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nius Chronicle (181) 썸네일형 리스트형 Vilnius 137_어제의 빌니우스 지난주 입고 다니던 옷과 신발이 이번 주는 춥다. 집안으로 햇살이 파고들면 커튼이 열리듯 마음이 확장되는 것처럼 거리도 그렇다. 왠지 가보지 않은 길처럼 낯설기도 하고 비로소 저 빛을 건너야만 내가 알던 그 인생이 계속해서 이어질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인적이 드문 거리의 12월 오후 햇살에서 5월의 아주 이른 아침 햇살을 떠올렸다. 나는 어느 순간에 12월의 어제를 떠올릴 수 있을까. 내가 밟고 지나온 햇살을 다 기억할 수 없을 것 같아 그저 물끄러미 쳐다보다 남겨두고 가는 것들. Vilnius 136_꽃가게와 카페 항상 주차된 차들로 가득한 놀이터 근처 거리. 저 끝으로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좋아하는데 왠일로 차가 없어서 사진을 찍어 왔더니 아니나다를까 조금 얼굴을 내밀고 있는 누군가의 차. Vilnius 135_빨간 벽돌 교회 숨바꼭질을 가장 자주 하는 교회. Vilnius 134_익숙한 풍경 아직은 눈이 오지 않아 뽀송뽀송한 제 모습 그대로 남아있지만 눈이 오기 시작하면 눈에 파묻히기도 하는 아이들. 세상에 남겨진 무수한 한 짝 중의 한 짝. Vilnius 133_겨울 점등식 거리 모퉁이에 생겨난 누군가의 크리스마스 장식. 정체된듯 보이는 도시지만 어제는 없었지만 오늘은 있는것들로 작지만 분명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진정한 의미의 산책이 가능해진 요즘, 오늘은 꽤 굵은 입자의 첫눈이 왔고 그럼에도 역시 전부 녹아 없어졌다. Vilnius 132_지난 여름 커피 테이블 겨울이 오면서 의자는 진작에 사라졌지만 테이블은 남아있다. 곧 저 둥근 테이블에 눈이 소복하게 쌓이겠지. Vilnius 131_터미널 열쇠 만들일이 생겨서 빌니우스 버스 터미널에 있는 열쇠집에 갔다. 만들어서 가져와서 문을 열려고 보니 안 돌아가는 열쇠. 다시 가서 조금 고치고 다시 와서 열고 또 안 열려서 다시 가서 고치고 또 안 열려서 다시 갔다. 열쇠 자체의 미묘한 두께가 문제였는지 열쇠가게 청년은 결국 가져간 원본 열쇠와 같은 제조 회사의 열쇠를 골라 새로 깎아줬다. 그리고서 다행히 문이 열렸다. 터미널에서 가까운 장소여서 왔다 갔다 했어도 그나마 한 시간 가량 걸렸을 뿐이지만 직원은 혹시 내가 또 오면 어쩔까 신경 썼을 거고 나는 계단을 오르며 혹시 또 문이 안 열리면 어쩌지 신경 썼다. 여긴 지하상가처럼 보이지만 그건 아니고 터미널의 대합실 뒤로 펼쳐진 보도이다. 내가 등지고 있는 열쇠가게가 이 보도의 끝이고 저 끝이 대합실.. Vilnius 130_ 사람 두 명 지난해인가 빌니우스 아트 페어에 등장했었던 설인. 얼마 전 집 근처로 이사 왔는데 영구 거주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요즘은 오전 늦게까지 안개가 짙게 끼는 날이 많아서 안갯속에 휩싸여있는 모습이 사뭇 궁금한데 매번 게으름을 피우다 오후 늦게나 나가서 이렇게 어둑어둑해질 때에야 돌아오게 된다. 설인이 사는 곳은 집 근처에 조성된 작은 공터인데 그늘이 없고 키 작은 묘목들로 가득했던 작년 여름에 비하면 이제 나무도 제법 키가 커지고 아늑해졌다. 소탈한 놀이터 기구 두세 개와 나무벤치가 있다. 뒷모습만 보면 약간 프레데터와 콘의 조나단 데이비스가 생각난다. 다들 별로 신경 안 쓰는 분위기라고 생각했는데 2차 락다운이 시작되었다고 의외로 거리가 한산하다. 때맞춰 나타난 이들이라 왠지 좀 더 반갑다. 이전 1 ··· 3 4 5 6 7 8 9 ··· 23 다음