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에 해당되는 글 912건

  1. 2021.05.02 리투아니아어 85_백과사전 Enciklopedija (2)
  2. 2021.05.01 아이 엠 히어 (2019)
  3. 2021.04.27 리투아니아어 84_장작 Malkos
  4. 2021.04.26 Vilnius 156_마당 속 언덕
  5. 2021.04.24 Vilnius 155_4월의 아틀라스 (2)
Lithuanian Language2021. 5. 2. 15:05

 

 

 

'나의 첫 백과사전'이라는 책. 어린이 도서관에 있는 이런 책을 가끔 빌려온다. 한 번도 접할 기회도 말할 기회도 없어서 어떤 때는 알면서도 말할 수 없어 돌려돌려 설명해야 하는 단어들이 예상보다 참 많은데 예를 들면 양서류, 자전축, 홍채 뭐 그런 것들. 이런 책에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그런 기본적인 단어들이 삽화와 함께 총망라되어 있으니 지루하지 않게 기억을 환기시킬 수 있어 좋다. 약국이나 서점의 세일 상품 전단지와 더불어 비일상적인 단어들의 보고라고 할 수 있겠다. 

 

백과사전을 뜻하는 단어를 리투아니아어로는 '엔찌클로페디야'라고 읽는다. 그리고 이 단어를 볼 때마다 나문희와 이제훈이 나왔던 '아이 캔 스피크'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나문희가 동사무소 직원인 이제훈에게 영어 과외를 해달라고 조르는데 그 제안이 영 내키지 않는 이제훈은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수를 쓴다. 영단어 받아쓰기를 해서 일정 점수가 안 나오면 과외를 해주지 않겠다는 꼼수인데 그래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해왔다고 나름 자신만만한 나문희를 사무실에 앉혀놓고 책장에서 두꺼운 백과사전을 꺼내 들고는 이런 대화가 시작된다.

 

이게 뭐죠? / 사람 무시하네. 북이지 북 / 무슨 책이냐구요?/ (조금 움츠러들었지만 여전히 당당한 나문희) 사전? 딕셔네리? / 그건 일반 사전이고요. 이건 백과사전이죠. 백과사전이 영어로 뭐죠?/ (멈칫하기 시작하는) 원.. 헌드레드 딕.. 셔네리..?/ (이런 단어를 할머니가 알리가 없겠지만 이것은 너무 기본적인 단어인데 이런 것도 모르니 영어 과외는 물 건너갔다는 듯 통쾌하고 결연한 어조로 또박또박)인.싸이클러.피이.디이.아!

 

비슷하게 생긴 단어가 많지만 발음 방법이 다른 리투아니아어 때문에 가끔 영어 단어를 엉뚱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있는데 나는 백과사전을 영어로 어떻게 발음하는지를 이제훈을 통해서 알게 된 셈이다. 엔찌클로페디야는 인싸이클로피디아.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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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심히 무식한 저는..... 순간 백과사전이 브리테니카 딕셔너리 였나? 했네요 ㅋㅋㅋㅋㅋ 이걸 어쩐다나요 에고..... 아이 학교에서 올 해 1-2 학년이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단어 50개 라고 프린트물을 보내 왔는데..... 저는 삼일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답니다.
    영원한 휴가님 포스팅 보고 있자니 저도 이 주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포스팅 올려야겠다 생각 드네요 ^^

    2021.05.02 15: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Film2021. 5. 1. 06:00

 

 

 

 

아이 엠 히어(2019)

 

 

 

영화를 보기 전 느낌을 생각하면 포스터가 좀 달랐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영화를 보고 포스터를 보니 딱 이 정도의 영화였단 생각도 든다. 사실 배두나 배우를 보기 위해 본 영화인데 이 영화에 관한 최대 스포일러라면 배두나는 10분도 채 나오지 않는다는 것... 15분 나왔을 수도 있다.. 마치 '1987'을 생각하며 유해진과 김태리의 케미를 보려고 승리호를 봤는데 유해진의 목소리밖에 안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도 끝날 때까지 업동이의 경쾌한 목소리를 들었으니 그 영화는 그나마 양호한 건가. 하지만 경치 좋은 프랑스 어딘가에서 삼촌으로부터 물려받은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삶을 사는 스테판이 하루 종일 수를 생각하고 그녀에게 보낼 생각으로 사진을 찍고 '벚꽃 같이 보면 좋을 텐데'라는 수의 흘러가는 말에 총 맞은 것처럼 정말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선 하염없이 그녀의 메시지를 기다리며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의 마음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는 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 어쩌면 스테판 보다 영화 속에서 수의 존재감은 훨씬 커 보인다. 심지어 스테판은 수의 모습을 자주 봤고 그녀와의 소통이 익숙하겠지만 영화를 보는 우리는 그가 반한 수, 그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수의 모습에 대해서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으니 그 신비감은 더욱 증폭된다. 더 이상 화려할 수 없는 옷을 입고 공항을 런웨이 삼아 걸어가는 배두나의 도도하고 오묘한 표정이 담긴 단 하나의 씬이 스테판과 관객이 질척거리며 끌어안고 가는 수에 대한 판타지를 통쾌하게 표현해줄 뿐이다.

