 식당은 필요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고 1센트 2센트 짜리 동전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반면 단위가 묵직한 돈들은 금고 속에서 미동도 없었다. 결국 2월 중순쯤이 지나면서 거래처 사람들에게 지폐 사이에 50유로 25유로짜리 동전 뭉치를 슬쩍 끼워주기 시작했다. 화폐가치가 3배로 뛰니 동전 한 뭉치면 계산이 끝나는 경우도 많았다. 





2014년 12월. 유로 사용 시작 한달 전에 식당이 직원들에게 선물한 크리스마스 선물. 냉동 오리 한 마리와 리투아니아 우체국에서 발행한 11.59유로짜리 유로 동전 모음이다.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할지 항상 고민했는데  나름 상징적이었고 실용적인 선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저 동전 모음도 일인당 한번에 5봉지만 구입이 가능했다. 5봉지는 200리타스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그래서 동전 구입을 위해 3번정도 우체국을 들락거려야했다. 그때 우체국에 줄지어 서있던 사람들중에는 노년의 연금 생활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유로 시행부터 6개월간 시중 은행에서 리타스 유로 환전이 가능했지만 그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했거나 2015년이 오기전에 집에 있는 리타스를 없애버리지 않으면 유로 앞에서 무용지물이 될것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보였다.  






<이미지 출처 - 구글>



리투아니아 유로 동전에는 리투아니아 국장이 새겨져있다.  보통은 빨간 바탕위에 칼과 방패를 쥔 기사로 불리워진다. 모든 동전에 같은 디자인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소한 라트비아 유로 동전처럼 센트와 유로에 다른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지 않았을까.  리투아니아외에 모든 동전에 같은 디자인을 적용한 국가는 아일랜드와 벨기에.  아직 한번도 본 적 없는 동전들이다. 언젠가 초콜렛 한조각 사먹고 흑맥주 한잔 마시면 거슬러 받을 수 있으려나. 언제나처럼 금색 테두리는 1유로, 은색 테두리 2유로 그리고 동색의 얇은 동전들은 1센트, 2센트, 5센트 그리고 테두리의 색구분이 없는 왼쪽 하단의 동전 세개가 각각 10센트, 20센트, 50센트 동전이다. 그리고 테두리가 고른 원형이 아니라 유일하게 약간 울퉁불퉁한것이 20센트이다. 'Spanish flower'라고 불리워지는 모양이라고 함.  동전 뭉치의 종이를 찢어서 처음으로 반짝거리는 유로 동전을 금전 등록기에 단위별로 쏟아 붓던 때가 생각난다. 전부 너무 일관적으로 반들거려서 어떤게 어떤 돈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일부 돈들은 기존의 리타스와 크기와 중량 면에서 너무 유사해서 한동안은 헷갈렸던 기억.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제일 작은 단위 1센트의 중량은 2.3그람이라고 함.  

 


<이미지 출처-구글>


리투아니아의 모든 관공서 출입구에서 발견할 수 있는 리투아니아의 국장의 실제 모습이다.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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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16.04.20 12:26 [ ADDR : EDIT/ DEL : REPLY ]
  2. 리투아니아 주화 예쁘네요!!
    15년부터 유로를 쓰게 됐다는 글을 읽으니 문득 저는 아주 오래전에 처음 러시아에 연수가서 머물때 화폐개혁을 해서 순식간에 천루블이 1루블로 바뀐 적이 있는데 가뜩이나 숫자계산이 힘든데 1000을 떼고 계산을 해야 해서 머리가 핑핑 돌았던 기억이 나요

    2016.04.22 22: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루블이 화폐개혁의 역사가 있는줄은 몰랐네요. 안그랬으면 저도 여행하면서 고생했을듯. ㅋㅋ

      2016.04.23 03:43 신고 [ ADDR : EDIT/ DEL ]
    • 당시 소련 붕괴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엄청나게 물가가 치솟아서 백만루블 천만루블이 흔히 쓰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과감하게 0 세개를 떨어냈는데 한동안 구권이랑 신권이 같이 돌아다녀서 진짜진짜 정신이 없었어요 ㅎㅎ

      2016.04.23 22:22 신고 [ ADDR : EDIT/ DEL ]
  3. 리투아니아도 이제 유로를 사용하는군요. 물가가 폭등하거나 하는 일은 아직 없나요? 예전 몰타 있었을 때, 몰타에서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유로 도입하고 물가 폭등해서 살기만 나빠졌다고 불만을 쏟아내시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요. 오스트리아 여행 갔더니 거기서도 유로 도입하고 물가 폭등했다고 하더라구요...

    2016.05.07 02: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물가가 오르는 느낌은 있지만 막 폭등하거나 그런 일은 없었어요.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에요.

