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휴가 (898) 썸네일형 리스트형 Le passe (2013)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여섯 번째 작품. 이 영화는 https://ashland.tistory.com/m/559042 으로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감독이 이란을 벗어나 해외자본으로 만든 첫 영화이다. 이란 남성이 등장하긴 하지만 파리가 배경이고 인물들 모두 프랑스어를 했다.아스가르 파르하디는 망명을 하진 않았지만 현재 이란에선 더 이상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미국에서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다. 마치 이란에선 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이혼까지 감행하며 미국으로 가려했던 의 씨민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사실 이 감독은 최근 작품에서 표절 시비에 휘말려서 이란 본토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상태인데 검열에 대항해서 해외로 나가고 있는 이란 감독이 이미 많기 때문에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해외 활동도 표현.. 리투아니아어 138_숙취 Pagirios 음악영화의 명작 에 보면 숙취에 관한 명대사가 나온다. 잭 블랙-숙취가 뭔지 아니?아이들-지금 술에 취해있다는 뜻이요.잭 블랙-아니, 어제 술을 마셨다는 뜻이란다.리투아니아 사람들 사이에선 오늘의 숙취(Pagirios)와 어제의 과음(Persigėrimas)에 앞선 음주 예견 단계가 있다.아침에 옷을 뒤집어 입으면 '오늘 저녁 과음하겠군'이라며 겸연쩍어하는 것. 그런데 그것이 의외로 참 솔깃하다. 그런 숙취의 계시가 실제로 얼마만큼 술 취할 결심까지 이어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누군가는 옷까지 뒤집어 입은 나라면 충분히 술 마실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한껏 부푼 기대감으로 긴 하루를 이겨내지 않으려나. 근데 옷을 뒤집어 입기 시작하는 경우는 의외로 많아서 이런 얘기를 한두 번 듣다 보니 펜을 거꾸로.. 외국에서 책 읽기, 책 대 담배(108g), 한나절의 바르샤바 일전에 이웃님이 주셔서 가지고 있는 쏜살문고 책이 두 권 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책의 키와 몸무게가 좋다. 그 책들을 체급으로 굳이 분류하자면 아마도 슈퍼 플라이급정도 되려나. 양장이 아니어도 분량 때문에 최소 웰터급 이상이 되어버리는 책들과 비교하면 이 문고의 책들은 체급심사장까지 겨우 기어 들어갈 듯 왜소하다.혹시 이 시리즈에서 가지고 싶을 법한 책이 더 있을까 검색하다 좋아하는 단편이 담겨있는 오웰의 를 발견하고 작년 가을 주문했다. 108g. 초콜릿 한 블록 정도의 무게. 1g/한 페이지. 친구는 그 책을 들고 바르샤바로 오고 있다. 오전 기차를 눈앞에서 놓치고 예정보다 8시간 늦게. 나는 거의 텅 비었다고 해도 좋을 가방을 들고 반대편에서 바르샤바로 왔다. 오웰의 묵직한 두 장편보다는, 짧.. A Seperation (2011) 셀린송의 는 하염없이 올라가는 클로징 크레딧 뒤로 결혼 증명서를 받기 위해 들뜬 표정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비추며 끝난다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다섯 번째 영화 은 똑같은 앵글에서 이혼 엔딩을 보여준다. 이혼 후에 엄마와 아빠 중 누구와 살 것인가 결정해야 하는 딸을 담당 직원 앞에 남겨두고 나온 부부가 반대편에 따로 떨어져 앉아있는 장면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한 발자국 정도 차이를 두고 앉아 수만 가지 생각을 했을 그들 사이로 어쩌면 비슷한 이유로 그곳을 찾았을 사람들이 쉼 없이 지나가며 역시 크레딧이 올라간다. 같은 감독의 영화라고 해도 속았을 비슷한 풍경이었지만 그 풍경의 내용은 사뭇 다르다. 부부 갈등이라는 소재만 놓고 보면 감독의 다른 영화 https://ashland.tistory.com/.. About Elly (2009)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네 번째 영화. 