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ily'에 해당되는 글 55건

  1. 2020.05.21 5월의 라일락 (2)
  2. 2020.03.02 인생의 Top five (2)
  3. 2020.02.25 어떤 색
  4. 2020.01.09 오래된 집 (5)
  5. 2019.10.02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Daily2020. 5. 21. 06:00

 

Vilnius 2020

 

하지를 한 달 남짓 남겨놓은 5월의 중순. 난방이 꺼지고도 한 달이 지났지만 요즘 날씨는 여름은 커녕 봄조차도 달가워하지 않는 것 같다. 사실 이토록 느리게 찾아오는 봄은 익숙하지만 밤기온이 0도에서 맴도는 5월은 조금 낯설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5월의 눈과 우박이 마치 겨울 난방 시작 직전의 10월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빌니우스의 4월이 잔인했다면 그 이유는 죽은 땅에서 조차 라일락을 피워내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마치 그 자신도 봉쇄의 대상일 뿐이었다는 듯이 5월이 되어서야 느릿느릿 피어나는 라일락. 피어나자마자 떠올려야 하는 것은 또 어쩌면 라일락 엔딩. (https://ashland11.com/380)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의 라일락  (2) 2020.05.21
인생의 Top five  (2) 2020.03.02
어떤 색  (0) 2020.02.25
오래된 집  (5) 2020.01.09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2019.10.02
빌니우스의 10월과 뻬쩨르의 4월  (6) 2019.10.01
아주 오래 전에  (4) 2019.05.02
라일락  (2) 2019.04.18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나무 한 그루 키우라 하면 라일락 나무 고를 사람 1인! (그러나 벌레와 흙공포, 식물죽이는 능력으로 인해 역시 집사가 필요...)

    2020.05.23 23: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심으시면 꼭 보러갈게요. 벌레 흙공포 최강살식능력으로 전 심을엄두조차나지않습니드.

    2020.05.24 19: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20. 3. 2. 06:40

 

 

 

 

겨울에 받은 소포 상자 속에 들어있던 국물 떡볶이 한 봉지. 이런 것들은 여행에서 가져온 한 움큼의 초콜릿이나 선물로 받은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카페의 커피콩처럼 희소가치가 있으므로 최대한 예를 갖춰서 대해야한다. 푸힛.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순간을 섭취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래서 유통기한을 숙지한 상태에서 냉장고의 가장 깊숙한 곳에 놔둔 채로 끊임없이 기회를 보며 언제 먹을 것인가. 어떻게 먹을 것인가로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보면서 먹을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생긴 후에야 포장을 뜯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무엇을 보면서 먹을 것인가이다. 대부분은 책장에 꽂혀있는 영화 중 하나를 본다. 음식을 먹느라 열심히 보지 않아도 놓칠 것이 없을 만큼 잘 아는 영화. 그럼에도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젓가락질을 해야 할 만큼 또 빠져드는 영화. 여러 번 봤음에도 잊고 있던 뭔가를 또다시 기억하게 하는 영화. 사실은 책장에 꽂혀있는 영화들 대부분이 그런 영화들이기도 하다. 물론 묵직한 감동을 주는 영화보다는 위트있고 유쾌한 영화들이 대부분 후보에 오른다. 

양배추를 비롯한 각종 야채와 면과 삶은 달걀까지 집어넣어 양을 잔뜩 늘린 이 신성한 떡볶이의 배경으로 선택된 영화는 닉 혼비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 한국어로는 '사랑도 리콜 되나요'라는 참으로 재치 있는 제목으로 번안된 스티븐 프리어즈의 High fidelity이다. 레코드 가게 주인 존 쿠삭이 그 인생의 5번의 처절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그리고 그 도중에 흐르는 수많은 음악과 그 음악에 대한 담론. 저마다 자기 취향에 입각해 그날의 탑 파이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음악에 미친 괴짜 레코드 가게 직원들. 베타 밴드와 스테레오 랩을 알게 해 준 영화. 잭 블랙의 인생 연기, 잭 블랙의 노래. 이 영화 자체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인생 영화인 이유는 2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부터 나에게도 틈만 나면 나만의 각종 리스트를 선정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좋아하는 영화 Top 20에 들어가고 좋아하는 사운드트랙 Top 10에 들어가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보고 싶은 영화 Top 5이며 잭 블랙 영화 Top 3이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의 라일락  (2) 2020.05.21
인생의 Top five  (2) 2020.03.02
어떤 색  (0) 2020.02.25
오래된 집  (5) 2020.01.09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2019.10.02
빌니우스의 10월과 뻬쩨르의 4월  (6) 2019.10.01
아주 오래 전에  (4) 2019.05.02
라일락  (2) 2019.04.18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설마

    떡볶이는 영화볼때 먹고 싶은 음식 몇번째인가요?