      2016.05.07 06:45 신고 [ ADDR : EDIT/ DEL ]

Coin2016. 4. 18. 20:29





카라멜이 들어가있는 쭉쭉 늘어나는 쵸코바들을 별로 안 좋아하는 나.  스니커즈는 내가 좋아하는 쵸코바가 아닌데 왜 사먹었을까. 이 쵸코바는 10년전 라트비아에서 리투아니아로 넘어가는 도중의 작은 휴게소에서 사먹은것이다.  왜냐하면 가지고 있는 라트비다 돈을 최대한 없애야 했기때문에.  곰곰히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역사적인 사진.  요즘의 어린이들에게 "떨리는 수화기를 들고 너를 사랑해...야윈 두손에 외로운 동전 두개 뿐" 이라는 015B의 노래를 들려주면 10원짜리 동전 두개를 넣으면 길거리에서 전화를 걸 수 있었던 시대를 이해할 수 없을것이다.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이 노래는 가족 오락관이나 골든 벨 같은 퀴즈 프로그램에서 '왜 동전이 두개였을까요?'라는 퀴즈로 등장할지도 모른다. (이 두개의 퀴즈 프로그램도 이미 추억속으로 사라졌을지도) 현재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유럽을 여행할때 환전을 해야했던 시대를  역사 교과서에서나 접할 수 있을것이다. 손에 쥐어진 유로를 유로존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으니 그들의 머리속에 자리잡을 국가개념이나 공간개념도 우리들의 그것과는 확연히 다른것일거다.  10년전에 러시아부터 동유럽 몇개국을 여행하면서 매번 환전을 해야했다. 하루 이틀 머물 도시들이라 큰 돈을 환전하지도 않았지만 너무 적게 환전하기에도 애매해서 떠날 무렵엔 항상 그 나라 화폐가 남곤 했는데 바꿔간 유로화를 에스토니아의 크룬으로 환전하고 얼마 안되는 크룬을 라츠로 환전하고 라츠를 리타스로 환전하면서도 결국 남게되는 동전들이 있었다. 그렇게 환전 하고도 주머니속에 남은돈을 탈탈 털어서 살 수 있었던것이 아마 스니커즈였을것이다.  예전에 어디서 읽은 기사 인데. 유로화를 도입하기 앞서 영국에서 100파운드를 들고 유럽 여러나라를 돌며 환전을 하는 실험을 했었다. 이제는 잘 기억도 나지 않는 각국의 화폐 이름들인데 그러니깐 독일의 마르크를 이탈리아의 리라로 환전하고 환전한 리라를 다시 프랑으로 환전하고 프랑을 다시 스페인의 페세타로 환전하는 식으로 아무런 물건도 사지 않고 각국의 화폐에서 화폐로 환전만 하고 돌아오니 60파운드만 남았단다. 환율에서 발생하는 차이, 환전 수수료를 떼고 나니 멀쩡한 100파운드가 60파운드로 줄어들었던것.  그러니 크고 작은 나라들이 국경을 맞대고 옹기종기 붙어있는 유럽 대륙에서 단일 통화가 탄생한것은 오랜시간 꿈꾸고 계획하고 실행된 거대한 프로젝트였다.  국가간 무역에서 환전이나 송금을 통해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손해뿐만아니라 얼마 안되는 달러나 유로를 쥐고 비유로존 가입국을 여행하는 여행자 개인의 손해도 무시할 수 없는것이다.  환전을 하고 이렇게 남는 동전들이 희귀 동전으로써의 가치가 큰것도 아니다. 그리고 그 여행으로부터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어느새 유로존 가입국이 되었다.  



(이미지출처-위키피디아)


저 동전들을 서랍 속 깊이 넣으며 언젠가 다시 라트비아에 가면 써먹을 수 있겠지 생각했지만 2014년부터 라트비아는 유로를 쓰기 시작했고 이 동전들은 일종의 '감상적인 가치'만 가지게 되었다. 여행 후 8년이 지나 반나절 간 방문 라트비아에서 카드 결재만 해야했다. 2014년은 리투아니아가 유로화를 쓰기 전이어서 환전을  해야 할 상황이었던것. 리투아니아에서 가장 가까운 유로존 가입국이니 리투아니아에서 라트비아 유로를 거슬러 받을 일은 빈번하다. Latvijas 라고 동전에 새겨져있기도 하지만 1유로와 2유로 동전에서 머리를 땋은 여인의 옆모습을 발견한다면 라트비아 동전이다.  금빛 가장자리속의 은빛 여인이라면 1유로 , 은테속의 금빛 여인이라면 2유로이다. 



라트비아인들 사이에서는 '밀다' (Milda는 리투아니아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여자 이름) 라고 불리워지는 여인으로 실제 모델은 Zelma Brauere라는 이름의 여인. 이 이미지를 그린 아티스트의 여러 작품의 모델이었다고 한다.  1991년 소련에서 독립 후에는 500라츠짜리 종이 화폐에도 사용되었고 그 보다 더 전인 1920년에는 라트비아 정부가 발매한 5종류의 은화에 사용되었다.  29살무렵에 어느 예술가의 모델이 되어 작은 동전에 새겨진 이 여인을 라트비아인들이 라트비아의 상징으로 여기고 자부심을 가진다는것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련의 점령을 거치면서 루블의 사용으로 엄청난 양의 라츠가 폐기되는 역사를 경험하고 (멀쩡한 돈이 한 순간에 가치를 잃는다는것) 유럽 연합이라는 더 큰 조직에의 가입과 유로라는 새로운 통화로 바뀌는 와중에도 계속 동전속에서 살아남은 여인이라니 말이다.  






다양한 유로 동전에 관한 포스팅


핀란드 유로 동전


스페인 1유로 동전 속의 국왕 후안 카를로스

 

독일 10센트 유로 동전 


그리스 20센트 유로 동전 


프랑스 2센트 유로 동전 


이탈리아 10센트 유로 동전 


이탈리아 50센트 유로 동전


이탈리아 1유로 동전 


이탈리아 2유로 동전속의 단테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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