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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9.06.24 Vilnius 96_6월
  3. 2019.05.24 Vilnius 95_모든 성자들의 성당 (2)
  4. 2019.05.10 Vilnius 94_골목길 (1)
  5. 2019.05.08 Vilnius 93_5월 (2)
Vilnius Chronicle2019.07.03 22:00


빌니우스 구시가에 성당이 정말 많다. 빌니우스 대학 근처의 종탑에 올라 재미삼아 그 성당들을 세어보는 중이라면 성당들이 워낙에 옹기종기 붙어 있는 탓에 이미 센 성당을 또 세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성당이라면 좀 예외이다. 이는 그들 성당의 무리에서 외톨이처럼 뚝 떨어져서 고고하게 언덕 위를 지키고 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의 카톨릭 국가 중 가장 꼴찌로 카톨릭을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 와중에 정교를 비롯한 다양한 종파가 혼재했고 종교 자체가 금기시되었던 소련의 지배를 반세기 이상 거치고도 연합국이었던 폴란드의 영향 때문인지 구교도들이 절대우위를 차지하는 독실한 카톨릭 국가로 남았다. 리투아니아의 유일한 왕으로 기록된 민다우가스가 13세기 초반에 왕의 칭호를 얻기 위해 로마 교황으로 부터 개별적으로 세례를 받은 이후 나라 전체가 카톨릭화 된 것은 고작 그로부터 한 세기 반이 지난 1387년의 일이다. 얼추 조선이 건국된 시기와 비슷하다. 세례를 받으면 옷을 준다는 소리를 듣고 대량의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그냥 강 속에 몸을 담궜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어찌어찌해서 카톨릭 국가가 되었지만 그러고도 한참동안 리투아니아의 지방 곳곳에는 개종을 하지 않고 이교도로 남은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그리고 여기저기 목조 성당들이 생겨났다. 성당이 생겨나면서 학교가 생기고 기록 문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니 13세기 이전의 리투아니아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문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된다. 당시 유럽 곳곳에는 이미 으리으리한 성당들이 즐비했다. 하지만 리투아니아의 성당들은 동시대에 유행하는 건축 양식으로 지어지지 못하고 줄곧 지각을 했고 또 전쟁이며 화재로 무너져서 계속 재건을 하다보니 하나의 성당에서도 다양한 시대의 건축 양식이 혼재한다. 그럼에도 지금 빌니우스의 성당들을 보면 가장 두드러진 양식은 바로크이다. 잘 정돈된 성당들의 외관은 거의 닮아있다. 그도 그럴것이 대부분의 바로크 성당들을 지금의 형태로 최종적으로 다듬은 사람은 18세기 건축가 요나스 크리스투파스 글라우비차스 라는 사람이다. 무슨 일감 몰아주기의 흔적처럼 정말 그가 거의 대부분의 성당 건축에 참여했다. 건축가 자신은 신교도였는데 일에 있어서는 딱히 종파를 가리지 않았다. 

 성자의 이름이 들어간 성당들의 이름은 비교적 쉽게 외워지지만 아무리 듣고 또 들어도 잘 외워지지 않는 성당들이 있다. 이 건축가가 마무리한 성당 중 난 이 성당이 비교적 고풍스럽고 사실적이라고 느끼는데 항상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언덕 위의 성당이라고 부르곤 했다. '거기 언덕 위에 그 성당 있잖아'라고 말하면 또 대부분은 아무도 이 성당 이름을 모른다. 위치에 걸맞게 이 성당의 이름은 승천 성당이다. 구석구석 자리 잡은 성당의 모퉁이를 돌며 구시가를 걷는 것을 좋아하고 그런 빌니우스의 전체를 사랑하지만 사실 복원된 성당들이나 명소들은 지나치게 인위적인 느낌을 줄때가 많다. 그래도 이 성당은 나름 가장 자연스럽다. 그래서일까. 굳건히 닫혀있다. 성당은 구시가 중심에서는 좀 떨어져있고 우주피스에서 근처 언덕을 두리번거린다면 뾰족하게 솟은 두개의 탑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래전에 이 성당 옆에 길다랗게 자리잡은 옛 수도원에 위치한 병원에 지금은 돌아가신 이웃집 할머니가 입원해 계신적이 있다. 병원은 아주 어두컴컴했고 쥐죽은듯 조용했다. 그때 시장에서 훈제 햄과 절인 오이를 사들고 200밀리 짜리 소용량 보드카를 들고 할머니를 방문했었다. 여든을 넘긴 할머니는 몹시 기뻐하셨다. 그것은 음주였다기 보다는 하나의 상징이었으니. 아주 작은 잔에 한 잔씩 나눠 마시고는 누가 볼까 서둘러 보드카 병을 내 가방에 다시 찔러 넣으셨다. 할머니는 유리컵 속에 달걀 거품기처럼 생긴 작은 기계를 넣어 물을 데워 차를 끓여주셨다. 그 보드카 병은 가져와서 비우고 위스키와 바닐라 빈을 넣어 익스트랙트를 만들었다. 그러니 주방 서랍 속의 그 병을 보면 할머니부터 그 성당까지 그리고 이 성당을 보면 할머니부터 그 보드카 병까지 생각이 나는 것이다.

