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에스 거리 근처에 새로운 카페가 생겼다고 서울로 귀환하신 이웃님이 알려주셨다. 필리에스 거리에서 대천사 미카엘 성당을 잇는 미콜라스 거리였다. 빌니우스의 새로운 소식들을 도리어 이웃님께 전해듣기를 고대하기 시작했다. 이 거리에는 나의 식당 동료가 태어나서부터 살고 있는 집이 있어서 자주 갔고 그의 집 마당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고 오곤 했다. 간혹 여행객들이 그 마당에 들어와 기념 사진을 찍는데 도무지 왜 사진을 찍는지 이해할 수 없다던 친구. 여름이 돌아올때마다 휴가비를 들여 빌니우스 근교의 여름 별장을 수리하더니 요즘은 아예 그곳에서 노부모를 모시며 출퇴근 하고 있어 정작 이 집은 보금자리가 필요한 우크라이나인들에게 내어주었단다. 친구집에서 돌아올때마다 바리바리 싸주는 잼이며 통조림을 가져오느라 택시를 부르곤 했는데 길이 워낙에 좁고 성당쪽에서 진입하는데 택시들이 애를 먹곤했다. 새로 생긴 카페는 그 좁은 거리에 꽤나 많은 탁자를 두고 있었다. 이웃님이 보내주신 사진 속 메뉴에서 파블로바가 눈에 띄어 가서 먹을 메뉴로 정하고 갔는데 의외로 5시까지 식사도 되어서 치즈 토스트도 먹고 왔다. 오랫동안 이름만 들어오다 처음 먹어 본 파블로바는 맛있었다. 늘상 불량식품처럼 달디 달다는 인상이 있었던 머랭은 겸손했고 크림도 신선하고 그런 모두의 적당함때문이었는지 시큼한 커런트도 그저 싱그러웠다. 아마 모든것이 제철이었어서 그랬는지도. 카페내에 러시아어 사용자들이 많았고 리투아니아어로 주문하자 영어로 해줄 수 있겠냐고 직원이 부탁했다. 우리는 이곳이 어쩌면 이민 온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만든 카페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직원들이 러시아어가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있거나 리투아니아의 러시아어 사용자들과는 다른 억양의 러시아로 주문을 받았기때문에. 물어보니 이곳은 벨라루스인들이 한달 전에 문을 연 민스크 기반의 로스터리 카페였다. 차는 Teapigs 을 준다. 오늘은 커피를 마시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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