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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

Vilnius 173_대마를 씹는 라마


여름부터 구시가에 대마 관련 제품을 파는 상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문을 열었다.

이 가게는 원래 사탕과 초콜릿을 팔던 가게였는데 문을 닫았고 1년 넘게 비어있던 점포에 풀을 뜯고 있는 건지 뱉고 있는 건지 모르겠는 귀여운 라마 간판이 걸렸다. 이 근처에 채식 식당이 있다가 문 닫은 게 생각나서 이젠 비건 레스토랑이 생기는 건가 했는데 알고 보니 대마 관련 가게. 저렇게 축 늘어진 라마를 보고 비건 레스토랑을 떠올린 것도 웃기지만 라마가 축 늘어져 있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생각하니 더 웃기다. 중앙역 과 버스 터미널을 나와 구시가로 향하는 사람들이 배낭여행자 아인슈타인 벽화를 돌면 만날 수 있는 라마, 호기심에 들어가 보니 대마 껌부터 대마 종자유, 사탕, 젤리, 봉, 파이프, 재떨이, 쟁반 등등 만화 굿즈처럼 조금이라도 귀엽고 친근하게 보이려고 애쓴 흔적이 역력한 상품들이 놓여 있었다.


이곳은 도서관과 유치원, 좋아하는 빵집과 카페, 중고 옷가게, 드럭 스토어 등 모든 것이 모여있는 아마 제일 자주 들락거리는 거리이다. 유치원 건너편의 꽤 유용했던 문방구가 갑자기 없어져서 좀 놀랐는데 뜬금없이 그 자리에도 대마 가게가 생겼다. 사실 다른 유럽 도시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빌니우스에서 '풀을 피우는 것'은 흔한 일이다. 주변에도 대마를 사용하는 악의 없이 올바른 친구들이 많아서 대마 자체엔 별 반감이 없다. 대마가 그들을 그렇게 만드는 건지 아니면 그 친구들이 원래 그런 사람이어서 대마를 피우게 되는 건지 정말 그들 사이에는 일관적인 흐름이 있다.

늘 평화롭고 얼굴을 붉히는 법이 없으며 고기를 거의 먹지 않고 늘 자전거를 고치며 콤부차를 직접 제조하고 술을 마시지 않으며 머물었던 자리에 늘 아주 작은 귀여운 뭔가를 남겨놓으며 페이스북에는 어제 찍었어도 10년 전에 찍었어도 별 차이 없는 여름 시골 사진 한두 장이 올라와 있고 쓰레기와 온전한 물질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며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단연코 절대 모르며 대다수처럼 살지 않지만 자신이 특별한 삶을 산다는 확고한 신념이나 철학도 의외로 없고 아무것도 깨닫지 않는 중의 불완전함에 대한 절대적 긍정이 대마초 향기처럼 그대로 체득된 상태로 살아간달까. 얘기를 나누다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해질때도 있다.



얼마 전 해질 무렵에 걷는데 꽃가게에 건너편 대마초 가게의 네온 대마가 너무 그럴듯하게 반사되어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꼭 꽃집의 네온 장식 같다. 왼쪽으로는 좋아하던 찻집. 오른쪽에는 도서관 현관. 이 꽃집에서 다육식물 세 그루를 샀었는데 1년 후까지 식충식물처럼 무섭게 자라다가 결국 잘 보살펴주지 못해 다 죽었다.


작년에 문을 연 공원 앞에도 생겼다. 여기는 욕실 관련 제품을 팔던 곳이었고 이 옆에는 정말 매운 건고추를 팔던 내가 정말 좋아했던 양념집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는 거리여서인지 전부 문을 닫았다. 건너편에서 아직 장사 중인 오래된 초콜릿 가게를 생각하면 사람 탓은 아닌 것 같지만. 카나비스 장식을 보고 있자니 한국의 동네 구멍가게 입구에 매달려있던 담배 간판이 떠오른다. 대마초도 언젠가 담배와 같이 그런 당연한 존재가 될까.

리투아니아에서는 2014년부터는 대마 재배가 2019년부터는 의료용 대마초가 그리고 2021년부터는 대마 추출물인 CBD(카나비디올) 제품이 합법화되었다. 향정신성 화학물질이 0.2% 이하면 마약류로 취급되지 않는다. 유럽 내에서도 대마 재배율이 높은 리투아니아에서 대마초 합법화를 끈질기게 주장했던 사람들은 드디어 대마를 재배해놓고 이웃나라에 수출하지 않고 자국에서 가공하고 팔 수 있으니 일자리도 창출하고 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다. 합법화한다는 것은 합법적으로 세금을 걷을 수 있다는 소리니깐 나랏돈이 늘어나야 되는 것도 맞는 소리이고 통증 억제에도 탁월하고 특정 질병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하니 적절하게 이용하면 분명히 좋겠지만 구시가의 대마 상점들의 인테리어만 놓고 보면 사실 의료용 대마보다는 오락용 대마를 팔기 위한 장소라는 인상이 절대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깐 개구리 넌 왜 미아우라고 울고있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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