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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 5센트 동전- 몰타의 신전, 므나이드라(Mnajdra) 그리고 춘분

몰타의 5센트

 

작년 언젠가 거슬러 받은 몰타의 5센트 동전. 며칠 전에 생각나서 꺼내보았다. 아마 이란 영화, 진흙집, 이집트 여행, 룩소르 신전으로 연결되는 이미지들이 몰타의 신전 앞으로 나를 데려다 놓은 것 같다.
 

지중해의 몰타

 
 
몰타는 나에게 늘 여행사 입간판 속의 패키지 상품 리스트에 터키와 모로코의 중간쯤에 자리잡고 있는 나라였다. 몰타가 어디 있지 생각하면 늘 정확하게 떠오르진 않는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몰타가 어디쯤인지 정확히 알려주는 지도를 찾았다. 몰타는 이탈리아 반도와 아프리카 대륙 사이의 지중해에 시칠리아 섬과 튀니지 사이를 잇는 작은 징검다리 돌처럼 놓여있다. 시칠리아에서 90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고 페리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니 홍콩에 간 김에 마카오를 여행하듯 몰타는 시칠리아를 여행할 때 다녀오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 
 

 

지중해의 분홍색 점. 몰타와 키프로스


 
지중해의 섬나라를 생각하면 몰타와 키프로스(Cyprus)가 동시에 떠오른다. 그런데 사실 이 두 나라는 서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큰 지도에서 점이 되어버리는 몰타와 키프로스가 한눈에 명확하게 들어오는 지도를 찾기는 의외로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많은 멸망한 제국들이 존재하는 1차 세계대전 무렵의 지도를 찾아냈다. 다행히도 몰타와 키프로스의 국명이 당당히 적혀있다. 지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이 유럽 나라들의 운명이기에.
 
몰타에서 오른쪽으로 쭉 이동해서 그리스를 지나면 지금은 튀르키예가 된 오스만 제국에 살포시 둘러싸인 키프로스가 보인다. 그렇다면 몰타에서 키프로스까지도 페리를 타고 갈 수 있을까. 만약에 지중해를 서두르지 않고 횡단하고 싶다면, 그 느린 여행에서 라곰, 휘게, 벨파르니엔테와 무위도식까지 전부 합친 것 같은 궁극의 삶의 기교를 체험해보고 싶다면 먼저 시칠리아로 가서 -> 이탈리아 본토->그리스->키프로스까지 며칠에 걸쳐서 가는 방법이 있다. 솔깃한 여행루트인 것 같다.
 

몰타의 지도

 
 
유럽지도를 당기고 당기면 이런 섬나라 몰타가 모습을 드러낸다.  현미경으로 봐야 보이는 강철 벼룩 같다. 몰타는 몰타(Malta), 고조(Gozo), 코미노(Comino) 같은 큰 섬 세 개와 두 곳의 무인도로 구성되어 있다. 수도 발레타(Valletta)는 몰타섬에 위치해 있다. 2004년에 유럽연합에 가입했고 2008년부터 유로를 쓰기 시작했다. 수도 발레타는 유럽연합 가입국의 수도 중 면적이 가장 작다.  몰타를 검색하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현재기온 15도'. 역시 몰타는 따뜻한 남쪽나라. 그렇다면 여름은 엄청 더울 테니 겨울에 가면 좋을 것 같다.  

 
 
 

므나이드라 신전의 일부 (구글)

 
 
몰타의 5센트 동전 속에 자리 잡은 신전은 지금으로부터 대략 6000여 년 전인 기원전 3600년부터 기원전 2500년 사이에  세워진 것으로 추정되는 므나이드라(Mnajdra) 신전이다. 므나이드라 신전은 몰타의 1센트와 2센트 동전에도 새겨져 있다. 이 신전을 포함해서  하자르힘 (Ħaġar Qim) , '거인의 자리'라는 의미인 즈간티야(Ġgantija) 신전, 타르시엔(Tarxien) 신전 등 몰타의 섬 곳곳에 위치한 선사시대의 거석 신전들은 1992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들은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구조물이고 영국의 스톤헨지보다도 1000년 정도 앞서 세워졌다. 지금까지 본 유로 동전에 새겨진 건축물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이탈리아 5센트 동전 속의 로마의 콜로세움은 몰타 신전에 비하면 포스트모더니즘을 실현한 신축 경기장.  
 

푸르른 므나이드라 신전 (구글)

 
 
몰타의 거석 유적지는 별도의 접합 없이 스스로 온전히 지탱되는 가장 오래된 거석 구조물들이다. 튀르키예에서 괴베클리 테페 (Göbekli Tepe)라는 더 오래된 녀석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기특하게 중심을 잡고 무심하게 서있는 고인돌들, 딱 봐서 그 정확한 기능을 알 순 없지만 나름의 규칙성을 갖추고 한 구역에 신비하게 모여있는 돌무더기들, 거대한 자연석으로 만들어진 스톤헨지, 오벨리스크 같은 것들도 전부 거석 유적지에 속한다. 
 
 

태양 가득 므나이드라 신전 (구글)

 
 
이런 구조물들은 누가 언제 왜 세웠는지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니 온전히 출토물이나 유골이 묻혀있는 방식 같은 것으로만 그 용도와 의미를 추측해 볼 수 있다. 선사시대 유적지하면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풍만한 여신 조각상과  동물들이 새겨진 벽화, 신에게 제물을 올리고 제사를 지냈을 법한 중심부의 제단, 깨진 식기 같은 것들이 몰타의 무너진 신전들에서도 다수 발굴되어서 일부는 몰타의 고고학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유물을 토대로만 하는 연구에는 한계가 있어서 신전들이 종교적 목적에서 지어졌을 거라는 가정하에 신전 내부에서 소리가 전달되는 방식을 통해 신전에서 행해졌을 법한 종교의식을 추측한다거나 신전으로 빛이 들어오는 방식이나 신전 밖으로 보이는 별자리들의 위치를 관찰하는 등의 천문학적 지식을 동원해서 당시 사람들이 이 신전을 농사든 종교 행위든 그들의 삶에 어떤 식으로 이용했는지 연구하는 식으로 그 연구방법도 바뀌고 있다고 한다. 

