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花樣年華). 하얼빈의 대학 신입생 환영회를 장식한 현수막에 또렷하게 적혀있던 네 글자. 눈물겹게 아름다운 치파오들을 입은 장만옥과 공허한 눈빛의 양조위가 애잔하게 스치던 어두운 골목길이 이 성어에 대한 이전의 반사적 인상이었다면 언젠가부터는 똘망똘망 총기어린 중국인 동기들의 눈초리가 더해져서 몇 가지 참 다르면서도 공통된 묘한 감상들에 사로잡히곤 한다.
꽃 같이 아름다워 타오르는 시절, 거짓이 비집고 들어갈 틈 없이 가장 완전한 순수함으로 충만했던 한 때, 손에 잡힐 듯 말 듯 일시적인 꿈같지만 아주 깊게 뿌리내려 역설적으로 남은 인생을 전부 지탱하고도 남는 시간이 있다면 아마 그것이다. 지나고 나면 마디마디 채워가는 이 삶도 그저 하나의 덩어리 진 시간으로 남을 뿐이겠지만 삶의 어떤 한 토막에 대해 시작과 끝을 특정하고 추억하고 때로는 후회할 수 있는 것은 아직은 살아있는 우리의 특권이란 생각이 든다.
이곳은 게디미나스 대로에서 연결되는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리투아니아 작가 연합 건물이다. 빌니우스에서의 첫 봄에서 첫 여름으로 가는 5월의 어느 날. 오래된 건물만이 내뿜는 시원하고 비밀스러운 공기로 가득했던 이곳에는 그들만을 위한 작은 카페테리아가 있었다. 수만의 손길을 거쳐 반질반질해진 계단의 나무 난간을 잡고 붉은 카펫이 깔린 좁고 긴 계단을 오르내릴 때면 저 맞은편에서 이쪽을 향한 사람과 계단이라는 세상에 오롯이 내던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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