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에 해당되는 글 114건

  1. 2019.09.04 Vilnius 107_지난 여름의 흔적 (5)
  2. 2019.09.02 Vilnius 106_풀밭 위의 안나 카레니나
  3. 2019.08.06 Vilnius 105_새로운 의자 (1)
  4. 2019.08.05 Vilnius 104_주전자 거리 (2)
  5. 2019.07.23 Vilnius 103 (1)
Vilnius Chronicle2019.09.04 06:00


여름이 끝나다. 여름은 끝났다. 여름이 끝났어요. 여름은 끝났습니다 사이의 뉘앙스에서 학생들이 동분서주하는 사이 여름이 정말 끝났다. 입추 같은 절기를 세는 것도 아닌 이곳에서 보통 여름의 끝, 가을의 시작,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여기는 9월 1일. 올해는 1일이 일요일이었던 관계로 9월 2일이 개학날이었다. 휴가를 끝내고 돌아 온 사람들, 각자의 도시에서 학업을 시작하러 몰려든 학생들로 도시는 뭔가 꽉 찬 분위기이다. 개학 날 선생님께 드릴 꽃을 손에 쥔 학생들, 대학 신입생들의 과 별 행진, 신고식도 곳곳에 보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9월이 왔다는 사실을 가장 강렬하게 각인 시킨 것은 하루 이틀 사이에 거짓말처럼 사라진 집 앞 과일 좌판이었다. 여름 내내 동전을 들고 다니게 했고 딱히 살 과일이 없어도 일부러 지나치게끔했던 그 향긋함이 넘겨진 달력 한 장처럼 자취를 감춘 것이다. 수박을 보니 춥다. 3일이 되었다고 기온이 뚝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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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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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역시 빨강은 아름답습니다!!!

    2019.09.05 2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오늘 추석이라 보름달이 밝아요 빌니우스에서도 보름달이 보이길!

    2019.09.13 23: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김설마

    지난 여름인데..
    혼자 작년 여름이라고 읽고 이해하는 나...

    2019.09.20 04:17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09.02 18:43

항상 열리는 듯 하지만 또 그런것 같지도 않고 늘 서너명의 같은 상인들이 같은 물건들을 팔고 있는 것 같지만 또 꼭 그런것 같지도 않은 것이 구시가의 작은 벼룩시장. 나 또한 봉지에 싸 온 사과와 함께 차를 홀짝이며 잡담하는 저 상인들에게는 그냥 매 번 훑어만보고 지나가는 아는 얼굴의 영양가없는 손님일뿐인지도 모른다. 지금 눈에 들어오는 것이 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아닐 것이고 일부는 마치 본 적도 없는 듯 잊혀졌고 또 많은 것 중의 하나가 어느날 갑자기 눈에 띄기도 하고 그 많은 것들 중 하나가 우연히 특별한 의미로 남는 경우도 있지만 항상 지나쳐서 익숙한 것도 의미가 될 수 있는 순간에 도달해야만 그제서야 하나의 기억으로 남는다. 결국은 전부 그렇고 그런것이라 생각하게 되지만 그래도 또 들여다보게 되는 오래 된 동전들과 훈장들, 어느 정도 무거울까 습관적으로 들었다 놓으면 곧 잘 넘어져서 두 번 세 번 세워 놔야 하는 묵직한 장난감 병정들 그리고 모두가 아는 유명한 사람일것도 같지만 왠지 나만 모르는 것 같은 어떤 이의 사진집이나 작품집 그리고 가끔은 나도 알아서 반가운 어떤 소설들. 아마도 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5월, 금요일 좌판의 정중앙에 놓여있던 안나 카레니나이다. 얼마 전 어떤 유명인이 한때는 퍽이나 사랑했을 배우자가 자신에게 특정부위가 아름답지 않다는 비난을 퍼부었다는 것을 필두로 틀어진 결혼 생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하소연하는 것을 우연히 접했다. 온 세상에 자신의 고통을 호소하기위해 얼마나 큰 용기가 뒤따라야했을까 짐작하면 안타까우면서도 고통이 표정을 가지고 문자화되는 그 순간 그것은 이미 순수한 고통을 넘어서서 변질된 분노와 감정 소모가 아닐까 싶어 슬퍼졌다. 어찌됐든 과거의 어떤 아름다웠던 순간은 그것의 지속 여부와 상관없이 과거의 그 순간 속에선 영구적인것이니 그 하소연은 결과적으로 모두를 불행하게할뿐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동시에 떠올랐던 것이 안나 카레니나의 한 장면이었다. 안나가 브론스키와의 강렬한 첫 만남 후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을 마주쳤을때 무슨 생각을 했던가. '저 사람 귀의 저 연골은 왜 저렇게 생겼지?' 였다. 귀의 연골이 마음에 들지 않으려면 그 연골은 어떤 모습이어야할까. 사실 세상 어디에도 사랑에 빠지게 하고 사랑을 지속시켜주는 절대적인 연골의 미는 없다. 그냥 일순간 다 꼴보기 싫어지는 것 혹은 뭘해도 어째도 다 좋은 순간이 있을 뿐이다. 사랑에 빠지기 위해 그토록 상대를 매력적인 존재로 포장하고 환상했던 순간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지속하고 싶다면 전처럼 그렇게 하면 될뿐이다. 그리고 그것이 여의치 않게 되어 그 관계의 생명이 다하는 그 순간을 대하는 우리의 겸허한 자세가 그 관계의 가치를 결정짓는다. 결국 내 삶의 일부로 남을, 내가 한껏 욕망하고 환호했던 순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말이다. 내가 어떤 관계의 끝을 마주해야한다면 적어도 나는 그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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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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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08.06 06:00