배경도 줄거리도 가장 단순하지만 끝날 때까지 기가 막힌 긴장감을 유지한다. 결론은 이미 난 것 같은데 알려주지 않으려고 밍그적거리는 부분에서 무한한 짜증을 유발하지만 그것은 결국 이 사건을 이해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시대착오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장치임을 알게 된다. 포스터 속의 배우 골쉬프테 파라하니(Golshifte Farahani)는 짐 자무쉬의 에서 아담 드라이버의 상대역으로 인상적으로 나온다. 언어와 복장 때문인지 같은 배우인 게 믿기 힘들 만큼 다르다. 보통 저런 제목과 포스터 전면에 배우가 등장하면 저 여성이 엘리일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 여인은 엘리가 아닌 세피데이다. 세피데의 미간은 할 말이 있는 듯 억울해 보이고 모래사장이.. 리투아니아어 137_무게 Svoris 가게에서 저울을 쓰는 사람들은 일년마다 담당업체에 가서 이 저울이 정확함을 검증하는 문서를 갱신해야 한다. 그 증명서만 따로 확인하려 오는 경우는 없지만 무슨 문제가 생겨서 기관에서 조사를 나오면 깐깐한 담당직원인 경우 그런 문서까지 다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게다가 한번 정도 저런 증명서를 갖춰놓으면 때맞춰서 갱신하라고 연락이 오니 결국 매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그런 연중행사들을 몇 가지 처리하고 나면 어느새 일 년이 가버리곤 했다. 9월이면 한국에서도 공인인증서를 갱신하라는 연락이 온다. 완료 40일 전에 오고 36일 전에 오고 16일 전에 온다. 그걸 놓쳐서 내가 갱신하지 못하는 것이 불상사라고 나 대신 염려해주지 않으면 좋을 텐데. 차라리 이렇게 질척거리지 않고 딱 한 번, 하루 전에만 오면.. Fireworks Wednesday (2006) 아스가르 파르하디의 세 번째 작품. 이 감독의 영화는 보는 동안 늘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빨리 좀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대로 끝나면 주인공들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계속 남은 시간을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초기작에서 돈문제까지 얽혀서 대안 없는 사람들이 겪는 불행을 주로 얘기했다면 이 영화를 기점으로 상대적으로 여유로워진 중산층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그래서인지 보는 동안의 막막함은 좀 덜하다. 물론 그 계층간의 거리감이 직접적이진 않지만 은근히 드러나기도 한다. 가정문제, 사회적 지위와 체면 때문이 개인이 겪는 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루는데 아주 단순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당사자 외의 주변인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면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계속 궁금하게 만들면서 영화가 진행되니 등장하는 사람들.. 리투아니아어 136_올리브 Alyvuogės 이탈리아 도시 루카에 관한 짧은 기사를 읽다가 떠오른 장면 하나. 루카는 아마 피렌체에서 당일치기로 피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들렀었다. 이 가게에서 점심용으로 술 한 병과 포카치아, 치즈 등 주전부리를 샀지만 정작 올리브는 사지 않았다. 아마 이 장면만으로도 충분했다 생각했나 보다. '올리브가 세 알 밖에 없으면 예쁜 접시에 담아먹으면 된다' 좋아하는 터키 영화에 나오는 대사인데 극 중 부유한 극작가가 가난한 세입자의 지저분한 집을 보고 내뱉은 말이라 앞뒤 정황을 생각해 보면 좀 도도하고 재수 없게도 느껴지지만 어쨌든 이 대사가 참 좋았다. 올리브를 먹을 때마다 떠올리고 간혹 인용하게 된다. 작가가 생각해 낸 말일 수도 있지만 왠지 중동지역의 격언이었으면 좋겠고 그래서 터키 사람을 만나면 꼭 물어.. 이전 1 2 3 4 ··· 1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