지금은 그 성당 근처의 언덕 기슭에는 고급 주택이 지어지고 있다. 몇해 전 부터 우크라이나인지 벨라루스인지 그쪽 사업가의 건축 부지 매입때부터 정말 말이 많았던 프로젝트이다. 다리 하나를 잘못 지어서 유네스코 문화 유산 지위를 박탈당한 드레스덴 같은 꼴이 날까봐 말이다. 이 정도까지 시공이 진척되었다면 결과적으로 별 문제 없다는 소리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누군가는 그럴듯한 파노라마를 가지겠다. 결과적으로 건물이 몇 층까지 올라갈지 모르지만 두개의 탑은 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저 성당에도 언젠가는 다시 빛이 빼곡히 차오를 날이 있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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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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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설마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항상 난 개발 보다는 보존이나 개발제한에 손을 들어주고픈 사람인데..
    나 같은 사람만 있음 세상은 발전하지 않았을까?
    다음에 갔을때도 여전히 멋스러운 도시로 남아있길

    2019.07.04 21:57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06.24 05:30


6월의 오늘은 하지. 1년 중 가장 짧은 밤, 가장 늦은 저녁의 석양과 이별하기 위해 지금 어딘가에선 높게 쌓아 올린 커다란 장작이 불타오르고 곱게 만든 화관들 가운데에 놓인 양초에서 피어난 불빛이 고요한 강 위를 수놓고 있을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오늘부터 긴 겨울로 접어드는 이른 여정이 시작된다. 7월은 여전하고 8월이 멀쩡히 남아 있으나 여름은 항상 6월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6월의 오늘을 기점으로 여름은 이제 막 봄을 떠나왔다기보다는 좀 더 겨울을 향하고 있는 것이 맞다. 6월이 되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어떤 소설들이 있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와 까뮈의 이방인이다. 6월만큼 짧은 이 소설들을 왠지 가장 긴 여름밤을 지새우며 읽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6이라는 숫자. 1년의 반, 마치 6개월에 달하는 긴긴 겨울을 지나서 비로소 도달한 여름의 문턱, 그리고 그 문턱에 발을 들여놓기가 무섭게 여름이 절정을 이루는 하지가 속해있는 6월. 빌니우스도 도스토예프스키의 뻬쩨르부르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어쩌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뻬쩨르부르그의 6월과 그의 백야는 더더욱 부서질듯 아슬아슬 찬란할 것이다. 백야의 주인공은 모두가 등지고 떠나는 도시 뻬쩨르부르그를 가여워한다. 남겨진 도시, 혹은 그 자체로 어딘가로 이사 가버린듯한 텅 빈 도시를 위해 끝없는 우수에 젖는다. 빌니우스가 그 어떤 폭염으로 신음한다고 해도 까뮈의 소설에 땀처럼 배어서 찐득하게 묻어나는 북아프리카 특유의 기후에 비할바 아니겠지만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몇 날이긴 해도 빌니우스의 어떤 6월도 분명 타들어 간다. 뜨거운 태양 아래를 너무 느긋하게 걷는다면 햇빛은 독이 되겠지만 또 너무 빨리 걷는다면 그런대로 땀을 흘린 나머지 차가운 성당 안에 들어서면 감기에 걸리게 된다는 어떤 구절. 구시가의 말끔히 정돈된 성당들과 비교해서 끝없이 원시적이고 허름하며 뜨거운 여름 앞에 가장 적나라하게 서있는 성당이 한 곳 있다. 이곳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이방인의 그 구절이 떠오른다.



이 성당은 주중의 일정상 거의 매일 지나치게 된다. 성당의 입구에는 몇 해가 지나도 여전히 시멘트 자루들이 놓여있다. 정리되지 않은 성당 바닥에는 마치 회교 사원을 떠올리게 하는 아라비아 카펫이 규칙적으로 펼쳐져 있다. 방치된 성당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견고하게 남아있는 성당의 궁륭 사이로 칠이 다 벗겨진 희미한 벽화들이 보인다. 겨울의 이 성당은 기분나쁠 정도로 추웠다. 카펫 근처 어딘가에 활활 타오르는 장작이 담긴 벽난로가 눈 앞에 아른거렸다. 여름의 이곳은 청량하다 못해 으스스하다. 감기가 들 정도로 한 낮의 땀을 식혀버리는 성당에 대한 묘사가 뇌리를 스치지 않을 수 없다. 이 성당의 정원에는 볕을 피할 수 있는 나무 그늘이 그 어느 성당보다 많지만 결국은 공사장처럼 헐벗은 그 성당 내부를 향하게 된다. 그리고 6월의 오늘은 선선하다. 거의 항상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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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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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nius Chronicle2019.05.24 20:34


