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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20.09.12 짜조
  3. 2020.03.02 인생의 Top five (2)
  4. 2020.02.25 어떤 색
  5. 2020.01.09 오래된 집 (5)
Daily2020. 9. 20. 20:41


여행지를 정하면 가장 처음하는 일은 보통 서점에 가서 론리플래닛을 펼쳐보는 것. 그리고 도시든 나라든 정성스럽게 적힌 개관을 다 건성건성 넘기고 찾는 페이지는 조그만 네모칸에 적힌 대강의 물가였다. 생수 한 병. 버스티켓 한 장. 커피 한 잔
한 번 주유하는데에 드는 돈. 뭐 이런 생활 물가들이 대여섯줄 적혀있다. 아니면 1달러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적혀 있었나? 일요일이 되면 사실 먹을게 별로 없는 동네 빵집을 지나쳤다. 주머니에서 구겨진 마스크를 꺼내고 지갑을 뒤지니 2유로가 나왔다. 텅 빈 진열대 위에 로또추첨공처럼 수북히 담긴 알록달록한 마카롱. 2유로만큼만 담아달랬더니 저만큼. 빌니우스 중앙역 근처 빵집의 2유로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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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0. 9. 12. 06:00

베트남 여행할때 지나가는 오토바이 행렬을 구경하며 서서 먹던 500원짜리 짜조가 생각나서 해먹었다고 해야 뭔가 좀 더 이국적이고 추억돋는 느낌이 들겠지만 그냥 우리 동네의 없어진 베트남 식당을 추억하며 만들어보았다. 속을 먼저 스팀해서 넣고 말았더니 살짝만 튀겨도 되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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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0. 3. 2. 06:40

 

 

 

 

겨울에 받은 소포 상자 속에 들어있던 국물 떡볶이 한 봉지. 이런 것들은 여행에서 가져온 한 움큼의 초콜릿이나 선물로 받은 가본 적 없는 미지의 카페의 커피콩처럼 희소가치가 있으므로 최대한 예를 갖춰서 대해야한다. 푸힛.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먹는 순간을 섭취한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래서 유통기한을 숙지한 상태에서 냉장고의 가장 깊숙한 곳에 놔둔 채로 끊임없이 기회를 보며 언제 먹을 것인가. 어떻게 먹을 것인가로부터 시작해서 무엇을 보면서 먹을 것인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생긴 후에야 포장을 뜯는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세 번째, 무엇을 보면서 먹을 것인가이다. 대부분은 책장에 꽂혀있는 영화 중 하나를 본다. 음식을 먹느라 열심히 보지 않아도 놓칠 것이 없을 만큼 잘 아는 영화. 그럼에도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젓가락질을 해야 할 만큼 또 빠져드는 영화. 여러 번 봤음에도 잊고 있던 뭔가를 또다시 기억하게 하는 영화. 사실은 책장에 꽂혀있는 영화들 대부분이 그런 영화들이기도 하다. 물론 묵직한 감동을 주는 영화보다는 위트있고 유쾌한 영화들이 대부분 후보에 오른다. 

양배추를 비롯한 각종 야채와 면과 삶은 달걀까지 집어넣어 양을 잔뜩 늘린 이 신성한 떡볶이의 배경으로 선택된 영화는 닉 혼비의 원작을 각색한 영화, 한국어로는 '사랑도 리콜 되나요'라는 참으로 재치 있는 제목으로 번안된 스티븐 프리어즈의 High fidelity이다. 레코드 가게 주인 존 쿠삭이 그 인생의 5번의 처절한 이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 그리고 그 도중에 흐르는 수많은 음악과 그 음악에 대한 담론. 저마다 자기 취향에 입각해 그날의 탑 파이브에 대해 이야기하는 음악에 미친 괴짜 레코드 가게 직원들. 베타 밴드와 스테레오 랩을 알게 해 준 영화. 잭 블랙의 인생 연기, 잭 블랙의 노래. 이 영화 자체를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인생 영화인 이유는 20년 전 이 영화를 처음 보았던 그 순간부터 나에게도 틈만 나면 나만의 각종 리스트를 선정하는 버릇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좋아하는 영화 Top 20에 들어가고 좋아하는 사운드트랙 Top 10에 들어가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보고 싶은 영화 Top 5이며 잭 블랙 영화 Top 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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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떡볶이는 영화볼때 먹고 싶은 음식 몇번째인가요?