    2020.03.10 11:04 [ ADDR : EDIT/ DEL : REPLY ]
    • 한국에선 1위였어요. 명절이면 혼자남아 티비프로그램에 볼 영화들을 잔뜩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떡볶이를 한대야끓였죠.

      2020.03.11 04:37 신고 [ ADDR : EDIT/ DEL ]

Daily2020. 2. 25. 06:27

 

 

장이모우의 영화 '영웅'의 색감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으니 바로 야채계의 이 둘이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의 라일락  (2) 2020.05.21
인생의 Top five  (2) 2020.03.02
어떤 색  (0) 2020.02.25
오래된 집  (5) 2020.01.09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2019.10.02
빌니우스의 10월과 뻬쩨르의 4월  (6) 2019.10.01
아주 오래 전에  (4) 2019.05.02
라일락  (2) 2019.04.18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Daily2020. 1. 9. 05:38

 

 

 

 

어떤 러시아 소설들 속의 집. 층계참에 난 현관문을 통한 복도들이 있고 그 복도를 지나면서 이웃들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문이 열린 그 복도로 들어서서 재빨리 몸을 숨길수도 있을것이다. 커피를 가져다주는 하녀가 딸린 임대료 몇 루블의 어떤 집들. 누군가는 새로 산 외투를 부여잡고 행복감에 젖기도 했고 몇 푼 안되는 집세를 못내서 경찰과 함께 주인이 들이닥치기도 했던 그런 집들.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게끔 하는 주택들이 빌니우스에도 많이 남아있다. 어두운 계단의 초입에 길쭉하고 투박한 철제 우편함이 쪼르륵 붙어있고 두가지 색으로 이등분해서 칠해진 건물 내부 바닥에는 군데 군데 벗겨진 페인트칠이 나뒹군다. 나무 바닥은 여지없이 삐걱거린다. 타다만 장작 냄새, 벽난로에 걸쳐져서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련 시절에 생산된 단조로운 패턴의 베갯잇, 높고 휑한 천장에 붙어있는 부스러진 석고 장식, 어중간한 파스텔톤의 벽지, 그리고 그 위에 액자를 한 듯 걸려진 터키식 카페트. 그리고 어느 구석즈음엔 이콘 혹은 성모 마리아상이 놓여있다. 오늘 우연히 찾아 간 집. 층계참에 난 공동의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것은 복도에 놓인 장롱에 걸려진 바스네초프의 그림이었다. 이것은 어떤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전 벨라루스에서 빌니우스로 넘어 왔다는 폴란드 여인의 방에 걸려있던 것은 쉬쉬킨의 풍경화였다. 벽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정교의 크리스마스였다. 종종 19세기의 러시아에서 태어났더라면 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상상한다. 해가 긴 여름날 저녁 저기 저런 나무 밑에서 한나절 낮잠을 자고 돌아다녀도 자비로운 주인을 둬서 매질을 맞지 않았을 운명이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엎드려자는 내 등을 토닥하거리며 이반 왕자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손수건을 뒤집어 쓴 사려깊은 여인이 내 할머니였어도 좋았을거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월의 라일락  (2) 2020.05.21
인생의 Top five  (2) 2020.03.02
어떤 색  (0) 2020.02.25
오래된 집  (5) 2020.01.09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2019.10.02
빌니우스의 10월과 뻬쩨르의 4월  (6) 2019.10.01
아주 오래 전에  (4) 2019.05.02
라일락  (2) 2019.04.18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설마

    바스네초프.
    그런 이름을 가진 화가의 그림이었구나.
    오늘은 유난히 이름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네.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온 저 그림의 퍼즐을 맞춰봐야겠다.