놀이터 벤치에 앉아서 고개를 돌려 위를 보았을때 마주치는 풍경. 이 나무들 밑으로 여러번 비를 피했었는데 우르르쾅쾅 비가 올 조짐을 보였지만 큰 바람이 불고도 어제는 비가 오지 않았다. 따뜻한 기온이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 올해의 첫 수박을 먹었다. 성당 안의 공기가 가장 차갑고 청명하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놀이터 모래 상자 속에서 모래 바람이 불어 온다. 누군가에게는 맨발 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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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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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아래에서 정말로 비를 피할수 있군요. 저는 소심해서 나무에 벼락떨어질까봐 덜덜 떨지도.. :)

    2019.06.23 22: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05.10 06:00

지름길을 통해 빨리 가고 싶은 날이 있듯이 일부러 좀 돌아가더라도 꼭 좋아하는 골목을 통해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날이 있다. 때로는 굳이 담 한가운데 작게 난 저 문으로 들어가 성당 벽돌이라도 감상하고 다른 문을 통해 나오는 수고를 더하기도 한다. 그 순간은 마치 잠시 다른 세상 속에 속해 있다 빠져나오는 느낌이다. 과장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 짧은 순간에만 체득할 수 있는 어떤 감동이 분명 있다. 이 성당이 주는 고요와 안식은 나에게는 고유하다. 타운홀에서 멀지 않은 구시가의 중심에 있지만 경쾌한 성당들의 대열에서 이탈해서 가정집이 즐비한 좁은 골목에 위치해 있는 탓에 조금은 폐쇄적인 자기만의 세상에 갇혀 뭔가 새침한 느낌을 주는 성당이기도 하다. 이곳은 리투아니아가 카톨릭을 받아들이기 이전에 공들여 모셔온 독일인이나 외국 상인들을 위해 지은 성당이라서 빌니우스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기록되어있다. 성당 뜰에는 빌니우스 시의 상징이기도 한 아기 예수를 업은 성 크리스토퍼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리투아니아어 출판물을 금지하는 등의 언어 말살 정책이 펼쳐지던 시기에 유일하게 리투아니아어로 미사를 진행하던 성당이기도 하다. 그래서 크리스토퍼 동상은 당시의 성당 신부의 기념 동상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기 저 사람이 서있는 곳의 조그만 문으로 들어가면 그를 만날 수 있다. 푸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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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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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도 저 문으로 들어가고 싶어요 작고 오래된 성당이 좋아요

    2019.05.18 21: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Vilnius Chronicle2019.05.08 06:00

5월의 빌니우스는 다시 좀 쌀쌀해졌다. 개인적으로 5월에서 6월로 가는 이 시기가 가장 좋다. 무엇이든 기다리는 과정이 가장 의미 있고 여유롭고 아름답다. 겨울에 최적화된 의생활이라 사실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지면 얇은 옷이 없어서 난감할 때가 있다. 여름의 사람들은 좀 더 자연과 하나가 되지 못해 안달한다. 옷을 사려고 좀 기웃거려보면 진열된 옷들은 한껏 헐벗은 옷들이다. 햇살과의 접촉 면적을 조금이라도 늘려보려는 여름의 욕망일 거다. 물론 옷을 들춰보는 사람들은 여전히 스카프를 두르고 코트를 입고 있다. 장갑에서 해방된 것이 어디인가. 4월 한 주 갑자기 25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가서 모든 나무들이 꽃과 향기를 드러냈다. 물론 나무의 체취를 고스란히 머물게 할 만큼 바람은 아직 너그럽지 못하다. 5월의 빌니우스 풍경은 기승전 밤나무이다. 베를린에도 이 나무가 한가득했다. 이 나무의 잎사귀는 파리 날개처럼 길쭉하게 축 늘어진 대신 꽃은 세모꼴의 종 모양으로 하늘을 향해 치솟아있다. 묘한 균형감을 준다. 균일하고도 촘촘하게 땅을 향해 드리워져서 비를 피하기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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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영원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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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옹 저게 밤나무군요 오래 묵었나보다 장대하네요

    2019.05.10 16: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베를린만해도 저 나무 많았는데 다른 나라에선 본 것 같지 않아요. 폴란드 러시아 이쪽에도 왠지 있을것 같은데.

      2019.05.11 17:11 신고 [ ADDR : EDIT/ D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