 

마치 반드시 한국 배우를 출연시키고 영화의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촬영하는 조건으로 한국 관광 공사에서 제작비를 지원해 준 것 같은 느낌의 영화이다. 외국인은 아니지만 한국을 아주 간혹 방문할 수 있게 되어버린 사람으로서 스테판이 만끽하는 한국의 특정 장소들과 정서들에 많이 공감했다. 잔뜩 긴장한 채 여권 이름을 입력하며 티켓을 예약하고 설렘을 가득 안고 비행기에 앉아 착륙과 동시에 온몸으로 한국 특유의 습기를 느끼고 게이트를 빠져나와서는 짧고 힘들었던 해외여행을 끝마치고 목베개를 낀 채 입국심사를 기다리는 한국인들과 함께 줄을 서서 그들의 피로를 온몸으로 느끼고 바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사람들의 표정을 잔뜩 읽어 낸 후에 공항 내의 많은 한국 음식점들을 지날 때의 느낌 같은 것. 그런 미묘한 느낌들을 굉장히 잘 잡아내서 신기했다. 


'외로워서 죽을 지경인 사람들은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으며 상대의 본모습을 보는 대신 상대를 흥미로운 인물로 만들려고 애쓴다'는 어떤 프랑스 남자가 쓴 소설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상대의 마음속에서 하염없이 멋진 모습으로 거대해지는 스스로를 뿌리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커진 자존감으로 더 사랑에 빠지고 싶어서 또는 더 사랑받고 싶어서 용감무쌍해지는 것. 수의 말대로 그는 눈치가 없었던 것일까. 아련함과 야릇함, 우정과 애정의 경계에서 적정선을 유지하며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지속될 수 있었던 그들의 관계는 그야말로 눈치 없는 스테판의 한국행으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모든 것을 감지한 스테판 본인이 자신을 괴롭히는 그 형체 없는 거품을 스스로 깨뜨려버리고 싶어서 수를 찾아온 것은 아닐까. 

 

스테판은 한국에서의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가상의 공간에 쏟아내고 공항에 마중 나오지 않은 수를 계속 태그 하면서 프랑스와 한국이라는 먼 거리에서 그가 경험한 수와의 일체감을 계속 연장시키려 노력한다. 결국 그가 어디에서 뭘 하고 있는지 온 세상이 아는 상황이 되어 버리지만 정작 그는 어디에도 없는 자기 자신을 찾아 헤매고 있는 낯선 자신을 발견하고선 공포감을 느낀다. 식당을 우중충하게 하는 '로맨스랑은 정반대'인 동물 박제들을 겉어내고 파릇파릇한 그림을 걸며 심기일전하다 결국 낯선 나라까지 날아오는 그의 용기는 그가 기대했을법한 수와의 로맨틱한 만남이 불발되면서 결국 무모한 행동인 것처럼 비치지만 시장에서 낯선 식재료를 발견할 때라던가 공항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허물없이 식당 직원들과 어울리며 식당 셰프로서의 호기심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결국 그를 그답게 하는 것들로 온전히 반짝이는 그에게 어떤 식으로든 그 여행은 충분히 가치 있었던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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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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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huanian Language2021. 4. 27. 06:00

 

Vilnius 2021

 

 

불을 피우다 말고 어디로들 갔을까.

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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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21. 4. 26. 06:00

 

 

 

Vilnius 2021

 

 

자주 지나는 거리의 어떤 건물 안마당으로 발을 옮긴다. 햇살이 넉넉히 고이는 좁은 공간에 오랜 공사 중 쌓여 방치된듯 보이는 흙더미를 무성한 잡초들이 기어이 뚫고 올라오는데 그 전체가 흡사 설치미술같다. 흙더미를 둘러싸고 있는 사방의 건물 내부는 예상대로 지지부진한 건축 현장에 기가질려 두 손 두 발 다 들고 눈조차 질끈 감고 있는 모습이었지만 곧 꽃마저 피울 듯이 고개를 빳빳이 든 초록 덕택에 나뒹구는 술병과 비니루조차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오며 가며 스치는 낯선 사람을 향한 시선이 아주 빨리 신발까지 미치는 순간이 있다. 그렇다고 그것을 위아래로 훑어본다고 표현하기엔 그 짧은 순간 사로잡힌 감정은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가진 복합적이고 진지한 형태이다. 거리를 지나다 고개를 틀어 마주친 남의 집 마당에 굳이 들어가 보게끔 만드는 순간의 인상은 낯선 이의 신발까지 보고 말아야겠다는 찰나의 다짐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렇게 마냥 아름답지도 화려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것들이 시신경을 사로잡을 때 출처없는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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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21. 4. 24. 07:00

Vilnius 2021

 

6개월 간 배달만 허용되던 식당과 카페들이 야외 테이블에 한하여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된 어제. 그리고 오늘은 눈돌멩이 같은 우박이 세차게 내렸다. 공들여 꺼내놓은 테이블엔 눈이 내려 앉았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두손을 모아 해맑게 눈을 받아낸다. 여전히 라디에이터는 따뜻하다. 젖은 신발은 고스란히 그 위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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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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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댓글입니다

    2021.04.25 20:42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