    2020.01.10 06:55 [ ADDR : EDIT/ DEL : REPLY ]
  2. 앗 저 이반왕자 그림 저희집 책장 위 액자에 있음 순간 우리집인가 했던 저 ㅋㅋㅋㅋ

    2020.01.19 23: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Daily2019. 10. 2. 06:00


가장 여행이 여의치 않은 시기에 넌지시 꿈꿔보는 여행이 가장 심정적으로 가깝고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내것으로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아무런 구체적인 준비 자세도 취할 수 없는데에서 오는 절대적인 자유 같은 것. 그것은 어쩌면 여행의 정수는 결국 환상하는 그 순간 자체에 있으며 어떤 대안이나 변화에 대한 갈망은 결국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여행의 본질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원하고 느끼고자 하는 모든 감각들, 그 모든 것은 사실 현실에서 용이하다. 그것을 애써부정하고 자꾸 미래로 과거로 눈을 돌리는 것을 우리가 낭만적이라 느낄뿐이다. 그리고 그 낭만을 굳이 부정하고 거절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결코 모든것이 꿈같진 않더라 라고 실망하는 순간만 영리하게 피할 수 있다면 결국 모든것은 무결점의 환상으로 남는다. 딱히 숫자로 규정하고 싶지는 않은 '가까운 시일' 안에 뻬쩨르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래된 기억들을 새로 고침 할 겸 도서 목록을 검색하니 뻬쩨르부르그 론리 플래닛이 보였다. 꽤나 오래 전 버전이었지만 어쨌든 예약을 걸어놓고 도서관에 가보니 너무나 익숙한 표지. 13년 전 러시아 여행 때 읽었던 당시에는 아주 따끈따끈했던 2005년 버전이었다. 맞아. 이런 내용들이 있었지. 죄와벌의 라스콜리니코프의 동선을 기초로한 워킹투어 루트, 에르미타쥐의 전시물에 관한 세세하고 습관적인 설명들. 많은 기록되지 않은 내 개인적 기억들은 당연히 휘발된 상태였다. 돔 크니기와 네프스키 대로변의 어느 일식집. 밥을 하다가 태워버린 법랑 냄비가 있던 이름 모를 대학 기숙사 숙소와 그곳에서 메트로를 향하던 질퍽한 길목의 풍광들이 간혹 기억날뿐이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다 뻬쩨르 숙박편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서 내가 머물었던 가장 저렴했던 그 숙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 알게되었다. 발찌스카야 울릿짜로 표기된 주소의 페트로프스키 컬리지 기숙사. 모스크바에서 머물던 갈리나의 집 근처에도 라트비아 대사관이 있었는데 내가 그때 머물었던 모든 곳이 결국 이 쪽 동네로 흘러 들어오기 위한 하나의 정거장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생의 Top five  (2) 2020.03.02
어떤 색  (0) 2020.02.25
오래된 집  (5) 2020.01.09
오래 전 여행과 나중의 여행  (4) 2019.10.02
빌니우스의 10월과 뻬쩨르의 4월  (6) 2019.10.01
아주 오래 전에  (4) 2019.05.02
라일락  (2) 2019.04.18
수수부꾸미  (4) 2019.02.27
Posted by 영원한 휴가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밥하다 태워버린 법랑냄비 갑자기 대왕공감 중.. 전 지금도 법랑을 안좋아함다 ㅋㅋ 저 11월 초중순에 잠깐 뻬쩨르 가요 최악의 날씨 최악의 시기 흑 ㅋ

    2019.10.05 00: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 포스팅 첫 문장에서 심장이 덜컥 쿵쿵 하네요. 제게 이번 빌니우스 여행이 진짜 그랬거든요. 민스크는 인디안 썸머 시간이 왔나봐요 이틀째, 아주 많이 따뜻한 햇살 내리는 좋은 날씨입니다. 지난주까지 패딩 꺼내입다가 어제는 후드티 하나 걸치고 나가는....... 아이의 옷을 어찌 입혀야 하나 큰 고민거리를 주는 시간이요 ㅎㅎ마음의 여유를 내어 빌니우스에서의 짧아 아쉬웠던 날을 일기장에 남기며 문뜩문뜩 영원한 휴가님 생각을 하네요 ^^ 모두 평안하시지요?

    상트는 제가 무척 아껴두고 있는 도시에요. 모스크바 살면서 몇일 일정으로 다녀올 기회는 많았지만 그리 조급하게 다녀오고 싶지 않아!라는 우습지만 도도한 ㅎㅎ 다짐을 하게 한 곳. 영원한 휴가님께도 그리 좋은 곳이라 하니 왠지 더 믿음이, 마음이 가네요.

    2019.10.21 14: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