지난 달 리투아니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했다. 얼마 전의 대성당 광장은 사열한 군인들로 가득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합동참모의장(?)의 취임식이 있었다. 멀리서도 합참의장과 악수하는 키 큰 대통령이 보였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대성당 광장의 바로 이 위치에 새로 생겨난 이 벤치들이었다. 요새 빌니우스시가 빌니우스 곳곳에 관광지가 아닌 일반 동네 공터에도 속속들이 설치하고 있는 나무 벤치. 재미있는 사실은 이 벤치들 중 일부는 500 유로에서 1000 유로 정도 내면 1년, 1000 유로에서 5000 유로를 내면 10년, 5000 유로 이상을 내면 50년 가까이 임대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돈을 내고 도시의 벤치를 임대한다는 것은 그러니 일종의 기념 벤치 사업 같은 것으로 일정 심사와 절차를 거쳐서 특정 인물의 이름을 새긴 다거나 기념하고 싶은 내용을 적어 넣을 수 있는 벤치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가장 처음 보게 될 기념 벤치는 어떤 장소의 누구를 무엇을 위한 벤치가 될지 궁금해지면서도 이미 나의 특정 기억이 녹아있는 어떤 벤치는 최대한 오래도록 자유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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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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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마지막 줄에 공감! 그리고 빌니우스에 가서 벤치들에 제 기억도 묻혀놓고 싶어요(짐승다운 표현 ㅋㅋ)

    2019.09.01 21: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08.05 23:35


여행객들의 잡담소리, 노천 테이블 위의 접시에 내리 꽂히는 맛있는 칼질 소리, 거리의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필리에스(Pilies) 거리 특유의 북적거림에서 갑작스런 음소거를 경험하고 싶을때 가장 먼저 숨어들 수 있는 베르나르디누 Bernardinu 거리. 셰익스피어가 머물거나 했던 역사는 절대 없지만 어쨌든 그의 이름을 달고 있는 호텔과 여러 조각 작품들이 숨겨져 있는 꽤나 정겨운 마당들로 이루어진 꼬불꼬불 재미있는 거리이다. 그리고 이 거리의 초입을 지키고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도자기 차 주전자들. 이미 오래 전에 와인샵이 되었지만 실제로도 저 가게는 향긋한 차와 커피를 덜어파는 매우 아기자기했던 장소였다. 이런 아늑하고 달콤한 곳이라면 일년 내내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겨울이어야만 할 것 같았던 곳, 벽이 품고 있는 주전자들의 마법에 홀려 들어가서 이 차 상자 저 차 상자를 열어보며 향을 맡고서 차를 사오곤 했던 추억이 있다. 그 행복한 행위를 가능하게 했던 구시가 세 곳의 차가게는 아쉽게도 지금 현재 모두 문을 닫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이들 사려깊은 주전자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 문을 빼고 주전자가 놓여있는 벽을 온전히 다 담으려고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순간 야채며 과일을 가득 담은 바구니를 든 러시아 할머니가 너무나 헉헉 대시며 테이블 앞 의자에 앉으셨다. 날은 몹시 무더웠고 두 손바닥을 양쪽 허벅지 위에 얹으신채 숨을 고르다 겨우 손수건을 꺼내어 땀을 닦으시는데 사진을 찍었다가는 뭔가 지금까지 여행지에서 숱하게 들어 온 각국 할머니들의 힐난 중 가장 매서운 소리를 들을 것 같아 할머니만 쏙 빼고 요리조리. 하지만 결국 한 숨 돌리시고 살만해지신 할머니로부터 '주전자는 찍어서 뭐하려고 그래 참' 하는 사진 찍으면서 들을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멘트 1위를 듣고야 말았다. 

 내가 처음 봤을때보다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을 이들인데 성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남아있는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빌니우스에 아이들 상대 도자기 공방도 참 많은데 가서 내 주전자와 내 찻 잔, 무엇보다도 나의 에스프레소 잔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이곳을 지날때마다 항상 한다. 저런 멋진 그림은 그려넣을 수 없겠지만 언젠가 그럴 날이 오겠지. 

주전자들과 작별하고 뒤돌아서서 여전히 앉아 계신 할머니 사진 한 장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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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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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으어 여기 가보구파요 이 포스팅과 사진을 토끼가 매우 좋아합니다!

    2019.08.10 12: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07.23 06:00


7월 날씨가 좋지 않아 실제 열기구가 거의 안 떴어서 여름 하늘이 평온했는데 곱고 가벼운 한지 빛깔에 뭔가 양초를 피워서 날려 보내고픈 느낌을 주며 좁은 거리에 사뿐히 내려 앉은 열기구들. 근데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바구니에 타고 있는 인형들과 눈이 마주치자 좀 오싹했다. 정말 착지 중인 것도 같다. 광고 문구로 가득한 열기구들만 보다가 알롤달록한 색상의 이들을 보고 있자니 구시가에서도 단연 오밀조밀한 이 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아늑해 보인다. 가끔 들어서곤 했던 카페는 이름을 바꿨고 작은 동상들을 숨기고 있던 마당들은 더이상 비밀 장소이길 거부하고 문 앞에 동상 팻말을 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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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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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극곰 그려진 간판 귀여워요~

    2019.08.05 16: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