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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2센트 동전 - 토리노의 몰레 안토넬리아나, 몰록과 비체린 뭔가 아련하고 신비로운 동전 속의 이것은 거뜬히 10원짜리 속의 다보탑과 자매결연을 맺을 수 있을듯한 모습이다. 마트에서 라임 3킬로를 사면서 거슬러 받았고 AAA 사이즈 에너자이져를 사는데 쓰이며 어딘가로 영영 떠나버린 이것. 넌 널 위해 살거라. 그 옛날 화산 폭발로 사라졌거나 오스만 투르크에서 박살 냈거나 왠지 왕좌의 게임의 피의 결혼식 같은 대량살상이 이곳의 돔 아래에서 벌어졌을 것만 같다. 어쩌면 정어리를 잡던 시칠리아의 소년 어부가 가라앉은 배에서 발견한 명문가의 도장일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를 때에 이런 생각을 한다. 한껏 줌을 당겨 간직하는 동전들의 모습은 대체로 평면적이지만 햇살을 받는 동전은 시시각각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 이 동전의 첫 인상은 인상파 화가가 그린 풍경화 같았다. 번잡..
오스트리아 50센트 동전, 빈 분리파, 클림트 이렇게 똑같이 생겨서 심지어 태어난 해도 같은 생소한 동전들이 서로 떨어져서 굴러다니고 있으면 다른 것들을 옆으로 제쳐 두고 만나게 해주고 싶다. 이 동전은 무덤처럼 보이기도 하고 신에게 제사 지내는 곳 같기도 하고 중동의 사원 같기도 하다. 근데 막상 왕의 묘지라고 생각하면 좀 너무 뻔하다. 가령 왕은 되지 못했으나 후대에 오래도록 회자된 덕망 있는 대군의 묘지라든가 할머니 무릎 위에 올라앉은 세손을 나무라는 며느리 중전에게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인자한 대왕대비마마처럼 왕의 주변에 머물 뿐이었지만 훌륭한 능을 가져 과연 그들의 삶은 어땠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사람들의 묘처럼 뭔가 다른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싶다. 그것은 아마 동전에 새겨지는 것이 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유명한 정점의 과거만은 아님을 ..
오스트리아 1유로 동전 손바닥 위에 나타난 모차르트를 보고 이 동전이 그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 적도 없고 있다고 들어본 적도 없는 동전인데 마치 기다려낸 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아마 동전을 본 그 짧은 순간에 모차르트의 탄생이든 죽음이든 그것을 기리는 기념주화는 충분히 주조할만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은 기념주화는 아니었다. 오스트리아인들은 그들의 신동을 진작에 1유로에 새겼다. 유럽연합 가입때와는 달리 유로화 도입을 1년 남겨둔 시점에서도 오스트리아인들은 유로화에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고 한다. 동전 디자인에도 여론 조사가 동원되었다. 동전 속의 모짜르트가 딱히 어색하진 않지만 모차르트 그 자신의 음악가적 카리스마보다는 마치 넬슨 제독 같은 인상을 풍긴다. 1유로 표시 아래에 피아노 건반 같아 보이..
핀란드 2유로 기념주화 이 동전은 11월에 연극 보기 전에 극장 앞 카페에 잠깐 들어갔다가 거슬러 받았다. 커피가 요란하게 갈렸고 막간을 이용하여 바리스타는 뒤돌아서서 또 다른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나는 내 커피가 나올 반대편 지점에 서서 계속 동전을 쳐다봤다. 처음 봤을 때는 인권 수호에 진심인 누군가가 작정하고 미친 듯이 긁어서 아주 훌륭한 장난을 쳐놓은 건 줄 알고 감탄했는데 알고 보니 세계 인권 선언 60주년을 기념해서 2008년에 핀란드에서 발행된 기념주화였다. 이 동전은 총 백오십만 개가 발행되었다. 백사십구만구천구백 개 정도는 여전히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거고 구십구 개는 어디 트레비 분수나 벨베데레 궁전의 분수대에 던져졌을지도 모르겠다. 나에게 온 하나는 잠시 선반 위에 놔뒀다. Tapio Kettunen이라는..
유로 동전의 무게 리투아니아에서는 11월 1일 부터 5000 유로까지만 현금 계산이 가능하다. 리투아니아에서 여행을 하다가 현금 5001유로를 주고 일시불로 계산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으니 불법 행위를 저지를 확률도 낮은것으로. 월급도 은행 이체만 가능하다. 현금 안 받는 카페들도 많고 현금 쓸 일이 점점 없어지지만 보통 공병을 팔고 돈을 받거나 버스 시간에 임박해서 버스 안에서 기사 아저씨에게 바로 표를 사야할때 현금을 낸다거나 하면 동전이 생긴다. 그런데 이 동전들이 모이면 또 꽤 무겁다. 셀프 계산대에서 계산을 하려고 카드를 꺼내다가 무거운 지갑을 비울겸 동전을 넣었는데 또 이만큼의 거스름 돈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소비를 했으니 말 그대로 지갑은 가벼워졌다. 동전구에 누워계신 후..
키프로스의 유로 동전 - 키레니아의 배 (10ct,20ct,50ct) 유로 동전 속에서 항해 중인 배 한 척을 보면서 한국의 100원짜리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님을 떠올렸다. 이순신 장군님의 모습도 충분히 타당하고 멋있지만 거북선이 그려진 동전이었더라면 어땠을까 그냥 상상했다. 사실 동전에 새겨진 이순신 장군의 모습은 바다 위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장군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문관의 모습에 가까워서 다른 지폐에 그려진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의 모습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왠지 이순신 장군의 머릿속은 백성의 안위와 앞으로 벌어질지 모르는 전투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서 운동 에너지로 충만한듯한 느낌인데 동전 속에서는 장군의 공을 치하하려는 왕을 알현하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평소에 안 입던 옷을 입고 한양으로 올라가실 때의 느낌처럼 너무 정적이랄까. 해야 할 연구가 산..
이탈리아의 5 센트 파스타와 동전에 새겨진 로마의 콜로세움.
벨기에 유로 동전 현금 쓸 일이 부쩍 많아지는 요즘. 종이돈과 동전이 모두 필요해서 지폐를 찾아서 일부는 동전으로 바꿨다. 2유로 동전 4개와 1유로 2개를 거슬러 받았다. 왼쪽부터 쌍둥이 같은 벨기에 2유로 동전 2개. 리투아니아 2유로. 독일 2유로. EU를 상징하는 12개의 별은 어떤 동전이나 모습이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그 조차도 전부 다르다. 벨기에 동전엔 별 사이에 왕관과 왕의 모노그램이 박혀있고 리투아니아 동전의 별들은 세로줄을 배경으로 독일의 별 사이로는 가로줄이 촘촘히 박혀있다. 유로 동전에서는 각 나라 고유의 문양이 새겨진 부분을 앞면으로 동전의 액면가와 유럽 지도가 그려져 있는 부분을 뒷면으로 친다. 유로 동전의 뒷면은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 Luc Luycx의 디자인인데 동전 뒷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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