    2020.03.10 11:04 [ ADDR : EDIT/ DEL : REPLY ]
    • 한국에선 1위였어요. 명절이면 혼자남아 티비프로그램에 볼 영화들을 잔뜩 형광펜으로 색칠하고 떡볶이를 한대야끓였죠.

      2020.03.11 04:37 신고 [ ADDR : EDIT/ DEL ]

Daily2020. 2. 25. 06:27

 

 

장이모우의 영화 '영웅'의 색감만큼 아름다운 것이 있으니 바로 야채계의 이 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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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2020. 1. 9. 05:38

 

 

 

 

어떤 러시아 소설들 속의 집. 층계참에 난 현관문을 통한 복도들이 있고 그 복도를 지나면서 이웃들의 모습을 훔쳐볼 수 있고 필요하다면 문이 열린 그 복도로 들어서서 재빨리 몸을 숨길수도 있을것이다. 커피를 가져다주는 하녀가 딸린 임대료 몇 루블의 어떤 집들. 누군가는 새로 산 외투를 부여잡고 행복감에 젖기도 했고 몇 푼 안되는 집세를 못내서 경찰과 함께 주인이 들이닥치기도 했던 그런 집들. 그런 장면들을 떠올리게끔 하는 주택들이 빌니우스에도 많이 남아있다. 어두운 계단의 초입에 길쭉하고 투박한 철제 우편함이 쪼르륵 붙어있고 두가지 색으로 이등분해서 칠해진 건물 내부 바닥에는 군데 군데 벗겨진 페인트칠이 나뒹군다. 나무 바닥은 여지없이 삐걱거린다. 타다만 장작 냄새, 벽난로에 걸쳐져서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소련 시절에 생산된 단조로운 패턴의 베갯잇, 높고 휑한 천장에 붙어있는 부스러진 석고 장식, 어중간한 파스텔톤의 벽지, 그리고 그 위에 액자를 한 듯 걸려진 터키식 카페트. 그리고 어느 구석즈음엔 이콘 혹은 성모 마리아상이 놓여있다. 오늘 우연히 찾아 간 집. 층계참에 난 공동의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눈에 들어온것은 복도에 놓인 장롱에 걸려진 바스네초프의 그림이었다. 이것은 어떤 신호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년전 벨라루스에서 빌니우스로 넘어 왔다는 폴란드 여인의 방에 걸려있던 것은 쉬쉬킨의 풍경화였다. 벽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는 율리우스력을 사용하는 정교의 크리스마스였다. 종종 19세기의 러시아에서 태어났더라면 난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상상한다. 해가 긴 여름날 저녁 저기 저런 나무 밑에서 한나절 낮잠을 자고 돌아다녀도 자비로운 주인을 둬서 매질을 맞지 않았을 운명이었더라면 참 좋았겠다.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 앞에서 엎드려자는 내 등을 토닥하거리며 이반 왕자의 이야기를 읽어주는 손수건을 뒤집어 쓴 사려깊은 여인이 내 할머니였어도 좋았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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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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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바스네초프.
    그런 이름을 가진 화가의 그림이었구나.
    오늘은 유난히 이름들이 눈에 들어오는 날이네.
    블라디보스톡에서 사온 저 그림의 퍼즐을 맞춰봐야겠다.

    2020.01.10 06:55 [ ADDR : EDIT/ DEL : REPLY ]
  2. 앗 저 이반왕자 그림 저희집 책장 위 액자에 있음 순간 우리집인가 했던 저 ㅋㅋㅋㅋ

    2020.01.19 23: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