 

텐트 지붕 아래의 므나이드라 신전 (구글)

 
 
현재 몰타의 다수의 신전들은 이런 식으로 거대한 텐트로 덮여있는 경우가 많아서 사실 현장에서 그 웅장한 느낌을 제대로 체감할 수 있을까 싶다. 최소한 투명하고 편평한 천장이었거나 텐트 지붕이 훨씬 더 높았더라면 나을 것도 같다. 하지만 저 신전들은 생각보다 높은 구조물이고 신전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면 실제 어떤 느낌이 들지 잘 상상이 안 간다. 지금 시대의 수많은 자극에 익숙해진 내가 지금 저 공간에 섰을 때 뭘 느낄지를 사진을 보며 상상하고 고대의 건축 기술에 놀라고 신비감에 휩싸이기를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삶에 주어진 빛이 달빛과 별빛뿐이었던 아주 오랜 옛날에 지금의 나보다 훨씬 체구가 작았던 사람이 자신의 몸보다 세배는 더 큰 돌기둥 사이로 들어갈 때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짐작해 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므나이드라 좌측 신전의 통로중 하나이다.

 
 
므나이드라를 비롯한 몰타섬의 거석신전들은 이른 시기에 적절한 보존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은 유물이 약탈되거나 없어지고 파괴되었다. 심지어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되고 난 이후에 훼손되기도 했다. 몰타의 부지마( Buġibba) 신전은 1920년에 이미 많이 많이 파괴된 상태로 발견되긴 했지만 지금은 신전 부지에 호텔도 들어서서 얼핏 봐서는 그냥 호텔 마당에 만들어진 그냥 미니 모형 유적지 같은 느낌조차 준다. 누군가는 저것이 그냥 돌무더기와 뭐가 다르냐고 물을지 모른다. 세상엔 아직 탄소연대측정의 부름을 받지 못한 수억의 평범한 돌들이 있을 거다. 하지만 뭔가를 돈을 들여 발굴하고 여전히 관심을 가지고 보존하고 그 돌무더기 위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데에 누군가 소중한 생의 일부를 소진하고 있다면 이들이 그저 발바닥에 차이는 돌과는 다른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 것은 분명하다.   
 

신전 밖으로 떠오르는 태양과 신전 안을 메운 빛 ( 구글)

 
 
몰타의 다른 신전들도 많고 가장 오래된 지하신전으로 알려진 하이포지움 같은 장소도 충분히 매력적인데 그런 많은 장소 중에 몰타의 동전에 므나이드라가 새겨진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므나이드라 신전으로 깊숙이 들어오는 춘분의 태양빛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맨 왼쪽부터 동지, 춘분추분, 하지에 빛이 들어오는 위치.

 
 
3월 20일은 춘분. 춘분은 24 절기 중 네 번째 절기로 태양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와 일치하는 날이다. 이날부터 하지까지 낮은 계속 길어지고 날이 밝아지며 날씨도 따뜻해진다. 부활절을 계산하는데 춘분은 중요한 기준이고 그것은 봄의 시작이다. 눈도 오고 아직 춥지만 한겨울 추위와는 확실히 다르고 날이 맑을 때 집안으로 뻗어 들어오는 이 즈음의 석양은 여름 태양만큼 따뜻하게 느껴진다.  
 
므나이드라 신전의 좌측 구조물에는 동지, 그리고 춘분과 추분, 하지일 때 각각의 세 가지 방향으로 태양빛이 직선을 이루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3월과 9월 춘분과 추분일 때 태양광선이 중간의 입구로 들어찬다. 거석들을 뒤덮은 지붕이 있었음을 가정하면 어두운 신전 내부의 깊숙한 곳까지 서서히 빛이 들어차는 모습은 아마 장관이었을 거다. 실제로 3월 20일 춘분의 일출을 견학하는 여행 상품들이 많이 있다. 
 

 

Ġgantija / Ħaġar Qim /Mnajdra
Ta' Ħaġrat Temples /Skorba Temples / Tarxien Temples
Hyposeum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몰타의 거석 유적지들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2유로 기념주화로 발행되었다. 신전의 일부인 통로만 새겨진 5센트 동전만큼의 독특한 카리스마는 없고 신전보다는 약간 바다 위에 떠있는 기암괴석 같은 느낌이 있다. 저 거석들을 휘감고 노를 저어 빠져나와야 할 것 같은 느낌. 므나이드라 때문에 많이 찾아봐서 이 동전들을 우연히 만나게 된다면 이들 전부를 알아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몰타 투어의 모든 것

 
바다는 별로 안 좋아한다고 늘 선을 그었던 나인데 몰타는 좀 가보고 싶어진다. 좀 더 나이가 들어 혼자 찾아다니기 귀찮아지면 어느새 이런 투어를 신청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거석 유적광들이 모인 영국 사이트인데 몰타 공항이 미팅포인트, 거석 신전에 관한 영국인 아저씨의 알찬 강의와 피 튀기는 토론도 투어에 포함된다고.. 춘분인 오늘 빌니우스는 날씨가 좋은데 몰타의 므나이드라 신전에도 태양빛이 꽉꽉 들어찼기를. 
 


미래의 나를 위해 여행상품의 흔적을 남겨둔다.

http://www.megalithomania.co.uk/maltatour.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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